세상을 얘기한다 2008.06.20 16:50
현대 과학과 의학의 엄청난 발전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광우병에 대하여 우리는 정확히 모르고 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도 또는 거의 무시할 수준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던져진 사실은 이런 저런 사건들, 희생자들, 관련 연구의 결과들에 대한 피상적인 결합일 뿐 이 문제의 심각성 (또는 비심각성)은 그냥 아직 잘 모른다가 답이다. (어쩌면 잘 모르기 때문에 무서워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전국민을 들끓게 한 것은 무엇이었던가?

표면적으로는 소위 광우병 괴담이라고 불리는 광우병 위험 주장의 광범위한 배포가 전국민적 분노를 끓어낸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 내용이 과장된 것이건 적절한 것이건 그것이 왜 그리 널리 배포되고 읽히고 수긍되었는가 하는 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미국 쇠고기 수입협상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터뜨리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취임이전부터 몰입교육이니 대운하니 하면서 사람들을 자극하다가 고소영, 강부자로 일컬어지는 눈높이를 도저히 맞출 수 없는인선 그리고 공기업 민영화, 의료 민영화 등 거의 전방위에 걸쳐서 진행된 짜증나는 정책 추진이 쇠고기 수입이라는 장면에 가서 딱 터진 것이다.

다른 이슈가 쇠고기 처럼 방아쇠 역할을 할 수 있었을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쇠고기 이슈 만큼, 직접적이고 (쇠고기를 먹으면 병에 걸린대잖아) 보편적이며 (채식주의자들은 드물다) 이해하기 쉬운 (의료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이런 건 이슈를 이해하기 어려움) 이슈는 드물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맞추어 쇠고기 협상이 타결되어 (1) 선물의 이미지가 강하고 티비 토론 과정에서 우리 정부 협상단이 협상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로 (2) 졸속 / 무책임한 협상이었음이 들통이 나고 (3) 확률의 문제가 아닌데 자꾸만 확률의 문제로 설득하려 들고 게다가 가장 결정적으로는 검역 과정에 대한 결정권을 미국에 넘겨줌으로써 나름 중견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4)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점이 화를 키운 것이다.

(이미 늦은 듯 하지만 그래도...) 그럼 어떻게 하는게 좋았을까?

다른 예를 생각해보자. 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발생한 농가는 물론이고 그 인근 지역 농가의 조류까지 싸그리 살처분한다. 하지만, 살아있는 조류와 접촉한다고 조류 인플루엔자가 사람에 감염되는 경우는 아주 아주 드물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미 가공된 닭을 소비하며 조리의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없어진다. 즉, 굳이 살처분 하지 않더라도 (이웃 농장으로 전파되는 위험만 배제한다면) 소비자에게는 피해가 없다. 그런데 현실은 싸그리 살처분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닭고기를 외면하고 있다. (어제, 동네 한살림 매장에 갔더니
닭고기가 엄청 쌓였더군요)

위험성이 있는 원천을 싸그리 살처분하는 정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불신을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은 (1) 사람의 일이라는게 믿을게 못되고 설령 아무리 믿을 수 있다고 해도 (2) 조금이라도 위험한게 있으면 일단은 회피하려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더구나 정책 당국이 위험이 있을 때 적절히 대비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소위 검역 주권이 없다면) 이러한 불안은 엄청나게 증폭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평균적인 사람들이 기대하는 수준 이상으로 검역 기준을 강화하고 (예를 들어, 24개월령 이하 수입, 전수 조사, SRM 확대) 이를 확실히 시행할 수 있는 틀을 갖추며 (예를 들어, 원산지 표기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국내 한우 사육에 있어 원산지 추적 강화) 문제가 생기면 즉각적으로 모든 것을 무효화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서 접근을 했어야 하는 것이다. 즉, 약간 오바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비유해서 얘기하자면, 누가 우리 가족을 비난한다면 아빠가 나서서 좀 과하게 반항을 해서 가족들이 "아 이러실 필요까지는 없어요"하고 말리게 해야 되는거지 냉철하게 이성적으로 대응하게 되면 무책임하다는 소리듣기 딱 좋게 된다.

그런데 어제 나온 두번째의 대국민 사과문을 보니 아직 사태 파악이 안된 것 같다. 안타깝다. 대의 민주주의의 장점 중 하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사사건건 전국민이 나서서 챙겨야 되니 얼마나 낭비인가.

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