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얘기한다 2008.08.29 15:06

쓸데 없이 긴 들머리

 

아수라장을 야후 국어 사전에서는 전란이나 그 밖의 일로 인하여 큰 혼란 상태에 빠진 곳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 말은 아수라(Asura)에서 비롯된 것이다. 힌두교에서 아수라는 권력을 좇는 신으로 보기도 하고 가끔은 악마로도 본다. 영문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아수라의 상대 개념은 데바(deva)이다. 아수라와 데바는 모두 카샤파(가섭, 그쪽 동네에서는 제법 흔한 이름인 모양이다. 석가모니 부처의 제자 중에도 마하가섭이라는 이름이 있고 불가에서는 석가모니 부처 이전에 가섭 부처가 있었다고 하는데 가섭 부처보다 힌두교의 가섭은 훨씬 더 근본적인 존재로서 여러 종류의 신은 물론 인간의 조상이다.)의 자손이다. 아수라나 데바는 한 존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동아리이다. 힌두교에서 아수라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점점 나쁜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본다. 초기의 문서에서는 아수라가 도덕과 사회적 현상을 관장하고 (예를 들어, 아수라 중 하나인 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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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라의 일종인 바루나

나는 질서의 수호자이며 바가는 결혼의 후원자이다) 데바는 자연 현상을 관장한다 (예를 들어, 인드라는 날씨의 신이다). 후기의 문서에서는 데바를 신적인 존재로 그리고 아수라는 악마로 표현하고 있다.

 

아수라가 점차 악마로 이해되게 된 과정에 대하여는 인드라를 비롯한 데바의 무리가 제사의 대상으로서 우세해짐에 따라, 아수라가 악마로 취급된 것으로 추측한다. 한편, 페르시아에서는 반대로 다에바스 즉, 데바가 악마로 취급된다. 데바 중 하나인 인드라가 특별히 인기를 끈 배경에는 서방으로부터 인도로 진출하여 원주민을 정복하고 인도를 지배하게 된 아리아인의 특징과 날씨의 신인 동시에 전쟁의 신인 인드라의 이미지가 잘 어울리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있다. (출처: http://blog.empas.com/aumoky/read.html?a=5979952)

 

한편, 힌두교의 경전인 바가바드 기타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존재는 신성과 마성을 가진다. 바가바드 기타는 마성에 대하여는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아수라의 특징을 자부, 거만, 자만, , 엄격, 무지라고 설명한다. (출처: 영문판 위키피디아) 그리고 이러한 해석의 연장선 상에서 아수라가 악마로 비치게 된 경위를 도덕을 관장하는 역할을 맡은 아수라가 자신의 역할에 너무 자부심을 갖고 엄격하게만 하려다 보니 조금이라도 나쁜 것을 참을 수 없고 그래서 온 세상을 아수라장을 만들어버려서 결국에는 악마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고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본인의 본성이나 애초의 지고지선한 취지와는 무관하게 악마로 낙인 찍힌 아수라의 신세가 처량하다.

 

두 얼굴의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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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신성과 마성의 두 얼굴을 갖는다. 영화 다크 나이트에는 두 얼굴을 가진 세 사람이 나온다.

 

첫째 사람은 스스로 고통을 인내하고 희생을 감수하면서 악을 징벌함으로써 세상을 구원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동분서주 바쁜 배트맨이다. 하지만 그 목적의 추구 과정에서 개인적인 분노와 복수를 완전히 감출 수는 없고 결과적으로는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양이 되어 악마의 얼굴을 지닌 채 사라져간다. 아수라가 써야만 했던 그 누명을 똑같이 반복해서 쓰고 있는 셈이다.

 

둘째 사람은 정의를 구현하고자 하지만 개인적인 복수(vendetta, 영화 “다크 나이트”를 소개하고 있는 영문판 위키피디아에서는 이 장면의 설명에서 revenge 대신 vendetta라는 단어를 굳이 사용하고 있다. 두 단어가 뜻에서는 차이가 없지만 vendetta는 훨씬 더 앙갚음의 의미가 강하고 더 잔혹한 피의 복수를 의미한다. 기존 질서에 대한 피의 복수를 경쾌한 화면과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현란한 대사로 보여주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가 떠오른다. 이 영화도 동명의 만화를 영화화 한 것이며 배트맨과 마찬가지로 DC 코믹스에서 출간된 영화이다. DC 코믹스는 영어권 최대의 만화 출판사로서 배트맨, 브이 포 벤데타는 물론이고 슈퍼맨, 원더우먼 등도 이곳에서 출판된 만화의 등장인물들이다. “브이 포 벤데타”의 원작자는 앨런 무어인데 그의 작품 중 “젠트맨 리그”도 영화화 된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좋다.)로 인하여 스스로 악마가 되어 버리고 그 벌로서 죽음을 맞게 되는 하비 덴트이다. 하비 덴트는 평범하고 선량한 세상 사람들을 대변한다. 굳이 성선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세상이 잘 굴러가고 스스로 잘 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고 하는 수 없이 나날이 세상에 굴복하고 영합하면서 마성을 갖게 된다. , 기독교인들이야 아담과 이브 때문에 우리가 원죄를 갖게 되었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로는 원죄 말고도 이 놈의 세상에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어쩔 수 없는 죄인이 된다. 괜히 아담 핑계 댈 필요 없다. 어쩌면 젊은 나이에 죽어 버린 이들을 우리가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마성을 채 갖기 전에 죽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죽을 때까지 마성을 억제할 수 있다면 가장 아름다운 인생이리라.

 

셋째 사람은 숨어있는 진실을 드러내고자 악마로 행세하는 조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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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돈만 좇아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의 천박함과 무력으로 질서를 세워서 세상을 평화롭게 할 수 있다고 떠들어 대는 권력자들의 위선을 온몸으로 저항하여 까발린다. 그는 돈이나 질서가 아니라 한판 질펀한 놀이를 즐기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다고 선전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인생의 목적은 쾌락의 추구에 있는데, 그것은 자연적인 욕망의 충족이며, 명예욕(시장, 서장, 하비 덴트, 세상의 구원자 배트맨), 금전욕(돈을 긁어 모으는 건달과 재벌), 음욕의 노예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출처: 엔사이버 백과사전) 그런 점에서 본다면 조커는 에피쿠로스적 쾌락주의자 또는 아나키스트이다. 하지만, 물질만능의 세상에서 이러한 선전이 쉽게 전달될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스스로 입을 찢어 얼굴을 찌그러뜨리고 슬픈 어린 날의 자화상을 회칠 뒤에 감추고 악역을 맡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며 사람들을 끊임없이 공략함으로써 숨어있는 진실을 환기시키려 한다.

 

악마 아수라는 누명인가?

 

너무나도 유명한 논어의 한 구절을 상기한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논어/위정)

: 법으로 인도하여 형벌로 다스리면 사람들은 법에 저촉되지 않으면 어떤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줄 모르게 되는 것이다. 덕으로 인도하고 예로써 다스린다면 염치가 있어 바르게 될 것이다.


(기존의 번역을 적당히 버무리고 내맘대로 의역함)

 

최근 들어 법을 무색하게 하는 사태가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어 이런 구절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민망하긴 하지만 어쨌든 법을 올바로 세우는 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가진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세상 이곳 저곳에 다니며 모든 것을 그 기준에 맞춰 정리 정돈하려는 배트맨 즉 아수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테스가 침대 크기에 맞춰 사람들을 잡아 늘이거나 다리를 잘랐던 것과 마찬가지의 오류에 빠져 결국 세상에 분란만 일으키게 된다. 아무리 동분서주 악당들을 물리쳐도 세상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악당은 세상과 분리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동전의 뒷면처럼 세상의 한 측면일 뿐이다. 선과 악 또는 처벌할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하는 판단은 객관적 본질적으로 주어져 있기 보다는 어쩌면 하비 덴트가 던졌던 그 동전에 의해 결정되는 우연적인 것일 수도 있다. (이러한 우연의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는 원더 우먼이다. 내가 기억하는 줄거리에 의하면 미군이었던 남자 주인공이 우연한 사고로 원더 우먼이 있는 세계로 가게 되고 그곳의 공주였던 원더 우먼과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 둘은 같이 미국으로 돌아와서 쏘련(sic!)의 나쁜 놈들(sic!)을 물리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즉, 원더 우먼이 미국을 돕는 것은 미국이 잘나서도 아니고 세계의 수호자여서도 아니고 그냥 자기 남친의 조국이기 때문이다. 원더 우먼에 대한 좀 더 자세한 고찰은 나의 이전 글을 참조할 것 -> http://newcat.tistory.com/57 만약 원더 우먼이 쏘련 장교를 만났더라면 지금은 세상이 팍스 소비에트가 되지 않았을까?)

 

근자에 개그맨보다 더 웃긴다는 유명 목사가 대다수의 사람들을 모욕하는(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69529)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목사도 개인적으로는 착한 사람이고 선량한 목회자이고 신실한 교인일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스스로 착하고 바르다는 자만심이 다른 사람을 배타하고 모욕하는 기반이 된다는 점이다. 바가바드 기타에서 설명한 아수라의 특징을 다시 한번 열거해본다.


자부, 거만, 자만, , 엄격, 무지


혹시 누군가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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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도

 

하느님. 제발 바라옵나니 속죄하고 바르게 살고 있다고 자처하는 자들을 우두머리의 자리에 오르지 않게 하옵시고 혹시 오르게 되었다면 이라크를 쳐라”, “이교도를 몰살하라이런 계시를 내리지 마옵소서. 아멘.


(사족: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를 침공하라는 계시를 받았다고 한다. 관련 기사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254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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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