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51

/* (저자 주) 1995년 9월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도트 프린터 화이팅 !

얼마전에 아는 분이 약국을 개업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386 급 개인용 컴퓨터와 프린터가 놓여 있었고 약사는 손님과 상담을 하면서 그 손님의 병력이나 특이사항, 최근의 처방 등을 화면으로 찾아보면서 곧바로 증세를 입력하고 처방을 입력한 뒤 처방을 프린터로 출력해서 약을 조제하였다. 입력된 처방은 약국의료보험 처리를 해서 바로 의료보험비를 청구하는데 사용된다고 하였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든 장면이 동네의 작은 약국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컴퓨터가 실생활에 잘 활용되고 있는 현장을 보고나니 컴퓨터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사용중인 프린터는 요즘 웬만한 사무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구형 16 핀 도트 프린터였다. 그래서 기왕에 컴퓨터를 사용할 바에야 폼나게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잠시 사용방법을 살펴본 뒤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종이로 인쇄되는 내용은 손님의 이름과 처방된 약의 내역인데 다 합해봐야 열줄 남짓이다. 그래서 이미 처방해서 조제한뒤 그 종이를 다시 집어넣어서 몇줄을 넘긴다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조용하면서도 고속의 프린팅과 깨끗한 글씨의 품질을 제공하는 레이저 프린터도 종이의 재활용성이라는 점에서는 도트에 비하여 턱없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신제품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였다.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치면서 낡을 대로 낡고 리본을 담는 통이 망가져서 비록 고무 밴드로 고정해서 쓰고 있기는 해도 묵묵히 제몫을 - 자기보다 최소한 다섯배이상 비싼 레이저 프린터 보다도 - 잘 해내는 프린터의 모습에서 올바른 컴퓨터 활용이라는 오랜동안의 화두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한 듯 하여 기분이 좋았다.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제 역할을 해낼 구형 도트 프린터에게 '화이팅 !' 을 외쳐주고 싶다.

세계시장으로 나가자

회사일로 머리에 털나고 처음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시속 1000 Km 로 날아가는 비행기로도 몇시간씩이나 날아가야 되는 그 큰 나라에 우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출장에 방문한 회사는 개발자가 20 ~ 30 명 밖에 안되는 작은 회사이면서도 훌륭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내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는 작은 소프트웨어 하우스의 고전이 못내 아쉽게 느껴졌다. 땅이 넓은 만큼 사람도 많고 회사도 많고 그러니 컴퓨터를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자연히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클 것이다. 그래서 작은 회사라도 그 회사 나름의 틈새시장만 가지고도 훌륭히 살아남을 수 있는 여건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 소프트웨어 하우스들에게는 희망이 없을까 ? 이번 출장을 다녀오면서 내린 결론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찾는다면 우리나라와 같이 훌륭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가진 나라도 성공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작은 회사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 그 해답은 인터넷에 있다. 누구든지 인터넷 들어가서 자기의 홈 페이지를 만들어 웹을 통하여 홍보를 해 나간다면 쉽게 세계의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상품이나 개발능력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에 세계 소프트웨어계의 황제인 빌 게이츠 (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 는 '인터넷은 내가 처음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었때와 유사한 점이 많다' 고 지적한 적이 있다. 말하자면 지금 인터넷은 20년전 소프웨어 부문이 그랬듯이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젊은이를 위한 '기회의 땅' 인 것이다.

초보자를 위한 잡지

미국 출장가서 본 것 제 2 탄. 비행기를 갈아타다가 시간이 남아서 서점에 들렀다가 'PC Novice' ( 개인용 컴퓨터 초보자 ) 라는 이름의 잡지를 발견했다. 부제는 '쉬운 영어로 씌어진 컴퓨터 잡지' 였다. 내용은 초보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관련 기술 소개, 질문과 응답 등 다양하게 꾸며져 있었다. 내용을 읽으면서 우선 느낀 것은 정말 '쉬운 영어'로 씌어졌다는 점이었다. 사실 개인용 컴퓨터 분야의 유명한 잡지 ( 외국잡지나 국내잡지를 통틀어 )를 읽다보면 초보자들이 건질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다는 점이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사귀기에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종류의 잡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컴팩을 살 수 있다

얼마전에 컴팩의 회장이 한국을 다녀갔다. 컴팩은 현재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 위를 기록하는 말하자면 개인용 컴퓨터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다. 이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약간씩 모습을 보이던 컴팩 컴퓨터가 시장에 전면적으로 유통될 것이다. 컴팩 외에도 에이서, 델 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개인용 컴퓨터 광고를 신문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도 대기업 제품 과 대만산의 양대 산맥이 이뤄오던 묘한 균형을 깨고 세계화가 바야흐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컴팩, 에이서, 아이비엠, 델 과 같은 유명 브랜드의 컴퓨터가 약간 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컴퓨터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어쨌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지는 점도 틀림없이 있다. 하지만 어차피 현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기호'를 소비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 컴퓨터의 공세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이트' 에게 일격을 당한 동양맥주가 'OB' 라는 이미지를 되살린 것이나 코카콜라가 예전의 유리병과 같은 모양의 ( 여자 몸매를 본딴 ) 펫트병 콜라를 내놓은 것은 브랜드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위력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는 어떠한가 ?

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