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54

/* (저자 주) 1995년 10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 시절에 이미 앤디 그로브는 컨버전스 네트워크를 얘기했군요. 아직도 우리는 연구중인디... */

창밖으로 보이는 길가에 떨어진 낙엽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버린 가을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한편에서는 거인과 쌍둥이의 플레이오프가 열기를 더해가고 술먹은 국회의원들이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그 중요성 덕분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국정감사가 한참이다. 정부에서는 이른바 효행학생을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받겠다고 한다. 참말로 웃기는 세상이다.

텔레컴 95

요즘 컴퓨터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행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겸 포럼인 『텔레컴 95』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이 행사의 주요내용은 각국의 전화사업자나 전화관련 설비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장비를 전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전화, 팩시밀리, 휴대폰, 삐삐 등의 기존의 전화사업뿐만 아니라 멀티디이어를 전국 또는 전세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가 많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의 개막식에서 인텔사 ( Intel :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 ) 의 회장인 앤드류 그로브가 연설을 했다는 것도 통신사업과 컴퓨터 또는 멀티미디어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와 졌는지를 실감케하는 장면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하나의 통신망에서 전화, 유선 / 무선 방송, 정보통신, 멀티미디어 등을 모두 지원하는 풀 서비스 네트웍 ( Full Service Network ) 이 앞으로 통신망이 지향해야할 방향이다.

2) 월드 와이드 웹 ( WWW : World Wide Web ) 의 등장으로 연구분야에 치우쳐 있던 인터넷 ( Internet ) 이 일반 회사나 가정의 영역까지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3) 컴퓨터가 텔리비젼 기능을 통합하면서 미래 단말기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신문의 광고면을 메우고 있는 멀티미디어 피씨의 인기, 인터넷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 각종 통신망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네티즌의 공동체 등 우리나라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도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추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네트웍으로 연결된 세계의 중심은 ?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세상은 고도의 정보기술에 기반한 네트웍을 통해 연결되고 있다. 물론 네트웍이라고 하는 것이 꼭 정보통신 네트웍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비상연락망도 네트웍이고 학교동창회도 네트웍이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의식도 하나의 네트웍을 형성한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네트웍 위주의 사회는 기존의 사회와는 다른 모습을 갖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 다. 기업 뿐 만 아니라 그외 ( 민간단체를 포함한 ) 다양한 조직에서도 조직변화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간 큰 상사' 얘기는 기존의 위계질서 위주의 조직이 와해되는 하나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충효사상이나 연공서열과 같은 근대사회의 봉건적 잔재들도 그 수명을 다한지 오래다. ( 그래도 여전히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명심보감 운운하는 몽상가들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새로운 조직의 원리에 대하여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세계 4 대 구루 ( guru : 사상적 지도자 ) 의 한 사람이며 일본의 시민정책집단인 '헤이세이 유신회'을 이끌고 있는 오마에 겐이치는 그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 . . 현재는 모두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학습조직'의 개념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지금까지의 기업은 원래 답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사장이 사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답이 있는 것처럼 고객에게 설명하고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 오마에 겐이치 『인터네트와 비즈니스 혁명』 중에서 )

그러면 이러한 학습조직은 기존의 권위가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지금 움직이기 시작한 '퍼스널 컴퓨터를 이은 네트워크' 의 중심에는 반드시 데이터베이스가 있지 않고, 네트워크 자체가 중심이 된다. 네트워크 안에는 처음부터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고, 네트워크 자체가 중심이 된다. 네트워크 안에는 처음부터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이 다.그러나 거기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느냐 ?" 고 여러 사라의 의견을 구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전자 네트워크의 특징이다. ( 오마에 겐이치 『인터네트와 비즈니스 혁명』 중에서 )

역시 세계 4 대 구루 중의 한 사람인 톰 피터스가 흔히 잘 쓰는 말대로 혼돈의 시대에는 '미친년 널뛰듯이 하는' 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답이 정해진 문제만 달달 외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식의 모범생은 이 시대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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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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