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9.07.08 13:55
발표회도 안 갔다온 주제에 뭐라뭐라 하는게 괜히 엉뚱한 소리할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또 애쓴개발자들(음... 발표회 문자 중계를 보니 아는 사람도 나오는 듯. 동명이인이거나)에게 괜히 딴지거는 것 같아서 불편하기도 하고... 그래도 할 말은 하고 넘어갑시다.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다.

(1) 욕봤다.
(2) 쓸모는 없어 보인다.
(3)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좀 풀어서 얘기하자면,

(1) 그저 몇 개의 모듈에 몇 십개의 API를 서로 짝 맞춰서 개발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운영체졔와 호환성을 갖추는 API를 몽땅 구현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무척 난이도가 높은 일이고 이런 정도로 투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2) 완벽하게 호환이 되는 (음... 호환이 된다는 표현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MS 윈도가 있는데 굳이 추가의 운영체제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요? 뭔가 더 좋은 점이 있겠지요. 아마. 더 싸다던가 더 성능이 좋다던가... 그런데 들리는 가격 얘기 등으로 보아 공공 사이트에 강제적으로 납품하는 것 외에는 별로 쓸모가 없어 보입니다.

(3) 저는 티맥스라는 회사를 참 좋게 생각합니다. 소프트웨어만 가지고 이 정도를 이루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직접 운영해보지 않고는 짐작하기도 힘듭니다. 하지만, 이제 궤도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티맥스가 커진 덩치만큼 커진 목소리로 한국의 현재 소프트웨어 시장을 보면서 던지는 메시지는 뭔가요?

MS 윈도는 넘사벽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우리는 MS 윈도만 쓰게 될 것 같다. 그러니 MS 윈도의 그늘에서 사업을 만들어야 된다. 똑같은 얘기를 웹 브라우저에도 적용할 수 있겠죠. ActiveX는 맘에 안들지만 대세고 이는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호환성을 약간 포기하더라도 ActiveX 지원이 중요하다.

저는 아직 가난해서 없지만 애플 아이팟 쓰시는 분들 많죠. 저는 애플의 아이팟이 참으로 대단한 물건 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미국 시장에서는 음악의 유통 방식을 바꾸었으니까요. 합법적인 음반 거래와 불법적인 mp3 유통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합법적인 mp3 유통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실제로 이를 실현했죠.

당분간 티맥스 OS는 공공 기관을 타게팅할 것으로 보입니다. 공공기관의 컴퓨터... 뭐에 씁니까? 문서 편집하고 웹으로 업무 처리하고... 적절한 문서 작성 도구 + 표준을 이해하는 웹 브라우저 + 표준을 따르는 웹 서비스만 있으면 운영체제가 뭔 상관입니까? 아직도 운영체제가 시장의 중심으로 보입니까? 오늘 현재로는 그렇겠죠. 하지만 미래에도 그럴까요?

수백억을 돈을 투자해서라도 달성하고자 하는 그런 열망이 있다면 그 일부라도 할애해서 MS 윈도와 ActiveX의 종속을 벗어날 수 있는 미래를 얘기할 수는 없었을까요?

그런 점에서 저는 티맥스OS 보다는 웹 브라우저와 오피스 제품에 더욱 관심이 있습니다. 만약 이들이 기존의 오피스 도구와 충분한 호환성을 보여주고 기존의 웹 서비스들이 ActiveX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면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생기는 것 아닐까요?

-- 덧붙이는 글 --
/* 오피스 호환과 웹 브라우저 호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오해를 일으킬 수 있어 약간 보완합니다. */

(1) 오피스 호환에 대하여

문서를 서로 호환하게 만드는 것은 문서 포맷이 공개되어 있으므로 충분히 가능하고 바람직한 일입니다. MS Word 가 아래아한글 문서를 읽을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한 것은 양쪽 사용자 모두에게 좋은 일입니다. 개발자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 외에 특별한 마이너스 요인은 없다고 보기 때문에 오피스 호환에 대한 투자는 좋다고 봅니다.

(2) ActiveX 에 대하여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 ActiveX를 쓰는 이유는 두 가지가 복합되어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웹 브라우저에 내장된 (학계와 산업계에서 전세계적으로 인정된) 암호화 알고리즘 말고 국산 암호화 알고리즘을 반드시 은행 거래에 쓰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암호 기술을 구현하는데 있어 ActiveX 외에 다른 방법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다른 방법도 시장에 나오고 있죠) 대부분의 비주얼스튜디오가 이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개발 언어이자 환경인 줄 알고 있는 대부분의 개발자들 덕분에 ActiveX로만 구현되고 있는 것이 다른 이유입니다. (정확한 내막은 모릅니다만) 마이크로소프트도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는 무척 비상식적이고 보안을 침해하는 ActiveX 기술은 그 자체로서 빨리 사라져주는 것이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ActiveX 호환을 선택하고 웹 표준 호환을 일부 포기한 선택은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선택도 아니고 더구나 사라져야 할 ActiveX 의 수명을 연장 하는 것이 일조한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전혀 다른 얘기이지만... 제가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토씨를 제외하고는 모든 문서를 한자로만 썼습니다. 신문에서도 대부분의 기사를 한자로 작성했고 논술 형식의 시험도 한자를 섞어 쓰지 않으면 감점하는 시대였습니다. 한글 전용은 그 때보다 훨씬 이전에 국가가 법적으로 시행하도록 되어 있는 문화정책이었건만 실생활에서는 한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고 한글 전용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 활동을 해도 요지부동이었죠. 그런데...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한자를 입력하려면 속도가 너무 느리니까 한자는 우리 생활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소한 기술의 변화가 문화 생활의 패턴을 바꾸는 것이죠. 만약, 우리가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한글을 입력하는 속도만큼이나 빠른 한자 입력기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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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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