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10.08.18 16:15

컴퓨터가 처음 우리 삶의 어느 부분엔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컴퓨터는 우리 삶을 여러 측면에서 바꾸어 놓았다. 건축학자인 윌리엄 미첼은 컴퓨터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였다[1]. 대부분의 대학은 업무처리를 위하여 컴퓨터를 들여와서 대개 전산 센터라고 부르는 공간에 설치하였다. 그 이름이 상징하듯 전산 센터는 대개 캠퍼스의 중앙에 있었다. 왜냐하면 여러 부서, 여러 연구실에서 수백 수천 장짜리 펀치 카드 꾸러미를 전산 센터에 들고 와서 데이터 처리를 의뢰하고 또 처리된 결과물을 받아가야 했으므로 캠퍼스의 중앙이 가장 합리적인 위치 선택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책상 위에으레 데스크 탑 컴퓨터가 올라가 있던 시절은 또 어땠나? 당연히 전산 센터라는 건물은 사라지고 대신 사무실 환경이 변하기 시작했다. 화면이 번들거리면 안되니까 조명은 어두워지고 (그 바람에 개인 스탠드를 책상에 하나씩 두게 되었다) 창문에 블라인드는 필수품이 되었다.


유선 터미널, 유선 랜의 공급은 책상의 배치를 바꾸었다. 예를 들어, 초창기 이더넷은 대개 굵은 케이블을 썼는데 이건 워낙 굵어서 잘 꺾이지도 않았고 컴퓨터가 놓일 위치에 맞춰 트랜시버를 달아야 하고 케이블 전체 길이의 제약도 있고 해서 책상을 케이블 배치에 맞추는 것이 훨씬 쉬웠고 임의로 책상 배치를 바꾸는 것은 꿈꾸지도 못 할 일이었다. 이러한 제약에서 해방된 것은 UTP 기반의 허브 덕분이었다.


랩탑 컴퓨터의 보급으로 사람들은 공간을 더욱 독창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벤치는 같이 술 마시러 나갈 친구를 꼬시는 곳에서 리포트를 같이 쓰고 (또는 베끼고) 다운로드 받은 예능 프로그램을 같이 보는 곳이라는 새로운 기능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전의 컴퓨터보다 더 강력한 처리 능력과 통신 능력을 내장한 컴퓨터(라고 쓰고 스마트폰이라고 읽는다)를 사람들이 하나씩 들고 다니고 빌딩과 가게가 증강현실을 통해서 컴퓨터로 들어오고 사람들의 관계가 만질 수 있는 실체로 표현될 수 있는 지금 공간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인가? 미첼은 공간이 이제는 사람, 기계, 서비스, 관계 등이 모두 융합된 공간(fusion space)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융합 공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재미난 일들이 즉흥적으로 튀어나오는 곳이다. 한마디로 세상은 즐거운 기회로 가득찬 공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기회를 포착하고 즐기기 좋은 형태로 사람들의 손 안에 쥐어 줄 수 있다면 드디어 우리는 퍼스널 컴퓨팅, 모바일 컴퓨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1] W. J. Mitchell. E-topia. MIT Press Cambridge, MA,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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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