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11.09.27 15:26

지인에게 들은 일화. 한 때 우리나라 미들웨어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T* 라는 회사. (특정 회사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오히려 저는 그 회사가 우리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해낸 독보적인 역할에 경의를 표하는 편입니다. 다만 제가 들었던 일화가 그 회사에 대한 것이었을 뿐) 나름 괜찮은 제품인데 미국가서는 별로 재미를 못 봤단다. 그 이유는 그 회사가 내세운 장점이 "뭐든지 필요한 기능이 있으면 맞춰드립니다"였는데 막상 미국의 갑들은 그런 식의 제안에 익숙지 않았던 것. 즉, 한국의 소프트웨어 영업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고객 맞춤 서비스는 미국 시장에서는 별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

 

왜 그럴까?

 

(내가 미국 안 살아봐서 잘 모르지만) 미국 시장에서 사이트마다 쫓아다니며 커스터마이징 하다가는 교통비 때문에 프로젝트비가 치솟을 것이고 그래가지고는 회사가 유지가 안될 터이니 아마 전화로 응대하면서 "다음 버전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도가 최대의 고객 맞춤 서비스가 될 것이다. 만약 커스터마이징을 요구하는 고객이 있어도 무시해도 된다. 왜냐하면 그런 것을 요구하지 않는 고객에 팔면 되니까. (시장이 크다는 것이 미국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서는 내수 시장이 작다보니 어디 한 사이트도 무시할 수 없다. 다행히(ㅠㅠ) 모든 갑들이 어차피 서울에 다 몰려 있으니 (뭐 지방에 있다고 해도 승용차로 쎄려 밟으면 두세시간 안에 다 갈 수 있으니) 커스터마이징의 부담이 작은데다 커스터마이징이라는 명목으로 개발자 파견해서 그 몫으로 몇 푼이라도 더 받아야 회사가 유지되니 (원래 패키지 소프트웨어는 거의 모두 불법으로 거의 공짜로 써왔다는 역사적 배경을 기억하라) 공급자들도 커스터마이징을 피할 수 없었다. 게다가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직원들 기술도 업그레이드 하고 심지어는 패키지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이트 요구에 맞춰 턱 좀 깎아주고 눈썹 밀고 문신하고 복부 지방 좀 뽑고 다리뼈 늘리고 하다보면 어느 순간 소스는 걸레가 되어 있고 수많은 소스 브랜치는 통제 불능에 빠진다. 엄청나게 탁월한 아키텍트가 있어 전체 아키텍쳐를 흔들리지 않게 끌고 가면서 모든 브랜치를 다음 버전에서 이쁘게 메인 트렁크로 끌어올 수 있다면 다행인데 그런 아키텍트는 흔하지 않고 결국 회사는 "기능이 들어가면 갈 수록 프로그램 크기는 점점 무거워지고 버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소프트웨어를 갖게 되고 문을 닫을 수 밖에.

 

한국적 토양이 낳은 비극이랄까.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신묘군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