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럽게 얘기한다 2011.09.27 15:41
(글쓴이 주 -- 페이스북에서 주고 받은 대화에서 내가 발언한 부분만 발췌하여 편집함. 글에 포함된 각종 과학적 진술의 정확성은 전혀 보장되지 않으니 너무 시리어스하게 읽지 말 것.)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자신을 최대한 분산 복제하는 것이 가장 유용한 생존전략이므로 (토렌트로 정보를 뿌려서 미 정보당국의 침탈을 피한 위키리크스와 같은 전략) 생물을 조종하여 후손을 많이 생산하도록하는 동시에 자의식(특히 자기애)를 주입하여 생물이 후손을 퍼뜨리기 전에 자살하는 것을 막는다.
 
우리의 자의식은 이런 유전자의 전략이 빚은 허상일뿐 애초에 너와 나, 여기와 저기, 어제와 오늘과 내일은 없고 전우주는 하나의 유기체로 다차원의 공간에 "흐르고 있을 뿐"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끔 느끼는 공허함은 유전자가 심어준 자의식(즉 매트릭스)의 버그와 인간이 달성한 높은 관찰력을 달성 덕분에 힐끗 관찰한 우리의 실체다.

사람들은 정신 또는 의식에 뭔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곤 하지만 의식은 육체와 분리된 현상이 아니다. 의식이란 단백질로 구성된 회로가 빚는 전기현상일 뿐이고 그 단백질은 유전자가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의식이라는게 무척 신기해서 그저 단백질의 농간이라고 하면 믿기 어렵지만 예컨대 인공생명(artificial life) 연구에서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의식이라는게 없는 가짜 생명체도 흡사 생명체처럼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근본을 돌아가서 그러한 단백질이 있게 한 우주 그 자체는 의식을 갖고 있는가? 또는 좀 더 환원해서 (우리) 우주를 구성하는 근본 원리(예를 들어, 물리학에서는 세상에 네 가지 힘 인력/전자기력/강력/약력이 있다고 하는데 애시당초 왜 그런 힘이 그렇게 동작하는가?)는 무엇이고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는가? 등의 질문은 중요한 질문이긴 한데 그 질문에 답하기엔 아직 인류의 과학 발달이 충분하지 않다. 
 
‎1년여 전에 호킹의 주장이 세상을 떠들썩하게한 적이 있는데 호킹의 주장은 신이 있다 없다가 아니라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신의 역할(세상을 창조하고 온갖 동식물을 빚는 것)을 누군가 하긴 해야 하지만 그게 신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었다. 비가 내리는데 신이 위에서 물조리로 뿌려도 되지만 그냥 구름 속 물덩어리가 뭉쳐져서 떨어져도 되는 것이다. 즉, 비를 내리기 위해 신을 발명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물리학의 기본 법칙만 가지고 신의 역할은 다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 기본 법칙은 왜 그러한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그 기본 법칙이 곧 신이다 라거나 그 기본 법칙을 신이 만든거다 라고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걸 신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의 과학이 아무리 발전하더라고 끝내 관찰할 수 없는 진실이 있는게 아닌가 라는 질문과 같다. 아마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우주의 끝 같은 것 말이다. 우리 우주는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서로 서로 멀어지고 있다. (풍선에 파리 두 마리가 앉아 있는데 풍선을 불면 서로 멀어지는것과 같다.) 멀어지는 속도는 서로 멀수록 더 빠르다. 그러므로 충분히 먼 두 별은 서로 멀어지는 속도가 빛의 속도 만큼 빨라진다. 그래서 서로 볼 수가 없게된다. 인력도 빛의 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에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 끌어당기는 힘도 미치지 않는다. (하나의 우주 안에서는) 어떤 정보도 빛 보다 빨리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우주 즉 multi-verse 에서는 좀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있겠지만) 그 별의 존재를 인지할 방법이 없다. 볼 수도 없고 어떤 식으로도 인지할 수 없는 그 별은 있는건가 없는건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지만 다르게 보자면 있으면 어쩔건데? 어차피 서로 상관할 수 없는데? 라는 질문도 던질 수 있다. 우리의 관찰 영역 외에 신의 섭리가 있을 수 있지만 없다시피한 그 별들처럼 우리랑 상관 없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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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