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얘기한다 2012.04.25 11:14
세상은 항상 둘로 나눌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못 먹는 것 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람을 나누는 방법도 가지가지지만 회의주의자와 낙관주의자로 나눠볼 수 있다.

회사에서 회의주의는 금기다. 그런 점에서 나같은 근본적 회의주의자는 회사 직원으로서는 빵점이다. 회사에서 회의에 들어가보면 늘 낙관주의자 넘쳐난다. 안되는게 어딨냐. 끝까지 되도록 만들어라. 그런데 막상 쫄다구끼리 모여서 얘기하는 걸 들어보면 회의주의가 팽배하다.

심지어는 서점가도 한 때는 (지금도?) 낙관주의로 넘쳤다. 예컨대, 씨크릿 류의 주장이 여기에 속한다. 될 것이라는 굳게 믿으면 된단다. 아멘. 그렇게만 되면 얼마나 좋겠냐? 하지만 이 말 자체가 자가당착이다. 예를 들어, "굳게 믿어도 안되는 일이 있다"고 굳게 믿으면 그건 이뤄지나 안 이뤄지나? 이뤄졌다는 것과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가능한가? 죽은 괴델을 살려내야 되는건가?

끝까지 노력해서 달성하는 것은 인생의 목표라던가 뭐 그런 것을 위해서라면 좋은 자세다. 그런 것이라면 나도 낙관주의자가 되고 싶고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 일에서 낙관주의란 무엇인가? 잘못된 계획을 밀어붙이면 안 될일이 되나? 되긴 되겠지 언젠가. 하지만 차라리 물러서서 계획을 수정해서 다시 시작하거나 또는 안되었을 경우를 대비해서 Plan B를 준비한 것 보다 좋다고 할 수 있나? 하긴 그런 걸 생각하면 낙관주의자가 아니겠지.

그런데 재밌는 것은 회사에서는 직위가 위로 올라갈 수록 낙관주의자가 많다는 점이다. 이는 최소한 두 가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1. 적자생존. 낙관주의자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좋은 형질이다. 아무리 상황이 어려워도 낙관적으로 뚫고 나가기 때문에 더 잘 버틴다.

2. 롤플레이. 원래 아랫사람의 역할은 회의주의 윗사람의 역할은 낙관주의다. 일을 시키는 사람은 (자기도 근거는 없지만) 될 거라고 생각하고 밀어부치기 마련이고 막상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은 안되었을 때의 부담을 생각해야 되니 최대한 회의주의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보겠습니만..."

나는 후자의 해석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부서원들을 데리고 회의를 하다보면 제일 낙관적인 내가 상사와 얘기할 때는 거의 예외없이 회의주의로 빠진다. 

그런데 높은 분들은 전자의 해석을 지지한다. 그러니까 높은 분들의 눈에 들고 싶으면 나도 전자를 "믿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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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