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럽게 얘기한다 2012.11.30 13:32

학교를 다닐 때는 늘 공부 잘 하는 친구, 운동 잘 하는 친구를 부러워 하며 살았다. 회사에 취직해서는 진급에 탈락하지 않고 쭉쭉 올라가는 동기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해서 큰 돈을 벌었다는 동창 소식에 초라함을 느꼈다.

마눌님은 약국을 늘 후미진 곳에 열었다. 번화한 곳의 약국은 임대료며 권리금이 너무 쎄서 우리 깜냥으론 감당이 안되는 탓일게다.

마눌님의 따뜻한 심성 덕분에 후미진 약국은 (돈은 안되는) 후줄근한 손님들로 북적였다. 손님들은 어디가서 하소연할 길 없는 인생사 굽이굽이를 약국 쇼파에 앉아 늘어놓곤했다. 한 때 서울의 제일 큰 백화점을 인수할 뻔 했다는 노신사, 생계형 조폭 아들이 지극 효성으로 모신다는 노모, 어색한 우리말을 쓰는 새터민 새댁... 

낡은 시영 아파트 앞 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후줄근한 사람들은 그냥 "집합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또는 그저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하나하나가 따로따로 빛나는 보석을 가슴에 품고산다. 원석의 풋풋함도 잘나갈 번 했던 시절의 영광도 이제는 가뭇없지만 평생을 갈고 다듬은 보석 하나하나는 누가 감히 뭐라할 수 없는 존엄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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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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