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08

/* (저자 주) 1994년 10월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지난달에는 컴퓨터가 걸리는 병인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달에는 컴퓨터를 씀으로서 사람이 걸리는 병에 대 해 알아보기로 하자. 컴퓨터가 일반 사무실에서 널리 쓰이게 됨에 따라 많은 사무직 노동자의 작업 형식을 바꾸었고 그 결과로 전에는 없는 병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컴퓨터 사용과 관련하여 가장 널리 알려진 병명은 경견완증후군(무슨 말이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쨌든 영어로는 cervico brachial pain syndrome 이라고 쓴다. cervico 는 목, brachi al 은 팔을 가리키는 말이다.)이다. 이 병은 잘못된 자세로 특히, 손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계속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면 반복적인 자극이 어깨와 팔꿈치 관절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심하면 허리 통증으로까지 발전하는 병이다. 이렇게 반복적인 자극에 의한 부상을 통칭하여서 알에스 아이 ( RSI : repetitive strain injuries 반복성 좌상 손상 ) 라고 부른다. 알에스아이에 속하는 병으로는 수근터널증후군 ( carpal tunnel syndrome ), 건염 ( tendinitis ), 건초염 ( ten osynovitis ) 등이 있다. 경견완증후군의 경우에는 산업재해로 인정되기 때문에 컴퓨터 키보드나 키 편치를 많이 해서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을 그나마 보상을 받고 있는 편이다.

최근 들어서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병은 브이디티 ( VDT ) 증후군이다. 브이디티라는 것은 화면표시 터미널 ( Video Display Terminal ) 의 약자로서 텔레비전같이 생긴 모니터를 이용해서 자료를 보고 키보드로 입력하는 가장 일반적인 터미널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전에는 ( 20년쯤 전에는 ) 모니터 화면 대신에 텔렉스 비슷하게 생긴 텔레타이프 터미널을 사용했는데 그 터미널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가장 널리 쓰이게 된 터미널이 바로 브이디티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급속도로 일반화된 개인용 컴퓨터도 이 브이디티와 마찬가지로 모니터와 키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 병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브이디 티 증후군의 증세에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두통, 눈의 통증, 팔·다리·어깨·손목 등의 통증, 피로, 불면, 소화불량 등이 있 다.

브이디티 증후군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하나는 키보드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화면 ( 모니터 ) 를 사용하는 방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병의 예방법을 잠시 알아보고 넘어가자. ( 1992년 6월 4 일자 한겨레신문에서 재인용 )

브이디티 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

조명

어두운 배경에 밝은 문자로 표시되는 화면을 사용할 경우 서류에 대한 조명은 일반 사무실 조명보다 약간 어둡게 한다. 밝은 배 경에 어두운 문자로 표시되는 화면을 사용할 경우 보고 있는 사로도 같이 밝게 한다. 주변이 어두우면 입력용 서류를 위한 보조 등을 사용한다.

화면밝기

밝은 화면의 밝기는 입력용 서류의 밝기와 비슷하게 조정한다. 어두운 화면에서는 '문자는 획이 번져 보이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밝게', '문자와 배경 밝기 차이는 크게', '눈에 편하게' 조정한다. 주변이 밝으면 화면도 밝게, 주변이 어두우면 화면도 어둡게 조정한다. 화면과 보안경 사이에 낀 먼지를 없앤다.

성가신 빛

직사광선 또는 반사광선이 눈에 들지 않도록 작업대를 배치한다. 위치 조정이 불가능할 경우 커튼이나 차광망으로 외광을 조절 한다. 화면을 천장 쪽으로 향하게 하지 않는다. 보안경을 붙인다. 화면 주위에 빛 가리개를 붙인다. 조명등을 가리는 반투명 차 양이나 칸막이를 설치한다.

기기배치

화면 상단은 눈 높이에 맞춘다. 모니터는 앉은 자세에서 팔을 뻗어 손끝 부근에 오도록 배치한다. 화면과 서류 받침대는 되도록 가깝게 배치한다. 키보드는 이를 조작하는 손이나 손목 또는 팔의 일부를 작업면에 지지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작업자세

자연스럽게 정면을 쳐다본다. 윗몸은 힘을 빼고 등받이에 기댄다. 허리부분을 충분히 받쳐주도록 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 위팔 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다. 위팔과 앞팔 사이의 각도는 90도 안팎을 유지한다. 앞팔, 손목, 손을 자연스럽게 일직선을 유지한다. 손, 손목, 팔의 일부를 작업면에 지지되도록 한다. 앉은 면 앞 가장자리가 오금이나 대퇴부를 누르지 않도록 한다. 발은 바닥이 나 발받침에 완전히 댄다.

의자높이

높이 조정이 불가능한 작업대 또는 기존 사무용 책상 위에 키보드를 놓고 사용하는 경우 작업면 높이에 맞추어 의자 앉은 면 높 이를 조정하고 발이 바닥에 완전히 닿지 않으면 발받침을 이용한다. 높이 조정이 되는 작업대를 사용할 경우 의자 앉는 면의 높 이는 사용자의 오금과 구두 뒷굽 높이에 맞춘다.

피로방지

눈이 피로해지면 사무실 한편의 먼 곳 또는 창밖에 먼 곳을 본다. 화면 표시색으로 적색이나 청색은 피한다. 간단한 체조로 긴 장된 몸을 푼다. 이중 초점 안경을 사용하지 않는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문제는 키보드와 화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서 제대 로 쓰이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으로는 보안경이 있다. 보안경의 종류도 다양해서 유리, 플라스틱, 망사 등을 사용한 보안경이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보안경 사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지가 끼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점이다 . 원래 모니터는 강력한 정전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유난히도 먼지가 많이 낀다. 따라서 보안경을 쓰던 안 쓰던 간에 먼지를 열 심히 닦아서 난반사에 따른 눈의 피로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보안경을 낀 채 먼지를 열심히 안 닦으면 그냥 모니터 면에 붙는 것보다 최대 3배 ( 붙을 수 있는 면이 1에서 3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 의 먼지가 더 붙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 다음에 많이 쓰이는 것으로는 뉴X랄 등의 전자파 차단 장치이다. 일부에서는 선인장이 전자파를 없애준다고 하여 선인장을 모니터 위에 올려놓고 쓰기도 한다. 이런 장치의 효능을 따지기에 앞서서 이 전자파의 정체부터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도 모니터 또는 컴퓨터가 내놓는 전자파의 정체나 그 영향에 대하여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작년엔가 있었던 광과민성 발작증세 ( 닌텐도 게임기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증세 ) 사건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모니터 안에 있는 수직편향시스템에서 100 Hz ( 헤르츠 ) 이하의 매우 낮은 주파수의 자기파(이 자기장의 이름은 매우 낮은 주파수의 자기장이라는 뜻에서 extremely low frequency m agnetic field ( 줄여서, ELF magnetic field ) 라고 부른다.) 가 나오고 이것이 문제의 원인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독일, 영국, 국제방사보호협회 ( International Radiation Protection Association ) 에서는 모니터에서 30cm 떨어진 곳에서 자기장이 1.0 μT ( 마이크로 테슬라 ) 이하로 규정하고 있고 스웨덴에서는 0.2μT 이하고 규정하였고, 미국은 아직 규정이 없다 .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모니터는 정면에서는 76cm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0.2μT가 나오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에서 쓰지 만 않으면 된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할만한 것은 모니터의 옆이나 뒤쪽으로는 122cm 떨어진 곳이라야 0.2μT 이하고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즉, 정작 모니터를 쓰는 사람보다 옆이나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더 위험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니터가 여러 대 있는 사무실에서는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조명과 모니터의 밝기 조정도 중요한 문제이다. 화면이나 보안경에 내 얼굴이 비친다면 빵점이다. 직사광선이나 반사광선이 강 하게 들어온다는 증거인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눈이 피로해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개는 모니터를 너무 밝게 해놓고 쓰는 경 우가 많은데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 안에서 어둡게 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는 키보드로 넘어가보자. 키보드에 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키보드와 손의 상대적인 높이의 문제일 것이다. 앞의 기사에 서도 살펴보았듯이 팔의 일부를 어디엔가 대고 키보드 위에 손끝이 자연스럽게 닿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키보드가 놓인 탁자가 낮거나 의자가 높아야 한다. 대개 사무실용 책상이나 공부방에 있는 책상은 키보드를 올려놓기에는 너무 높다. 그러므로 컴퓨터용 가구를 쓰지 않는 경우에는 의자를 충분히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팔의 일부를 어디엔가 대야되는데 이를 위해서 최근 에는 암레스트 ( arm rest ) 라고 해서 손목을 올려놓고 쉴 수 있게 키보드에 대로 쓰는 부드러운 받침대를 쓰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컴퓨터용 가구에 있는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컴퓨터용 의자는 팔걸이의 위치를 마음대로 조절하여 팔을 편안히 올려놓고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있다. ( 돈이 있는 사람들은 사서 쓸만하다. )

키보드에 관련하여 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좋은 키보드를 애초에 사야된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대부분의 키보드가 썩 좋게 나오지만 아직도 촉감이 나쁜 키보드도 시장에 있다. 컴퓨터를 많이 써본 사람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키보드는 꼭 촉감이 좋 은 것을 골라야 한다. 키보드의 촉감이 좋다고 하는 것은 키를 누를 때 너무 딱딱거리지도 말아야 하고 솜을 누르는 듯 눌렀는지 말았는지 구분이 안되는 것도 안 좋다. 가장 좋은 키보드는 내가 눌렀다고 생각했을 때는 꼭 눌리고 그냥 손만 대서는 눌리지 않는 키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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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