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1 13:03

/* (저자 주) 1994년 8월에 모 잡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딴 데서는 볼 수도 없으니 내 블로그에라도 남겨둬야지요. ㅎㅎ */

대부분의 사용자가 가장 널리 사용하는 컴퓨터 입력장치는 키보드이다. 어떤 사람은 자판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키보드라고 하 나 한자말로 자판이라고하나 그게 그거라서 나는 키보드라는 말을 더 즐겨쓴다. 그런데 키보드라는 말에는 건반악기라는 뜻도 있 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키보드라는 말은 키 ( key ) 와 보드 ( board ) 라는 말이 결합된 것이다. 즉, 글쇠가 쭉 놓여있는 판자라는 뜻이렸다. 그러니 키보드에는 100개가 넘는 글쇠가 달려있다. 오늘은 이들 글쇠의 이름에 얽힌 얘기를 해보겠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키보드는 101키보드 ( 키가 101개 달려있는 키보드 ) 이다. 한/영, 한자 글쇠가 더 붙어서 103키가 된 것도 있다. 언젠가 한글 키보드가 나온다는 기사가 신문에 난 적이 있었는데 도대체 '한글'키보드가 뭔가 하고 궁금해다가 실물 을 보고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글쇠에다가 한글로 그 글쇠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이다. F1, F2 등의 기능 글쇠 ( function key ) 를 기능1, 기능2 따위로 번역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Ctrl, Alt, Shift 를 조정, 변경, 변환으로 번역한 것은 아쉬운 점이 없 지 않았다. PgUp, PgDn 은 쪽올림, 쪽내림으로 한 것은 좋았지만 바로 아래에 있는 Ins, Del 을 삽입, 삭제로 한 것은 넣기, 빼 기 ( 또는 지우기 ) 로 해야 짝이 맞을 것이다. 한글 키보드 얘기는 그만하고 글쇠하나에 붙은 이름을 얘기하자.

가장 많이 쓰는 글쇠는 아마 스페이스 바 ( space bar ) 일 것이다. 많이 쓰이는 만큼 차지하는 면적도 일등이다. 하지만 아이 비엠 ( IBM ) 에서 나온 키보드중에는 이 스페이스 바를 다섯쪽으로 쪼개서 쓰기 곤란하게 만들어 놓았다. 자기들 딴에는 잘한다 고 한 일인데 막상 쓰려고하면 정내미가 뚝 떨어진다. 한글 키보에에서도 스페이스 바 옆에 한/영, 한자 글쇠를 넣어서 Alt, Ctr l 글쇠의 위치가 양쪽으로 밀려나가서 쓰기가 아주 성가신데 도데체 누가 키보드 갖고 장난치냐 ? 욕은 그만하고 스페이스 바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보자. 빈칸 ( space ) 을 입력하는 막대 ( bar ) 라는 뜻이다. 이 글쇠를 문화부의 [전산기 용어 순화자료]에 서는 사이띄개라고 고쳐놓고 있다. 참 고운 말이다.
스페이스 바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글쇠는 엔터 ( Enter ) 글쇠다. 한때는 리턴키 ( return key ) 라고 불렀는데 이는 타자기에 있는 롤러를 캐리지라고 부르는데 이 캐리지를 처음 위치로 되돌리는 기능을 하는 글쇠라는 뜻에서 캐리지 리턴키 ( carriege r eturn key ) 라고 부르던 것이 줄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엔터'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리턴키'라고 부르는 사람 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보통 글자를 입력하는 글쇠부분에서 가장 윗줄은 숫자와 몇가지 기호를 입력하는데 쓰인다. 그중 맨 왼쪽에 있는 것은 ( 내가 지금 쓰고 있는 키보드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 물결표시 ( ~ ) 와 역따옴표 ( ` ) 가 그려진 글쇠이다. 영어로는 각각 틸드 ( tilde ), 백쿼우트 ( back quote ) 라고 부른다. 그 다음에는 숫자 1과 느낌표 ( ! ) 를 입력하 는 글쇠이다.

그 다음은 숫자 2와 단가표시 ( @ ) 를 입력하는 글쇠이다. 단가표시 ( @ ) 에는 다른 이름이 많다. 우선 영어로는 앳 사인 ( a t sign ) 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용자는 이 표시를 '골뱅이'라고 부른다. 아마 배배꼬인 모양때문일 것이다. 내 친구중에는 이를 '염소대가리'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다. 가운데 작은 동그라미는 얼굴이고 그 바깥에 있는 곡선은 뿔인 모양이다. 그런데 얼마전 에 이영식 교수님은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에서 이 표시를 '달팽이 표시'라고 한 적이 있다. 당신은 이 표시에 어떤 이름을 붙 여볼 수 있을까 ?

숫자 3과 같이 있는 기호는 사프 ( # sharp ) 표시이다. 학교 다닐때 음악시간에 배운게 여기에 나오다니. 그 다음은 숫자 4와 같이 있는 미국돈표시 ( $ ) 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달러' 라고 부르지 않고 '딸러' 또는 '딸라' 라고 부른다. 아마 각 박해진 세상덕분에 모든 말이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딸라'라는 말에는 문제가 있다. 자꾸 듣다보면 '딸 낳아'라고 들린다. 그래서 컴퓨터하는 사람들이 딸만 낳나 ? 내가 딸 쌍동이를 낳은 것도 '딸라' 표시 덕분인 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은 퍼센트 표시이고 그 다음은 삿갓 표시 ( ^ ) 이다. 물론 유식한 사람들은 탈자표시 ( 글자가 빠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편집 기호 ) 라고 한다. 영어로는 캐럿 ( caret, 당근 carrot 과 발음이 같다 ) 이라고 부른다. 그 다음에 있는 앰퍼샌드 기호 ( & ) 는 의외로 정확한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냥 '그거' 또는 '시프트7' 이라고 부르기 쉽다. 이 기호는 영어문화권 에서 '그리고' 즉 앤드 ( and ) 를 상징하는 기호로 사용한다. 이 기호에서 한가지 주의할 사항은 필기체 대문자 에스 ( S ) 와 는 돌아가는 방향이 반대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다.

그 다음은 별표 ( * ) 다. 영어로는 애스터리스크 ( asterisk ) 라고 부른다. 그런데 '*' 표시를 과연 별표라고 부르는 것이 맞 는가 라는게 나의 의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별을 다리가 다섯개 달린 모양 (☆) 으로 표시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사람 은 '눈표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눈의 결정모양이 이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를 발전시켜 '백설표'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 이는 특정회사를 선전해주는 꼴이라서 왠지 마음에 걸린다. 더 좋은 이름이 나오기 바란다.

그 다음에는 왼쪽 괄호, 오른쪽 괄호가 나오고 그 다음에는 빼기표시 (-) 와 밑줄표시 (_) 가 나온다. 밑줄표시를 영어로는 언 더라인 ( underline ) 또는 언더스코어 ( underscore ) 라고 부른다. 그 다음에는 등호 (=) 와 덧셈기호 (+) 가 나온다.

그 다음에 있는 글쇠에는 놀랍게도 세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위에는 수직선 ( | vertical bar ) 가 있고 그 아래로는 백슬래 시 ( \ backslash ) 와 돈표시 ( ₩ ) 가 그려져 있다. 그래서 이 글쇠를 누르면 어떤 경우에는 백슬래시가 나오고 어떤 경우에 는 돈표시가 나와서 상당히 혼동스럽다.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들어올 때 우리 돈표시를 어디에다 할 까 고민하다가 아마 그 자리 에 넣은 모양인데 /* (저자 주) 다시 생각해보니 일본에서도 같은 키에 엔화 표시를 넣고 있는 것으로보아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네요 */ 지금와서 보면 골치아프게 되었다. 도스에서는 디렉토리를 구분하는 표시로 백슬래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척 보기 싫은 모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C:\USER\SCRIPT\HEI9.HWP 라고 해야될 것을 C:₩USER₩SCRIPT₩HEI9.HWP 라고 하 니 여간 흉한 것이 아니다.

그 아래로 보이는 글쇠에는 대괄호 ( [ ] ) 와 중괄호 ( { } ) 가 있다. 중괄호를 어떤 사람들은 집합기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아래로는 콜론( : colon ) 과 세미콜론( ; semicolon ) 이 있는데 의외로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더라도 적당히 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 옆으로는 따옴표 ( ' ) 와 겹따옴표 ( " ) 가 있다.

밑으로 더 내려오면 물음표 ( ? ) 와 슬래시 ( / slash ) 가 그려진 글쇠가 있다. 슬래시를 슬러시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있는데 슬러시 ( slush ) 는 24시간 편의점에서 파는 얼음과자의 이름이다. 원래 슬러시의 뜻은 '녹기 시작한 눈'이다. 막간을 활용해 서 한마디만 하자. 24시간 편의점에서 이런 과자를 팔 때는 꼭 16온스, 24온스 이런 식으로 꼭 온스 단위의 종이컵에 담아 파는 데 여간 불만이 아니다. 도대체 1온스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꼭 온스 단위로 팔아야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 다. 우리가 척관법을 버리고 미터법을 쓰기로 한 지도 꽤 오래지나서 이제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미터법이 통용되고 있는 이 마당에 웬 온스 ?

어쨌든 다시 키보드로 돌아와서 옆으로 가보면 작다(<), 크다(>), 쉼표(,), 마침표(.)가 그려진 글쇠가 있다. 작다/크다 기호를 각괄호 ( 각진 괄호 ) 라고 부르기도 한다. 왜냐하면 '작다'고 하면 앞엣것이 뒤엣것보다 작다는 얘기인지 뒤엣것이 앞엣 것보다 작다는 얘기인지 얼른 모르기 때문이다.

그외 키보드에 붙어있는 글쇠중에 캡스락 ( Caps Lock ) 글쇠가 있다. 이 글쇠를 누르면 오른편에 있는 캡스락이라고 씌어있는 곳에 불이 들어온다. 이는 타자기로 영어를 입력할 때 대문자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시프트 ( shift ) 글쇠를 누른채 영문자 글쇠 를 눌러야하는데 대문자 여러개를 연속으로 입력하는 경우에는 시프트 글쇠를 계속 누르고 있는 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시프트를 누른 것처럼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타자기와는 달리 컴퓨터용 키보드는 워낙 부드럽기 때 문에 굳이 캡스락을 써야할 이유가 없다. 물론 두손을 사용할 수 없는 신체부자유자나 한손에 뭔가를 들고 자판을 쳐야하는 경우 에는 필요하긴 하다. 그런데 여기서 심리적인 문제가 생긴다. 캡스락이 눌린 상태에서 한글을 입력하면 시프트가 눌린 것 처럼 처리해야하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이다. 즉, 캡스락을 누른 상태에서 '뱃'자를 입력하면 '뺐'이라고 입력된다. 캡스락은 대문자 ( capitals ) 로 고정하는 ( lock ) 글쇠이기 때문에 한글입력에는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고 따라서 캡스락 상태에 무관하게 한글 입력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캡스락은 시프트를 누르고 다른 글쇠를 치는 불편을 덜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한글입 력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것이 옳은 주장일까 ? 여러분의 판단에 맡겨본다. ( 참고로 나는 앞 의 주장 '캡스락은 영문대문자 고정 글쇠일 뿐이다'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아래아한글도 그렇게 되어있다. /* (저자 주) 지금 확인해보니 아래아한글 2002 버전과 엠에스 워드 2003 버전에서도 이런 관행은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1994년의 나의 생각은 옳았다는 얘기네요. 흠흠 */ )

오늘 얘기에 마지막으로 도마에 오를 글쇠는 Alt 글쇠이다. 이 글쇠 만큼 다양한 발음으로 불리는 글쇠도 없을 것이다. '올트키 '라고 부르는 사람이 제일 많다. 그외에도 '알트키', '알터키', '앨트키', '올터키' 등 다양하다. 영문표기인 Alt는 아마 '번갈 아'의 뜻을 가진 alternate ( 올터니트 또는 앨터니트 라고 읽는다 ) 를 줄인 듯하다. 줄인 단어이니 어떻게 읽던 사실 관계없기 도 하다. 언젠가 미국사람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어쨌든 미국사람들이 어떻게 읽던 우리는 우리식의 이름을 붙여야 할 것인데 글 쎄 이른바 '한글'키보드에 붙어있는 '변경'이라는 이름은 왠지 정이 안간다. 더 좋은 이름 없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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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