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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12 :: 신정아를 위한 변명 (46)
세상을 얘기한다 2007.07.12 10:38
우선 사건 요약부터.

유명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였으며 명문 예일대학의 박사학위까지 받은 사람이 동국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되었고 뒤이어 광주 비엔날레의 감독자리까지 앉게되었다. 하지만 박사 학위의 진위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알고보니 학사/석사/박사 학위 모두 가짜란다.

어떤 네티즌들은 그를 제2의 황우석이라고 한다. 거짓말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자신의 명성을 쌓았다는 점에서 전혀 말이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해외 저널에 결과가 조작된 논문을 싣고 아직은 실용화가 한참 먼 (또는 가능성이 높지만은 않은) 기술을 당장 불치병 환자를 구하고 한국의 장미빛 미래를 책임질 연구로 부풀린 황우석에 비길 바는 못된다. 나는 오히려 신정아 교수 사건을 "가짜 명품" 사건으로 보고 싶다.

가짜 명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변호하고 싶은 생각은 눈꼽 만치도 없지만 가짜 명품이 가능하게 되는 또는 그 근본적으로는 가짜 명품을 강요하는 메커니즘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1) 가짜 명품을 가능케 하는 메커니즘이란 뭔가?  그건 간판지상주의다.

명품을 소유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제품이 가진 실용성이나 가치보다는 그 제품의 이름이 가진 명성을 원한다. 그것이 단지 프라다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흔히 짝퉁 제품을 적발한 뉴스에서 흔히 등장하는 "전문가가 아니면 진품과 구별할 수 없는 짝퉁"이라는 표현은 짝퉁도 그 모양과 기능면에서는 명품 못지 않다는 방증이다. "기호"를 소비하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기능이 아니라 허울을 좇아가는 한 가짜 명품은 영원하다.

이번 사건으로 돌아오자. 우리 대학들을 돌아보라. 자기 학교 출신 박사를 교수로 임용하는 대신 외국 박사를 교수 자리에 앉힌다. "자기도 뽑아 쓰지 않을 박사를 누구보고 뽑으라고 졸업시키냔 말이다". (어~ 얘기가 딴데로 샐라고 한다. 조심!!!) 교수 임용 과정에선 "외국 박사"라는 간판이 가장 결정적으로 눈을 흐린다. 동국대도 아마 화려한 경력에다가 외국 명문대의 박사 학위를 가진 재원을 교수로 뽑는다는 것에 눈이 흐려져서 제대로 검증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대학이 정말 교수로서 좋은 자질을 가진 사람을 뽑는데 관심이 있었다면 지원자가 단지 외국 명문 대학의 박사라는 것에 현혹되지 않았을 것이다. 또는 정말 대학교수로서 자질이 있었다면 지원자의 학위를 중요하게 생각지 않았을 것이다.

공부가 아니라 간판따려고 대학 들어 가는 학생들 vs. 간판만 보고 자질 없는 교수를 뽑는 대학. 이 악순환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인가?

(2) 가짜 명품을 강요하는 메커니즘이란 뭔가? 그것도 간판지상주의다.

사실 오늘 얘기의 본론은 여기부터다. 우선 관련 기사부터. (링크 -->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15&article_id=0000349248&section_id=102&menu_id=102) 기사의 말미에 이번에 문제가 된 신정아씨의 얘기가 나온다. 음.... 대단한 사람이다. 아마 큐레이터로서는 아주 탁월한 능력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유명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라면 남부럽지 않은 자리 아닌가? 그런데 왜 신정아는 가짜 학위의 수렁에 빠졌을까?

(여기부터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추측입니다.) 혹시 자기 자리에 위험을 느끼지는 않았을까? 나름대로 노력하고 수완을 발휘해서 어렵사리 그 자리까지 올라갔는데 외국서 학위 했다는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뺐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지 않았을까?

자기도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으로 평가 받는 것이 아니라 간판으로 평가를 받고 자신의 부족한 간판이 자신의 지위조차 흔들어 버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하나 둘 거짓말을 하게 만들고 결국 되돌이킬 수 없는 수렁에 빠진 것은 아닐까?

명품 못지 않는 품질의 가방이나 시계를 만들 수 있어도 단지 명품이 아니라서 싸구려로 팔아야 하는 또는 팔데 조차 없는 현실을 생각해본다면 신정아에게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난데 없이 머리를 스치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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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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