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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2.17 :: PD 수첩 "선생님을 돌려주세요" 편
  2. 2008.03.13 :: 요상한 마라톤 (1)
세상을 얘기한다 2008.12.17 22:56
모든 학생들을 성적에 따라 한줄로 줄을 세우는 일제고사. 이 일제고사를 보고 싶지 않은 학생들은 부모님과 상의한 후 시험 대신 수업이나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한 교사들에게 파면과 해직이라는 중징계가 내려졌다.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 황당한 폭거에 대하여 MBC의 PD 수첩에서 "선생님을 돌려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다루었다. (프로그램을 보려면 앞의 링크를 클릭. 강만수 장관의 오럴 해저드를 정리한 꼭지는 뽀나스) 혹시 시간이 없어서 못 보시는 분들을 위해 제일 인상적인 3대 장면을 캡쳐했다.

(1)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인 일제고사를 부활시킨 장본인의 말씀 -- 와 화끈하다. (미안하긴 뭐가 미안한지? 그가 학원으로부터 선거 자금을 받았다죠? 물론 말로는 무이자로 빌렸답니다. 공직자가 이권으로 얽힌 사업자들에게 이자 없이 거액을 빌린 것을 사실의 뇌물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쨌든 일제고사쳐서 전국 몇등인지 다 나오면 애들이 학원 안 가고 배기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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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렇다면 문제를 일으킨 다른 교사들은 어떤 징계를 받았나요? (아무리 심각해도 그냥 몇달 쉬는 정도인데 이번에는 아예 다시는 교직에 설 수 없게 해직/파면을 했으니... 아무리 봐도 형평성을 잃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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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교과서에도 나오는 인간의 자유권을 얘기하면서 왜 학생들 스스로 시험을 거부할 권리를 주지 않는지 그리고 학생이 거부했는데 왜 교사가 교단에서 물러나야 하는지 질문하는 이 초등학생에게 우리는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지요? 누가 그 눈물을 닦아주려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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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세상을 얘기한다 2008.03.13 10:09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이 사람들에게 마라톤은 모두 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손기정, 아베베를 먼저 떠올린다면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이고 황영조가 몬주익 언덕에서 막판 스퍼트로 일본 선수를 따돌리던 장면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무리 젊어도 흰 머리가 삐죽삐죽 나오기 시작하는 연배일터다.

(이후에 나온 울트라 마라톤이나 철인 삼종 때문에 빛이 좀 바래긴 했어도) 인간의 체력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마라톤의 제일 큰 특징은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 순간까지 스퍼트를 하는 선수들의 놀라운 투지 그리고 심지어는 막판에 뒤집히기도 하는 승부 때문일 것이다.

인생은 흔히 마라톤에 비유된다. 그만큼 인생은 길고 여러 간난신고를 겪기 마련이며 엎치락 뒤치락 사연도 많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골인하게 된다. 사회가 급격히 지식사회로 발전하고 산업이 빠른 속도로 변해가면서 학습도 평생 학습에 가까운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성공한 사람들의 뒷 얘기를 듣다보면 공통적으로 자신의 분야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음을 발견하곤한다. 즉, 공부는 평생 꾸준히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평범한 상식에 반하는 일이 너무나도 흔히 벌어진다. 며칠전 전국의 중학생들은 십수년전에 없어진줄 알았던 일제고사라는 홍역을 치렀다. 엊그제는 서울시 의회에서 규제 철폐 차원에서 학원들의 영업시간을 무한정 허용하는 쪽으로 개정을 한댄다.

우리 때는 선생님들이 "고3때 시작하면 늦어 1, 2 학년때부터 국영수라도 기초를 잡아야 돼" 하면서 공부를 시키셨는데 그게 중3때부터 열심히 해서 특목고, 자사고를 가야 하는 것으로 바뀌더니 그나마도 중1때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하고 중1때 그걸 잘하려면 초등학교때 중학교 선행학습은 끝내야 한다고 하고 흐미... 어디까지 내려가려는가?

새로 부임한 서울시 교육감님은 "나라가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경쟁하는 법을 가르쳐줘야 한다."라고 하시며 아이들을 경쟁의 지옥 속으로 밀어 넣는다. 경쟁을 통하여 더욱 높은 학업성취를 보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는 꼭 나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초중고의 경쟁이 더 높은 학업 성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더 높은 석차를 따내기 위한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진중권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이러한 과도한 경쟁 즉 (사교육) 열풍은 "교육의 절대적 질을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 상대적 우위는 결국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것이고 그 발판으로서 더 좋은 특목고/자사고를 가기 위한 것이고 그 발판으로서 더 좋은 중학교 내신을 받기 위한 것이고 그 발판으로서 중학교때 잘 할 수 있게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공부를 미리 하기 위한 것이고 초등학교때 중학교 선행학습을 할 시간을 벌기 위해 초등학교 때 배울 영어와 한자 능력 검증 시험 쯤은 미리 유치원때부터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업 성취도는 좀 올라갔습니까?  OECD가 공개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에 따르면 우리의 학업 성취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런 똘똘한 아이들이 대학에 들어가서는 모두 바보로 변신하는 건지 대학에서는 영 뒤쳐지는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내가 답을 알려주기 전에 다들 알고 있지 않은가?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의 지적은 간단 명료하다.

"대학이 원하는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끝없이 매진할 열정적인 젊은이이지, 줄서기에 노련한 학생이 아니다."

인생이라는 긴 마라톤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또는 마지막 순간까지 스퍼트를 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건가? 아니지 않은가?

지금 우리 아이들의 마라톤은 100 미터를 달릴 때마다 등수를 매기고 처지는 아이들을 버리는 마라톤이다. 페이스 조절이고 작전이고 다 필요 없다. 일단 다음 100 미터에서 순위권 안에 들어야 한다. 한 문제 틀리면 320등으로 밀리는 현재의 선행 교육 열풍과 줄세우기를 보라 그렇지 않은가? 한번 밀리면 끝장이다. 이런 경쟁을 끊임없이 반복한 후에 취업을 하고 본격적인 자아 성취를 할 시기에 도달한 아이들에게 아직도 조금이나마 창의성이 남아 있고 열정이 남아 있다는 것은 그저 인간의 신비일 뿐이다.

제발 애들을 페이스 조절해가면서 뛰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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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