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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7 :: 멜라민, 금융 위기 그리고 광우병
  2. 2008.09.25 :: 금융 위기 또는 신자유주의의 종말 (2)
세상을 얘기한다 2008.09.27 11:33
교양 입문 서적의 베스트 셀러 "철학 에세이"는 "바람이 불면 통장수가 돈을 번다"는 일본의 속담으로 시작한다. 바람이 많이 불면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장님이 늘어나고 장님들은 샤미센(일본 전통 현악기)들고 노래하는 일을 많이한다. 샤미센을 만드는데는 고양이 가죽이 필요하고 고양이를 많이 잡으니 쥐가 늘어나고 늘어난 쥐가 상자를 갉아 먹으니 상자를 파는 통장수가 돈을 번다는 얘기다. 물론, 이 얘기 자체는 별로 신빙성이 없지만 세상에 모든 것이 연결되어있다는 철학의 명제를 설명하는데는 적절하다.

중국발 멜라민 분유 파동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오늘 아침 뉴스에 보니 자판기 커피도 먹으면 안되겠다. 어제 저녁에는 유럽 연합에서 중국은 물론이고 한국을 포함한 일부 나라에서 생산된 유유가 들어간 과자를 수입 금지 한댄다. 하긴, 지금의 원재료 표기 방법이나 그 표기의 신빙성에 비춰 볼 때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무

성분을 잘 보라구

슨 제품에 중국의 멜라민 우유가 섞여 들어갔을지는 알 수가 없다. 과자 껍질에 표기된 제품 성분을 꼼꼼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체 불명의 성분들이 많다. 무슨 무슨 베이스, 무슨 무슨 페이스트 이런 것들은 도대체 그 원료가 뭔지 표기가 되어 있지 않고 재료의 국적도 중국산 이런 식으로 쓰지 않고 수입산 이라고 쓰는 경우가 많아 성분 표시만 보고는 멜라민 우유가 들어 갔을 것 같은 제품을 걸러낼 수 없다. 이건 안전한 식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다. (우리 식약청은 상당히 상식이 부족한 사람들로만 구성되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목하 전세계를 으스스하게 몰아가는 것은 멜라민 우유가 아니라 미국발 금융 위기다. 이제는 기억 속에서도 희미하게 사라져 가려고 하지만 처음 이 사태의 시작은 미국의 주택 담보 대출 그 중에서도 신용 등급이 낮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담보 대출 (즉, 서브 프라임 모기지) 이 부실화한 것이었다. 그 때 우리 당국자들은 뭐라고 했나? 우리는 그 쪽으로 돈이 들어간 것이 별로 없어서 괜찮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수조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가고 주가는 바닥을 뚫고 해저 2만리를 향해 달리고 환율이 난동을 부리고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부실 은행을 되살릴 능력도 없으면서 세금으로 덜컥 인수할 뻔 하기도 했다.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거란다. 만수야.

불과 얼마전까지 한반도를 뒤덮은 촛불은 무엇으로 시작되었나? 광우병. 아직도 과학적으로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초식 동물에게 동물의 찌꺼기로 된 사료를 먹이고 그 과정에서 종간 교차 감염이 일어나면서 독성이 강화되고 이것이 소의 특정 부분에 누적됨으로써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대략 맞는 듯 하다. 예컨대, 스크래피에 감염된 양의 사체를 소에게 먹인 것이 화근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저 동물성 사료를 먹이면 고기 질도 좋아지고 소도 쑥쑥 크니까 좋은 줄만 알았지 물질이 종과 종 사이를 옮겨 다니면서 생각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 줄 알았나. 하긴 한 발짝만 물러서서 보자. 수억년의 진화 과정에서 초식 동물은 풀을 먹도록 진화했건만 동물을 먹이고 아무 일 없길 기대한게 오히려 이상한게 아닌가?

종간 장벽을 뛰어 넘는 힘은 이 세상을 만드는 물질이 그것이 생물체이건 무생물이건 상관없이 간단한 몇 가지의 화학적 원리에 의해 동작한다는 점에서 나온다. 지금 돌리고 있는 입자 가속기를 통해서 힉스 입자가 발견되면 빅뱅 이후 물질이 어떻게 조합되었는지 설명할 수 있다고 하던데 결국 빅뱅 이래로 지금까지 이 우주는 그저 몇 개의 간단한 원리의 조합으로 만들어지고 진화해온 것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길 가의 돌멩이와 나는 그 근본을 이루는 물질과 물질을 연결하는 원리에 있어 크게 다르지 않

지구는 하나의 생명이라구요

은 사촌이다. 내가 죽어 썩으면 흙이 되고 그 흙이 뭉치어 돌이 된다. 빗물이 돌에서 녹여낸 미네랄은 땅속을 흘러 배추 뿌리로 흡수되고 내가 먹어 내 몸을 이룬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제임스 러브록이 가이아라고 얘기했듯이 지구는 사람, 돌, 상추, 강이라고 불리는 수많은 세포 또는 기관을 가진 거대한 생명체다. 역으로 한 사람은 수많은 세포로 이뤄져 있고 각 세포 안에는 독립된 생명체라 불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미토콘드리아가 유영을 즐기며 살아간다. 무엇이 부분이고 무엇이 전체인가? 그저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 일 뿐 거기에는 부분도 없고 전체도 없다. 작은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큰 네트워크를 이루고 큰 네트워크끼리 연결하여 더 큰 네트워크를 이루고 이루고 이루고 이루고 저 우주의 끝까지 또는 그 밖까지 그냥 연결되어 있다. 단지 가까이 연결되어 있으면 더 잘 느껴지고 더 쉽게 영향을 주고 받을 뿐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네트워크 중 제일 고약한 네트워크는 피라미드다. 피라미드는 다수의 희생을 바탕으로 소수가 올라서는 모양을 갖고 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이건 다단계 판매 피라미드이건 생태계의 먹이 사슬 피라미드이

먹이 피라미드

건 다 마찬가지다. 위로 올라갈 수록 돈이 권력이 그리고 모순이 집적된다.

그저 토양에 흩어져 있을 때에는 별 문제가 없던 오염 물질이 풀의 몸에 축적되고 풀을 먹은 소의 몸에 축적되고 그 소를 먹은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멜라민이 들어간 사료를 양식장에 뿌렸다는데 사료 한 톨 한 톨에야 아주 미량의 멜라민이 들어 있어도 몇 날 몇 달을 계속 사료를 먹어 치우면 멜라민은 광어나 우럭 몸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생선회를 먹는 우리는 한마디로 엑기스를 뽑아 먹는 셈이다. 그게 바다의 영양이건 멜라민이건 오염 물질이건 다 싸잡아서 말이다.

지금 전 지구를 강타하는 금융 위기의 중심에는 금융 파생 상품이 있고 이들 상품은 금융 시장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 있다. 가장 쉽게 돈을 벌 수 있지만 가장 치명적인 위험을 내재한 허상.

사실로 믿긴 어렵지만 집안의 족보에 의하면 나는 시조로부터 82대손이란다. 한 대를 내려갈 때마다 두명의 자손을 낳았다고 생각해보자. 한명 - 두명 - 네명 - 여덟명 -... - (10대째) 천명 - 이천명 - ... - (20대째) 백만명 - ... - (30대째) 십억명 - ... - (80대째) 1경명 - (81대째) 2경명 - (82대째) 4경명 즉, 4만조명. 우리 시조 어른의 82대째 손자가 될 가능성이 있었던 4만조명의 자손 중 실제로 태어 나고 살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대략 4만명쯤. 4만 나누기 4만조는 ? 1조분의 1. 오~ 럭키. 여기에 한 사람이 만들어질 때 이미 수억 수천억의 정자 전쟁을 겪고 나온다는 점을 곱해준다면 으... 숫자가 너무 커지면 머리가 빙빙... 어쨌든 엄청난 행운이다. 내가 태어난 것도 당신이 태어난 것도 당신이 인터넷의 수많은 글 중에서 이 글을 읽는 것도 거의 일어날 확률이 없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난 당신과 나 우리의 연결 어찌 허투로 볼까?

아... 큰 일이다. 글이 마무리가 안된다. 뭔가 교훈적인 얘기나 명박이를 까는 얘기나 최소한 아포리즘 한 줄 쯤이라도 나와야 되는 장면인데 머리가 혼란스럽다. 애시당초 이런 글은 시작하지 말았어야 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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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세상을 얘기한다 2008.09.25 12:03
딴 얘기

10년도 훨씬 이전의 일이다. 그 때는 다들 CRT 모니터를 쓰고 있었고 눈의 피로도 덜고 전자파도 차단한다고해서 보안경이라는 것 앞에 달곤 했다. 하루는 보안경이 손 때가 탄 것 같아 닦아주려고 세척제를 뿌렸다. 그런데 실수로 한 방울이 의자에 떨어졌다. 의자는 소위 "레자"라고 불리는 인조 가죽으로 바닥(엉덩이 닿는 곳)과 등받이가 씌워져 있었다. 인조 가죽에 그 한 방울이 떨어졌는데 떨어진 자리만 하얗에 변하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래서 얼른 휴지로 닦는데 휴지 때문에 주변까지 닦아져서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하면서 세척제를 의자 전체에 골고루 뿌린 뒤 닦고 보니 의자가 원래 회색 의자가 아니라 낙타색(흔히 베이지색이라고 하죠) 의자였던 것이다. 아 그 뽀얀 낙타색 의자를 그동안 회색 의자로 알고 있었다니. 그 더러운 것에 맨날 엉덩이를 대고 살았다니.

본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심상치 않다. 엄살인지는 몰라도 미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파탄이 날 지경이란다. 주택 담보 대출이건 무슨 대출이건 간에 어느 정도 떼이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그래서 대출 이자가 높고 담보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건 어제 오늘의 거래 관행이 아니고 (집 문서 잡혀가며 노름하는 사극이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면) 수백년은 족히된 셈이다. 그런데 왜 난데없이 지금은 그게 큰 문제가 되는건가?

하도 뉴스에서 테레비에서 떠들어 대서 나같은 사람도 알게 되었듯이 이게 다 과도한 금융 파생 상품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금융 파생 상품으로 대표되는 금융 자본의 특징은 실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다는 것이며 레버리지 효과에 의하여 그 크기가 쉽사리 부풀려진다는 것이며 국경을 초월한다는 것이며 거래의 속도가 빛의 속도(= 전자가 흐르는 속도 = 컴퓨터의 처리 속도)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금융 자본이 산업 자본을 가볍게 뛰어 넘고 각 국가의 개별화된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어서 전 지구적인 권력으로 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금융 자본의 지구 장악을 재밌게 설명하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강추한다 --> Zeitgiest 차이트가이스트 (시대정신) <-- )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특징은 곧 위기가 왔을 때 되돌아갈 실물 근거가 없다는 것이며 레버리지에 의해 부풀려진만큼 위기가 커진다는 것이며 국경을 너머 (일견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국가와 기관까지 위기에 빠트린다는 것이며 손쓸 새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위기가 전파되는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애시당초 금융 자본의 무제한적인 확장을 규제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 이래로 신자유주의를 전면에 부각시켰고 이의 전지구적 팽창을 통하여 세계 곳곳을 금융 자본의 찬란하고 위태로운 신세계로 바꾸어 나갔다.

    바다가 잔잔했을 때에는

    모든 배들이

    잘도 떠다녔더라.

셰익스피어

세상에 더 이상의 논쟁은 필요 없어 보였다. 어떤 이는 심지어 역사의 종언을 선언하였다. 하지만, 보라. 그 모든 것이 모래위에 쌓은 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저 장관을. 한때 공부 잘하는 아이들 특히 수학에 뛰어난 아이들은 모두 금융 공학에 뛰어 들었다. 잘 보라. 그들이 뭘 만들어 내었는지를.

그런데 우린 왜 몰랐을까? 정말 몰랐을까 이렇게 무너져 내릴 줄?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경제팀은 아직도 금산 분리 완화니 자본시장 통합법이니 하면서 누각 쌓을 연구나 하고 있다. 얘네들은 어차피 지맘대로니까 빼고 얘기하자.)

몰랐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동안 다양한 규제의 목소리는 여기 저기서 있었다. 단지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 소리가 의자 커버에 떨어진 한 방울의 세척제였더라면...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아 가혹한 진리의 여신이여 저희를 긍휼이 여기셔서 좀 일찍 날개를 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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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