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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14 ::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보고
잡스럽게 얘기한다 2008.01.1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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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포스터 (영화 공식 홈피에서 무단 카피)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워낙 감동적으로 보았고 "오아시스"에서 문소리의 연기에 충격을 먹은 터라 문소리가 주연으로 나오고 임순례 감독이 만들었다는 "우생순"을 보자고 결정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나, 홈 씨어터 덕분에 영화관을 자주가지 않는 나로서는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편인데 엄태웅이야 그 기묘한 카리스마 덕분에 적절히 잘 하거라고 기대했지만 김정은은 기존의 이미지(부자 되세요~~~)때문에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고 표 예매하는데 0.1초간 갈등을 했다.

(1) 이 영화는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 라디오스타"가 음악 영화가 아니고 "괴물"이 괴수 영화가 아니듯이 "우생순"도 스포츠 영화가 아니다. 물론, 이 영화는 우리의 비인기 엘리트 체육이 가진 애환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 영화이긴 하지만 임순례 감독의 시선은 스포츠 그 자체 보다는 내 인생을 정의하는 고갱이를 절대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 땅의 아줌마들에게 고정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도 본다면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속편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시선이 스포츠보다는 등장 인물들의 삶 쪽에 있었기 때문에 훈련 장면이나 경기 장면은 별로 부각되지 않는다. (많은 경험은 없지만 내가 경험한 종목을 기준으로 얘기해 본다면 일반인에 비하여 엘리트 체육 선수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체력을 갖고 있으며 엄청난 훈련량을 견뎌낸다. 국가대표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그런데 이 영화의 훈련 장면은 -- 심하게 얘기하자면 -- 열심히 하는 동호인 체육 수준이라고나 할까...) 만약 "괴물"에서 등장하는 괴수가 더 끔찍하고 리얼했더라면 자칫 영화가 가진 정치적인 메시지가 묻힐 수 있었던 것 처럼 이 영화에서 온갖 현란한 카메라 워크와 그래픽으로 경기 장면을 표현했더라면 스포츠 영화라는 이미지나 너무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감독은 느꼈던 것 같다.

(2) 이 땅의 아줌마들에게 보내는 찬사

한 때 유행했던 유머로 이 땅에 딱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 남자, 여자 그리고 아줌마. (아줌마 대신 방위가 등장하기 하지만...) 그만큼 아줌마들은 특별한 존재다. 어쩌면 그들이 아줌마가 되기 전 모습을 지나치게 신비화 함으로써 (소녀시대와 원더걸스가 이를 증명하지 않는가?) 정상적인 아줌마들을 특별하게 만들고 있는지 모른다.

어쩌면 지극히 정상적이고 평범한 아줌마들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의외로 놀랍고 특별한 부분이 많이 있다는 걸 이 영화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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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앞에 당당히 맞선 자는 아름답다 (사진은 영화 공식 홈피에서 무단 카피)

한편으로는 코믹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그러하듯이 아줌마들의 스테레오타입을 재탕 삼탕하는게 아닌가 하는 불만도 있지만 이런 모습이 어떤 때는 웃음의 소재로 또 어떤 때는 눈물의 소재로 번갈아 등장하며 얘기를 끌고 간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내가 새삼 재발견하는 아줌마들의 모습은 삶의 무게 앞에서 고통 받으면서 그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정면으로 응시한다는 점이다.

일본 의 애니메이션 걸작 "카우보이 비밥" 시리즈 중 제11화 "심야의 헤비록(Toys in the Attic)"이 잘 보여주듯이 남자들은 냉장고에 썩은 음식이 있으면 냉장고를 절대로 열지 않는다. 그리고 그 외의 중요한 일들을 해결하는데 머리를 쓰면서 애써 냉장고를 잊으려 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 냉장고를 열어야 하고 썩은 것을 버려야 하고 흐른 국물을 닦아야 한다. 잊은 척 한다고 해서 해결이 되는 것은 없다. 단지 모순이 전가될 뿐.

(3) 이 영화는 스포츠 영화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 관련 기사에서 늘 보던 얘기가 있다. 무리한 엘리트 체육 육성 정책은 그만두고 생활 체육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최소한 20년 넘게 이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운동 여건이 좋아지면서 예전보다 동호인 체육이 많이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 조기 축구회가 수천개가 있지만 K리그 관중석은 여전히 썰렁하다. 동호인 야구팀인 수천개가 있지만 "전" 현대 소속 야구 선수들은 갈 곳이 없다. 생활 체육이 충분히 성장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많은 실업팀, 프로팀을 육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되려면 아직 한참 갈 길이 멀다.

축구, 야구 등 인기 종목이 이 정도인데 비인기 종목인 하키, 핸드볼 등은 일러 무삼 하리요. 국가 대표라고 해도 소속팀이 없는 그런 비참한 현실이 비인기 엘리트 체육의 현주소다. 올림픽 때나 겨우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이들 선수들. 하지만 그런 비인기 종목이 그들에게는 인생의 전부라는 점이 얼마나 비극적인가.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엘리트 스포츠인들에게는 무척 정치적인 스포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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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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