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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1.04 :: 교육은 어떻게 되던 상관없어~ 경제만 살리면 되지 (5)
  2. 2007.07.10 :: 공대생이 적분 모르는거만 문제냐? (8)
세상을 얘기한다 2008.01.04 11:49
머지않은 장래에 아이들이 고3이 되는 학부모로서 새 정부의 교육 정책이 무척 신경이 쓰인다. 어떤 교육 제도 아래에서도 우뚝 설 수재거나 어떻게 되던 상관없는 낭만파가 아닌 아이들을 보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신문 한 쪼가리 찬찬히 읽을 시간이 없지만 출퇴근하면서 방송을 통해 들은 얘기를 종합해본 즉 이건 큰 일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꼭지1: 교육이 문제가 아니다

침술의 수준에는 세 단계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 단계는 아픈 곳을 찌르는 것이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낫기를 기다리는 것만 못 할 때도 있겠지만 가끔 효과를 보기도 한다. (내장이 망가져 거칠어진 피부를 스테로이드 쳐발라서 낫게 하는 의사들이 이 수준이다) 두번째 단계는 병에 따라 정해진 곳을 찌르는 것이다. 소화 불량은 여기, 간이 부었을 때는 저기 하는 식으로 공식대로 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의료가 이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세번째 단계는 병에 따라 그리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곳을 찌르는 것이다. 물론 높은 지식과 많은 경험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당연히 가장 좋은 결과를 준다.

교육 얘기 할 것 같이 시작하더니 왠 침 얘기냐? 하시겠지만 우리의 교육 관련 토론이 바로 이 첫번째 단계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교육이 문제라고 하지만 사실 교육은 죄가 없다. 스승의 지위가 땅에 떨어졌다고는 하나 아직 대다수의 학생/학부모는 선생님들을 존중하며 아무리 사교육비가 교육 재정을 능가한다고하나 공교육에 대한 우리의 지지는 여전하다. 그런데도 교육 문제를 들먹인다. 대학 입시 제도를 어떻게 바꾸든 고교 평준화를 해체하든 말든 그건 (사람들이 주장하는)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문제가 교육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이유는 단 1 점이라도 더 많은 점수를 따기 위한 것이고 이는 대학 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함이며 좋은 대학을 가려는 이유는 더 좋은 직장을 확보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더 좋은 직장이란 결국 똥폼 잡으면서 일하고 돈푼깨나 챙길 수 있는 직장을 말한다. 결국 이 모든 연쇄 고리의 끝에는 출세라는 세속적 열망이 자리 잡고 있고 이 활화산 같이 불타오르는 세속적 열망을 고용없는 성장과 냉혹한 자본주의라는 듀오가 풀무질을 해대고 있다. 게다가 이 비참한 연쇄 고리의 가장 결정적인 변곡점은 대학 입시에 있으며 그 장면에서 어디를 들어가느냐가 그 사람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짓는 현 세태에서는 무슨 교육 정책을 쓰더라도 현재의 광풍을 없앨 수 없다.

알고보니 서해안의 기름이 유조선에서 유출된 것이 아니라 무지하게 큰 해저 유전에서 솟아오르는 것으로 판명되어 우리 국민 모두가 특별히 고생하지 않고도 안락한 복지를 누리게 된다면 아마 교육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즉, 교육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 (피부의 뾰루지)를 해결하는 것은 교육 쪽이 아니라 그 정반대에 놓인 시발점 즉, 이 사회의 직업/고용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내장을 치료하는 것)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너무 이상적인가?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안하고 해결이 되나? 옛날에는 안 그랬다고? 웃기지마라. 불과 몇십년 전만해도 중학교 나온 사람의 비율이 지금의 외국 유수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보다 적었다. 그러니 중고등학교만 나오고도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70년대만 해도 상업고등학교들이 인기가 좋았다. 은행에 취직하면 월급날이 언제인지 모른다고 할 정도로 돈이 허구헌날 나왔으니까. 지금 실업계 학교들은 어떤가? 그게 그들 학교의 잘못인가? 교육 체계의 잘못인가? 그럴리가...

뭐, 아무리 사회의 근본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와 교육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볼 때 교육 쪽은 넋놓고 있을 수는 없으니 뭔가 하긴 해야 겠다. 그럼 누가 무엇을 해야 할까?

꼭지2: 대학이 문제다

대통령직 인수위측 말로 대학 입시를 대학 측에 맡긴댄다. 으히히히. 이 얘기 듣고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 인수위 있는 사람들은 어디 해외에서 살고 계시다가 오신 분들인가? 혹시 쟁쟁한 해외 유학파들이라 국내 대학 사정을 모를 수는 있다. 찬찬히 생각을 해보자.

이런 유머가 있다. 어떤 사람이 병원을 찾아왔다. 그리고 의사에게 하소연 하길 "저는 소화가 안됩니다. 밥을 먹으면 밥이 그대로 나오고 사과를 먹으면 사과가 그대로 나옵니다." 그러자 의사가 하는 말 "똥을 먹어보세요. 똥을 제대로 누게 될 겁니다."

우리 대학의 실상을 이것 보다 잘 보여주는 유머가 있을까? 1등 하던 학생은 1등 대학에 가고 1등 직장에 들어간다. 100 등하던 학생은 100등에 맞는 대학에 가고 100 등 직장에 들어간다. 모든 라면을 너구리로 변신시키는 해리포터의 마법을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대학이 정말로 제대로 하고 있다면 가끔 역전도 일어나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아주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그런 경우가 없다. 그 얘기는? 대학은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대학을 가보라. 강의 시간? 고등학교 수업시간의 연장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자리를 채울 뿐 수업을 듣지 않는다. 그들의 미래는 대학의 교육에 있는 것이 아니라 토익 성적에 있기 때문이다. 대학 도서관은 그저 고시생/취업준비생들을 위한 무료 독서실이 된 지 오래다. (등록금에 포함되어 있으니 무료라고 할 수는 없나?)

말 안 듣는 천방지축 무지막지 코흘리개도 며칠 유치원 다니고 나면 제법 행동에 각이 잡힌다. 그런데 이놈의 대학들은 그 좋은 시설에 그 비싼 등록금에 그 훌륭하다는 교수진에 투입되는 건 많은 데 나오는게 없다. 사교육 열풍을 얘기하며 공교육이 무너졌다고 하는데 제일 심각한 곳은 사실 대학이다.

제발 돈벌이 그만두고 재벌 눈치보는 커리큘럼은 접어두고 대학은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가기 바란다. 스스로 우리 교육 체계의 우두머리이면서 가장 못난 것이 부끄러운 줄을 깨닫는다면 스스로를 가다듬기 바란다. 수신 제가 한 후에 치국을 얘기해야지 김치국부터 마시고 와서는 떡 치는 소리 그만해라.

꼭지3: 혹시 정말로 교육으로 경제를 살리자는 건 아니겠지?

인수위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내 머리를 제일 처음 스쳐간 생각은 이것이다. "다 때려치고 학원 채려야 겠다." 자사고/특목고를 마구 늘이고 대학이 본고사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학부모들의 반응은 당연히 "사교육에 더 때려부어야 겠구만" 이고 이는 학원 사업의 대호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앗 그렇다면.... 혹시....

학원 산업을 일으키고 대학을 교육산업화 해서 경제만 살려 놓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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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세상을 얘기한다 2007.07.10 11:12
세계적인 권위의 사이언스지에서 우리 교육 현실을 다뤘단다. (링크 --> http://www.sciencemag.org/cgi/content/summary/317/5834/76 ) 우리의 따라쟁이 신문들은 호들갑을 떨면서 이를 인용하여 현재의 교육 체계에 문제가 있음을 씹고 있다. (링크 --> 안해도 될만큼 흔하게 있음.)

그런데 이게 정말 문제일까? 또는 이걸 문제라고 인정할 때 그 잘못이 현재의 교육 과정에 있는걸까? 이 사건을 통해 돌아봐야 할 우리의 진짜 문제는 뭘까?

(논점1) 균일한 교육의 신화

우리 세대를 포함해서 그 이전 세대는 무척 균일화된 교육을 받은 세대다. (이건 평준화하고는 관련 없는 얘기임. 헷갈리지 말 것.) 뭐 아직도 교과서를 국정/검정하는 무지막지한 나라이니 대부분의 학생들이 거의 비슷비슷한 내용을 배운다는 현실은 아직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이전에는 수학과 같은 기초 과목을 선택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미적분은 배우고 졸업하게 되어 있었다. 그런 교육을 받은 교수들이 미적분을 안 배워본 학생을 만나면 당혹스런 것은 당연할 거다. (뭐 캠퍼스에서 손에 땀띠 나도록 서로 끼고 댕기는 걸 봐서 느끼는 당혹스러움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현상.)

이러한 균일화된 교육은 여러 장점이 있다. 특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것을 알기 때문에 교육과정을 편성하기 쉽다. 대학에서는 고등학교 때 뭘 배웠는지 아니까 뭐부터 가르쳐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다. 산업 현장에서도 마찬가지. 신입 사원들이 대충 뭘 아는지 아니까 뭘 어떻게 가르쳐서 일 시켜 먹으면 되는지 판단하기 쉽다. 즉, 균일화된 교육은 균일화된 산업역군을 생산하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방식이며 이는 우리의 압축된 근대화/산업화 과정을 통하여 그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그런데... 아직도 균일화된 인력을 원하는가? 그런 모양이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를 통해 널리 알려진 삼성전자 신입사원들의 카드 섹션을 보라. 그런 쓰레기 같은 짓을 시키 놓고 보면서 좋아하는 사람이나 시킨다고 하는 사람이나... 그런 걸 열심히 하는 것이 높은 생산성으로 이어진다는 균일화된 제품의 대량 생산 시대에 살아가는 우리의 (재벌형) 산업 체계는 균일화를 요구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똑같은 그룹의 회장이라는 사람이) 한 사람의 특출한 인재가 수많은 사람을 먹여 살린다면서 비균일화된 인재 양성을 주문하고 있다. 이건 뭐 정신분열증도 아니고... 뭐가 맞다는거야?

언제까지나 균일화된 산업 인력을 고혈을 쥐어짜는 체계를 유지하고 싶은 건가? 이제는 (한미 FTA도 한다고 하니) 좀 고급 지식 산업 시대로 넘어가고 싶은 거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의 교육 체계는 좀 더 비 균일화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다시 타이어 만들고 가발 만들던 시대로 되돌아 가던지.)

[한줄 요약] 비균일화가 살 길이다. 비균일한 신입생에 맞춰 대학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논점2) 이공계 기피

미적분을 모르는 공대생이라는 현상이 일반적인 현상인가? 그럴 수 있다. 미적분 어렵다. 안 배워서 모를 수도 있고 배워도 제대로 못 따라가서 모를 수 있다. 최상위권 대학의 공대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공대는 인기 없다. 말하자면 이공계 기피 현상의 직접적인 피해를 중위권 이하 대부분의 대학이 받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그런 곳으로 지원해오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제일 공부잘하고 미적분도 척척 푸는 학생이길 기대하는건 무리 아닌가? 모르긴 몰라도 공업 수학을 공대에서 하는 것 보다 의대나 한의대에서 강의하면 학생들이 더 쉽게 따라 올거다.

수학/과학 잘하는 이과 학생이 공대를 가던 시대는 끝났다. 하지만 지금 대부분의 대학의 공대 교수들은 공부를 잘해서 공대를 가고 교수까지 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지금 공대 신입생은 한심할거다. 그래서 어쩌라고?

물론 이공계 기피현상이 교수들 잘못은 아니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런 공대생들을 보듬어 나갈 수 있는 커리큘럼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이공계 교육을 어떻게 발전시켜서 기피현상을 극복할까 고민해야지 신입생 타령만 하고 있으니 갑갑하다. 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것으로 평가되는 고등학생을 받아서 가르치는 대학들이 학생이 멍청하다고나 하고 세계 수백위권 밖으로 밀려나가는 잘못을 왜 교육당국에 눈을 흘기냔 말이다.

[한줄 요약] 이공계 신입생 멍청한거 맞거든요. 그래서 어쩌라구요?

(논점3) 적분만 문제냐?

그래 좋다. 공대에 가려면 미적분 정도는 공부를 해야지. 그렇게 하도록 하자고. (수능에서 과학/수학 점수를 입시에 많이 반영하면 그냥 될 일이다.) 그럼 된건가? 글쎄요. 아닌것 같은데요.

세상에 알아야 할 공부가 미적분 뿐이더냐? 철학은 어쩌고 사회는 어쩌고 경제는 어쩌고 말하고 듣고 쓰는 건 어쩔건데? 미적분만 잘 한다고 좋은 기술자/과학자 되는거 아니거든요. 세상에 알아야 할 거 무지하게 많은데 왜 칸트의 철학을 모른다고 한탄하지 않고 왜 리카아도의 이론을 모른다고 한탄하지 않고 적분만 붙들고 난리를 치냐구요. 공평하지 않은거 아닌가?

제대로 된 지식인으로 살기 위하여 알아야 할 교양은 무지하게 많고 다양하다. 그래서 교양 과목을 대학에 두는거 아닌가? 학생들이 알아서 수준 높은 과목을 듣기 위해 배워야 할 교양 과목을 챙겨서 듣게하면 될 일이다. 그래도 모른다면 과외를 받든지 네** 지식인을 뒤지던지 위키피디어를 뒤지던지 하면 될거 아닌가? 왜 어떤 거는 "원래부터" 알아야 한다고 가정하는가?

[한줄 요약] 미적분은 교양 시간에 가르치면 되고 그 외 다양한 교양 수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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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