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얘기한다 2007.07.20 16:43

이랜드를 포함하여 전국 각지의 노동현장에서 비정규직의 신음 소리가 들려온다. 이 모든 것은 비정규직 법안 때문이다. 그런데 비정규직 법안은 왜 만들었나? 당연히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왜 오히려 비정규직의 한숨소리가 더 커지는 것인가?

문제는 법의 실제 적용에 있어 그 법이 원래의 정신이나 취지와는 무관하게 오히려 비정규직을 직장에서 내쫓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법이든 완벽할 수는 없고 그래서 일찍이 공자가 지적하듯이 모든 것을 법으로만 다스리게 된다면 사람들은 법에 의하여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짓을 하고도 부끄러운줄 모르게되는 것이다. (물론, 공자가 말하는 법과 우리가 현재의 시점에서 얘기하는 법이 완전히 같은 것이냐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이 글의 요지와는 상관 없으므로 일단 넘어가자.)

즉, 법이라는 것이 1+1=2 가 되는 산수처럼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고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상징하듯이 "이것조차 안 지키면 혼내준다" 하는 테두리를 정하는 것일 뿐이다. 문제는 도덕 또는 정의의 테두리와 법의 테두리 사이에 끼어있는 영역을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점이다. 즉, 법 조문에서 명시적으로 다 담아내지 못하는 원래 법의 취지는 어떻게 누가 지켜야 하는 것이냐 하는 점이다.

우리는 삼권분립의 체제를 갖고 있고 여기서 법을 만드는 곳은 입법부지만 그 법을 집행하는 곳은 행정부다. 따라서, 법의 조문이 담아내지 못한 법의 취지를 현실 세계에서 관철하는 것은 행정부의 소관 사항이며 책임이라 할 것이다.

노동 현장에서 노측과 사측이 의견의 차이가 있어서 파업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파업이 장기화 되는 경우에는 노측도 사측도 모두 손실을 입게 되고 심지어는 관련 업계나 지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니 행정부가 일정정도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노측과 사측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 타결을 이뤄내는 방편으로서 행정력이 투입되어야지 일방적으로 노측을 압박하는 것은 평형성에 맞지 않다. 더구나 비정규직과 관련한 대부분의 분규가 사실상 비정규직 법안의 취지를 위반해가며 비정규직을 유지 또는 외주화 하려는 사측의 "편법"에 원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공권력을 투입해가며 노측을 압박하는 것은 행정부가 애써 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사측을 옹호함으로써 편법을 부추기는 꼴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작태가 군부독재시절에 일어났다면 몰라도 민주화가 되었다는 최근 몇 차례의 정부에서도 반복되고 있음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어찌 편법을 저지르는 사측의 요청에 따라 법을 지킬 것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강제로 진압할 수 있는가? 현 정권이 재벌에 의한 독재, 자본에 의한 독재라는 본 얼굴을 그렇게나 못 보여줘서 안달이 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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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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