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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25 :: 금융 위기 또는 신자유주의의 종말 (2)
세상을 얘기한다 2008.09.25 12:03
딴 얘기

10년도 훨씬 이전의 일이다. 그 때는 다들 CRT 모니터를 쓰고 있었고 눈의 피로도 덜고 전자파도 차단한다고해서 보안경이라는 것 앞에 달곤 했다. 하루는 보안경이 손 때가 탄 것 같아 닦아주려고 세척제를 뿌렸다. 그런데 실수로 한 방울이 의자에 떨어졌다. 의자는 소위 "레자"라고 불리는 인조 가죽으로 바닥(엉덩이 닿는 곳)과 등받이가 씌워져 있었다. 인조 가죽에 그 한 방울이 떨어졌는데 떨어진 자리만 하얗에 변하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래서 얼른 휴지로 닦는데 휴지 때문에 주변까지 닦아져서 하얘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거 하면서 세척제를 의자 전체에 골고루 뿌린 뒤 닦고 보니 의자가 원래 회색 의자가 아니라 낙타색(흔히 베이지색이라고 하죠) 의자였던 것이다. 아 그 뽀얀 낙타색 의자를 그동안 회색 의자로 알고 있었다니. 그 더러운 것에 맨날 엉덩이를 대고 살았다니.

본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시작된 미국발 금융 위기가 심상치 않다. 엄살인지는 몰라도 미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미국 경제가 파탄이 날 지경이란다. 주택 담보 대출이건 무슨 대출이건 간에 어느 정도 떼이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고 그래서 대출 이자가 높고 담보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건 어제 오늘의 거래 관행이 아니고 (집 문서 잡혀가며 노름하는 사극이 사실에 기반한 것이라면) 수백년은 족히된 셈이다. 그런데 왜 난데없이 지금은 그게 큰 문제가 되는건가?

하도 뉴스에서 테레비에서 떠들어 대서 나같은 사람도 알게 되었듯이 이게 다 과도한 금융 파생 상품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금융 파생 상품으로 대표되는 금융 자본의 특징은 실물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다는 것이며 레버리지 효과에 의하여 그 크기가 쉽사리 부풀려진다는 것이며 국경을 초월한다는 것이며 거래의 속도가 빛의 속도(= 전자가 흐르는 속도 = 컴퓨터의 처리 속도)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징은 금융 자본이 산업 자본을 가볍게 뛰어 넘고 각 국가의 개별화된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어서 전 지구적인 권력으로 설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금융 자본의 지구 장악을 재밌게 설명하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강추한다 --> Zeitgiest 차이트가이스트 (시대정신) <-- )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특징은 곧 위기가 왔을 때 되돌아갈 실물 근거가 없다는 것이며 레버리지에 의해 부풀려진만큼 위기가 커진다는 것이며 국경을 너머 (일견 아무 상관 없어 보이는) 국가와 기관까지 위기에 빠트린다는 것이며 손쓸 새 없이 아주 빠른 속도로 위기가 전파되는 문제를 일으킨다.

따라서, 애시당초 금융 자본의 무제한적인 확장을 규제해온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 이래로 신자유주의를 전면에 부각시켰고 이의 전지구적 팽창을 통하여 세계 곳곳을 금융 자본의 찬란하고 위태로운 신세계로 바꾸어 나갔다.

    바다가 잔잔했을 때에는

    모든 배들이

    잘도 떠다녔더라.

셰익스피어

세상에 더 이상의 논쟁은 필요 없어 보였다. 어떤 이는 심지어 역사의 종언을 선언하였다. 하지만, 보라. 그 모든 것이 모래위에 쌓은 성처럼 무너져 내리는 저 장관을. 한때 공부 잘하는 아이들 특히 수학에 뛰어난 아이들은 모두 금융 공학에 뛰어 들었다. 잘 보라. 그들이 뭘 만들어 내었는지를.

그런데 우린 왜 몰랐을까? 정말 몰랐을까 이렇게 무너져 내릴 줄?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경제팀은 아직도 금산 분리 완화니 자본시장 통합법이니 하면서 누각 쌓을 연구나 하고 있다. 얘네들은 어차피 지맘대로니까 빼고 얘기하자.)

몰랐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동안 다양한 규제의 목소리는 여기 저기서 있었다. 단지 그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 소리가 의자 커버에 떨어진 한 방울의 세척제였더라면...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녘에 날개를 편다.

아 가혹한 진리의 여신이여 저희를 긍휼이 여기셔서 좀 일찍 날개를 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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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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