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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2.26 :: 방송과 서울YMCA의 코메디 듀오 (4)
세상을 얘기한다 2007.02.26 11:36

지난 일요일 저녁 주요 방송사들의 9시 뉴스는 일제히 서울YMCA가 한국YMCA에서 제명된 사실을 내보냈다. 내용을 살펴보자.

SBS 방송분의 스크립트. (다른 방송사들도 대동소이하다. SBS 것이 마침 네*버에서 긁어오기 편해서 긁어온 것 뿐 다른 의도 없음. ^^)

서울 YMCA가 여성회원의 총회 참정권을 주지 않아 한국 YMCA 전국연맹에서 제명됐습니다. 서울 YMCA는 헌장 개정안에 대의원 가운데 60%인 선출직에 대해 남녀 어느 한 성이 80%를 초과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찬성표가 3분의 2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YMCA 전국연맹이사회는 이번 총회까지 성차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연맹에서 자동 제명하기로 의결한 바 있습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서울YMCA는 여성에게도 총회에 참석할 수 있는 권리(참정권)를 주려고 했으나 기존 총회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실은...

서울YMCA가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주기로 결의한 것은 2003년 100차 총회에서 이미 결의한 사항이다. 물론 정관이 여성에게도 참정권을 줄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인 1967년으로 되돌아간다. 그러니까 회칙상으로는 여성도 참여할 수 있지만 관행적으로 하지 않던 것을 2003년에서도 참여하는 것으로 결의한 것이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2004년, 2005년 총회에서도 여전히 여성에게는 총회원 자격을 주지 않더니 급기야 2006년 103차 총회에는 아예 정관에서 회원 자격을 "사람"에서 "남성"으로 바꿔 근본적으로 여성의 참여를 배제하려고 하였다가 부결된 바 있다. (남성 회원들만 참여했던 이 표결에서 부결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풍파를 겪으면서 시민사회 여러 단체의 시정 촉구, 국가인권위와 국회에서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여성 배제를 지켜오더니 지난 주말의 104차 총회에서는 드디어 여성을 참여시키겠다고 정관개정을 내놓았다. 그런데 두두웅~~~ 그 내용인즉슨 총회원 자격을 만족하는 모든 회원을 총회원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일방적으로 회원을 심사해서 500명의 대의원을 뽑고 이 사람들만 총회에 참여시키겠다는 것이다. 단, 대의원 구성에 여성의 비율을 18% 이상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 개정안에 찬성할 사람이 누굴까?

기존에 총회에 참석해오던 남성 회원들의 경우 난데없이 참석의 길이 막혔으니 당연히 반대할 것이고 이사회에 이쁘게 보인 여성 회원들만 총회에 참석시키겠다니 여성 회원들도 반대할 수 밖에 없다. (뭐, 여성 회원들은 반대하더라도 투표권이 없으므로 대세에 영향은 없음 ㅠ.ㅠ) 그래서 당연히 정관 개정안은 부결되었다.

이 결과를 놓고 서울YMCA 측의 해석은 "정관을 개정해야 여성을 참여시킬 수 있는데 기존 회원들 (즉, 남성 회원들)이 반대해서 여성을 참여시킬 수 없다"는 것이고 이게 바로 방송의 내용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정관 어디를 살펴봐도 여성의 참여를 막는 규정은 없다. 즉, 여성을 참여시키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정관의 개정과는 무관한 것인데도 정관이 개정되지 않아서 여성을 배제하고 있는 것 처럼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대 체육관 선거 시대로 돌아가려고 대의원 제도 운운을 하는지 서울YMCA의 시대착오도 코메디지만 조금만 생각해봐도 말이 안된다는 걸 뻔히 알 수 있는 것을 보도자료 그대로 멘트를 날리는 방송사들의 무지도 못지 않은 코메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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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