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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7 :: 사이버 모욕죄 -- 과연 가능한가?
잡스럽게 얘기한다 2008.10.07 11:13
촛불 정국을 잠재울 목적으로 등장했다가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 물밑으로 가라앉았던 사이버 모욕죄가 최진실씨의 자살을 계기로 급물살을 타고 떠올랐다. (아무리 타당성이 없고 여론의 뭇매를 맞더라도 끊임없이 그리고 절대로 잊지 않고 자신의 아젠다를 제기하는 이명박 정권의 어처구니없는 성실성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법의 요지는 간단하다 기존의 형법과는 달리 사법 당국의 판단을 기다리지않고 바로 조처(예를 들어, 특정 내용의 덧글을 아예 달 수 없게 한다든지 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점에서 많은 반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받던 국민 배우의 죽음이라는 만만치 않은 심정적 지지를 등에 업은 정부 여당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하다. 그런데, ... 이 법이 현실적으로 적용이 가능한지 그리고 적용이 된다면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내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무엇을 처벌할 것인가?

연예인들은 악플에 충분히 시달릴대로 시달렸으니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악플러에게 악플과 사이버 모욕을 해보자.
"유명 악플러 X가 악플러가 된 이유는 사채업자가 시켜서다." ---- (1)
"유명 악플러 X가 악플러가 된 이유는 사채업자가 시켜서라는 소문이 있다." ---- (2)
"유명 악플러 X가 악플러가 된 이유는 사채업자가 시켜서라는 악성 루머가 있다." ---- (3)
"유명 악플러 X가 악플러가 된 이유는 사채업자가 시켜서라는 거짓을 퍼뜨리는 것은 나쁘다."--(4)
당신이 X라면 위의 네 진술 중 어느 것이 가장 모욕스러운가? 물론 1 > 2 > 3 > 4 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4)번과 같은 진술이 모욕스럽지 않은 것도 아니다. (1)과 같은 악플이 몇 군데 실리는 것 보다는 (4)와 같은 악플이 몇 백 몇 천 군데 실린다면 훨씬 더 모욕스럽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즉, 악풀이 담고 있는 진술의 내용 자체 보다는 그 진술 또는 그를 "인용한" 진술이 널리 퍼진다는 것 자체가 괴로운 일이다.

구체적인 법의 내용이나 논의 과정을 모르는 나로서는 알 길이 없지만 아마도 (1)과 같은 진술을 처벌할 수는 있어도 (2)~(4)의 진술을 처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그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어디에 그을 것인지도 모호하기 짝이 없다. 그런 모호한 법은 법으로서의 자질이 없다. 하지만, 막상 정부 여당이 이것을 노린게 아닌가?

모호한 법의 위험성

법 규정이 모호해진다는 것은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고 이는 곧바로 사람들의 내적 규제 즉 자발적 규제로 이어지게 된다. "어떤 글까지 처벌 받는지 알 수 없으니 최대한 안전하게 쓰자... 아니다 아예 안전하게 아무 얘기도 하지 말자" 라는 식의 규제말이다. 이것이야 말로 언론의 통제, 표현의 자유의 억압이며 유사이래 모든 정권이 원했던 바다.

비록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별칭으로 달았지만 이는 그런 연예인들의 고달픈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기 보다는 부도덕한 정권에 대한 국민 여론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반 민주적인 조처로 활용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 너무나도 뚜렷하다. 따라서 이 법은 최진실법이 아니라 언론자유금지법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마침, 유족들이 최진실법이라고 부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는데 왜 이런 요청이 있기 이전까지는 고인을 욕되게 했던 것인지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이다. 으... 나도 벌써 두번이나 써버렸네...)

오히려 방송 언론의 반성이 필요할 때다

최근에 컴퓨터의 윈도를 싹 지우고 리눅스로 옮겨 타는 바람에 최진실씨의 죽음을 둘러싼 뉴스나 동영상은 거의 못 보았지만 지난번 안재환씨의 자살 이후 우리 방송의 보도 태도를 보면 한편으로는 애도하는 듯 보이나 필요 이상으로 문상 온 연예인들을 밀착 취재하고 이를 시청률을 올리는 껀수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클릭할 가치조차 없어보여 읽지는 않았지만 오늘 어느 기사에는 "조성민 4박5일 밀착 취재"했다는 내용까지 있었다. 이혼한 부인의 자살로 궁한 처지에 몰린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과연 죽은 자에 대한 도리이고 살아 남은 자에 대한 도리이고 시청자에 대한 봉사라고 생각하는가?

대중에게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필요 이상으로 전달함으로써 과잉 관심을 유발시키고 이를 통해서 돈을 벌면서 막상 그들 연예인이 겪어야 할 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는 지켜주지 않는 방송과 언론이 오히려 모욕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죽으나 살아있으나 필요 이상으로 삶이 노출되어 고통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당분간 연예 뉴스는 클릭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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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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