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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24 :: 꽃이 피게 하라 - '서울버스' 앱 사태를 회고한다
세상을 얘기한다 2009.12.24 11:59
조너선 지트렌 교수는 그의 저서 "The Future of the Internet--And How to Stop It"에서 개인용 컴퓨터나 인터넷이 엄청난 정보 기술 혁신을 가져오게된 이유는 생식성(generativity)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 생식성이란 그걸 이용해서 뭔가 쉽게 만들어낼 수 있으냐를 나타내는 척도이다. 예를 들어, 워드프로세서와 개인용 컴퓨터를 비교해보자면 거의 비슷한 구성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드프로세서는 글을 쓰는 기능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반면에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무엇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열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지금도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을 누군가는 만들고 있을테니까. 그런 점에서 워드프로세서는 생식성이 없고 개인용 컴퓨터는 생식성이 있다. 전화망과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전화망을 발전시켜서 새로운 기능을 갖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전화를 이용한 다자통화요금과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를 이용한 다자통화요금(공짜!)을 비교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생식성이 극대화 되는 장면은 정보와 정보가 만났을 때 나타난다. 그 자체로서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이던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고 가공하면 엄청난 가치를 낳는다. 그 자체로는 정보를 (거의?) 생산하지 않고 단지 인터넷에 흩어진 정보를 정리하는 역할만 하는 구글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라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한다. 기존의 메신저보다 더 허접한 트위터가 갖는 폭발력은 어떤가? 정보와 정보가 만나고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서 실로 엄청난 힘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구글이나 트위터가 하는 짓을 보면 한 가지(뭐 여러 가지 더 있겠지만 여기서 관심있는 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건 개방성이다. 구글은 자기들 서비스의 많은 부분을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형태로 공개함으로써 구글 "밖에 있는" 사람들이 구글이 제공하는 기능과 정보를 활용하는 응용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좀 오래된 글이긴 하지만 윤석찬님의 블로그에서 구글의 오픈 API 소개를 볼 수 있다.) 트위터는 그냥 API를 공개하는 수준에서 한 술 더 떠서 아예 스스로의 발전 방향 조차 열어두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들이 필요에 의해 사용하던 기능이나(예를 들어, 남의 글을 펌질하는 리트윗 기능) 트위터용 응용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추가한 기능을(예를 들어, 여러 사용자를 목록으로 묶어서 관리하는 기능) 트위터의 내장 기능을 채택하면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왜 그렇게 개방성을 중시하는가? 착해서? 이타주의가 넘치는 기업들이라 자기 정보를 퍼주는게 기뻐서 그럴리는 없지 않은가? 원리는 간단하다. 사람들이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정보 세상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옮겨다니는데 별로 돈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MSN메신저 쓰다가 네이트온으로 옮겨간다고 무슨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맘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사람들은 옮겨간다. 불과 몇년전 가장 각광받던 아이러브스쿨을 기억하는가? 인터넷에서의 명성이라는 것은 앤디 워홀의 표현대로 15분짜리 명성일 뿐이다. 사람들이 떠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인데 사람들이 충분히 많아지면 욕구도 충분히 다양해져서 어느 기업 어느 서비스 하나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트위터의 CEO인 에번 윌리엄스는 "그저. 많은 꽃을 피우자구요. 그럼 누군가 제대로 문제를 풀겠죠"라고 정리한 바 있다. 내가 아니라 누군가 다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게 하면서 내 틀을 벗어나지 않게 하는 것 이것이 현재 모든 기업의 당면과제다.

인터넷 덕분에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가 하고 못하는 것은 남이 해주는 것을 "엮어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를 통해 창출되는 가치는 기존 산업의 규모를 뛰어 넘고 있다. 초창기의 웹이 정보의 교환 차원에서 이를 실현했다면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 software oriented architecture)니 매시업이니 또는 그 외 최근에 유행하는 온갖 유행어가 지칭하는 기술은 응용 프로그램 또는 서비스 차원에서도 "남의 힘을 빌어서 가치 만들기"를 해주는 것들이다.

아이폰용 응용 프로그램인 '서울버스'를 놓고 벌어진 최근의 "해프닝"을 보면서 지자체(또는 중앙정부)가 스스로의 역할을 착각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1) 착각1: 내가 만든 정본데 감히 누가?

지자체들의 해명을 보면 돈을 투자해서 생성한 정보를 협의도 없이 가져다 쓰면 안된단다. 내가 법없이도 사는 사람이라 법적으로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식에 기대어 생각해볼 때 그 돈이 국민들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라면 그 정보도 국민들에게 되돌려줘야할 정보일 뿐이다. 지자체가 투자했다고 지자체가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2) 착각2: 정부가 나서서 사업을 끌고간다?

지자체들의 해명을 보면 자기들도 이미 응용을 만들어서 보급하고 있거나 보급할거란다. 정부는 산업계가 담당할 영역을 침법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정부가 개입하면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발허가권을 쥔 시청이 개발업체까지 겸한다면 누가 개발업체를 따로 운영하고 싶겠는가?) 정부는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돈을 쓰는 곳이어야 하며 그래서 우리가 세금을 내고 있는 것이다.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 건 좋은 일이지만 돈을 벌어오는 것은 독직이다.

(3) 착각3: 내가 알아서 할께?

뭐 좋다. 굳이 있는 정보 활용해서 좋은 프로그램 만들어서 보급하는 것 까지는 그렇다치자. 하지만 독점은 안된다. 지자체가 무슨 엄청난 개발 능력을 보유한 것도 아니고 설령 아무리 대단한 개발력을 갖췄다고한들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를 맞춰 일일이 개발할 수는 없다. 내가 풀고 남은 문제는 남들이 풀게 냅둬야 한다.

화란춘성(花爛春城) 만화방창(萬化方暢)

정부는 그저 꽃이 피게 거들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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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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