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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9 :: 사람들은 왜 월가를 점령했나요?
세상을 얘기한다 2011.11.29 10:24
지난 주말 밥상머리에서 수능을 마치고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던 딸이 던진 질문이다. 실은 나도 생각 안 해봤다. 으음... 월가의 금융자본가들이 돈을 너무 많이 버니까 그런가? 그냥 샘나서? 남이야 돈을 벌든 말든 웬 난데없는 열폭?

대략 5초간 대답을 못하고 버벅대다가 역시나 마르크스를 끌어들여 설명을 해줬다. 역시 마르크스의 설명은 정답인지는 알 수 없어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딱 떨어진다는 점은 맘에 든다.

옛날에 어떤 농부가 쌀 농사를 지었어. 자기 논에서 나온 쌀 열 가마니는 모두 그 농부의 소유가 되는거지. 그럼 그 쌀은 어디서 온 건가? 그 농부의 노동에서 온 거야. 물론, 따사로운 햇볕이나 달콤한 비나 비옥한 땅 따윈 그냥 공짜로 주어진거라고 보자구. 생태근본주의로 빠지면 설명이 너무 복잡해지니까.

자 이번엔 그 논이 농부의 것이 아니라 땅 주인의 것이라고 해보자고. 그럼 쌀의 일부를 소작료로 걷어가지. 그냥 1할을 가져간다고 하자고. 한 가마니는 땅 주인 주고 아홉 가마니는 농부가 갖는거야. 지주가 단지 땅을 빌려준 것만 가지고 일할 씩이나 가져 가는 것이 도덕적이냐 뭐 그런 질문은 하지마. 그게 핵심이 아니니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분배의 비율과는 무관하게 생산된 쌀은 여전히 열 가마니 즉, 그 농부가 생산할 수 있는 총량 그대로라는 점이야.

갑자기 현대 사회로 와 보자고. 다양한 산업에서 다양한 재화를 만들어 내지만 그 본질은 똑같아. 노동자들의 총 생산량을 이렇게 저렇게 나누는거라고. 예를 들어, 직접세니 간접세니 부자감세니 징벌적 세금이니 하는 다양한 세금 정책이나 주식이니 선물이니 파생상품이니 하는 다양한 금융 노름은 이 총 생산과는 무관해. 단지 이 총 생산을 어떻게 사회가 나눠 먹느냐 하는 방법의 다양한 형태일 뿐이야.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 경제의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들이 뭐지? 금융이야. 금융은 본질적으로 실체를 다루는 것이 아냐. 온라인 송금을 보라구. 수천 수억을 클릭 몇 번으로 간단히 보낼 수 있는 이유는 돈이 "실제로" 이동하지는 않기 때문이야. 게다가 머리 좋은 금융인들이...

"응 맞어. 아빠가 대학원을 들어갈 때쯤 머리 좋은 애들은 다 금융공학이란 걸 했어. 돈 놀이를 아주 아주 치밀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건가봐. 아빠도 그 이상은 몰라."

"아빠는 왜 그거 안했어?"

"응 그거? 수학 잘해야돼."

"아 그렇구나." (아 바로 설득이 되었단 말인가 ㅠㅠ)

다시... 금융인들이 여러가지 재밌는 기법을 찾아 냈어. 예를 들어, 내가 1억원의 종잣돈을 갖고 은행을 세웠다고 하자고. 아니면 예금으로 1억이 들어왔다고 해도 되고. 그럼 나는 이 돈을 굴려서 이익을 만들어야 되잖아. 그래서 대출을 해주고 대출 이자와 예금 이자의 차익을 먹는건 알지?

그래서 1억을 대출을 해줬어. 그럼 은행에는 뭐가 있지? 1억원의 예금이 있으니 돈을 내줘야 한다는 의무(즉, 채무)를 기록한 종이 한 장과 1억을 대출 해줬으니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권리(즉, 채권)를 기록한 종이 한 장이 있는거지. 그래서 대출 이자를 꼬박꼬박 받아 예금 이자 내 주고 차액을 먹고 살았어.

그런데 아 이게 너무 심심한거야. 그래서 "깡"을 하기 시작한거야. 그러니까 채권을 기록한 종이 즉, 돈을 받을 권리를 딴 사람에게 파는거야. 예를 들어, 좀 싸게 (혹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만큼 깎아주는거지) 9천만원에 팔아. 그럼 다시 은행에 현금 9천만원이 생기니까 9천만원을 대출해줄 수 있고 이걸 계속 뺑뺑이를 돌면 원래 은행이 가진 돈의 수십배를 대출할 수 있게 되는거야.

뭐 이런 것 말고도 선물이라고 해서 미래의 물건을 미리 땡겨 와서 사고 팔기도 하고 별 희한한 것을 다 거래 가능한 금융 상품으로 만들어서 사고 판다고 하더군. 그리고 나라와 나라 사이의 환율의 빈틈을 노려서 전세계를 뱅뱅 돌아다니며 외환 거래를 하기도 하고 별 짓을 다 해. 하루에 이런 식으로 금융 거래를 통해 전세계를 도는 돈이 1년간 생산하는 총 재화보다 많다던가 뭐 어쨌든 엄청 크다더라.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나도 자세히는 모르고 오늘 얘기에서는 몰라도 되니까 일단 넘어가.

여기서 핵심은 금융은 실제로 재료를 집어 넣어서 사람이 노동을 해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식의 가상 거래를 통해서 엄청나게 거래량을 늘릴 수 있고 그 결과 전체 산업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되었어. 그런데 각 산업이 비슷한 수익을 낸다고 생각해보자고. 그럼 금융의 비중이 거졌으니 금융쪽으로 수익이 몰려가게 되는거지.

그   런   데

맨 처음에 살펴 보았듯이 재화는 실제 노동을 통해서만 생산이 되고 그 나머지는 다 이걸 분배하는 방식의 문제일 뿐이라구. 그러니 금융산업이 늘어나서 골드만삭스니 씨티그룹이니 하는 회사의 CEO가 엄청난 월급을 받아갈 때 그 돈은 실은 그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기 보다는 총 생산된 재화의 분배 과정에서 자기들 몫을 더 키운 거라고. 즉, 규모가 커지 금융 덕분에 쌀을 스무 가마니 생산하게 되어 골드만삭스가 열가마니 열다섯가마니를 가져 가는게 아니고 열 가마니 중에서 아홉가마를 가져가는거라고. 그럼 농부는 겨우 한 가마니를 가져 가는거야.

그래서 중산층이 몰락한다는 얘기가 나오는거야. 틀림없이 이전 처럼 일하고 있는데 틀림없이 이전보다 훨씬 생산성이 높아 졌는데도 중산층이 가져가는 몫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그건 근본적으로 터무니 없이 비대해진 금융산업 때문이라구. 그러니 99%의 사람들이 월가를 점령하고 그 난리를 친거야.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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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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