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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19 :: 부동산 거품 붕괴되면 나도 집 산다 (4)
세상을 얘기한다 2008.09.19 11:45
주택 정책 관련 글에 달린 댓글을 읽다보면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이게 참 재미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린 벨트를 풀고 신도시를 개발하고 재개발 재건축을 쉽게 해서라도 공급을 늘이겠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서민들도 다들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준댄다. 할렐루야...

물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미 주택 공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역전세대란이 보여주듯 더 이상의 공급 위주 정책은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왜 정부는 전문가들과 반대의 결론에 도달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그렇다면 집없는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기 저기 달린 댓글을 읽다보면 (그들이 모두 알바가 아니라면) 주택 공급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은 주택 공급을 통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야 나도 집 마련 할거 아니냐 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주택 공급이 주택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아무리 저축을 해봐도 예금 잔고가 늘어가는 속도보다 집 값이 더 빠르게 올라가서 좌절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급에 의한 가격 하락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주택의 가격이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것 처럼 이쁜 수요 공급의 곡선을 이루는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크기에 의하여 가격이 시장에서 저절로 조절되기에는 시장 외적인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예를 들어, 강남 집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학 입시 정책이다. 아파트 부녀회에서 가격을 담합하는 반시장적 행위는 일상화 되어 있다. 수 십만채의 미분양 아파트가 있어도 평당 분양가는 올라기기만 할 뿐 내리지는 않는다. 주택이 아무리 늘어도 여웃돈 많은 부자들이 더 많은 집을 소유하게 되고 정부는 정책적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인하여 그동안 꾸준히 주택 공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즉, 가난한 서민들이 집 마련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 하락은 없었다.

그렇다면 정녕 공급을 통하여 가격을 내릴 방안은 없다는 말인가? 없기야 하겠는가. 공급을 계속 늘여 나가다 보면 언젠가 내리긴 할 거다. 그것도 아주 아주 폭발적으로. 즉, 부동산 거품의 붕괴라는 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말이다.

까짓거 나는 집도 없는데 부동산 거품 붕괴되어도 나는 상관없고 그 참에 나도 싼 값에 집 살 수 있는거 아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의 붕괴가 단지 집값이 떨어져서 집 가진 사람들이 실의에 빠지는 수준에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현재 진행형인 전지구적인 금융위기가 미국의 주택 담보 대출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국내에서도 소위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한 주택 개발이 분양 실패로 이어지며 상당수의 제2금융권 기관들이 위험에 빠진 점 등을 볼 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은 엄청날 수 밖에 없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입는다.

그래도 가격이 내리긴 내릴 거 아냐?

글쎄... 뭐 변두리는 내리겠지. 하지만 강남은 내리기 힘들다. 내리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을만큼 내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부동산에 진짜로 거품이 끼어 있는 곳은 비강남이기 때문이다. 대학 간판이 인생을 결정하고 사교육이 대학입시를 결정하고 좋은 학원이 강남에 몰려있는 현재의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이상 강남의 부동산은 아무리 비싸도 거품이 크게 끼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부동산 거품의 붕괴로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평생 저축해서 변두리에 집을 산 사람들이 될 것이다. 설령 강남의 부자들이 타격을 입을 만한 사유가 있더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정책적으로 막아줄거다. 자기 손해날 짓은 안하거든.

결론적으로 주택의 과잉 공급과 이를 통한 부동산 거품의 붕괴를 통해서 보통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최대치는 (혹시 인플레이션이 안 생긴다면) 저축을 열심히 해두었다면 변두리에 지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을것이다. 물론, 이미 경제는 파탄나 있고 직장에서 잘렸겠지만 집을 사는게 중요하다면 사야지 어쩌겠어.

그러면 어떻게 하는게 더 좋겠나?

나도 모르겠다. 공돌이가 뭘 알겠나. 소박하게 생각하기로는,

첫째로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해야 된다. 솔직히 지금도 조금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어지간한 돈벌이만 있으면 집 마련하는게 너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내가 태어난 고향집은 결국 계속 빈 집으로 있어 흙벽이 다 무너지고 공터만 남았다.) 문제는 지방으로 내려가서는 그런 어지간한 돈벌이가 없다는데 있다. 과감한 지방 균형 개발 정책이 실은 집 값을 잡는 최고의 처방이다. (그런데 오히려 수도권 규제를 푼다니... 도대체가 그렇게 뻔뻔하게 자기 집 값을 올리고 싶은건가?)

둘째로 공급의 양이 아니라 공급의 내용이 중요하다. 집을 무한정 많이 지으면 뭐하냐 진짜 서민들은 아무리 집이 싸도 들어갈 돈이 없다. 서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집(예컨대 임대 주택)을 많이 공급하고 그런 주거지역의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된다. 서민 임대 주택 지역을 슬럼으로 만드는 것은 그곳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서민들에 대한 무례이며 서민 임대 주택을 기피 시설로 만드는 원인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땅이나 주택의 소유와 이를 통한 불로 소득의 원천으로 보는 시각을 잡아야 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종부세 등을 완화할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하고 사실상 사문화 되어버린 주택 공개념 등을 전면에 끌어내야 한다.

한줄 요약: 주택 공급 정책으로 서민들 집 마련한다는 건 뻥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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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