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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4 :: 광우병에 대하여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죽음의 향연"을 읽고) (6)
책을 얘기한다 2008.05.14 13:29
광우병을 둘러싼 얘기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괴담이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젊은 과학자들이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실은 검증할 수 없는) 얘기들이 유통되고 있다. 물론 분명한 것은 우리 정부가 굴욕적인 외교를 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 엉터리 오역이 개입했다는 것 그리고 이러한 무리한 쇠고기 협상의 근저에는 경제 성장 외에는 보여줄 것이 없는 현 정권의 조급함이 깔려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우병의 과학적 실체를 꼼꼼하게 추적한 과학 에세이 "죽음의 향연"을 다시 한번 읽는 것은 실체적 진실에 한발짝 다가서는 (또는 이 한바탕의 소동에서 한발짝 거리를 두는) 좋은 방법이 될 듯하다.

"죽음의 향연"은 결코 간단한 책이 아니다. 책의 저자는 쿠루병,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스크래피 등 일견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산발적인 현상들이 과학자들의 치열한 탐구 끝에 하나의 거대한 악몽으로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과학적, 정치적, 경제적 사건들을 흥미롭게 펼쳐나간다. 사뭇 음산한 느낌의 식인 풍습 장면으로 시작하는 책은 흡사 흥미진진한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게다가 모두들 변형 프리온 이론을 광우병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리고 그 이론에 따른 연구가 두 차례의 노벨상 수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정반대편에 서있는 이론 (즉, 프리온 단백질 자체가 아니라 미세한 바이러스 또는 그 변형된 형태가 광우병의 원인이라는 이론) 도 과학적 논거에 따라 공평하게 서술하였을 뿐만 아니라 후자의 이론이 점점 더 설득력을 갖게 되어감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저작이 이를 충분히 균형있게 반영하고 있지 못함을 후기를 통하여 고백하는 저자의 자세는 진정한 과학자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너무 많은 얘기가 책에서 나오므로 여기서 그것을 요약하고 소개하는 것은 생략하기로 하고 (인터넷을 뒤져보면 나보다 천배쯤 훌륭한 사람들이 이미 잘 정리 요약한 글들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몇몇 구절을 인용하여 오늘 현재 우리에게 이 책이 주는 교훈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그 질병의 정체를 알 필요는 없다. 원인을 찾기 전이라도 개선된 위생이나 약물을 통해 어느 정도는 통제할 수 있는 질병이 많다. 그러나 전염성 해면상 뇌증은 예외적이라 할 만큼 난감한 상대였다.
203-204쪽

이 구절은 이중적인 함의를 갖는다. 첫째로는 광우병 등의 이 질병이 무척이나 다루기 어려운 질병이라는 과학적 역학적 어려움을 의미한다. 삶아도 약품 처리를 해도 자외선을 쬐어도 원심분리기로 부숴도 없어지지 않는 이 병의 근원 물질은 사실 우회적인 예방책을 세우기 곤란하게 한다. 하지만 또 다른 함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원인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현재까지 알려지 과학적 지식을 이용한 예방적 조치 (예컨대, 특정 위험 물질의 식용 금지, 동물성 사료의 사용 금지 등) 는 유용하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가 대부분의 통제장치를 풀어버린 금번의 쇠고기 협상은 참으로 아쉽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소 해면상 뇌증에 감염된 동물의 고기는 특정 위험 부위의 유통을 금지한다고 해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감염성이 있다고 알려진 림프관과 신경은 둘 다 근육 속에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249-250쪽

특정 위험 물질만 제거하기만 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안이한 생각일 수도 있다. 게다가 도축전에 (또는 동물성 사료로 쓰기 전에) 전수 검사를 통하여 광우병 여부를 확인하는 경우(일본이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가 아니라면 광우병에 걸린 소가 도축되고 그 살코기 속에도 위험한 물질이 들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축 관리국장에게 '독이 든 식품'으로 판명된 제품을 수출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끈질기게 말했다. " 영국 정부 소속의 한 수의사가 고백했다. "그러나 주제넘게 나서지 말라는 핀잔을 들었다. 수입하는 국가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면서 말이다."
288-289쪽

그렇다. 모든 교역된 상품에 있어서 안전성을 책임지는 것은 결국 수입하는 측의 정부다. 예를 들어, 주어진 예산으로 상품의 안전성을 검사해야 하는 정부 당국의 경우 그 예산을 내수쪽에 배분할 것인가 아니면 수출쪽에 배분할 것인가? 당연히 내수다. 정부는 납세자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 남의 나라 백성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 관계자는 "미국을 믿자"고만 한다. 이건 미국을 믿고 안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교역에 있어 우리 정부의 역할이 무엇이냐에 대한 존재론적인 질문이다. 이런 식으로 방임할 것이라면 아예 협상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수입업자들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다.

4월에 스위스 정부는 취리히에 있는 두 병원이 (아마도 낙태 과정에서 나온) 인간의 태반을 폐가축 처리장에다 폐기해 왔음을 확인했다. 그곳에서 인간의 태반은 가축 부산물과 섞여서, 궁극적으로 스위스의 돼지와 닭에게 공급되는 육골분 사료로 만들어졌다.
291쪽

물론, 그런 사료로 키운 돼지와 닭을 다시 사람이 먹는다. 이 책의 서두에서 소개하는 쿠루 병은 사람이 자신의 친족의 사체를 먹음으로써 전염되는 병이다. 식인 습관은 문명 사회에서는 오래전에 없어졌다. 그런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우회적인 형태의 식인 습관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뿐만 아니라 소나 돼지도 친족을 먹고 있다. 그 이유는 육골분 사료가 더 싸고 (어차피 버려야할 폐기물로 만드는 것인데다가 폐기물 처리 비용도 절감되므로) 성장 속도도 빠르고 맛도 더 좋아지기 때문이다. 즉, 현대의 공장화된 목축업이 이 우회적 식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돼지에게서 질병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돼지를 7~8년씩 살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돼지는 기껏해야 생후 2~3년이면 도살되지. 우리가 실험실에서 돼지에게 스크래피 인자를 주입하고 8년동안 키웠을 때 녀석들은 스크래피 증세를 나타냈었네. 어쩌면 영구에 있는 돼지는 전부 다 감염이 되었을지도 몰라.
297쪽

40년 넘게 쿠루, 스크래피, 광우병 연구에 매달렸고 그 연구로 노벨상까진 받은 가이두섹의 지적이다. 어쩌면 이 불행한 비극은 우리가 너무 오래 산다는 것과 관련이 되어 있다. 우리 수명이 서른 살이 넘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은 그냥 잠재되어 있으나 영향을 줄 수 없는 것일 수도 있다. 하나 우리는 발병이 될 만큼 오래산다. 그의 지적은 계속된다.

문제는 돼지고기만이 아니라네. 돼지가죽 지갑도 문제고 수술용 봉합사도 문제야. 수술용 봉합사는 돼지의 조직을 가지고 만들거든. 모든 닭에게도 육골분 사료를 먹였으니 ... 닭똥은 비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네. 우지 속에도, 버터 속에도 있을 수가 있어. ... 크로이츠펠드야코프병에 걸린 사람들 중에서 헌혈을 한 사람들도 있었네. 이런 식으로 혈액 유통망 속에 병원체가 돌아다닌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네.
297쪽

소나 돼지로 만드는 여러 제품들 (특히, 젤라틴 류의 제품들) 을 통하여 감염될 수 있으므로 광우병의 문제가 단순히 고기를 먹고 안먹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 주장에 대하여 흔히들 광우병 괴담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걸 평생 연구한 노벨상 수상자의 생각은 다르다는 점을 들려주고 싶다.

사람의 경우 38퍼센트는 MM 유전자형, 51퍼센트는 MV 유전자형, 11퍼센트는 VV 유전자형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환자는 모두 MM 유전자형이었다. 그러나, ... 인간 유전자형 3가지 모두를 감염시킬 수 있는 것이 분명했다.
336쪽

우리나라 사람들은 MM 유전자형이 많다는 것이 소위 광우병 괴담에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는 75% 정도가 MM 형이라는 것을 밝힌 연구자 스스로가 광우병 위험에 한국인이 더 취약하다고 할 수 없다는 식의 해명까지 하는 소동을 빚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유전자형 분포가 무엇이건 같에 지금까지의 연구로부터분명한 것은 유전자형과 상관없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이며 따라서, 75%가 맞네 안맞네 하는 토론은 무의미한 것일 수 있다.

"이처럼 설명되지 않은 의문들은 아직 바견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전염성 해면상 뇌증의 진짜 병원체로 드러날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놓는다. ... 이 질병의 원인이 되는 감염 인자의 정확한 본질을 밝혀내고, 예방약이나 치료약을 개발해 낼 미래의 연구를 질식시키는 것은 비극이 될 수도 있다."
342쪽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듯이 광우병을 일으키는 인자에 대하여는 변형된 프리온 (즉, 핵산을 가지지 않는 단백질 그 자체) 라는 이론과 바이러스 또는 그 변종 (즉, 핵산) 이라는 이론 이 두가지가 있으며 전자의 이론이 두번의 노벨상을 수상함으로써 현재 많은 연구비가 그쪽으로만 투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비 편식 현상은 혹시 그 원인이 프리온이 아니라면 이 질병의 극복만 미루게 될 수 있다.

이전의 황우석 교수 사태에서도 겪었듯이 연구비를 지원하는 쪽에서는 확실한 몇 곳에만 집중 투자해서 높은 수익률(ㅠ.ㅠ)을 기대하지만 과학의 발전은 그런 것이 아니라 서로 상충하는 듯 보이는 여러 패러다임이 경쟁, 교차, 상호 침투하면서 발전해왔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며 따라서, 이 문제에 있어서도 균형잡힌 연구가 지속될 필요가 있지만 전세계 어느 곳에서건 이런 식의 편식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인류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일이라 생각된다.

요약 -- 광우병 괴담이라고 불린 것 중 상당수는 전문 연구자들의 견해와 일치하는 정설이다. 단, 이 병을 완전 정복한 것이 아니므로 100%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어느 쪽도 없고 따라서 조심하는 수 밖에 없다.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의 현재 내용은 따라서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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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