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23

/* (저자 주) 1995년 3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 글의 앞 부분에는 고 공병우 선생님 타계 소식이 있군요.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네요. */
/* 그리고 글의 뒷부분에는 요즘 유행하는 유비쿼터서 얘기가 나오네요. 거 참... 그 때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었지? */


우선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글의 컴퓨터 처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셨고 또한 많은 업적을 남기신 공병우 선생님의 타계 에 깊이 머리 숙여 그 큰 뜻을 기리고자 한다. 공병우식 타자기를 만들어내셨고 종로에 안과를 세워서 인술을 펴셨으며 편리한 한글자판을 보급하기 위하여 직접 세벌식 자판을 개발하시고 그의 보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 그 외에도 컴퓨터에서의 한 글처리를 잘하기 위한 많은 프로그래머들의 작업에 선생의 지원이 따랐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장기까지 기증하시고 돌아가셨다는 점에 대해서는 '역시 훌륭한 분들은 끝까지 훌륭하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번 달에는 키보드를 대신하여 자료를 입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그의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처음 컴 퓨터를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키보드를 빨리 치지 못해서 '그냥 말로 하면 팍 팍 알아먹는 컴퓨터가 없을까 ? ' 하고 불평을 하 게 마련이다. 즉, 키보드를 대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맨 처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음성인식 시스템이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매우 오랫동안 연구되어왔기 때문에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유명한 소리 카드인 [사운드 블래스터]를 사면 끼워주는 [보이스 어시스트 ( Voice Assist )] 라는 프로그램만 해도 거의 100단어 정도는 문제없이 알아듣는다. 물론 임의의 단어를 모두 알아듣는 시스템은 아직 본적이 없다. 임의의 문장을 입력하려면 영어를 기준으로 한다면 A 부터 Z 까지 26 글자를 알아듣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스펠링을 하나하나 읽어주면 될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음성인식 시스템을 일반적인 입력기로 쓰기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영어에서 대문자와 소문자를 구분할 방법 이 없다. 따라서 " This " 라고 한 단어만 입력하려고 해도 '대문자 티 소문자 에이치 소문자 아이 소문자 에스' 라고 해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시프트 키나 캡스록 키의 개념을 도입하면 좀더 간단해지긴 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또 한가지의 문제점은 음성인식 시스템은 주변의 환경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이다. 주변이 시끄러우면 소음과 사람의 음성을 구 분하기가 힘들 것이고 입력하는 사람이 좀 멀리 있어서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면 제대로 입력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감도가 좋은 마이크를 써서 소리를 잡아내는 것도 문제다. 왜냐하면 옆 사람이 얘기한 것까지 몽땅 명령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 옆 사람이 자기 컴퓨터에다 대고 '파일 몽땅 지워' 그랬는데 내 컴퓨터에 있는 파일이 몽땅 지워지면 누 가 책임지나 ? )

음성인식의 또 한가지 문제점은 입력 속도와 수정 속도에 대한 것이다. 타이핑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본다면 말을 제 법 빨리 해야 겨우 타이핑 속도를 뛰어넘게 된다. 하지만 말을 빨리 하게 된다면 띄어쓰기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특히 영어 처럼 한 단어씩 띄어쓰는 경우에는 문제가 적지만 우리말의 경우에는 띄어쓴 부분에서 붙여 읽기도 하고 붙어있는데 띄어읽는 경 우도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한글처리 프로그램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수정의 문제에 오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다. 한참 말하다가 잘못된 경우 어디까지 지울 것인가를 말로 명령을 내려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 '산토끼 토끼야 어데로 악 틀 렸다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디로 가느냐' 이렇게 될까 ? '지우고' 라는 명령과 보통단어의 입력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 '지우고' 라는 단어를 입력할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명령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릴 수 있을 까 ? 산 넘어 산이로다.

하지만 이렇게 일반적인 문장을 입력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TV의 리모콘 수준의 명령만을 대신하는 간단한 경우라면 음성인식 시 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고 곧 그런 제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말을 알아듣는 TV 리모콘이라 . . . ( '야 9번 보자' '야냐 7번이야' '너 아빠말 안 들을래 ? 9번' '히잉~ 7번' '9번' '7번' '9' '7' . . . 미래의 어느날 밥상머리 에서 오가게 될 대화는 이런 것이 될까 ? )

문자를 손쉽게 입력하려는 노력 중에 거의 실용화 단계에 이른 것은 문자인식시스템이다. 영문을 기준으로 한다면 거의 완벽한 문자인식시스템이 나와있고 한글의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제한된 용도로는 활용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임금인상으로 타이피스 트들의 월급이 계속 오른다면 대량의 문서를 입력해야 하는 곳에서는 당연히 문자인식시스템의 도입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하지 만 현재 상품화된 문자인식시스템은 책과 같이 깨끗이 인쇄된 문서를 읽는 수준이고 편지봉투와 같이 손으로 쓴 글씨를 제대로 인식하는 시스템이 나오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영문, 한글, 숫자뿐만 아니라 한자까지 제대로 인식하려면 한참 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제록스 파크 ( Xerox Palo Alto Research Center )] 는 항상 가장 선진적인 기술을 내놓는 첨단 연구소이다. 여기서 얼마 전에 내놓은 시스템은 정보입력의 필요성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용한 방법은 방의 문이나 커피 포트, 볼펜 과 같은 생활주변의 모든 제품과 각 사람에게 통신기능이 되는 배지를 달아둔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방에 들어오고 나가고 커피 포트를 사용하는 하는 식의 모든 정보를 이 배지를 통하여 컴퓨터가 자동으로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즉, 일상생활의 모든 활동 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기록하게 함으로써 그런 정보를 사람이 다시 정리해서 기록하는 ( 즉, 일지를 기록해야하는 )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왠지 좀 무시무시한 생각도 든다. 이건 뭐 조지 오웰의 [1984] 소설에나 나오는 그런 썰렁한 세상 얘기 아닌가 ? 이쯤 읽은 독자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 '에이 그냥 키보드 익히고 말지뭐.'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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