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 2. 2. 13:34

/* 1995년 5월에 모 잡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그 때는 네티즌이라는 말이 신조어였던 시절입니다. */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윈도우즈 95 ( 일명 시카고 ) 를 올해 8월에 정식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는 베타 테스트 버전을 공짜로 써 볼 수 있는데 글쎄 원래 선전하던 것 보다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던 플러그 앤 플레이 ( Plug and Play : 장치를 추가하기만 하면 윈도우즈가 알아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작동가능하게 해 주는 것 ) 는 너무나도 불안정하게 구현되어 있어서 어느 잡지의 표현대로 설치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빌고있어야 하는 ( Plug and Pray )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테스트 버전의 얘기이고 정식버전이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한편, 이에 대응하여 나온 아이비엠의 오에스/2 워프 ( OS/2 Warp ) 는 뛰어난 성능과 재미있는 텔리비전 광고 ( 엄숙한 분위기의 수녀들이 워프에 대하여 소근대는 광고.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고 무엇을 선전하는 광고인지 이해할 수 있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 ) 에도 불구하고 일단 윈도우즈에 길들여진 사용자나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인듯 하다. 한때 컴퓨터업계의 절대 강자였지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공룡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휘청이던 아이비엠이 경영혁신 ( 엄청난 노동자 학살과 노동강도의 강화 ? ) 을 통하여 얼마나 재기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설하고 이번 달에는 우리 앞에 다가온 정보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새로운 도전과 희망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정보 분야만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95년 현재 일간신문은 하루 1300만부가 인쇄되고 있고 ( 이 중에 얼마나 배포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 ) 차량용을 제외하고도 라디오는 2400만대, 텔리비전은 1300만대 이상이 전국에 보급되어 있다. 4천종이 넘는 잡지가 월간, 주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 텔리비전과 지역민방까지 얼마전에 가세하고 무궁화호 위성이 곧 우주상공에서 제 궤도를 잡고 지구를 향해 정보를 쏟아낼 시점도 곧 다가오고 있다. 정보사회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는 컴퓨터는 500만대를 넘어섰고 2천만 회선에 1600만대의 전화가 보급되어 있어 지금 한반도는 정보 유통의 홍수가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컴퓨터통신의 측면에서만 보아도 각종 통신망의 가입자가 몇백만을 돌파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고 세계적인 통신망인 인터넷에 가입하는 사용자수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좋아하는 말대로 바야흐로 세계화의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도 근사한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정보사회의 시민, 즉 네티즌 ( Netizen = Network + Citizen ) 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한국통신에서 내보내는 광고를 보면 어떤 직장인이 전화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괜히 막히는 길에 차를 타고 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상사에게 혼나는 장면이 나온다.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 널려있는 정보기기 ( 전화, 팩스, 컴퓨터 통신 등 ) 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마치 버스나 지하철을 제대로 탈 수 없는 노인들과 같은 불쌍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떤 사람들은 디지탈 문자해독 ( digital literacy ) 의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기도 한다. 구텐베르그가 인쇄술을 통하여 정보의 대중적인 파급을 가능하게 하자 더이상 정보를 특정계층에서 독점할 수 없게 되었다. 독일어로 성서가 인쇄되어 널리 보급됨으로써 중세의 절대 권력이었던 구교 ( 가톨릭 ) 가 무너지고 신교 ( 프로테스탄트 ) 의 등장을 가능하게 되었다. 근대국가에서 시행한 국민교육은 법령을 읽고 이를 준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문자의 해독능력을 가르치는 교육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이제 정보통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국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이를 학교교육이 담당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하나는 학교교육의 혜택을 더이상 받을 수 없는 성인들의 재교육에 관한 문제이고, 또 하나는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기자재나 교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프랑스는 예산의 20%를 교육에 쓴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과연 얼마나 쓸 수 있을까 ? 이런 판국에 아직 우리 교육은 대입 본고사, 평준화, 과외허용 등 몇십년동안 줄기차게 붙들고 있던 문제로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와중에 뻔한 소리 몇마디 했다고 교육부 장관을 갈아치우다니 아무리 선거국면이라지만 . . .

하지만 시각을 세계로 돌려놓고 보면 정보사회의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 진다. 우선 제도의 장벽이 무너지는 제도제국주의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예를들어, 현재 미국의 펜트하우스에서는 자기네 잡지에 나오는 기사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통하여 이런 자료를 얼마든지 받아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어떤 사전 검열이나 당국의 제지가 개입할 구석이 없다. 요즈음 관심을 끌고 있는 주문형 비디오 ( VOD : Video On Demand ) 는 집에서 전화나 CATV 케이블, 광케이블 등을 통하여 보고싶은 비디오를 골라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런 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 된다면 한국의 시청자가 미국의 비디오를 골라보는 것이 가능해 진다. 그렇다면 미국의 영화가 공윤의 가위질 한번 받지 않고 한국시장에 유통되게 된다. 더 이상 국가간의 장벽이라는 것이 성립되지 않는다. 전 세계가 단일한 제도에서 비디오를 제작, 배포,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 컴퓨터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쇼 비즈니스의 기획 등 모든 인간의 창의적인 활동 ) 분야에서 강세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는 후진국에 대하여 통신시장을 비롯하여 각종 무역, 문화, 예술, 오락, 방송, 광고 관련 제도의 변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한참 신문을 메우고 있는 한국통신노조의 농성사태는 이런 상황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텔리비전이나 신문에서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보도한 적이 없지만 말이다. 얼마전에 대구에서 도시가스 폭발 참사가 났을때 이를 가장 자세히 알려준 것도 햄 ( HAM ) 과 같은 개인적인 무선통신가들이나 하이텔, 천리안과 같은 컴퓨터 통신망이었다. 그리고 이날 참사에도 불구하고 문공부의 지시에 따라 태연스레 스포츠 중계만 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도 이들 통신망을 통해서만 토로되고 공유될 수 있었다. 통신망의 사용이 더욱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면 문공부의 지시나 받는 언론 보다는 컴퓨터 통신이 더 많은 정보를 제때에 공급하게 될것이고 그렇다면 언론이나 방송은 그 나름대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더욱 열린 보도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80년 광주과 같은 비극은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독점을 막는 이러한 컴퓨터 통신에 대하여 통제의 칼을 들이대려는 노력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만해도 주요한 자료의 통신을 모두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클리퍼 칩의 문제가 크게 문제가 되었다. 대통령이 도청 한번 잘못했다가 짤리는 나라에서도 그런 정도인데 도청이 일상화된 나라에서는 어떨까 ? 한편, 정보가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언어의 문제도 당분간은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자료가 쌓여 있더라도 언어의 장벽때문에 읽을 수 없거나 설령이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독해의 속도가 느리거나 미묘한 뉘앙스를 느낄 수 없다면 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인 약자들 - 노인들, 어린이들, 후진국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집없는 사람들 등 - 은 이러한 통신망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얼마전에 일본에서는 영국에서 일본에까지 이르는 광케이블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선진국은 전세계를 광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하여 거미줄처럼 엮고 있지만 아직도 지구상의 절반의 사람들은 전화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현실인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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