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46

/* (저자 주) 1995년 8월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네요. 뭐 아직은 현실이 되진 않았지만 결국 유비쿼터스가 그걸 가능하게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음반 시장의 몰락을 예측했군요. 흠... */

요즈음 신문에 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어느 선까지 가격이 내릴 것인가 ? 또는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이 얼마나 향상 될 것인가 ? 하는 점이 궁금하게 느껴진다. 내가 1981년 여름에 처음 컴퓨터를 샀을 때 ( 더 정확히는 아버지를 졸라서 컴퓨터를 선물받았을 때 ) 는 애플 투 ( Apple ][ ) 컴퓨터가 개인용 컴퓨터로는 거의 유일한 선택의 대상이었다. 겨우 8 비트 컴퓨터였던 이 컴퓨터의 가격은 본체,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해서 거의 백만원에 육박하였다. ( 이것도 당시로서는 국산 복제품이 나와서 가격이 많이 싸진 상태였다. ) 나의 애기 ( 愛器 ) 였던 이 컴퓨터를 대학교 1학년때 까지 계속 사용하였다.

1980년대 이후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컴퓨터계의 공룡 아이비엠이 발표하고 수많은 회사에서 호환기종을 생산한 아이비엠 피씨의 전성기였다. 8비트의 변형인 8086, 8088 을 탑재한 엑스티 ( IBM-PC XT ) 의 시대를 거쳐 16비트 개인용 컴퓨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에이티 ( IBM-PC AT ) 의 시대로 이어졌다. 그 이후 개인용 컴퓨터 분야의 성능 향상은 가속도가 붙은 듯 금새 386 피씨, 486 피씨의 시대를 지나고 펜티엄이 주력기종으로 정착된 오늘에 이르렀다.

인텔에서는 이미 펜티엄의 다음 세대인 피식스 ( P6 ) 의 시제품을 공개할 시점에 이르렀고 피세븐 ( P7 ) 도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이렇게 성능은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가격은 여전히 백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야의 발달은 참으로 눈부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 향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

이를 결정하는 데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반도체 기술의 한계이다. 개인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크기, 가격, 전력소모의 범위 내에서 만들 수 있는 컴퓨터는 아무래도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반도체 기술이 발달해도 회로를 통해서 전기가 흐르려면 ( 전자가 돌아다니려면 ) 회로의 선폭이 전자의 크기보다는 넓어야 하므로 무한정 복잡한 중앙처리장치와 무한정 용량이 큰 기억소자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중앙처리장치의 성능의 한계에 대하여는 아직 상상하기 어렵지만 기억소자의 경우에는 약 2000년쯤이면 한계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물론, 전혀 새로운 기술 예를들어, 광소자, 바이오 기술 등을 사용한다면 이런 시점은 더 뒤로 미루어질 수도 있다.

개인용 컴퓨터 성능 향상의 한계를 규정하는 두번째 요소는 개인의 필요성의 한계와 맞물려 있다. 요즈음 유행하고 있는 컴퓨터의 대부분은 멀티미디어를 지향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는 음향, 음악, 동영상 등을 컴퓨터에서 처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는 기존의 개인용 컴퓨터에 음향을 담당하는 사운드 카드, 음악을 담당하는 미디 ( MIDI ) 기능, 동영상을 담당하는 영상카드 ( 대개는 엠펙카드 ) 부가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고가의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것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씨디롬 ( CD-ROM ) 으로 된 타이틀을 돌려보거나 비디오 씨디 ( Video CD ) 를 보는 수준이다.

비디오 씨디를 보는 것은 사실 비디오 씨디용 플레이어를 사거나 비디오 씨디 재생 기능을 포함한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를 사는 것이 훨씬 손쉬운 방법이다. 특히, 컴퓨터를 이용해서 비디오 씨디를 보게되면 컴퓨터에 내장된 냉각 팬 소리때문에 분위기를 잡기가 참 어렵다는 단점까지 있는 실정이다. ( 물론 귀가 좀 어둡거나 냉각 팬 소리를 들어야 심리적 안정을 얻는 컴퓨터 중독자는 예외다. )

비디오 씨디를 포함한 씨디롬 타이틀 시장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맞물려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호황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굳이 개인이 타이틀을 구입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음반시장의 변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음악은 방송을 통해서 대중에게 알려진다. 그리고 인기곡은 굳이 카세트나 씨디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라디오나 컴퓨터를 통해서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곡의 카세트나 씨디가 팔리는 이유는 개인이 듣고 싶은 순간에 들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비디오도 개인이 보고 싶은 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팔리기도 하고 대여점도 생기는 것이다. 즉, 음반시장의 존재가치는 방송이 즉시성, 쌍방향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각국에서 활발히 추진 중인 국가정보기반 ( NII : 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사업이 완성되고 (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대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이들이 상호연결되어 지구정보기반 ( GII : 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이 구축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주장하듯 모든 가정에서 '정보를 손끝으로' ( Information on your fingertips ) 주무를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때 쯤이면 가정에서 컴퓨터는 사라지고 컴퓨터와 텔레비젼, 음향기기, 홈 오토메이션이 통합된 가전제품이 가정의 벽면을 차지하게 되고 개인은 텔레비전 같이 생긴 단말기를 통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각종 정보 서비스 ( 홈 뱅킹, 각종 예약 등 ) 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복잡한 계산을 해야하는 경우에도 집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의 단말기에서 센터에 있는 슈퍼 컴퓨터에 접속하여 초고속으로 다양한 계산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요즘 텔레비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성이나 엘지의 기업 이미지 광고화면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의 어린이들은 아마 우리세대가 '보릿고개' 라는 말을 어설프게 이해하듯 개인용 컴퓨터라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옛날 얘기로 듣게 될 것이다. 타자기가 그랬고 유엔성냥이 그랬듯이 개인용 컴퓨터도 역사의 저 너머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게될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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