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얘기한다 2007.02.02 14:34

/* (저자 주) 1999년 2월 26일 작성한 글입니다. Y2K 문제를 시민운동의 관점에서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정리한 글입니다 */

지난
설날 고향에 모여서 오손도손 얘길 나누는데 육순을 넘으신 어머니께서 나에게 갑자기 "밀레니엄 버그라는게 뭐냐" 묻는 바람에 멍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때 받은 느낌을 요약하자면 첫째, 밀레니엄 버그라는 것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는 것과 둘째, 뭔지 모르지만 컴퓨터와 관련된 것이라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있다.

그렇다면 밀레니엄 버그 또는 Y2K 문제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 좁게 정의를 내린다면 연도를 19XX 뒷자리만 표기하거나 인식함으로써 20XX 년과 19XX 년을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이라고 있다. ,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나는 58 개띠요' , ' 77학번이요' 라고 관행처럼 쓰고 있거나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처럼 YY-MM-DD 표기 체계를 따르는 모든 일자 표기 체계가 2000 1 1 이후의 날짜를 표기하는 과정에서 1900년대와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정의를 내림에 있어 좁게 '컴퓨터 또는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내장한 장치'까지로 한정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컴퓨터가 연도의 두자리를 잘라서 쓰게된 것은 사회 제반 분야에서의 '관행' 또는 '규정' ( 주민등록번호의 경우 ) 때문에 그런 것이지 대개의 컴퓨터 자체로는 굳이 뒤의 두자리만 인식 또는 처리하도록 이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온당하지 못하다. 하지만, 어쨌든 컴퓨터 또는 마이크로 프로세서 내장 장치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보나 인간처럼 스스로 문제에 대응 또는 버티어낼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는 그렇게 정의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있다.

본질적인 논의는 아니지만 문제를 '밀레니엄 버그'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 현재와 같은 디지털 문명이 1900 이전에 시작되었다면 아마도 1900 1 1일을 기점으로 하여 이러한 문제가 벌써 제기되었을 것이다. , 1XXX 년에서 2XXX 년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19XX 년에서 20XX 년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이름 붙이자면 '센테니얼 버그'라고 불러야 온당하다. ( 글에서는 문제를 Y2K문제 라고 표기하도록 하겠다. )

문제와 유사한 문제로서는 첫째, 유닉스 시스템의 시간표기 방식이 2030여년에 가면 오버플로우가 나는 현상,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를 대개 4자리로 표현해왔는데 머지않은 장래에 1 포인트를 돌파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 (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 GPS 시스템이 2010여년에 가면 주간 표기 기능이 1024주를 넘어서서 오버플로우가 나는 현상과 같이 오버플로우에 의하여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고 둘째, 유로화의 출범에 따라 기존의 환율 관련 시스템들을 모두 수정해야하는 현상처럼 새로운 '규정' 도입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가 있으며, 세번째로 얼마전에 신문지상에도 보도된 바와 같이 9, 99, 999 등을 에러코드로 사용하는 코볼 프로그램의 '관행'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도 있다.

Y2K문제의 정의에 대한 생각은 정도로 접어두고 그럼 이것이 문제인가 ? 또는 심각한 문제인가 ? 라는 점을 생각해보자. 대개의 문제에 대하여 우리가 대응하는 방식대로 사전 대비, 일이 터졌을 대응, 사후 처리의 3단계로 나누어 생각을 해보자.

먼저, Y2K문제에 대하여 사전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 또는 심각하게 표현해보자면  대비라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가 ? 사전 대비의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우리 누구도 Y2K 문제가 ( 정확히는 Y2K 문제가 불러일으킬 문제가 ) 무엇까지인지 모른다는데 있다. , 포괄적으로 또는 개념적으로는 무엇이라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구체적으로 밝혀내고 문제점들을 열거할 있는 사람은 없다는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렇게 알기 어려운 문제가 주어졌을 사람들이 대응하는 방식은 과도한 불안에 빠지거나 무대책으로 수수방관하는 양극단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과 사람들의 일상 생활 특히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으로보아 무대책으로 '세월이 약이다' 하고 버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과도한 불안에 빠지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가 과제로 제기된다. 과도한 불안과 사전 대비의 필요성이 폐쇄회로에 의하여 상호 증폭 작용을 하게 되면 Y2K 문제를 대비하는 행위 자체가 자칫 Y2K 문제가 가져올 재앙보다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00 1월초에는 은행에서 예금 인출이 어려울 모른다고 생각하여 너도 나도 연말에 현금을 인출하기 시작한다면 현재의 발권 규모로 보나 자금의 유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있다.

사전 대비를 곤란하게 하는 한가지 요인은 모의 실험을 해보기가 쉽지 않다 점이다. 컴퓨터와 같이 시간을 돌려서 실험을 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는 극소수이고 많은 시스템에서는 시간을 돌릴 수가 없고 설령 하나의 시스템에 대하여 시간을 돌려서 실험해 본다고 하더라도 주변의 연결된 시스템도 마찬가지 환경을 제공해주지 않는다면 완벽한 실험을 수는 없는 것이다.

, 현대 사회와 같이 고도로 네트웍화 사회에서는 사회의 기반시설로부터 개인의 소유물에 이르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고리에서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하나의 약한 고리 남아 있으면 전체가 무너지게 된다. 예를 들어, 원자로를 조종하는 컴퓨터 시스템도 Y2K 문제가 없고 원자로도 문제가 없는데 사이를 연결하는 회로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원장치에 Y2K 문제가 있다면 결국 원자력 발전소가 문제를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한창 추운 겨울날 집에 물이 안나오는 바람에 세수도 못하고 빨래도 못하는 것까지는 참을 있는데 보일러 물도 없어서 난방이 안되었던 경험을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짜여 있으며 조그마한 허점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문제를 일으킬 있다는 것을 상상할 있을 것이다.

사전 대비에 대한 얘기는 정도로 하고 그럼 시간이 어쨌든 흘러서 Y2K 문제가 현실적으로 눈앞에 나타나게 되었을 어떤 문제가 있을지 생각해보자. 먼저 생각해보아야 것은 Y2K 문제가 2000 1 1일부터 시작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외국의 사례를 본다면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을 유통기한으로 인쇄한 제품들이 1900년대 초반이 유통기한인 것으로 오인되어 대량 폐기된 사례가 있고 영국에서는 장기적으로 주기적인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 대하여 예약을 입력해야 하는 2000 이후 날짜로는 예약이 입력이 되지 않아 문제가 사례가 있다. , 이미 전세계적으로 Y2K 문제는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면, 1997 12 당시 미국의 대기업 128 회사를 조사한 결과 7% 이미 Y2K문제를 경험하였으며 이로부터 3개월이 지난 1998 3월에는 비율 30%까지 증가하였다고 한다. 한편, 가트너 그룹은 87 국가의 1 5천개의 회사 정부로부터 자료를 축적하여 Y2K문제의 발생빈도를 추정하는 모델을 제시한 있는데 이에 따르면, 문제 발생 빈도는 1999년에 급속도로 증가하여 2000 1 1일을 약간 지난 시점에서 정점에 이르렀다가 2000 이후에는 급속히 떨어지지만 3 ~ 5 년간 문제점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또한,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 사회는 고도로 연결된 사회이기 때문에 Y2K 비롯된 문제를 문제가 일어난 공간 , 특정 시스템, 특정 집단, 특정 국가 내에서 해결하지 못할 있다는 점도 Y2K 문제가 가진 심각성 중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그래머가 현행 주민등록번호 체계가 문제가 있음을 미리 알았다고 해도 프로그래머 스스로 또는 그가 속한 집단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Y2K 문제에 의하여 우리가 속한 어떤 집단 안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심지어는 무엇인 문제인지까지도 안다고 하더라도 집단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전세계적으로 협력해야 필요성이 매우 높다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은 있다. 상호 협력하여 지혜를 모아서 해결하려고 하더라도 과정에서 필요한 장치들이 Y2K 문제로부터 안전하다 ( , Y2K compliant 하다 ) 것이 보장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화 시스템이 고장나서 해결할 사람을 불러야 하는데 전화 외에는 연락할 길이 없다면 어떻게 문제를 있을 것인가 ?

그럼 Y2K 문제로 인하여 어떤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하였다고 하자. 그렇다면 피해에 대한 대책은 어떠한가 ? 역시도 매우 까다롭다. Y2K 문제에 관한 모든 피해자들은 선의의 피해자들일 것이다. 심지어는 많은 사람들에 의하여 가해자로 지목받을 있는 사람들 (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개발자 ) 조차도 선의의 피해자라고 보아야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만든 소프트웨어가 2000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가 사용하는 있는 개발환경이나 개발도구 또는 개발에 사용된 사회적 규정이나 관행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자는 매우 많지만 가해자를 찾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 벌어질 것이다. 이는 흡사 환경 문제와 유사하여 남극 대륙상에 오존 구멍이 뚫렸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직접적인 원인을 밝힐 재간이 없고 심증이 가는 원인의 제공자는 너무 많고 ( 또는 전세계 인류 전체이고 ) 그래서 아무도 책임질 길이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원인을 제공한 컴퓨터 하드웨어, 운영체제, 소프트웨어, 마이크로 프로세서 내장 장치 등의 개발자 ( 또는 공급자 ) 문제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공급한 것이므로 가해자가 아닌가 하고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고의성' 있고 '불가항력' 상황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것인데 이는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개발자 ( 또는 공급자 ) 에게 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도 쉽지 않을 이다. 더군다나 대개의 소프트웨어는 제한된 책임과 보증을 진다는 것을 라이센스 계약에 명시하고 있다. 다음은 아주 알려진 어떤 회사의 소프트웨어 라이센스 계약서의 일부이다.

 

5. 보증. 제한된 보증. ** 소프트웨어를 저장한 매체가 영수증에 의해 입증되는 구매일로부터 90일동안 정상적인 사용 자재 가공상 결함이 없을 것임과 소프트웨어 가격 리스트에 기술된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음을 보증한다. 밖에는, 소프트웨어는 " 상태 그대로" 제공된다. 제한된 보증에 따른 고객의 유일한 구제수단이며 ** 지는 책임의 전부는, ** 선택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보수하거나 대치 또는 지불된 사용료를 환불하는 것이다.

6. 기타 보증의 부인. 라이센스 계약에 명시된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 목적에 대한 적합성, 특정 목적에 대한 적합성 또는 권리 불침해에 관한 묵시적 보증을 포함한 어떠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진술 보증도 조항에 의해 배제된다.

7. 책임의 제한. 발생경위 또는 책임이론의 여하를 불문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 소프트웨어의 사용 또는 사용불능으로부터 발생하는 일실 수입, 이익 또는 자료에 관하여, 또는 특별손해, 간접손해, 결과적 손해, 부수적 손해 또는 징벌적 손해에 관하여, 설령 ** 그와 같은 손해의 가능성에 관해 사전에 알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 고객에 대한 책임은, 계약, 불법행위 ( 과실 포함 ), 또는 그밖의 사유여하를 불문하고, ** 소프트웨어에 대하여 부과한 사용료를 초과하지 않는다.

( 필자 : 여기서 ** 회사의 이름이다. )

 

이상의 문제 의식을 가지고 이때까지 시민운동의 관점에서 제기된 과제를 열거해 본다면 다음과 같다.

 1. 과도한 불안에 의해 야기되는 사회적 혼란에 대한 대처

2. 문제 해결을 빙자한 사기에 대한 대처

3. 문제 해결 비용을 둘러싼 분쟁에 대한 대처

4. 문제 해결 과정에서 개인 소비자나 소규모 기업의 불이익 방지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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