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얘기한다 2007. 2. 2. 14:41
/* (저자 주) 2001년 8월 23일에 작성한 글입니다 */
0.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글은 진보네트워크센터에서 개설하는 정보운동강좌의 강의용으로 작성된 것입니 다. 이 글은 글의 출처와 원자자를 밝히는 한 무한정 배포 가능합니다. 이 글은 도메인 이름에 대하여 아주 기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도메인 이름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분들은 도메인 이름에 대한 지식을 먼저 다른 글을 통하여 갖추신 후에 이 글을 읽을 것을 권합니다. 자료를 제공해주시고 의견을 보내주신 남희섭 변리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1. 이름이란 무엇인가 ? 내가 그의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김춘수 / 꽃>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이름을 갖고 있다. 이름을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붙 어있다. 우리는 사물에 이름을 붙여나감으로써 대상을 서로 구분하기도 하고 주어 진 대상을 추상화, 개념화 하기도 한다. 얘기를 좀 좁혀서 고유명사에 한정하여 살펴본다면 이름은 비자의성과 불투명맥락 에서의 대치불가능성이라는 두가지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이기용, 2001] 우리는 사람에다가는 "사람"이라는 이름을 붙였고 영어에서는 "휴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즉, 아무것이나 붙인 것이지 꼭 사람을 "사람", "휴먼" 이라고 부 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What's in a name? that which we call a rose By any other name would smell as sweet; <William Shakespear / ROMEO AND JULIET / Act 2, Scene 2> 우리가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던 장미는 여전히 향기로울 것이다. 하지만, 고유 명사는 이러한 일반적인 이름과는 좀 다른 특성을 갖는다. 예수는 그의 제자에게 '반석'이라는 의미로서 "베드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대장장이의 후예들은 "스미드"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천한 이름을 붙여야 무병장수한다고 고종황제는 "개똥이", 황희 정승은 "도야지"라는 아명을 가진 바 있다. [한경구, 2001] 즉, 이름은 이름을 짓는 사람의 의도가 개입되어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자의적으로 아무 소리가 붙이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를 이름의 비자의성이라고 부른다. 한편, 우리는 같은 대상을 여러가지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숫자를 '123' 이라고 써 놓고는 "일이삼", "백이십삼", "일백이십삼" 등 다양하게 부를 수 있는 것이라든지 금강산을 계절에 따라 "봉래산", "개골산", "풍악산" 등으로 부른 다든지, 사람은 같은 사람인데 호, 별명, 택호 등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언어의 맥락에 따라서는 이를 대치하여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고유명사의 특징이다. 예를 들어, "금강산은 금강산이다" 라는 문장을 "봉래산은 금강산이다"로 바꾸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국어학의 선구자이신 일석이 ..."를 "국어학의 선구자이신 이희승이 ..."로 바꾸면 상당한 결례가 된다. 이런 경우는 학술적인 용어로는 대치가 불가능하다고 부른다. 대치가능성/불가능성은 그 이름이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가에 따르 결정이 되며 소위 '불투명 맥락'에서는 대치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불투명맥락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설명과 예시는 [이기용, 2001]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인터넷의 이름 공 간도 일종의 불투명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2. 도메인 이름은 이름인가 ? 도메인 이름에는 "이름"이라는 말이 들어 있지만 정말로 이름인가 하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도메인 이름은 하나의 이름을 다른 이름으로 대치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이름과는 다르다. 따라서, 이를 의도적으로 구분하기 위해서 도메인 이름은 "이름(name)"이 아니라 "식별자(identifier)"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가장 흔히 만나는 식별자는 "주민등록번호"다. 이를 통하여 이름과 식별자의 관계를 생각해보자. 두 가지 모두 어떤 객체에 붙여 놓은 딱지 라는 점은 공통적이지만 식별자가 1:1 의 관계를 이루는 반면에 이름은 그러한 제약 사항이 없다. (우리나라에 영자와 철수는 얼마나 많은가 !) 이러한 1:1 대응 관계를 좀 더 뚜렷이 드러내기 위하여 식별자는 유일성(uniqueness)를 갖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한편, 우리의 이름은 이름을 짓는 사람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되는 반면에 주민 등록번호에는 의도가 반영될 여지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만 본다면 도메인 이름은 식별자보다는 이름에 가깝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도메인 이 름이 처음 만들어진 의도가 인터넷 프로토콜 주소(IP address : Internet Protocol Address)를 사람이 암기하기 좋게 이름을 붙이는 것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도메인 이름이 "현재 갖고 있는 이름으로서의 성격"은 원래부터 그런 것은 아니고 인터넷의 상업적 사용의 확장과 도메인 이름 사용의 확대를 통해서 갖게된 성질이 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 도메인 이름과 상표의 혼란 인터넷이라는 유령이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백욱인 / 인터네트와 미국의 정보고속도로> 도메인 이름을 둘러싸고 상표가 여러가지 분쟁의 소지가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 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번째는 도메인 이름은 전지구적으로 유일한 반면에 상표 는 일정한 영역이나 산업 구분을 경계로 같은 이름이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사람들이 도메인 이름을 입력할 때 추측에 의존하여 입력하는 경우가 많 다는 점이다. [MENDREY, 2000] 위의 두 가지 어느 경우에서든지 사람들이 자기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어떤 단 어의 뒤에다가 ".com" (또는 ".co.kr") 을 붙이면 그 회사 또는 그 제품의 사이트 가 뜰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현실인 이상 해당 상표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은 자 기들의 중요한 자산 중의 하나인 브랜드 자산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허용하려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산업사회의 정부, 너희 진절머리나는 거대한 살덩이와 쇠붙이들이여, 나는 새로운 마음의 고향인 사이버 공간에서 왔다. 미래의 이름으로 나는 너희에게 우리를 내버려둘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너희를 환영하지 않는다. 너희는 우리에 대한 통치권을 갖고 있지 않다. <John Perry Barlow / 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문> 하지만, 사이버 공간의 상대적 독립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현실세 계의 권리를 인터넷으로 그대로 확장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사실 우리가 새로운 발전의 가능성으로서 사이버 공간 또는 인터넷에 대하여 얘기할 때에는 사이버 공간이 기존의 권위가 주는 한계와 통제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 이라는 측면도 있는데 이렇게 기존의 질서를 옮기는 것은 결코 사이버 공간의 발전을 위하여 바람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에 무의미 하기도 하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사람들은 상표권을 지키는 것이 그토록 중요 하다면 차라리 ".trademark" 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곳에 등록을 하게 하면 어떤가 하고 반문하기도 하였다. 기존의 법, 제도, 질서와 새로운 인터넷에서의 질서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가에 대하여는 좀 더 근본적인 이슈가 있지만 이 글에서는 간단히 기본적인 이슈만을 발췌하여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하겠다. 첫째, 사이버 공간에서 비롯되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들이 과연 전통적인 법적 규제의 틀안에서 얼마만큼 규제될 수 있는 것인가 ? 둘째, 사이버 공간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이 어떤 형태로든 규제나 관리 등을 요청하고 있다면 그러한 규제나 관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바람직 한가 ? 셋째, 궁극적으로 이러한 규제나 관리의 체계는 범세계적 으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을 터인데 그것은 어떠한 원리와 형식에 의해 제도화되어갈 것인가 ? [전응휘, 2001] 한편, com/net/org 를 위하여 마련된 도메인 이름 분쟁 해결 정책인 UDRP(Uniform Dispute Resolution Policy : 상세한 내용은 '4. UDRP' 참조) 가 발효하기 시작한 2000년 1월 이전의 모든 도메인 이름 관련 분쟁은 법원을 통하여 해결할 수 밖에 없었는데 법원에서의 판결은 도메인 이름 등록자가 "악의를 가지고" 등록한 경우에 대하여는 도메인 이름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하여는 여러가지 다른 판결이 나온 바 있다. 4. UDRP 가 뭐지 ? 알 수 없는 법에 의해 지배되는 것은 얼마나 큰 고통인가 ? <카프카>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가 더 이상 정부주도로 인터넷을 운영해 나가기에는 인터넷이 너무나 전지구적으로 널리 퍼지고 상업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별도의 민간기구를 통하여 이를 관리하도록 하기 위하여 ICANN(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 Numbers)을 만들때 미국의 상무성과 ICANN 간에 체결된 양해각서에서는 도메인 이름과 상표간의 분쟁에 대하여 WIPO(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가 갖고 있는 다음과 같은 우려에 대하여 적절한 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였다. [MOU, 1999] (i) 사이버 해적 행위와 연루되는 상표/도메인 이름 분쟁을 해결하는 일관성있는 접근 방식의 개발 (ii)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 (gTLD : generic Top Level Domain) 에서 유명 상표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 (iii) 새로운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의 추가와 분쟁 해결 절차가 상표나 지적 재산권 보유자에게 주는 영향 WIPO의 제안은 오랫동안 회람되긴 하였지만 정식으로 ICANN에 제출된 것은 1999년 5월이었다. 이후 여러 차례의 토론과 공청회등을 거치고 ICANN의 스탭과 DNSO(Domain Name Support Organization : ICANN내에서 도메인 관련 당사자들로 구성된 기구)의 일부 활동가들이 참여하여 최종 안이 만들어졌으며 이는 1999년말 ICANN의 연차회의에서 채택되었다. 이 이후로 com/net/org 아래에 도메인 이름을 등록하는 사람들은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자동으로 UDRP에 의하여 분쟁해결 절차가 진행된다는 것을 등록 계약의 일부로서 받아들이게 된다. 5. UDRP 와 상표 관련 법의 비교 (여기서 소개된 내용은 미국에서 분석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표 관련 법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UDRP 와 상표 관련 법은 도메인 이름과 상표가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다른 점을 보인다. [CABELL, 2000]에서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 상표는 혼란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공존을 허용하지만 도메인 이름은 전지구적으로 유일하다. * 상표는 글자 내용 외에도 여러가지 속성이 포함될 수 있지만 도메인 이름은 글자 (그것도 대소문자를 구분하지 않는 영문자와 숫자, 하이픈) 뿐이다. * 상표는 지정된 영토내에서 권리를 갖고 사법관할권마다 법이 다 다를 수 있지만 UDRP 에서는 하나의 통일된 정책을 사용한다. * 상표는 주로 상업적인 목적이지만 인터넷은 거의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쓰인다. * 상표에 관한 법은 국가의 권위에 의해 적용되지만 UDRP는 계약에 의하여 강제된다. * 상표는 등록전에 유사 상표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만 도메인 이름 등록에는 그런 절차가 없다. * UDRP 패널리스트 간의 의견 불일치 등을 해결하는 법적인 절차가 규정되어 있 지 않다. * UDRP 절차는 상대적으로 싸고 빠른 결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입증의 의무가 서로 다르다. UDRP의 경우 다음 다섯가지는 반드시 제시되어야 한다. (1) 분쟁 신청인은 그 이름에 대하여 상표 또는 서비스표 권리를 갖고 있어야 한다. (2) 도메인 이름은 상표와 같거나 혼동을 줄만큼 유사하여야 한다. (3) 도메인 이름이 등록되고 사용되어야 한다. (4) 그 등록과 사용이 악의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5) 그 등록과 사용이 법적인 권한이 없거나 합법적 이해가 없는 것이어야 한다. 한편, 상표 관련법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필요로 한다. (1) 그 이전에 상표 또는 서비스표에 대한 권리가 있어야 한다. (2) 이름이 상업적으로 사용되었다. (3) 위반자가 그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에 대하여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 6. 한국에서 분쟁 해결 정책은 ? 현재 ICANN에서 도입한 UDRP와 그 절차 규정(Rules for UDRP)은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에 대하여 적용된 것인데, 등록인에 대한 제한이 거의 없는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의 경우는 관할권과 준거법의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는 점에서 통일된 국제적 절차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국가 최상위 레벨 도메인의 경우에도 .tv, .cc, .to 등과 같은 개방형 국가 최상위 레벨 도메 인은 국적에 관계없이 등록할 수 있으므로 같은 이유에서 이러한 절차의 필요성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kr 과 같은 폐쇄형 국가 최상위 레벨 도메인의 경우 도메인 이름의 등록을 위해서는 한국의 주민등록번호 (또는 사업자등록번호) 와 한국내 주소 등이 필요하여 관할권의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을 것이므로 국내의 사법제도와 같은 기존의 분쟁해결제도를 통해서 해결하는데 큰 한계가 있지는 않을 수 있다. ([우지숙, 2000]에서 남희섭의 주장을 부분을 인용하여 수정함) 현재 이미 몇몇 국가들은 자국의 국가 코드 최상위 레벨 도메인에 UDRP를 그대로 적용하거나 국내법을 수정하여 UDRP를 그대로 반영하였다. 국제적인 차원의 논의는 아직 국가 코드 최상위 레벨 도메인에 대하여 UDRP를 적용하는 문제에 대해 공식 적으로나 구체적으로 진행되기보다는 WIPO와 유럽의 물밑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다. 국가내의 도메인 이름 분쟁 해결 정책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진 국가들은 주로 유럽국가들인데 이들은 유럽지역의 국가 코드 최상위 레벨 도메인의 연합 단체인 CENTR를 통해 이미 각국의 도메인 분쟁 조정 정책를 비교, 분석하였고 WIPO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2000년 9월 WIPO는 국가 코드 최상위 레벨 도메인을 위한 분쟁해결 가이드라인(WIPO Domain Name Dispute Resolution for ccTLDs)을 CENTR에 제출하였다. 이 가이드라인의 내용은 첫째 필수적인 대안적 분쟁해결 제도(ADR)의 조건들, 둘째 CENTR의 맥락에서 UDRP의 역할, 셋째 분쟁해결절차의 지역화(localization) 등을 담고 있고 전체적으로는 UDRP를 받아들이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서 WIPO는 CENTR에 속해 있는 국가 코드 최상위 레벨 도메인과 관련한 분쟁에 대한 서비스 제공자로 기능하고 분쟁해결에 대한 교육의 역할도 담당하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지숙, 2000]에서 인용하여 수정함) 한국에서의 인터넷 운영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는 주소위원회(NNC : Names and Numbers Committee) 산하 네임커미티에서는 2001년 8월 11일에 "도메인 이름 분쟁 해결 정책"을 한국에서의 인터넷 운영에 있어 기준이 되는 문서인 RFC-KR 문서로 만들 수 있도록 가결한 바 있으며 공청회 등 표준화 절차를 거쳐 표준 문서로 만 들기로 하였다. [RFC-KR-130]라는 문서로 집약되어 있는 한국에서의 도메인 이름 분쟁 해결 정책은 '도메인을 둘러싼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균형있게 조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국제적인 논의 내용과 국내의 법체계 및 판례 등을 고려하여 UDRP를 수정 적용하였다. 이 정책은 도메인을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상표권자 등을 보호하는 한편, 도메인 등록자의 권리도 심각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하고, UDRP와 달리 분쟁 해결 방식을 등록도메인에 대한 취소, 이전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중재방식을 포함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7. "인위적 결핍 - 문제의 근원"에 대한 두 가지 시각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 그 중에서도 특히 ".com"으로 도메인 이름의 등록이 집 중되게 됨으로써 도메인 이름 등록자와 상표권자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고 이것이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이 상업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자 연히 예측되는 문제였다. 인터넷 주소 자원의 핵심 관리 기능인 IANA (Internet Assigned Numbers Authority) 를 오랫동안 이끌었던 존 포스텔은 이미 1997년에 미국 하원에서 "새로운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의 생성이 상표권자들에게 간단한 도메인 이름을 가질 기회를 더 많이 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POSTEL, 1997] 미국 상무성과 ICANN 간의 양해각서[MOU, 1999]에서도 나타나듯이 기존의 도메인 이름 체계에 새로운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new gTLDs : new generic Top Level Domains)을 추가하는 것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오랜 숙제였다. 어떤 사람들은 국가 코드 최상위 레벨 도메인의 추가가 별 무리 없이 진행되어 지금 240 여개를 넘은 점이라든지 존 포스텔이 생전에 매년 50개씩, 3년에 걸쳐 150개의 신규 도메인을 추가할 계획을 1996년에 이미 제안한 바 있음을 상기 시키면서 신규 최상위 레벨 도메인의 추가가 도메인 시스템 운영에 큰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ICANN은 신규 최상위 레벨 도메인을 추가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상황과 관련 이슈를 확인하기 위하여 산하 도메인 이름 지원 기구(DNSO : Domain Name Support Organization)에 워킹 그룹을 만들어서 이 문제를 토론하도록 하였다. 이 워킹 그룹에서 나온 보고서[WG-C-REPORT]에 따르면 적절한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이 존재하지 않음으로써 ".com" 공간 내에서 쓸만한 이름에 대한 "인위적인 부족(artificial scarcity)"이 발생하고 이는 도메인 이름의 거래에 있어서 가격을 끌어올리고 회사들로 하여금 필요하지도 않는 도메인 이름을 방어의 목적으로 등록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한다. 또한 새로운 일반 최상위 레벨 도메인 을 추가하더라도 몇개만 추가하고 앞으로 언제 또 추가할 지 예측을 할 수 없다면 등록을 담당하게될 등록부(registry)는 이전의 ".com" 등록부와 마찬가지로 경쟁이 없는 상황에서 이득을 보게 될 것이며 도메인 이름 등록자들도 이름의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과도한 사재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기존의 선진국의 대기업들은 어떻게든 자기들이 필요로 하는 도메인 이 름을 ".com" 공간 안에서 확보한 상황이므로 새로운 최상위 레벨 도메인의 생성 으로 인하여 이미 확보한 이름의 가치가 희석되거나 - 예를 들어, amazon.com / amazon.biz / amazon.store / ... 등 여러 도메인 이름이 공존하는 경우에 amazon.com 이라는 도메인 이름(또는 브랜드 이름)이 가지는 가치는 그만큼 약화 될 수 밖에 없다 - 아니면 도메인 이름의 혼동을 막고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기 위하여 이러한 모든 유사한 도메인을 모두 등록해두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따라서, 선진국의 기업들은 새로운 최상위 레벨 도메인의 생성을 반대하는 입장에 섰다. 한편, 민간단체들은 많은 수의 도메인 이름이 상업적인 기업들에 의하여 점거 되고 심지어는 비슷한 이름이나 반대하는 의미의 이름 (예, microsoftsucks.com) 조차 상표법이나 UDRP를 적용하여 등록,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의 문제가 있 으므로 최대한 많은 최상위 레벨 도메인을 만들어서 도메인 등록 서비스에 있어 경쟁을 도입하고 표현의 자유를 확보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후진국에서는 전혀 다른 관점을 갖고 있음을 제기하는 주장도 있었다. [박윤정, 2000]에 의하면 아시아의 비영리단체들의 경우에는 아직 도메인 이름의 등록 조차 제대로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최상위 레벨 도메인이 많이 생겨나면 결국 선진국의 독차지가 되고 후진국은 여전히 이름의 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으므로 당장 도입하지 말고 인터넷이 좀 더 확산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반면에, 아시아의 기업들의 경우에는 ".com" 영역에서 원하는 이름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새로운 최상위 레벨 도메인을 생성하여 도메인 이름을 확보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주장 하였다. 즉, 선/후진국, 영리/비영리라는 두 개의 축에 의하여 의견이 차이점을 나타낼 수 있음을 잘 지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ICANN은 새로운 최상위 레벨 도메인이 어떻게 도입 가능한지 증명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추가하기로 하였고 작년 말에 7개의 신규 최상 위 레벨 도메인이 추가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com"에 대한 과도한 편중현 상과 이로 인한 도메인 등록자와 상표권자 사이의 분쟁 현상은 크게 개선 되고 있 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들 신규 도메인 등록 레지스트리들이 제시하고 있는 상표 권자 보호 정책의 문제점에 대하여도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8. 다국어 도메인 - 새로운 도전 원래부터 도메인 이름이라는 것이 '10.3.66.133'과 같이 숫자로 표현되는 인터넷 프로토콜 주소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의도로 출발되었지만 그 "불편함 해소"의 수준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을 연구 목적으로 사용하던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선진국, 후진국을 망라하여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충 두 가지의 노력이 있었다. 첫번째는 도메인 이름에 영어외의 다른 글자, 예컨대 한글을 쓰게 할 수는 없는 것일까하는 노력이었고 이는 인터넷의 기술 표준을 만드는 기구인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내에 IDN 워킹 그룹(Internationalized Domain Names Working Group : http://www.i-d-n.net/)의 형성을 통하여 표준화의 길을 걷고 있다. 두번째는 좀 더 간단하게 단어만 입력하면 해당 사이트로 연결될 수 없을까하는 생각으로 비록 웹 서핑으로 제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키워들 서비스라는 것이 등 장하였다. 하지만, 키워드 서비스에 대하여는 아직 업체들간의 이해가 복잡하고 어떤 표준적인 방향이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이 이 글에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 는다. 다만, 한가지 상표권과 관련하여 생각해볼 점은 키워드 서비스 제공업체들 은 거의 예외없이 기존의 상표권자들에게 해당 키워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한편으로는 분쟁을 피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 이용자들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점은 키워드 서비스 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전지구적으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새로운 문제점을 일으 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지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도메인 이름의 국제화라는 관점에서 상표권과 관련하여 살펴볼 수 있는 점은 이 러한 기술의 도입이 상표권과 도메인 이름 보유자간의 분쟁을 확대시킬 것인지 축소시킬 것인지 하는 점이다. 먼저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기존의 상표에 사용되었던 문자열을 그대로 쓸 수 있게 함으로써 번역, 음역에서 오는 분쟁의 소지가 없어진다는 점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 그룹을 영문 도메인으로 등록하기 위하여 영어로 바 꾼다면 뜻을 따서 'modern' 이라고 할 수도 있고 음을 따서 'hyundai'라고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modern' 이라는 단어는 너무나도 평범한 일반 단어여서 현대 그룹이 상표권을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가 있고 'hyundai' 의 경우에는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음역 - hyunday, hyundae, hyeondai, ... - 이 있 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현대' 그 자체를 등록할 수 있다면 그러한 문제는 회피할 수 있고 따라서 분쟁이 줄어든다고 보는 것이다. 반면에, 영문자 외의 글자를 쓰게 되면 그만큼 더 다양한 이름을 표현할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그 자체로서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이름 공간 자체를 넓히기 때문에 분쟁이 늘어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어로 번역하는 과 정에서 우회의 가능성이 있었는데 이 가능성이 없어져서 더 첨예한 대립 - 특히, 상표권자들간의 대립 - 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현대 약품과 현대 건설의 경우 영문 표기가 'hyundae'와 'hyundai'로 서로 다르기 때문에 피할 수 있지만 한글로는 둘다 '현대'이기 때문에 피할 길이 없게 된다. 더구나 상표권의 경우 같은 종별내에서만 겹치지 않으면 같은 이름을 등록할 수 있고 상호의 경우 같은 세무관할 영역내에서만 겹치지 않으면 같은 이름을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어차피 같은 이름은 많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이 설득 력을 갖게 된다. 9. 글을 맺으며 이 글에서는 도메인 이름과 상표권을 둘러싸고 있었던 여러가지 이슈와 주장을 최대한 다양하게 제시하려고 하였다. 도메인 이름 등록자와 상표권자 사이의 분 쟁은 보는 사람이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서 다른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필자의 시각을 강요하려는 시도는 가급적 배제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 뚜렷한 사실은 사이버 공간이 점점 실세계의 권력 관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형태로 나아가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20여년전 정보사회를 얘기할 때 여러 사람들이 품었던 이상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은 지적하고 싶다. 또한, 이러한 논쟁이 여전히 미국의 변호사들과 WIPO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너무나도 부족한 현실이 안타깝다. 다양한 통로를 통하여 토론이 이뤄지고 이러한 의견이 이 논쟁의 중심부에도 전달될 날을 기다려 본다. 10. 참고문헌 [CABELL, 2000] Diane Cabell, 'Overview of Domain Name Policy Delopment', 2000년 4월 20일, http://eon.law.harvard.edu/udrp/overview.html [MENDREY, 2000] Sharie Mendrey, 'Domain Names and Trademarks', 2000년 3월 5일 http://eon.law.harvard.edu/property00/domain/main.html [MOU, 1999] MEMORANDUM OF UNDERSTANDING BETWEEN THE U.S. DEPARTMENT OF COMMERCE AND INTERNET CORPORATION FOR ASSIGNED NAMES AND NUMBERS, 1999년 11월 http://www.icann.org/general/icann-mou-25nov98.htm [POSTEL, 1997] Jonathan B. Postel, 'Testimony to the U.S. House of Representatives Committee on Science Subcommittee on Basic Research', 1997년 9월 25일, http://www.house.gov/science/postel_9-25.html [WG-C-REPORT] 'Report (Part One) of Working Group C (New gTLDs) Presented to Names Council', 2000년 3월 21일 http://www.icann.org/dnso/wgc-report-21mar00.htm [박윤정, 2000] 박윤정, 'Developing Countries' Perspective Regarding wg-b and wg-c process', 2000년 5월 8일 http://www.dnso.org/dnso/notes/20000508.DevCountries.WGB-WGC.html [우지숙, 2000] 우지숙, '국가최상위도메인이름에 대한 분쟁해결', 인터넷 도메인 이름 분쟁 해결 정책 토론회 자료집, 2000년 12월 15일 [이기용, 2001] 이기용, '이름의 구조와 기능', 디지털 공간과 이름짓기 워크샵 발표자료집, 2001년 4월 7일 [전응휘, 2001] 전응휘, '인테넷주소 자원관리 문제', 제1회 전국정보운동포럼 자료집, 2001년 2월 10일 [한경구, 2001] 한경구, '이름과 문화', 디지털 공간과 이름짓기 워크샵 발표자 료집, 2001년 4월 7일 [RFC-KR-130] 홍준형, 남희섭, '도메인 이름 분쟁 해결 정책' http://rfc-kr.nic.or.kr/docs/rfc-kr-130.txt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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