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4 12:46

인터넷 - 거기에 뭔가 있다

고양우

2003년 11월 11일

들어가며

우리 농업을 지키자고 한쪽에서는 할복을 하고 헌법에 있는 권리라도 지켜달라며 그런 무지막지한 가압류는 하지말라며 한쪽에서는 자살을 하는 판국에 한가로이 인터넷에 대한 얘기나 해보자는 것이 가당키나 한 얘기인가?

답은 간단하다. 그렇다.

왜 그런가? 인터넷이 우리 삶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 현실은 좀처럼 방향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라는 것은 사과가 하늘로 치솟지 않고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렇게 중요한 부분에 대하여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 다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런 것 아닌가?

그래 좋다. 중요하다고 치자. 세상에 중요한게 뭐 한두가지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건 기술을 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우리야 잘 활용만 하면 될 것이지 그 깊은 곳 까지 알아서 뭐하겠나?

그랬다. 하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과거의 인터넷이 결핍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이제부터의 인테넷은 풍요의 시대다. 결핍의 시대에는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쥐어짤 것인가에 관심을 두게 되고 이는 주로 기술적인 진보를 통하여 해결되어왔다. 더 빠른 접속 속도, 더 많은 용량, 더 뛰어난 검색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진보는 질적인 전환을 이루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물론, 기술의 진보가 충분하다거나 이미 한계에 다달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은 그 자체로서 질적인 문제를 고민해야할 단계에 이르렀다. 쉬운 예로 생각을 해보자. 예전 같으면 자료가 귀하여 자료를 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많은 자료 중에서 어떻게 골라내서 소화할 것인가가 문제다.

그러면 어떤 이슈가 있는건가?

나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당신이 아는 것 또는 내가 아는 것 보다 더 많은 이슈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생각나는 몇가지를 맛배기로 들춰보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보통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두 개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우리 집도 인터넷 돼"라고 할 때의 인터넷이라는 것은 어떤 컴퓨터가 전세계를 뒤덮은 인터넷과 연결되었다는 의미이다. "그거 인터넷에서 봤어"라고 할 때의 인터넷은 웹 서비스를 말한다. 물론 그 외에도 이메일, 메신저, 당나귀, 온라인 게임 등도 인터넷에 대한 이미지이기는 하지만 앞의 두 가지 만큼 뚜렷하진 않다.

인터넷이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인터"+"넷"이다. "넷"과 "넷" 사이를 연결하였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성질은 제법 다른 것을 연결하는 것이다. 항상 연결은 연결되는 각각이 가진 것 보다 더 큰 힘을 만들어낸다. (이런 것을 좀 폼 나게 얘기할 때는 메컬프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물론 연결된 힘은 나쁘게 쓰이기도 하고 (왜 동창회나 향우회는 선거때만 되면 꼭 하나?) 좋게 쓰이기도 한다. 같은 것 끼리 연결하는 것도 힘이 되지만 다른 것이 연결되면 더 큰 힘이 된다.

서로 연결하여 더 큰 힘을 만들어내는데 지금 가장 좋은 도구는 인터넷이다. 문제는 이 인터넷을 나만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도 다 쥐고 있다는거다.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서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면 결국 상대방의 연결된 힘에 압도되고 말 것이다.

펴내거나 죽거나

인터넷의 첫번째 이미지가 연결의 이미지라면 두번째 이미지는 웹이다. 왜 웹이 중요한가? 그것은 누구에게나 펴낼 수 있는 권리를 주기 때문이다. 웹이 있기 이전에는 "펴낸다"라는 말은 책의 출판에서만 쓰는 말이었다. 더 넓게 보아 신문이나 방송도 펴냄의 테두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책, 신문, 방송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진입 장벽이 있다는 것이다. 자기 의견을 책이나 신문, 방송을 통하여 펴내는 것은 보통의 개인에게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웹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장벽은 무너졌다. 미니 홈피를 만드는 사람, 뉴스 사이트를 만드는 정당, 동호회 사이트를 만드는 사람 등등.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가 펴고 싶은 것을 찾아서 펴내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가져다 준 연결을 통하여 소통 시킬 수 있는 "꺼리"가 무성히 생겨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뭔가 알고 싶으면 인터넷을 뒤져본다. 이를 뒤집어서 얘기하면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으면 애초에 있지 않는 것이거나, 죽어버린 것이거나 또는 매우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웹을 통하여 자기의 의견을 펴내는 것은 단지 자기 의견을 전파하려는 목적은 물론이고 더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웹은 풍요의 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 사람들은 웹에 펼쳐진 수많은 문서 사이로 마치 큰 바다에서 고등어가 헤엄치듯 매끄럽게 지나가 버린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그래픽과 더 선정적인 카피가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에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재미있고 그리고 제대로" 들려주는 곳에 머무르게 된다.

재미없는 선전물을 태산같이 쌓는 것은 벗은 여자 사진으로 도배하는 것 만큼이나 헛되도다.

사이버 땅따먹기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자료로 땅에다 주욱 깔아놓았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자료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그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주소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주소까지 가기 위한 길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에 주소가 없다면 길이 있어도 찾아갈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소를 잘 나눠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주소가 영어나 숫자 뿐만 아니라 한글도 된다면 더 편할 것이다. 물론,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도 찾아오게 하고 싶다면 영문 주소랑 저절로 짝이되어 돌아간다면 더 편할 것이다. 하지만, 주소만 있으면 뭐하나? 길이 없으면 꽝이다. 길은 앞에서 얘기한 연결로 해결된다. 요기까지만 얘기하면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인터넷의 주소와 길은 실제 세계와는 달라서 기술을 통하여 개선하고 다양하게 서비스할 수 있다. 음. 더욱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기술의 개발이나 개발된 기술의 적용 정책은 누가 정하는데? 예를 들어, 누군가가 실수로 또는 고의로 나에게 오는 길을 없애 버렸다면? 실세계에서는 땅덩이 자체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거나 길을 없애버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사이버 세계에서는 간단한 컴퓨터 조작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당신의 존재를 인터넷에서 지우는데에는 별로 큰 노력이 들지 않는다. 그 권한을 가진 자에게는. 그렇다면 그 권한은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걸까?

나오며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사이버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 다만, 그 바깥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먼 얘기로 들릴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어 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항의해도 이미 것은 국가간의 협약으로, 법으로 또는 다른 제도나 기술 장치로 우리의 삶에 뿌리박혀 있을 것이다. 지금 뛰어들어 제대로 뿌리를 내리게 할 것인가 아니면 5년후에 피눈물로써 저항할 것인가?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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