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4 12:50

인터넷? 인터내셔널넷?

고양우

2003년 12월 25일

인터넷의 성과와 한계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면서 갖게 되는 느낌은 다양하다.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국가라는 경계가 없다는 것,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 자발적인 참여와 자율적인 규제 체계를 갖는 다는 것 그리고 독립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의 다른 네트웍 (예를 들어, 전화망) 에 비하여 인터넷이 훨씬 빠른 발전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고 그 결과로서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듯이 우리의 삶이 점점 더 많이 인터넷에 의존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발전은 그 발전을 가능케한 근거를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서는 문화 또는 정치의 이유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이 외국의 사이트를 제한적으로만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익명성 속에 숨어서 거짓 정보를 퍼뜨리거나 정보 기술이 가져다 준 편리함을 이용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먹기 싫은 스팸을 먹이는 것과 같은 부작용은 표현의 자유가 갖고 있는 가치 만큼의 책임이 따름을 보여준다. 만약 참여자들이 누가 누군지 서로 알기 어려울 만큼 많고 그들이 각자 책임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이미 자율적인 규제에만 기대기는 쉽지 않다.

한편, 인터넷을 통하여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자기의 이해에 맞도록 재편하려고 한다. 또는, 꼭 경제적인 이득이 아니더라도 자기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사회의 각 참여자들은 인터넷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한다. 이러한 특성은 인터넷이 이때까지처럼 가치중립적이고 기술지향적인 발전을 계속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사회의 갈등 구조와 인터넷 기술 발전의 관계에 대하여는 다른 글에서 제대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더 이상 다루지 않겠다.)

정부의 개입 - 그 속셈은?

사회의 자율적인 기제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안그래도 호시탐탐 업무 영역을 확장하려고 하는 정부에게 개입의 구실을 안겨주게 된다. 이미 우리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청소년보호법, 인터넷 실명제 등을 이용하여 인터넷에 흘러다니는 내용에 대하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인터넷주소자원법은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는 사용자나 서비스가 차지하는 공간 자체까지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게 주려고 하고 있다.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간여는 우리 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다. (물론, 추세라고 해서 당연하다거나 어쩔 수 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국제연합 (UN) 의 주도로 얼마전에 개최된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는 이러한 정부들의 속셈을 뚜렷이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회의 자체는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않고 끝났지만 인터넷의 관리에 각국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간여가 정보사회 정상회의의 취지에서 밝힌 것 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정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게 하여 삶의 질을 개선'' 하고자 하는 것 뿐인 지 아니면 자유로운 생각의 유통을 막음으로써 통치를 쉽게 하고자 하는 것도 있지는 않은 지 의심해볼만한 일이다.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거래를 하는데 서로를 믿을 수 없을 때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를 사이에 두는 것이다. 마담 뚜의 역할 같은 거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교류해야 하는 사람의 범위가 내가 알고 신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제삼자의 개입이 거의 항상 일어난다. 예를 들어, 정부가 발급하는 인감증명서는 서로가 믿을 수 있는 증서가 된다.

하지만, 정부가 나선다고 규제하는 법을 만든다고 해결이 가능한가? 예를 들어보자. 스팸 메일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정부가 나섰다. 그 결과는? 땡! 더 많은 스팸을 받게 되었을 뿐이다. 물론 어떤 문제는 정부가 나서고 법률로서 규제함으로써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규제가 갖고 있는 해악이 원래의 문제보다 작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또는 그러한 규제는 기술과 상관없는 공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더 좋은 기술보다는 정부의 규제에 잘 맞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할 것이고 이는 그 결과로서 기술의 정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인터넷에 대하여 정부와 독점 자본이 같은 이해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도 짤막하게 언급하였지만 인터넷의 특징이 독립적인 발전이다. 요즘은 웹이 인터넷의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불과 몇년 전에만 해도 전자 메일과 뉴스 그룹이 인터넷의 주류였다. 마찬가지로, 웹도 새로 생겨나는 어떤 참신한 기술에 의하여 쓸쓸히 퇴장할 수 있다. 이렇게 발전이 빠르게 일어나면 아무래도 몸집이 둔한 대기업은 불리하다. 따라서, 자기들이 현재 강점을 갖고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인터넷의 발전을 ``조절''하고자 한다. 결과로서 인터넷에서 쓰이는 기술은 다양성을 잃게 되고 몇몇 독점 기업에 의하여 인터넷이 장악되면 정부는 이들 기업을 통하여 인터넷을 쉽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하여는 그 누구도 속시원한 답을 갖고 있지 못한 듯 하다. (물론, 정부는 자기들이 확실한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직은 차분히 정보 사회가 가져다 주는 성과와 한계를 따져서 대안을 찾아야 할 상황이지 섣불리 기존의 산업사회에나 맞던 제도를 무리하게 적용할 때는 아니다. 정부의 개입 논리는 워낙 익숙들 할테니 그 반대의 논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균형을 맞춰보고자 한다. 다음은 ``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문''의 첫부분이다. 전문을 보고자 한다면, http://networker.jinbo.net/eff/declare.html 를 참고하기 바란다.

산업세계의 정권들, 너 살덩이와 쇳덩이의 지겨운 괴물아. 우리는 희망의 새 고향,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왔노라. 미래의 이름으로 너 과거의 망령에게 명하노니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 너희는 환영받지 못한다. 네게는 우리의 영토를 통치할 권한이 없다.

`자유'보다 더 큰 `권위'는 없기에 우리는 정권 따위는 선출하지 않으며, 가지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지구 규모의 사회적 공간을 우리를 강제하려는 학정으로부터 독립된 공간으로 세울 것임을 선언한다. 네게는 우리를 통치할 어떠한 윤리적, 도덕적 권리도 없으며,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할 어떠한 방법도 없다.

(이하 생략)

정부의 개입 - 그 뒷면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국제 질서의 측면에서도 몇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현재 인터넷 관리의 주요한 부분은 미국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러한 관리권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시기에 특정 국가에 대하여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의 관리를 분산시키는 것 자체는 많은 국가의 안보를 위하여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여러 네트웍의 연결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비록 분산된다고 하더라도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따라서, 반드시 국가 사이의 연결에 대한 약속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약속과 관리가 민간 차원에서가 아닌 정부간의 협상으로 진행된다면 국가간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경우에 강대국의 이해가 관철될 것은 이때까지 국제연합의 예를 볼 때 명백하다.

따라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하여 인터넷에서 자기 영역에 대한 규제권을 미국의 손에서 국제연합으로 옮긴다고 해서 국가간의 불평등이 해소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약소국에게는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생각의 흐름을 북돋우어 극소수 선진국과 극소수 독점 기업이 인터넷의 통제권을 쥐려고 하는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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