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얘기한다 2007. 2. 4. 13:02

/* (저자 저)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정리차원에서 이곳으로 옮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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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밝혀둔다. 글쓴놈이 집이 있으니/없으니 저런 식으로 글을 쓴다는 식으로 넘겨 짚어서 생각하시지들 마시길. 강남은 아니지만 한강 남쪽에 쬐그만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다. 집값은 올랐지만 집이 여러 채 있어야 이거 팔고 딴거 사고 해서 돈을 벌지. 딸랑 한 채 있는 사람은 아무 소용없고 괜히 세금만 꼬박꼬박 갖다 바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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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거나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목하고 다르지 않는가 하고 의아해 하겠지만 원래 제목이라는게 선정적으로 써야 팔리는거 아닌가? 이해해라.)

분명한 사실들을 그것도 간단한 것만 몇 개 먼저 열거해보자.

(1) 집 값이 많이 올랐다.
(2) 집부자들은 집을 백 채도 넘게 가졌다더라.
(3) 주택 보급률은 100% 넘었댄다.

자. 위의 사실 들 중에서 무엇을 가지고 부동산 정책을 실패했다고 얘기하는건가? 주택보급률이 80%가 적정한데 집에 너무 많아서? 음... 이건 아닌것 같고. 100% 훨씬 넘어 200% 쯤 되어서 전국의 집에서 절반은 비어 있어야 부동산 정책이 성공한건가? 역시 아니겠지.

집부자들이 집이 많아서 실패? 그럼 이건희가 돈 많으면 경제정책 실패고 한국 낭자들이 미국 LPGA를 휩쓸면 스포츠 정책 실패인가? 그래 많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결국 문제는 집 값이 많이 올랐다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게 (2)와 결합해서 누구는 집을 굴려서 계속 재산을 늘려가는데 누구는 평생 저축해도 집을 살 수 없다는 현실 아마 이 장면을 두고 정책이 실패했다고 하는 모양이다.

그럼 이런 실패는 왜 생기는가? 아흔 아홉가지 다른 설명이 가능할 것이지만 내가 무슨 경제 전문가도 아니고 알 수가 없지만 이건 분명한 것 같다. "시장의 실패"

그렇다 이건 시장의 실패다. 그냥 수요와 공급을 내버려 두면 시장에서 투명 손이 강림하시어서 적정 가격을 매겨주고 그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진다. 물론 시장이 정상적으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가정이 있고 이들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에 시장은 실패하게 되며 할 수 없이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해진다. 예컨대, 독과점, 가격담함, 자연독점 등이 그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끊임없이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정책적 개입 방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라고 물을줄 알았지? 아니다. 집 값이 끊임없이 오르는 것이 정말로 문제인가? 라는 질문을 먼저 던져보자. 즉, 우리는 이 문제를 정말로 풀고 싶어하는 건가? 라고 질문을 바꿔보자는 말이다. 만약, 우리에게 어떤 마술 같은 정책이 있어서 내일이라도 당장 집값을 1/10로 떨어뜨리는 방법이 있다면 당신은 기꺼이 그 정책에 동참할 것인가?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옆집 문을 두드려 보세요. (어 이건 공익광고 멘트네...) 이 질문에 자신있게 "그렇다" 라고 대답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과반수가 될까? 아니라고 본다.

왜?

왜냐하면 나도 언젠가 집을 살 것이며 그 집이 올라서 더 큰 부자가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똑같은 일은 여기 저기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교육시장에서도 모두가 사교육비 때문에 허덕이고 공교육의 파탄과 학벌 중심 사회의 폐해를 얘기하지만 적극적으로 고치려 들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내 자식 만큼은 제대로 가르쳐서 그 진흙탕 싸움을 뚫고 서울대를 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게 놓고 본다면 사람들이 얘기하는 부동산 정책의 실패는 "집 값이 올랐다" 가 아니라 "내 집 값은 올랐지만 딴 집 값도 올라서 아무런 이익도 없다" 이거나 "나는 아직 집을 못샀어" 이다. 비겁하게 얘기하지 말고 이렇게 얘기하자. "나는 아직 집이 없어"

세상이란게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다. 내가 집을 살때까지는 집값이 내려 있다가 내가 산 다음 부터 막 올랐으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런 "내" 가 너무 많아서 그 타이밍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다.

너무 얘기가 시니컬하게 흐른다. 좀 좋게 써보자.

그래. 집 값이 많이 오르는 것은 집 없는 서민들을 울리는 것이고 거품은 나중에 금융권의 부실과 가계의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그럼 지금에라도 집 값을 잡아야 된다. 해결책은? 그걸 왜 나한테 묻냐? 나는 부동산 정책 전문가도 아니고 설령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실행에 옮길 정부/여당도 아닌데. 그래도 해결책은?

아주 극단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첫번째는 독과점을 해체하는 것이다. 독과점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한 것 같기는 한데 더 정확한 용어를 몰라서 그냥 쓴다. 일부의 부동산 투기꾼들은 많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의 보이지 않는 담합을 통하여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다. 그러니까 이들의 담합행위를 불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잡으면 된다. 현행 법으로 될까? 아마 안될껄?

그런 다른 방법은? 정부가 적정한 집 값을 설정하고 그 값이 될때까지 세금으로 집을 지어서 무지하게 싼 가격으로 계속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기존의 건설사들은 다들 도산하겠군. 위헌 시비에 걸릴 가능성도 있을듯.

그래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 17세기 네델란드에서는 튜울립 한 송이 값이 집 한채 값 보다 더 비싸도 거래가 되었다. 왜냐하면 누군가 더 비싼 가격에 또 사줄꺼니까. 그러다가 그 다음엔? 폭탄돌리기의 끝은 뻔하지뭐.

따라서, 폭탄돌리기를 거품이 꺼지기 전에 중단하려면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 만약에 국민들이 진실로 진실로 집 값을 "영원히" 잡기를 원한다면 부동산 정책에 과감하게 공개념을 전폭적으로 도입하고 정부가 주도하여 싼 (또는 무상으로) 주택을 공급하면 된다. 마 ! 침 ! 표 ! 그 외의 모든 정책은 다 헛소리고 헛발질일 뿐이다. 우리의 현대사가 그걸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얼마나 더 이런 웃기는 짓을 반복하고 싶은건가?

하지만 당신은 그걸 원하는가?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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