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01

/* (저자 주) 1994년 9월에 모 잡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

컴퓨터와 관련된 질병은 크게 둘로 나눌 수가 있다. 우선 컴퓨터가 걸리는 병이 있고,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흔히 걸리는 병이 있다. 컴퓨터가 걸리는 병을 컴퓨터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오늘은 이 컴퓨터 바이러스와 관련된 얘기를 해볼까 한다 . 컴퓨터 바이러스는 '능동적으로 동작하면서 컴퓨터 시스템에 해를 끼치거나 사용을 불편하게 하는 조그마한 프로그램'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초창기 바이러스 중에 브레인 바이러스라고 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 된 시스템에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작업을 하면 디스크의 이름을 (c)Brain 이라고 바꾸어 버리고 디스크의 일부에 이상한 자료를 쓴다.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는 영역만 파괴하므로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자료가 들어있는 부분을 파괴하기 시작하면 상당히 곤 란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폭포 바이러스는 글자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또, 핑퐁 바이러스는 글자가 화면에서 탁구공처럼 돌아다닌다. 이런 바이러스는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심각한 바이러스도 있다. 예를 들어, 어둠의 복수자 ( dark aven ger ) 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는 하드 디스크를 못쓰게 만들어 버린다. 하드 디스크의 자료를 몽땅 지워야하는 매우 고약한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유행한 게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게임에서는 프로그램이 여러 개의 작은 프로그램으로 변신하면서 상대방의 프로그램을 찾아서 죽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즉, 하나의 프로그램이 은밀히 숨어서 활동을 계 속하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이런 기술이 일반에게 알려지자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바이 러스는 주로 계몽적인 목적이 강하였다. 즉,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를 막는 역할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 한 사람들은 괜찮지만 불법으로 복사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복사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 바이러스 제 작자가 원했던 그렇지 않든 간에 - 불법복사를 억제하는 역할을 일부나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바이러스도 있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화면에 마돈나가 노래하는 선정적인 화면이 나온다. 한참 보고 나면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 '너는 컴퓨터 를 겨우 이런 일에 쓰냐. ...' 그리고는 하드 디스크를 몽땅 파괴했다는 말이 나온다. 즉,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많은 사용자에 대한 해커들의 경고성 바이러스인 셈이다.

지금이야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어떻게 감염되고 어떻게 방어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반인의 인식은 매우 낮은 것이었다. 심지어는 텔레비전에 나와서 인터뷰한 어떤 컴퓨터 전문가가 키보드를 통하여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으니 컴퓨터를 쓰는 사람들은 조심하라는 말을 심각하게 한 적도 있다. 바이러스가 많아지자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스캔 ( scan )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맥아피, 백신Ⅲ로 유명한 안철수 교수 ( 묘하게도 안철수 교수는 실제로 의대 교수이다 ) 등이 유명하다. 이렇게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바이러스를 분석한 자료들이 나오게 되었는데 이게 문제가 되었다. 바이러스를 분석한 자료를 공부해서 아무나 바이러스를 마구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바이러스와 백신의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되었다.

바이러스와 비슷한 것에 [트로이의 목마]라는 것이 있다. 이는 바이러스처럼 컴퓨터의 메모리에 숨어서 계속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시스템의 파괴작업을 병행하는 프로그램' 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드 디스크의 기능을 좋게 해주는 프로그램인줄 알고 돌렸는데 하드 디스크를 몽땅 지우는 프로그램일 수도 있는 것 이다. 트로이의 목마는 주로 통신망의 자료실에 많이 올라와 있는데 순진한 사용자는 무심코 좋은 프로그램인 줄 알고 받아서 돌 려보았다가 엄청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통신망의 자료실에 올라와 있는 트로이의 목마 프로그램은 다수의 무차 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성이 크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파괴행위를 하는지를 프로그램을 돌려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인지 아닌지를 미리 알 수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므로 통신망을 통 해서 프로그램을 입수할 때는 반드시 믿을 만한 사용자가 올려놓은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바이러스도 정품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지만 정품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회사들마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정품 소프트웨어 유통을 촉진하기는커녕 소프트웨어 유통 자체를 억제하는 악영 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컴퓨터 통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 바이러스는 좋은 자료의 광범한 유통을 막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용자들의 시스템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시간적, 정신적, 물질적 낭비를 초래한다. ( 바이러스 때문에 작업한 것을 몽땅 날려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 모를 것이다 )

그러면 바이러스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프로그램 을 내 컴퓨터에서 돌리거나 컴퓨터에 감염된 디스켓을 내 컴퓨터에 넣고 작업을 하는 경우 두 가지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서 프로그램을 받거나 통신망에서 프로그램을 받아오는 경우에는 먼저 바이러스 검사 프로그램을 돌려서 그 프로그램이 감염된 프로그램이 아닌지 검사한다. 마찬가지로 남의 디스켓을 내 컴퓨터 드라이브에 넣자마자 감염된 디스크가 아닌지 검사하는 습관 을 가져야 한다.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면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절차에 따라 치료를 해나가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프로그 램의 날짜를 보아서 어느 프로그램부터 감염되기 시작하였는지 즉, 감염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확인하여 끝까지 추적해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디스켓이 감염되어 있어서 하드 디스크가 감염되었다면 하드 디스크만 치료해서는 소 용없다. 어느 디스켓에서 감염되었는지 꼭 찾아내어서 치료해야 한다. ( 안 그러면 재발한다. ) 여러 가지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통칭해서 바이러스라고 부를 뿐 어떤 규칙이 없다. 즉, 모든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은 그 프로그램을 만들 당시 만든 사람이 알 고 있는 모든 바이러스를 찾거나 고치도록 되어 있을 뿐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은 항상 최신판을 받아서 가지고 있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래도 어차피 걸리려면 걸리게 되어 있다 . 그러므로 틈틈이 디스켓으로 중요한 자료를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디스켓으로 보관할 때도 한 디스켓에 받지 말고 여러 장을 준비해서 오늘은 1번에 내일은 2번에 그 다음은 3번 이런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받아두면 좋다. 그리고 최신 바이러스 치료 프로 그램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바이러스가 있다면 꼭 통신망을 통하여 알려야 한다. 그래야 빨리 치료 프로그램이 나오고 다른 피해 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품 프로그램은 거의 감염되어 있는 경우가 없으므로 프로그램을 사서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다.

열 포졸이 한 도둑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조심하고 애를 써도 바이러스의 유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바이러스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인간'의 문제로 돌아온다. 왜 어떤 놈들은 바이러스를 자꾸만 만드는 것이냐 ? 아무도 바이 러스를 안 만들면 될 것 아니냐 ?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바이러스를 만드는가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실력은 있 지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해커들이 세상에 대해서 복수하는 것이라는 설, 해커들은 원래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아무 런 죄의식없이 재미로 취미 삼아 한다는 설. 글쎄 모두 일리가 있는 얘기다. 어쨌든 지금의 세상이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 람을 생각하지 않고 고독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개인주의적 세상이며 사람들의 능력과 관심을 효율적으로 엮어내는데 실패하고 있 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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