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얘기한다 2007.12.24 17:27
이명박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비분강개하여 시일야 방성대곡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 나라 꼴이 어떻게 되려고 저런 인간을 대통령으로 뽑는단 말인가? ....... 라고 얘기하기 전에 우리 국민의 절반 정도가 (물론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은 논외로 하자) 그를 지지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자. 더구나 그를 지지한 상당수는 현실 감각이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는 서울권의 40대들이었다는 점을 주목하자.

한나라당은 빼앗긴 10년을 얘기하고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들먹였지만 우리나라의 제정신 가진 40대들은 한나라당이 또는 그 원조들이 저질러 놓은 IMF 등 우리 사회의 경제적 허술함을 메꾸느라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정신이 없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좌파 운운 했지만 실은 우리나라가 전세계 어디보다 더 우파적인 세계화를 김영삼 이래 줄곳 지켜왔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그들이 이명박에게 던진 표를 현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해석하는 것은 제 논에 물대기일 뿐이다.

그렇게 잘 안다는 그들은 왜 이명박에게 표를 던졌는가? 나도 모르겠다. 답답하다. 그렇지만 다음의 몇 가지는 분명하다.

첫째, 이명박은 정책적인 경기 부양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물론 경기 부양을 해서 기업들이 살림이 좋아진다고 대다수 월급쟁이 생활이 나아질 턱은 없다. 고용없는 성장이 괜한 얘기가 아니다. 그렇다면 왜 경기 부양을 바라나? 아침에 라디오를 듣다보니 올 한 해 우리 증시에서는 외국인이 팔고 나간 매물을 우리의 펀드가 사준 셈이란다. 최근 들어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문에 흔들리고는 있지만 우리 증시가 올 한 해는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였고 이는 펀드를 통해 엄청난 자금이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쉽게 직장에서 잘리거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현 상황에서 사람들은 월급 이외의 수입원을 찾기에 혈안이 되어 있으며 이것이 로또 광풍, 투잡족, 펀드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펀드에서 수익을 올리는 방법은 경기가 떠 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대기업들의 경기가 좋아져서 극소수 사람들이 천문학적 수입을 올려도 좋으니 제발 떡고물이라도 좀 얻어먹고 싶은거다.

둘째, 이명박은 집값을 올려주고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기 때문이다. 몇달전에 내가 쓴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적이 없다"에서도 밝혔듯이 우리 국민들은 자기들이 부자가 될 거라는 꿈에 산다. 엄청나게 낙관적인 사람들이다. 허긴, 일제의 착취와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 경제를 일으키고 지독한 군사 독재를 가뿐하게 민주적으로 극복한 사람들이다. 미래를 낙관할 만하다. 곧 나는 부자가 될 건데. 곧 나는 집을 갖게 될 건데. 세금을 깎아준다고 하고 집 값을 올려준다니. 어허. 동동다리. 위 덩더둥셩. 이렇게 좋을 수가.

세째, 이명박은 흠이 많은 사람이다. 늦은 밤 소주 잔을 기울일 때 우리의 단골 안주 중 하나가 정치인들이다. 그런데 김대중이나 노무현은 적당한 안주거리가 아니다. 김대중은 너무 늙었고 노무현은 눈 찢은 거 외에는 별로 씹을게 없다. (뭐, 한게 있어야 씹기라도 하지.) 그런데 이명박은 싱싱하다. 위장 취업에 탈세에 씹으면 씹을수록 진국이 우러나는 사람이다. 왠지 맘이 편해진다. 원래 정치는 썩었으니까 그러니까 대통령도 적당히 흠이 많은 사람이 해야 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회창은 대통령 되기 힘들다. 우리나라 사람들 기준으로 이회창은 좋은 관료일 수는 있어도 정치인은 못 된다.)

한줄요약 -- 이명박을 찍은 것은 위에서 다 해쳐먹고 떨어지는 콩고물이라도 얻어먹자는 현명한 작전이다.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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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ddr  Edit/Del  Reply ^^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구요..정치역사의 시계를 되돌린다~한나라당에서는 개가 나와도 당선된다(실제로 개가 나오기도 했지만..)는 외신에도 끄떡없이 선택한 그들의 대통령의 만행으로 정신차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여? 5년쯤후에 우리에게도 흑인대여성에 비길만한 드라마틱한 변화 한번 기대해봄직?

    2007.12.28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