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16

/* (저자 주) 1995년 1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이 이야기의 1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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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만난다는 것은 항상 즐겁다.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독자들을 만났다. 아무리 빈말이라도 내 글을 읽었다는 말을 들으면 한편으로는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재미있고 내용 있는 글을 써내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미안스러운 생각도 든다. 나를 잘 아는 어떤 독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써내는 재주"를 가졌다고 한다. 글쎄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나 ?

그런데 갑자기 짜증스러운 일이 생겼다. ( 아니 짜증스러운 일을 새삼 되새기게 되었다. ) 내가 있는 사무실은 정부종합청사와 가깝기 때문에 항상 각종 시위를 본의 아니게 보게 된다. 오늘은 굴업도에 설치하기로 한 핵폐기장 때문에 주변의 주민들이 집단 으로 와서 시위를 했다. 다른 시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전경이 호위를 한 가운데에서 말이다.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하는 것을 보고 현 정부의 "세계화"라는 구호가 얼마나 허구적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안쏘니 기든스는 "지역사회의 전지구적 연결"로 세계화를 설명한 바 있다. 지역사회 단위에서의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내고 그를 통하 여 지역사회의 공공선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전지구적인 조화를 꾀하는 것이 세계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행하려는 후진국형 정치행태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인가 ?

짜증나는 얘기는 그만하고 컴퓨터 얘기나 좀 하자. 작년 9 월호에 키보드의 각 키에 붙은 여러 가지 이름에 대한 얘기가 나갔지 만 그 후에 만난 어떤 초보자에게 받은 질문이 있어서 독자들에게도 소개하려고 한다. 키보드의 오른쪽에 보면 숫자 키가 탁상계 산기 마냥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얘들은 뭐하는 거냐 ? 그리고 일반 글자 자판의 위쪽에 있는 한 줄로 된 숫자 키와의 관계 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해오는 사람이 종종 있다. 우선 오른쪽에 모여있는 숫자 키를 자세히 보면 한 키에 두개의 설명 ( 한 글 자판인 경우 세개의 설명 ) 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1 번 키에는 ( 일반 글자 자판에 있는 1 번 키와 구별하기 위해서 회색 1 번 키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일반 글자 자판의 키는 모두 흰색 나머지는 회색으로 색칠이 되어있다. ) 1이라는 숫자 말고도 End ( 한글 자판인 경우에는 끝 ) 이라는 설명도 적혀있다. 그 키를 눌렀을 때 1이 찍힐 것인지 줄의 끝으로 가는 기능 을 할 것인지는 Num Lock 키가 결정한다. 아이비엠 피씨의 키보드에는 불이 들어오는 곳이 세군데 있는데 각각의 이름이 Num Loc k, Caps Lock, Scroll Lock 이다. 이 중에서 Num Lock 에 불이 켜있으면 회색 1 번 키를 눌렀을 때 1 이 찍히고 불이 켜있지 않 으면 End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은 왜 어떤 키에는 혹이 붙어있느냐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일반 글자 자판의 F 키와 J 키에는 혹이 붙어 있다. ( 어떤 자판은 혹이 붙어 있지 않고 속으로 쏙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혹이 안 붙은 것도 있다. ) 그런데 더 자세히 보면 회색 자 판의 5 번 키에도 혹을 붙어 있다. 이 혹은 자판을 안보고 타이핑을 하는 경우에 손이 딴 자리에 놓이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즉, 일반 자판의 경우 왼쪽 새끼손가락부터 집게손가락까지를 A, S, D, F 키에, 오른쪽 집게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를 J, K, L, ; 키에 가지런히 놓고 타이핑을 한다. 그래서 그 위치가 제대로 잡혔는 지를 자판을 보지 않고 타이핑하는 사람이 감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회색 키 5 번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세번째 질문은 왜 키가 아래위로 가지런하지 않고 왼쪽으로 비스듬히 배열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썩 좋은 질문이다.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른다. 아마도 타자기를 쓰던 시절의 습관 때문이 아닐까 추정은 할 수 있다. 타자기의 경우에는 각 키가 긴 쇠막대 를 밀고 그 막대의 끝에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먹지를 통해 종이에 글자를 찍어주는데 만약 각 키가 가지런히 되어 있으면 쇠막 대가 서로 꼬이거나 한 키를 눌렀을 때 다른 쇠막대까지 눌릴 수 있기 때문에 비스듬히 배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습관 때문에 이제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

최근 들어서는 가지런히 배열한 키보드가 나오고 있긴 하다. 심지어는 왼손 자판과 오른손 자판을 분리해서 적당한 간격으로 조 정할 수 있게 한 자판도 나오고 있다. 더 심한 경우에는 왼손/오른손 자판을 완전히 쪼개고 자판을 세워서 양손이 자판을 싸안듯 이 쓰는 키보드도 있다. 그 키보드를 만들어서 파는 회사의 주장은 사람이 손을 내밀었을 때 가장 자연스런 자세는 손등이 위로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은 안쪽으로 가고 손등은 바깥쪽으로 가게 즉, 엄지손가락은 위로 새끼손가락은 밑으로 가게 하 는 것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돈 만 있으면 좀 더 편리한 키보드를 골라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키보드를 오래 쓰면 아무래도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랬을 때는 키 하나하나를 뽑아내서 닦아주면 된다. 뽑는 방법 은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서 젓가락이나 동전 따위로 위로 쑥 뽑아내면 된다 한가지 주의할 사항은 스페이스 바, 엔터 키 처럼 좀 큰 것들은 자연스럽게 키가 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조그마한 쇠 갈고리가 들어 있어서 분해/조립하기가 좀 어렵게 되어 있 는데 아주 손재주가 없는 사람은 뽑지 말고 청소하는 것이 낫다. 시중에는 사용중에 키보드를 보호하기 위해서 얇은 비닐로 표면 을 싸주는 제품이 있는데 사실 그런 것으로 키보드를 덮어 놓고 키를 두들기다보면 아무래도 손가락에 힘이 더 들어가서 쓰기가 불편하다. ( 직업병도 생길 수 있다 ) 까짓거 더러워지면 닦으면 되지 애써 싸놓고 쓸 필요가 있을까 ? 한편, 키보드와 가장 멀 리해야 하는 것은 물이다. 커피 잔이라도 키보드 위에 엎지르게 되면 당장 키보드를 못쓰게 된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그런 경우에는 잽싸게 컴퓨터를 끄고 키보드를 분해해서 물기를 닦은 다음 충분히 말린 후 사용하면 된다. ( 성질이 급한 사람은 헤 어 드라이어를 이용해서 말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말리면 된다. )

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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