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에 해당되는 글 67건

  1. 2008.10.16 :: VirtualBox의 shared folder 기능 쓸 만한가?
  2. 2008.10.16 :: 윈도 XP를 돌리기 위한 최소한의 하드 디스크 크기는? (11)
  3. 2008.10.16 :: X61 + 우분투에서 컴퓨터 끄기 / 최대 절전 / 절전 모드 시간 비교
  4. 2008.10.07 :: 리눅스로 갈아타고 나서... (4)
  5. 2008.05.22 :: XP에서 맑은고딕 폰트 정식배포 + 불여우에서 설정하기
  6. 2008.04.11 :: 블루투스 헤드폰 플랜트로닉스 Pulsa 590 간단 사용기
  7. 2008.01.02 :: 언어 설정은 어떻게 하는게 정답이냐???
  8. 2007.10.12 :: 불여우(모질라 파이어폭스)에서 마우스 휠로 스크롤 팍팍하기 (4)
  9. 2007.03.28 :: 인터넷 – 제2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하여 (2)
  10. 2007.02.28 :: WiFi폰? 정말로 쓸까? (2)
  11. 2007.02.22 :: 핸드폰에서 인터넷폰을 쓴다?
  12. 2007.02.04 :: 누구나 맘스틴이 될 수 있을까?
  13. 2007.02.04 :: 꼬리표를 달아라???
  14. 2007.02.04 :: 글자의 운명에 대한 따분한 고찰
  15. 2007.02.04 :: 인터넷 실명제를 얘기한다 - 네가 나를 아느냐?
  16. 2007.02.04 :: 인터넷 ? 인터내셔널넷 ?
  17. 2007.02.04 :: 윈도 비스타/액티브엑스를 둘러싼 최근의 소동을 보고
  18. 2007.02.04 :: 인터넷 - 거기에 뭔가 있다
  19. 2007.02.04 :: 인터넷 대란의 원인 - 2003년 1월의 인터넷 대란 때 쓴 글
  20. 2007.02.02 :: 오래 전의 글을 다시보다 - 1997년의 인터넷 기반 분석
  21. 2007.02.02 :: 지나간 글을 다시보다 - 1997년 인터넷 시장 분석
  22. 2007.02.02 :: 10년전 꾸었던 장자의 꿈
  23. 2007.02.02 :: 1995년 연말의 IT 이슈는 뭐였더라...
  24. 2007.02.02 :: 무중심의 시대
  25. 2007.02.02 :: 컴퓨터에 대한 단상
  26. 2007.02.02 :: 개인용 컴퓨터 어디까지 갈 것인가?
  27. 2007.02.02 :: 무엇을 묶고 무엇을 풀 것인가?
  28. 2007.02.02 :: 만국의 프로그래머여 자성하라
  29. 2007.02.02 :: 평등한 네티즌의 세상을 향하여
  30. 2007.02.02 :: 1995년 봄에 IT 시장에는 무슨 일이?
기술을 얘기한다 2008.10.16 14:27
현재 우분투 리눅스에서 살아가려다보니 윈도가 필요한 경우가 있어 할 수 없이 VirtualBox를 설치하고 그 안에 윈도 XP를 설치해서 쓰고 있다. 그런데 리눅스쪽 파일을 윈도쪽에서 접근할 일이 있어서 shared folder 기능을 썼다. 이 기능은 호스트쪽 (내 경우에는 우분투) 의 특정 폴더를 게스트쪽 (내 경우에는 윈도) 에서 네트워크 폴더로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럭 저럭 쓸 만은 한데... 속도가 문제다. 무슨 이윤지 모르겠지만 큰 파일을 읽고 써 보면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그래서 대안으로 호스트쪽에 삼바(samba) 서버를 설치하고 파일을 공유해보았더니 VirtualBox의 shared folder 기능보다 훨씬 더 빠르다. VirtualBox 쪽 설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당분간은 삼바의 파일 공유 기능을 이용해야 겠다.

그런데 한가지 단점은 삼바의 경우 네트워크로 파일을 공유하는 것이므로 내가 원하지 않는 외부 컴퓨터에서도 접근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뭐, 그게 꼭 필요한 사람은 그렇게 해야 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smb.conf 에 hosts allow, hosts deny 기능을 이용해서 접근을 제한하는게 좋겠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8.10.16 11:15
우분투 리눅스로 옮겨탔는데 여전히 윈도를 써야할 경우가 생긴다. 아래아 한글로 된 공문서라던지 인터넷 뱅킹 그리고 IE 밖에 허용을 하지 않는 인트라넷까지... 그래서 VirtualBox를 설치하고 그 안에 윈도 XP를 설치하는데 하드 디스크는 당연히 최소 용량만 잡으려고 4기가 바이트를 할당했더랬다. 왜냐하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식 설명에 의하면 최소 필요 용량은 1.5 기가 바이트이까 좀 넉넉하게 잡은 셈이다. 그런데, 넉넉은 개뿔... 어제 SP3로 업데이트 하려다가 용량이 부족해서 난리를 쳤다. 아래아 한글이나 MS 오피스 등은 별도의 하드 파티션을 할당했기 때문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SP3 를 내려받아서 설치할 정도의 공간이 없다는거다. 그래서 휴지통 크기를 아예 0 바이트로 줄이고 조금이라도 안쓸 것 같은 응용 대부분 다 지우고 쌩 난리를 쳐서 겨우 공간 확보를 해서 SP3로 업그레이드 했다. 그래서 현재 4.17 기가 바이트로 할당된 C 드라이브에는 390 메가 바이트가 겨우 남았다. SP4 나오면 아마 설치할 수 없을 듯 하다.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마이크로소프트의 1.5 기가 바이트 주장이 틀린건가요?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8.10.16 10:27
예전에 X61에 윈도 XP를 깔아서 쓸 때 최대 절전 (hibernate) 가 아닌 다른 모드로 대기를 시키면 가끔 이상한 동작을 하는 경우가 있어 (특히, 듀얼 스크린의 복구가 안되는 문제는 치명적) 항상 최대 절전 기능으로 썼다. 이번에 XP를 버리고 우분투로 갈아타면서도 본능적으로 그렇게 설정했는데 오늘 아침 문득 이게 정말 좋은 선택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냥 컴퓨터를 끄기 (shutdown), 최대 절전 모드 (hibernate), 절전 모드 (suspend) 로 들어가고 나올 때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간단히 실험했다. 시간 관계상 두세번 정도 반복을 했고 공평한 비교를 위해 부팅후 추가 응용을 실행하지 않은 화면을 기준으로 측정을 했다.

  • 컴퓨터 끄기 : 꺼지는 데 걸리는 시간 20초 내외 / 다시 켜지는 데 걸리는 시간 1분 20초 내외
  • 최대 절전 모드 : 꺼지는 데 걸리는 시간 36초 내외 / 다시 켜지는 데 걸리는 시간 50초 내외
  • 절전 모드 : 꺼지는 데 걸리는 시간 10초 내외 / 다시 켜지는 데 걸리는 시간 7초 내외

주목할 점은 최대 절전 모드에 들어가는 시간이 의외로 길다는 것이다. 물론 응용이 많이 떠 있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집에 가려고 최대 절전 모드로 해놓고 제대로 꺼지는지 쳐다보고 있으면 꽤 지루하다는 느낌이 든다. (신발 갈아 신고 옷 챙겨 입어도 아직도 안 끝나 있는 경우가 많다.) 한편, 컴퓨터를 완전히 끄는 경우에는 시간이 별로 안 걸리지만 다시 켜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즉, 최대 절전 모드는 켜는데 시간을 30초 정도 단축하는 효과가 있으나 완전히 전원을 끄는 것에 비하여 그 효과가 충분히 큰지는 의문이 있다. 한편, 절전 모드는 전원이 계속 공급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절전 모드는 충분히 짧은 시간에 왔다 갔다 할 수 있으므로 잠시 자리를 옮기는 경우에는 절전 모드로 집에 가거나 좀 먼거리를 옮기는 경우에는 컴퓨터 끄기로 설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 내 결론이다.

최대 절전 모드는 아주 많은 응용을 띄워놓고 동시 작업 중에 갑자기 전원의 공급없이 한참을 있어야 하는 경우에 적절할 수 있느나 노트북 컴퓨터 환경이 과연 그런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아직 증세가 정확히 파악이 되지는 않았지만 virtualbox 에 XP를 설치해서 쓰고 있는데 이 XP가 가동 중인 상태에서는 최대 절전 모드로 들어가지 않는 문제가 있으므로 더더군다나 최대 절전 모드는 활용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8.10.07 11:28

화면 인증 샷!

레노보 씽크패드(Thinkpad) X61 모델을 데스크 탑 겸용 노트북으로 쓰고 있는데 기본으로 깔려나온 윈도 비스타는 느려터지고 생각지 않은 결정적인 장면에서 자꾸만 멈춰서 성질나서 못쓰겠고 윈도 XP로 갈아탔으나 최근 들어 이틀에 한번 꼴로 블루스크린이 떠는 통에 그냥 리눅스로 갈아타기로 했다. 그래서 쓰기 편하다는 우분투를 다운로드 받아서 깔았다. 한글 환경으로 설정하니 한글 입출력에도 문제가 없고 글꼴도 많이 보강되어 꽤나 볼만하다.

물론 그렇다고 윈도처럼 마냥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몇 가지 문제점이 있고 이들 문제점은 어떤 사람에게는 사소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결정적일 수 있다. 그동안 겪은 문제점을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0) 듀얼 스크린이 안된다구

내 노트북에는 내장된 LCD 화면 외에도 외부로 화면 출력을 할 수 있는 VGA 단자가 있다. 윈도를 쓸 때에는 외부 출력을 LCD 모니터에 연결해서 1280x1024 모드로 쓰고 내부 LCD 는 1024x768 모드로 해서 각기 다른 화면이 나오게 해놓고 넓찍하게 썼더랬다. 그런데 리눅스로 갈아타고 나니 이게 안되는거다. RandR을 이용해서 잘 설정해 주면 된다는 글도 있고 X11 설정 파일을 잘 고치면 된다는 글도 있으나 로그인 화면까지만 듀얼이 되고 일단 로그인 하고나면 그냥 1280x1024 모드에 양쪽이 같은 화면이 나오도록 밖에 안되는거다. 여기저기 더 둘러보면 답이 있을 듯도 하지만 당분간은 바빠서 패스...

(1) 시프트 키가 말을 안들어요

듀얼 스크린이 되게 하려고 여기 저기 손을 대다보니 어느 순간 시프트 키가 먹지 않는다. 텍스트 콘솔 화면에서는 먹는 것을 보면 X 윈도쪽에서 뭔가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여기 저기 뒤져보니 RandR 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 다국어 입력기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 화면 테마가 문제라는 주장 등이 있었다. 어쨌든 나는 "시스템 --> 기본설정 --> 모양새 --> 화면 효과 --> 없음"으로 설정하고 해결했다. 화면 효과가 멋있느데 써먹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나 기능상 문제가 있는게 아니고 오히려 화면이 빨리 빨리 전환되는 것을 위로로 삼아야 겠다.

(2) 불여우 폰트 설정하다가 엉망이 되었어요

웹 서핑을 하다보면 자꾸 욕심이 생긴다. 게다가 리눅스용으로 쓸 수 있는 공개 글꼴이 많아서 이것 저것 가져다가 깔아서 설정해보고 했다. 그러다 언제 어디를 잘못 건드렸는지 화면이 무지하게 허름하게 바뀌어 버렸다. 도무지 복구할 방법을 못 찾던 중... 홈 디렉토리의 ".mozilla" 디렉토리를 싹 지웠더니 처음 세팅으로 돌아왔다. 위의 스크린 샷은 그 상태에서 뽑은 것이다. 잘 모르면 손대지 마라...

(3) 천둥새 목록 화면 글씨에 맘에 안들어요

메일 클라이언트인 천둥새에서는 메시지를 표시할 때 어떤 글꼴을 사용할 것인지 선택하는 기능은 있지만 편지의 목록이나 폴더 이름 등을 표시할 때는 어떤 글꼴을 쓸 것인지 설정하는 메뉴가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홈 디렉토리 밑에 "~/.mozilla-thunderbird/어쩌구저쩌구.default/chrome/userChrome.css" 파일을 인터넷에서 구해서 갖다 깔고 적당히 폰트 설정을 해줘서 해결했다.

(4) 티스토리에서 그림을 올릴 수 없어요

이건 참 곤란한 이슈다. 여러 가지 문제 해결책이 제시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우분투에서 깔리는 플래시 플레이어와 티스토리의 그림 업로드하는 기능(이것이 플래시로 구현되어 있음)과 충돌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플래시 플레이어를 최신판으로 업그레이드 해서 해결해야 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우분투의 기본 배포 패키지가 아닌 back-ports 해 포함되어 있어서 찜찜해서 포기했다. 대신 이것 저것 시도하다 보니 티스토리의 "이전 관리"에 포함된 이전의 편집기에서 그림 올리기가 아니라 파일 올리기 기능으로 업로드를 하면 된다는 것을 찾아 내었다. (아 놀라운 뺑뺑이의 위력이여~~) 플래시 플레이어 최신판이 정식으로 릴리즈 될 때 까지는 가급적 그림을 올리는 것은 자제해야겠다. ^^

그 외에도 의외로 잘 되는 기능도 있었다. 예를 들어 보자면,

(5) 오픈오피스 워드 프로세서와 MS 워드는 호환성은 의의로 높다

예를 들어, 공동으로 문서를 편집할 때 결정적으로 쓰이는 기능인 변경 추적 기능이 오픈오피스와 MS 워드가 호환이 된다. 따라서, 워드에서 만든 문서를 오픈오피스에서 수정하면 그 내역이 기록되고 다시 워드에서 열어보면 어디를 어떻게 고쳤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다. 반면에 MS 파워포인트와 오픈오피스의 호환 수준은 충분히 높지는 않은 것 같다.

(6) 네트워크 프린터 설정이 무지하게 쉬워요

내가 보기로는 윈도에서의 설정보다 더 간편하고 직관적인 것 같다. 하지만, 다양한 프린터 옵션(특히, 내가 잘 쓰는 한 장의 종이에 여러 페이지를 모아서 찍기)을 조정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윈도와 리눅스는 서로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일장일단이 있는 것 같다. 어쨌든 되긴 다 된다.

(7) 멀티미디어도 빵빵해요

예를 들어, 웹에서 윈앰프용 MP3 스트리밍 플레이 리스트를 클릭하면 자동으로 Totem 플레이어가 받아서 음악을 들려준다. 볼륨 조절도 직관적인 트레이 아이콘으로 할 수 있고 마우스 휠로 볼륨 조절도 되는 등 윈도에서 하던 방식을 거의 그대로 쓸 수 있다.

데비안을 X30 깔아서 한참 동안 쓰다가 이런 저런 문제로 포기하고 윈도로 투항했는데 다시 돌아온 리눅스 의외로 괜찮더라. 물론, 인터넷 뱅킹 등 윈도를 쓰지 않을 수 없는 경우가 있어서 버츄얼박스(한 운영체제 위에서 다른 운영체제를 돌릴 수 있게 하는 가상 머신 프로그램. 이 외에도 vmware, parallels 등의 제품이 있다)를 깔고 윈도를 깔긴 했지만 아주 제한적인 경우에만 써도 될 것 같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8.05.22 16:59
비스타의 기본 폰트인 맑은 고딕을 그동안 폰트만 옮겨서 XP에서 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건지 뭐가 바뀐 건지 모르겠지만 XP에서 맑은 고딕을 설치할 수 있도록 정식 설치 프로그램이 마이크로소프트에 떴다. 그 링크는 --> 요기 <-- 입니다.

물론 설치한다고 실제로 폰트가 필요한 곳에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일이 고쳐줘야 되지요. 윈도의 각 요소에서 맑은 고딕이 나오게 하는 방법과 IE에서 설정하는 방법은 처녀자리님의 글을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파이어폭스 (일명 불여우) 를 쓰시는 분들의 경우에는 메뉴 중 "도구 --> 설정"으로 들어가셔서 다음의 그림과 같이 해주시면 된다. 우선 아래 그림 처럼 기본 글꼴을 맑은 고딕으로 해주시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원하신다면 아래 그림처럼 웹 페이지에서 무조건 맑은 고딕이 적용되게 설정할 수 있다. 이건 뭐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를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쨌든 처음 ClearType 적용하면 눈이 좀 아플 수 있으니 그에 대한 튜닝 방법이나 대처법 등은 각자 구글링 하셔서 해결하시길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8.04.11 21:59
음악을 그다지 많이 즐기진 않지만 그래도 하드디스크에 앨범 몇 개 정도는 담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막귀 또는 그 보다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귀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성질은 무지하게 까다로와서 뭐 하나 사려면 최소 2주 이상 서핑하고 좋다는 거 골라서 사는 편입니다. 그렇게 해서 고른 헤드폰은 현재 쓰고 있는 젠하이저 PX 200 입니다. 생긴 건 대충 생겼는데 가격은 만만치가 않죠. (은근히 돈 자랑^^)

그러던 중 옆 자리의 아가씨가 선 없는 헤드폰을 사고 싶다고 하더니 플랜트로닉스의 P 590 을 사왔더군요. 그래서 잽싸게 뺏어다가 두어시간 시청을 해보았습니다.

사용 환경은 Lenove ThinkPad X61 + Windows XP 이구요. 처음 페어링 하는 과정에는 드라이버도 잡고 해야 되니까 좀 시간이 걸리지만 그 다음 부터는 바로바로 장치를 잡기는 하는데 고음질 장치는 추가를 해야 잡히더군요. 블루투스 장치를 처음쓰는 거라 제가 잘 모르는 건지 어쨌든 좀 불만이었습니다. MP3 플레이어는 곰 오디오 플레이어에 이퀄라이저 기능은 끄고 실험했습니다. 들어본 음악과 평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 김광석의 "나무"

이 곡은 김광석 특유의 메마른 목소리와 따뜻한 포크 기타와 뒤에서 은근하게 받쳐주는 조동익(아마 맞을 겁니다. 앨범 자켓을 본 지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의 베이스 그리고 클라이막스로 가면서 드럼도 적절히 때려주는 곡이지요.

PX 200 의 경우 예의 그 마른 느낌을 잘 전달하는 편인데 반하여 P590은 베이스를 너무 심하게 울려줍니다. 게다가 고음에서 많이 소리가 깎이는데 예를 들자면, 포크 기타에서 손톱이 흔들리는 현과 닿으면서 나는 깨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깨지는 소리가 안들리니 더 듣기 좋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현장감이 사라지고 진짜 음악 같지 않고 가짜 음악 처럼 들립니다.

* ABBA의 "Mama mia"

첫 곡을 듣고 저음이 빵빵하게 잡히는 P590이 혹시 원래 저음이 빵빵 울리는 클럽 댄스 스타일의 곡에서는 좋은 성능을 내지 않을까하여 아바의 곡을 들어 보았습니다. 최대한 방방 뜨는 곡으로. 그런데 오히려 댄스 스타일의 곡에서는 저음의 베이스나 드럼을 충분히 P590이 받쳐주지 못하고 소리가 새는 듯한 그러니가 주먹으로 귀청을 빵빵 때려야 되는데 스펀지를 대고 때리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 이병우 기타 3집 중 "그대 눈물 흐르고 세월 흐르고"

이번에는 좀 더 클래식 느낌이 드는 곡을 선택했습니다. 깨끗한 클래식 기타의 선율과 목관 악기의 부드러운 조화가 듣기 좋은 곡이지요. 그런데 역시나 소리가 뭉개집니다. 즉, PX 200이 솜털이 잔뜩 달린 여린 풀을 보여준다면 P 590은 그 털을 다 뜯어버리고 몸통만 보여주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상의 평가에서 보시듯이 P 590 은 (비슷한 가격대의) 기존의 유선 헤드폰에 비하여 충실한 음 재생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이것이 P 590의 재생 유닛의 문제인지 아니면 블루투스 전송 규격의 한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현재로서 블루투스 헤드폰을 사시고 싶은 분은 책상위에서 유선 헤드폰을 치운 뒤에 사시기 바랍니다. 괜히 후회하시지 말구요. 뭐든지 그렇지만 비교할 대상이 없으면 불만도 없는 법!

세줄 요약

* 헤드폰이 무선이니까 좋긴 좋더라
* 기존의 유선 명기 헤드폰 보다는 못하더라
* 본인이 막귀라고 생각하고 비교해서 들을게 아니라면 사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8.01.02 18:18
이런 저런 이유로 며칠 전 부터 사용하는 조테로 (zotero, 이름이 좀 거시기 하지만 무지하게 훌륭한 프로그램이다. 관련한 소개는 --> 요기 클릭 <-- )  때문에 쓸데없는 고생을 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불여우(firefox, 파이어폭스) 플러그 인으로 동작하는데 기본 locale 설정을 불여우로부터 가져올 뿐 설정할 수 있는 별도의 인터페이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나 처럼 한글판 불여우를 쓰는 사람은 무조건 조테로 메뉴도 한글판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으례 그렇듯이 한글판 메뉴 번역이 틀리거나 어색하여 정확히 무슨 기능인지 알기 어려운 것도 있다. (오래 쓰고 나면 익숙해지겠지만 지금 당장이 문제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불여우의 locale을 영어로 돌려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주소창에서 about:config 라고 친 뒤 뭐가 너무 많이 나오므로 필터 창에서 locale이라고 입력해서 general.useragent.locale 이라는 설정 이름을 찾아서 ko 를 en 으로 바꿔주면 된다. 아직 충분히 테스트해보지 않았지만 다른 곳에 내가 한글로 나오기를 원하는 것이 영어로 나오는 곳이 있을거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플러그 인의 언어 설정은 디폴트는 웹 브라우저에서 가져오되 추가로 변경 가능하게 하는 것이 올바른 가이드라인이 아닌가 싶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10.12 11:25
예전과는 달리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IE)가 불여우에 있던 많은 기능을 이미 채택하고 있어서 큰 차이점을 느끼긴 쉽지 않다. 그래서, 새 컴퓨터에서는 IE만 써오던 중 맘에 안드는 부분이 있어서 불여우로 바꾸게 되었다. 그런데 마우스 휠로 스크롤을 하는데 너무 느리게 (또는 너무 세밀하게) 스크롤이 되는게 아닌가. 뭐 그게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스압(스크롤의 압박)을 느끼는 페이지를 볼 때에는 손가락에 쥐가 날 것 같다. 뭔가 해결책이 있을텐데....

당연히 해결책이 있다. 구글링을 해 본 결과 해결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주소창에 about:config 라고 입력한다. 그러면 세밀한 설정을 할 수 있는 화면이 나온다.

2. 너무 많은 설정이 있으므로 정신이 없다. 그래서 관련된 것만 보이게 걸러준다. 필터 칸에다가 mousewheel 이라고 쓴다.

3. 그러면 상하/좌우 스크롤에서 각종 키를 눌렀을 때 그리고 누르지 않았을 때 설정하는 각종 값이 보인다. 그 중에서 mousewheel.withnokey.numlines 를 적절히 큰 값 (5~10 정도) 으로 해주어 한번에 여러 줄 씩 넘어가게 하고 그 아래의 sysnumlines는 클릭하여 false로 만들어주면 된다.

이상 끝.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3.28 16:42

1.     지나친 성공이 발목을 잡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인터넷의 발전 속도는 엄청나다. 인터넷 프로토콜(IP, Internet Protocol)이 등장한 것은 1978년이지만 본격적으로 규모가 크고 여러 관리 도메인을 연결하는 인터넷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토콜인 BGP(Border Gateway Protocol)이 나온 것은 1988년이고 웹의 등장으로 인터넷이 일반에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10 여 년 만에 지구 상의 통신의 지평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접속된 컴퓨터의 수가 늘어나자 컴퓨터마다 할당해야 할 주소가 부족해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훨씬 정교하게 주소 공간을 분할하는 방식인 CIDR(Classless Inter Domain Routing) 1992년에 도입되고 더 근본적으로 주소 공간을 넓히기 위하여 기존의 인터넷 프로토콜인 IPv4를 대체할 새로운 버전의 인터넷 프로토콜인 IPv6 1995년에 등장하였다.

 

인터넷의 발전에 따른 문제에 대한 초기의 대응은 주로 주소 공간의 확충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된 대응이 아니라는 징조는 여기저기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주소변환기술(NAT, Network Address Translation)이 널리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금방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IPv4 주소 공간은 줄어드는 속도가 급감하였다.

 

인터넷이 점점 더 보편적인 서비스가 되어 감에 따라 생활의 더 많은 부분이 인터넷을 활용하게 되고 이는 새로운 요구 사항을 낳게 되었다. 예컨대, 아주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버의 경우에는 그 서버가 연결된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SP, Internet Service Provider)에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접속 가능해야 하므로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하나의 컴퓨터(또는 그 컴퓨터가 속한 네트워크)를 여러 개의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와 연결하는 Multi-homing기술이 등장하게 되었다. 또는 한번에 여러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와 연결하지 않더라도 다른 서비스 제공자로 자신의 네트워크의 연결을 바꾼 경우 주소를 재할당해야 하고 이전의 주소를 알고 있던 쪽에서는 접근할 수 없는 문제를 피하기 위하여 PI(Provider Independent) 주소 할당 방식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전에 네트워크에 연결된 단말은 대체로 유선으로 연결되어 있거나 무선이라고 하더라도 한 지역에 설치된 접속지점을 통해서만 연결하였지만 무선 통신 기술에 인터넷 기술이 융합되면서 사용자의 단말이 넓은 공간을 이동하며 여러 네트워크를 옮겨 다닐 수 있게 됨에 따라 주소가 계속 변하는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이 나타나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요구사항은 그 자체를 실현하는 데에도 여러 까다로운 문제가 있지만 네트워크 서비스 제공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효율적인 주소공간 활용을 어렵게 하고 라우팅을 복잡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PI 주소 할당 방식은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 측에서는 CIDR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없게 만들고 이는 다시 라우터에 내장되는 라우팅 테이블의 크기 증가(또는 심지어는 패킷 처리 속도의 저하)를 일으키게 된다.

 

2. 아직 갈 길이 먼데

 

물론 인터넷에 놀라운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뒤편에는 이를 가능하게 한 프로토콜의 개선 노력과 라우터, 스위치, 광통신 등 기반 기술의 엄청난 발전이 있었으며 따라서, 오늘날 아주 큰 무리 없이 인터넷은 여전히 동작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이 계속 발전해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수는 기껏해야 몇 억이 넘지 않을 것이지만 인터넷이 더 보급되고, 센서, 홈 네트워크, 유비쿼터스 컴퓨팅 등이 전면으로 떠오르게 되면 2050년 이전에 그 수는 1백억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몇 년 내에는 기존의 프로토콜을 고쳐서 처리 방식을 개선하고 전자기술의 발달로 라우터의 처리 성능이 높아져서 이를 대응할 수 있겠지만 현재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한편, 어떤 문제는 기존 프로토콜의 개선이나 라우터의 성능 향상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 전형적인 사례가 주소와 식별자의 문제이다. 이때까지 응용 계층에서는 주소처럼 생긴 것 (TTLLAA, Things That Looks Like An Address)을 특정 컴퓨터에 연결하기 위하여 항상 사용 가능한 주소라고 간주해왔다. 따라서 그 주소를 그 컴퓨터를 나타내는 식별자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파일은 1.2.3.4 ftp 서버에 올려놨으니 찾아가세요라고 말할 때 주소는 특정 ftp 서버를 지칭하는 식별자로 동시에 사용되는 것이다. 물론, 그 주소가 아무데서나 접속 가능한 주소(publicly reachable address)이고 바뀔 일이 없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주소 변환 기술, 단말기의 이동성, multi-homing 등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가정이 항상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응용 계층에서는 자신이 보고 있는 주소처럼 생긴 것이 식별자로 쓸 수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길이 없다.

 

3. 우리에게 해결할 능력이 주어져 있는가?

 

인터넷이 성장을 지속하려면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여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에서 나오고 있다. 새로운 인터넷 설계와 검토 환경을 만들어 보자는 GENI(Global Environment for Network Innovations), 현재 인터넷의 한계를 뛰어넘어 앞으로 15년 이후의 네트워크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FIND(Future Internet Design) 등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한 연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한편, 인터넷 표준을 주도해온 IETF(Internet Engineering Task Force)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최근 잇따라 워크샵을 개최하고 관련 연구 그룹을 형성하는 등 대응을 강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는 과정에 어떤 함정들이 있을지 살펴보자. 새로운 기술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실제로 인터넷에 적용되고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데에는 비기술적인 요소들이 많이 작용한다.

 

첫째는 전체 아키텍쳐의 구성 원리에 대한 것이다. 인터넷은 이름 그대로 네트워크와 네트워크의 연결이다. 인터넷 아키텍쳐가 기존의 네트워크(예컨대, 전화망)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개별 네트워크의 독립성이다. , 개별 네트워크는 필요에 의하여 나름대로의 인터-네트워크 기술을 선택할 수 있지만 이것이 다른 네트워크의 동작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독립성은 개별 네트워크의 자연스런 진화를 가능하게 하고 결과적으로 전체 네트워크를 발전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실제의 프로토콜 또는 기술의 설계가 이러한 원리를 철저하게 따르고 있는가 또는 따르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에는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 앞에서 예로 든 것처럼 PI 주소 할당 방식은 그 주소의 사용자에게는 유용하지만 네트워크 관리 차원에서는 많은 부담을 일으킨다. 이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적용해 본다면 한 분야에서의 발전이 다른 분야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이동성을 잘 지원하는 프로토콜은 역으로 그 사용자의 보안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또는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프로토콜은 그 사용자의 책임성을 요구하는 프로토콜의 구현을 불가능하게 한다. , 한 분야에서의 기술적 진보를 그대로 인터넷에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둘째는 절차상의 문제이다.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충의 합의와 동작하는 프로그램”(rough consensus and running code)이라는 IETF 고유의 믿음이 깔려있다. , 참여하는 사람들의 권위나 다수결이 아니라 관련된 사람들의 합의와 실제로 돌아가는 프로그램에 의한 확인을 통하여 기술을 채택하는 방식은 다양한 기술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원천이 되었다. 하지만 사회의 주요 근간이 되어버린 즉, 너무 중요해져 버린 인터넷을 그리고 너무 많은 이해 당사자가 얽힌 인터넷의 진화를 이전의 합의 방식으로 계속 발전시킬 수 있는가 또는 그 방식이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셋째는 누구의 문제를 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사용자 관점에서 인터넷의 발전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인터넷이 잘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그 기능을 자기의 네트워크에 구현해야 한다. , 인터넷의 발전을 통해서 혜택을 보는 집단(예컨대, 사용자)과 비용을 지불해야 할 집단(예컨대, 서비스 제공자)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다. 또는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의 문제 -- 예를 들어, 너무 방대해진 BGP 라우팅 테이블이나 VPN(Virtual Private Network) 관리 부담 -- 를 풀기 위해 도입된 기술이 서비스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 첫째로 지적된 독립성의 문제를 서비스 제공자와 수요자 사이의 독립성에서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다.

 

4. 글을 맺으며

 

인터넷이 널리 쓰이게 된 이후에 생겨난 프로토콜 수준의 변화 중 가장 큰 것은 IPv6의 도입이었다. IPv6가 나온 지 10년이 지났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어떤 나라들은 IPv6로의 전환이 네트워크의 발전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보고 국가차원에서 IPv6로의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별로 변한 것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IPv6가 전혀 새로운 기능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앞에서 언급된 대부분의 문제는 IPv6의 도입 여부와는 무관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필자도 답은 없다. 의심이 가는 것들은 있지만 딱히 그것인지도 모르겠고 설령 그것이 맞다 해도 해결책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히 아는 것은 IPv6의 실패 -- 실패라고 부르기에는 아직도 성급하다면 지연이라고 불러도 좋다 -- 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지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다. 과거의 실패로부터 배울 수 없다면 그 어떤 새로운 엄청난 기술이 나오더라도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것은 오히려 매우 분명해 보인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28 13:37

이전의 글(http://newcat.tistory.com/47)에서도 지적한 바 있듯이 음성 통화는 영원히 인기가 사그라질 줄 모르는 킬러앱이다. 그런데도 유선 인터넷 망이 집안을 모두 연결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인터넷 전화(VoIP폰)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선랜(WiFi)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WiFi폰까지 나오고 있다. 혼란스럽다. 과연 대세가 어디로 흐를지 그 과정에서 풀어야할 기술적/비기술적 이슈는 뭐가 있을지 생각을 정리해본다.

생각의 편의를 위해서 구체적인 사례를 가지고 얘기를 해보겠다. 오늘 사용할 "시료"는 SMC 네트웍스에서 나온 WiFi폰 WSKP100 이다. 여기에는 WiFi 커뮤니티인 FON(http://www.fon.com) 인증 기능을 내장시켰다. (기본으로 내장되는 것은 아닌 듯 하고 별도의 펌웨어를 다운로드해야 되는 듯 하다. 어쨌든 내가 받은 시료에는 내장이 되어 있었다.) 이 물건을 사용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이슈를 추적해보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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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포장이다. 소비자는 이 포장을 보고 원하는 제품을 고르게 된다. 그러려면 알아야 할게 많다. (요즘들어, 점점 더 많은 제품들이 알기 어려운 기술 용어로 뒤덮이고 있다는 건 불만이다.)  제일 중요한 것 세가지만 알고 넘어가자. 그림의 1,2,3 참조.

1. Wi-Fi Phone 그러니까 이 제품은 유선이 아니라 무선랜에 연결하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2. skype 그러니까 이 제품은 SIP 기반의 인터넷 전화가 아니라 skype 기반의 인터넷 전화라는 얘기다. 음... 이쯤되면 소비자는 겁이 난다. SIP은 뭐고 skype은 뭐란 말인가? 무슨 장단점이 있나? 아마 이 주제로만 장문의 글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갑론을박이 있다. 그러니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자. 오늘만 날이 아니다.

3. FON 그러니까 이 제품은 WiFi 무선랜 중에서도 FON 망에 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FON 계정이 있어어 임의의 FON 접속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FON에서는 이런 사용자를 Fonero라고 부른다) 라면 자신의 계정을 이용해서 FON 접속 포인트를 통해서 접속하여 이 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아무나 그냥 접속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무선랜이라면 당연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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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을 하고 전원을 켜면 (전원 버튼의 위치나 버튼에 그려진 그림은 보통의 핸드폰과 같아서 별로 헷갈리지 않는다. 잘했어요~) 몇 개의 로고 화면이 지나가고 위와 같이 언어를 선택하라는 화면이 나온다. 하나 밖에도 없는데 선택을 하도록 하는 건 무슨 심사인가?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 팔려면 한국어도 지원되어야 겠지만 아직은 작업을 하지 않은 모양이다. 벨킨에서 나오는 WiFi 폰은 한글이 된단다. (http://samahee.net/tt/255) 하지만 그쪽도 한글화가 별로 충실한 편은 아닌듯 하다. 뭐, 시장이 커지면 저절로 해결되겠지. 언제쯤? 모르지... 선택의 여지는 없지만 그래도 영어를 선택하면 그 다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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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건 또 뭐야. 대충 훑어보니 skype의 계약 조건에 동의하냐고 묻는 것 같다. 동의 안하면 전화기를 쓸 수 없댄다. 안쓸거면 왜 샀지? 무조건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을 던지는 의도는 뭔가? 그냥 괴롭힐라구? 아니면 법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나? 어쨌든 읽기도 귀찮고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계약에 동의하도록 하는 건 요즘 유행인 모양이다. 웹 사이트들도 그러고 이제는 전화기까지 나를 괴롭히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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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동의하고 나면 (혹시 독소조항이 있으면 어쩌지? ^^) 자동으로 무선 네트워크를 찾기 시작한다. 나의 프라이버시를 위해서 SSID는 모자이크 처리 ^^ 그런데 아무나 접속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무선랜 접속 지점이 아니라면 당연히 접속이 안되고 접속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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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용 가능한 방식으로는 앞에서 얘기한 대로 FON 인증을 이용하거나 WEP, WPA를 이용하는 것이다. 문제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는 넷스팟의 경우 웹을 통한 인증 또는 별도의 연결 관리자(CM: Connection Manager)를 쓰고 있어 접속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혹시 틀렸으면 알려주세요 ^^) 즉, WiFi 폰의 경우 그 폰이 접속할 수 있는 무선랜이 그 폰에 내장된 접속 프로그램의 종류에 의하여 제약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802.1X(http://en.wikipedia.org/wiki/802.1x)와 같은 네트워크 접속 조정 프로토콜이 훨씬 더 널리 사용된다면 이런 문제는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사실상의 표준이건 (de facto standard) 실질적 표준이건 (de jure standard) 대세가 자리를 잡아줘야 소비자들은 편해지는거다.

내가 갖고 있는 FON 라우터인 라 포네라(http://blog.naver.com/yangwooko/50009583769)는 WPA를 지원하므로 이를 통하여 바로 접속할 수도 있고 FON용 접속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나의 FON 아이디와 암호를 입력해서 연결할 수도 있었다. 물론, skype 아이디와 암호을 입력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그래서 다 성공하고 나면 드디어 다음과 같은 화면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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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오른쪽 버튼을 누르게 되면 다음 그림에서와 같이 skype에 등록된 연락처 목록을 볼 수 있다. 연락처 목록을 새로 전화기를 샀다고 해서 옮겨담거나 다시 입력할 필요 없이 저절로 내려온다는 것은 인터넷 기반의 전화 서비스가 갖는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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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제품은 아직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상대방이 이름을 한글로 입력한 경우 네모로만 보인다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는 한글화가 되면 간단히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이런 저런 실험을 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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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 이런 장점이 있군. skype에서는 자신의 사진을 등록할 수 있어서 전화를 받는 사람이 전화를 건 사람의 사진 (꼭 자기 얼굴을 등록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 을 보고 받을 수 있다. 사소한 차이인 것 같지만 통화가 갖고 있는 사회적 관점을 생각한다면 이 차이는 의외로 중요할 수도 있다. 어쨌든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럼 이상의 흐름을 통해서 WiFi/인터넷 폰의 운명을 얘기해보자. 우선 좋은 점부터.

  • 폼난다. (남들이 아직 안쓰는 것을 쓴다는 자부심이랄까...)
  • 공짜다. (물론, 일반전화로 전화를 걸거나 받으려면 요금이 든다.)
  • 전세계 어디서건 WiFi 접속이 가능하면 사용 가능하다. (로밍 이런거 필요없다.)
  • 연락처 목록을 관리하는 부담이 적다.

그럼 본격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살펴보자.

  • 어렵다. 이건 아주 아주 근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원래부터 전화망은 "망은 똘똘하게 단말은 단순하게"라는 원칙으로 설계된 것이고 인터넷망은 "망은 간단하게 단말은 복잡하게"라는 원칙으로 설계된 것이다. 이런 설계 원리가 인터넷이 전화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인터넷이 보급되면 될 수록 평범한 사용자가 무지하게 복잡한 기술과 맞대면을 해야 한다는 딜레마는 비단 WiFi폰 뿐만 아니라 모든 인터넷 응용이 갖고 공통된 숙제다.
  • 접속이 제한적이다. 집에는 당연히 인터넷이 된다고 치더라도 (뭐 안되면 더 황당) 집 밖을 나갔을 때 과연 얼마나 쉽게 접속가능한 무선랜 지역을 찾을 수 있을것인가 또는 이미 널리 퍼져 있는 상용화된 무선랜 접속 서비스를 쉽게 로밍하면서 사용할 수 있을것인가라는 의문이 있으며 이는 앞에서 언급한대로 표준이 정착하는 과정과 연관되어 있다. 물론 의외로 공개된 접속 포인트가 많고 늘어난다는 얘기도 들린다. (http://oojoo.egloos.com/1494173)
  • 안정감이 떨어진다. 이건 skype의 숙명이다. 기존의 대다수의 인터넷 전화 기술이 NAT를 통과하는데 문제가 있는 반면에 skype는 철저하게 P2P 기술을 이용하여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였지만 그 댓가로 프로그램이 무지하게 복잡하고 무겁다. 꼭 그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일반 전화기처럼 안정적으로 동작하지는 않고 쉽게 끊어진다던지 하는 현상이 가끔 나타난다. (몇십분간 연속 통화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때도 물론 있다.)

이렇게 살펴본다면 "아직까지는" WiFi 폰은 핸드폰이나 기존 전화를 완전히 대체하기 보다는 이러저러한 유익을 위하여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 사용하는 2등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지난 10여년간 본 것 처럼 인터넷 서비스의 보급과 기술의 개발 속도는 워낙 눈부시게 빠르기 때문에 이런 우려가 그저 과도기의 해프닝으로 그칠 수도 있다. 물론 WiFi/인터넷 폰이 어떤 길을 가게될 것인지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기존 전화 서비스 시장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와도 연관된다. 예를 들어, 핸드폰 요금이 무지하게 싸진다면 굳이 WiFi폰으로 넘어갈 이유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22 16:37

인터넷 벤쳐 붐 시대를 이끌었던 샛별이 "지금은 흔적도 찾기 어려운" 새롬(다이얼패드)이었다는 점을 상기하거나 또는 현재 IT 시장의 강자가 이동통신회사이거나 아니면 이를 위한 단말기를 생산하는 **전자들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통화"가 여전히 통신 시장의 킬러앱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 하다.

현재 통화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으로는 전화망 즉, 기존의 유선 전화망 또는 이동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인터넷 망 위에서 통화 기능을 구현하는 두가지로 크게 나뉜다. 후자의 예로는 스카이프(Skype)나 인터넷폰(VoIP: Voice over IP)처럼 전화 통화를 위하여 특화된 것도 있고 인스턴트 메시징(IM, 예를 들어 MSN 메신저)과 같은 다른 대화 서비스에 슬그머니 편승하는 경우도 있다. 소비자 관점에서 이 두 가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료냐 무료냐 하는 점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어느 서비스를 쓰느냐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이동통신을 쓰려면 핸드폰을 써야 하고 구글톡을 하려면 컴퓨터를 써야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전자 기술의 발달로 PDA폰 또는 제법 큰 응용 프로그램을 구동할 수 있는 핸드폰이 등장한지 오래이기 때문에 이제 컴퓨터에서만 가능했던 (무료) 통화 기능을 핸드폰으로 옮겨가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부분은 어떻게 패키지화해서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하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시도가 있어서 소개한다.

최근에 네델란드의 데비텔(www.debitel.nl)이라는 회사는 WiFi를 통하여 VoIP를 사용할 수 있는 GSM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http://www.fmc-news.info/files/937c25d3908b7db9bdb78f6f62fbbb2c-28.html) 사무실과 같이 WiFi 핫스팟이 있는 공간이라면 인터넷 폰 기능을 이용해서 통화를 하고 그렇지 않은 곳이라면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식이다. 집에 WiFi 핫스팟은 없고 유선 인터넷만 있는 경우를 위하여 세계 최대 WiFi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FON(http://www.fon.com/)의 무선 라우터(예전에 소개한 바 있는 라 포네라 모델 -- http://blog.naver.com/yangwooko/50009583769)를 끼워팔기도 한다. 이걸 사서 자기가 주로 있는 공간에 설치해두면 최소한 그 주변에서는 WiFi를 통하여 통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장면에서 두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1) 네트워크 기술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통화의 자연스런 핸드오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WiFi를 통하여 통화를 하다가 건물을 벗어나서 WiFi와 연결이 끊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이동통신망을 통하여 통화가 유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 주제는 이동 네트워크를 연구하는 분야에서는 상당히 오랬동안 연구되고 표준안도 많이 나왔건만 현실로 나타나기는 더 기다려야 되는건가? 또는 WiFi로 통화하다가 이동통신으로 통화가 넘어간다면 - 즉, 무료 통화에서 유료 통화로 넘어간다면 - 오히려 이용자들이 짜증을 내지나 않을까? 그러니 자동 핸드오버는 차라리 구현하지 말고 소비자가 알아서 다시 전화를 걸던지 말던지 선택하게 해야 되는 것일까?

(2) WiFi 핫스팟이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까? 웬만한 곳에는 (거의 공짜인) 핫스팟이 있어서 사실상 이동통신을 거의 이용할 필요가 없는 날이 혹시나 오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이동통신회사는 뭐 먹고사나? (내가 이런 걱정까지 미리 해 줄 필요가 있나?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4 13:04

/* (저자 주)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을 정리차원에서 이곳으로 옮깁니다 */

유튜브에 Air Guitar 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동영상이다.




그 자체로서야 그냥 재미있는 (또는 웃기는) 동영상일 뿐이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인간의 욕망 즉, 나도 멋진 연주를 해보고 싶다는 욕망을 보여준다. 그렇다. 젊은 시절에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멋진 연주자들 예컨대 맘스틴, 리치 블랙모어, 지미 페이지 등의 연주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연주 한 번 해봤으면 하는 상상을 하면서 빈 손으로 연주하는 흉내를 내보기는 했을 것이다.

그럼 이 동영상은 어떤가?


누구든지 락커를 만들어 드린다는 이 동영상은 셔츠 속에 내장된 센서가 사람의 손동작을 잡아내어 연주를 하는 것 처럼 소리를 내준다는 아이디어다. 간단히 손목을 감지하는 것만 가지고 얼마나 다양한 연주를 해낼 수 있을지는 좀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재밌지 않은가? 역시 새로운 세상은 상상하는 자들이 열어 가는 모양이다. 그 멋진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4 12:53

꼬리표를 달아라?

고양우

2004년 7월 15일

장면1

최근에 정보 통신 분야 토론 게시판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일본의 어느 지자체가 실시하기로 했다고 하는 어린이 위치 추적 시스템이다. 아이들의 명찰이나 옷, 가방 따위에 스마트 태그 (RFID) 를 붙이고 길거리에 있는 가게에 태그를 인식할 수 있는 장치를 설치하게 함으로써 아이들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미 덴마크에서도 청소년들의 비행을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유사한 서비스가 도입된 바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동통신사나 경비용역업체에서 이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우리에게도 아주 낯설지만은 않은 장면이라고나 할까?

장면2

며칠 전 신문 보도에 따르면 삼성 SDI 의 직원들 몇 명을 누군가가 친구 찾기 서비스에 몰래 가입시켜 위치를 추적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수사를 통하여 누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밝혀지겠지만 친구 찾기 서비스가 친구가 아닌 사람에게도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미국에서도 한 회사가 뉴욕시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누군가 자기를 찾지 말았으면 할 때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였다고 한다. (이를 그 회사 관계자는 "옛 여자 친구 버그" 라고 표현했다.)

장면3

서울시는 얼마전 어떤 의미애서건 획기적이라 할 만한 대중 교통 개편을 단행하였다. "홍보 부족 + 준비 부족 + 생각 부족" 으로 인하여 시민들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럭 저럭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너) 그럼 이제 다 된거요? 이제 사람들이 새 체제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되는거요?

나) 그럴리가. 진짜 얘기는 이제 시작이에요.

너) 윽. 그게 뭔데?

나) 아직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지만 이번 개편으로 새로운 교통 카드가 도입된다고 하네요.

너) 아... 그거? 나도 들었소. 그거 쓰면 사용 실적에 따라 할인도 해주고 그런 답디다. 나도 그래서 그거 나오면 열심히 쓸 참이요.

나) 그런데 왜 그 사람들이 할인해주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너) 그야 뭐든지 많이 사면 할인해 주는 거 아니요? 단체 할인이라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고.

나) 그럼 왜 선불카드도 대량으로 미리 사는 건데 선불카드보다 교통 카드에 더 할인을 해주는지 논리가 안 맞는데요?

너) 그럼 뭐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선불 카드가 아닌 새로 도입되는 교통 카드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누가 언제 어디서 타서 어디에서 내리는지 정보를 축적하고 이 정보를 이용하여 임의의 사업을 할 수 있는 권한이 그 사업권자에게 주어 진다고 한다.

이야기

하루가 다르게 우리의 뒤를 밟으려는 시스템이 여기 저기서 도입되고 있다. 얼마전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위치 기반 서비스 (LBS) 의 법제화를 이번 17대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협의하였다. 그 외에도 교육부가 밀어부친 NEIS, 박정희 군사 쿠데타 이후 시작된 주민등록제도와 전국민 지문 날인 제도, 범죄 예방을 구실로 동네 어귀마다 설치되는 CCTV 카메라, 일부 구청에서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도입하여 이미 사용하고 있는 지문 인식기 등 일일이 늘어 놓자면 정작 내가 할 얘기를 시작도 못할 판이다.

왜 그럴까? 왜 내 뒤를 밟는 걸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이 고객들의 뒤를 쫓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이 무엇을 언제 어떻게 사서 어떻게 소비하는지 알 수 있다면 이를 기반으로하여 이때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정교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다. 결국, 머지 않은 장래에 물건을 파는 행위는 이러한 정교한 고객 정보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나 지자체는 나에게 뭘 팔려는 걸까? 뭘까? 뭘까? 뭘까?

그건 "두려움"이다. 우리들 마음 깊은 곳에 두려움을 심음으로써 우리가 스스로를 제약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와 사회 체제에 의하여 강요되는 두려움에 대하여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걸작 다큐멘터리 "볼링 포 컬럼바인"에서 잘 다루고 있다.)

내가 이런 식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통한 의식과 생각의 통제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면 흔히들 이렇게 반문한다.

"내가 떳떳하다면 뭐가 문제야?"

이 얘기를 뒤집어 보자. 이 주장대로라면 우리는 떳떳하게 살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법이나 제도, 상식, 문화가 끊임 없이 바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누구도 떳떳함의 정확한 경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 더욱 사람들을 옥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예 그 경계까지는 갈 엄두도 못 내고 최대한 안전지대의 가운데 쪽에만 있으려고 한다.

"혹시 이런 얘기했다가 욕이나 먹지 않을까?"

"혹시 나만 이런 생각하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 한 번도 한 적이 없는가?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이미 우리들 마음 속이 숨어 있는 자율(?) 억압 엔진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엔진은 우리의 동의도 받은 적 없이 국가가 우리들 가슴 속에 이식 수술하였으며 주민등록증을 통하여, NEIS 를 통하여, 복도마다 골목마다 설치된 카메라의 시선을 통하여, 신용카드를 통하여, 핸드폰을 통하여 연료를 공급받아 끊임없이 돌아가며 그 힘을 증폭 시키고 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나서 서구 사회의 많은 지식인들은 다시는 이런 세계 대전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의 참상을 몸소 겪고 그런 엄청난 희생을 목격한 국민들이 어떤 명분에서건 새로운 전쟁을 지지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유럽은 물론이고 전 세계는 얼마 지나지 않아 더욱 큰 세계 대전에 휘말린다.

무엇이 국민들로 하여금 미치광이의 전쟁 도발을 지지하게 하였던가? 혹시, 그 마음 속에 들어 있는 "두려움"이라는 엔진 때문이 아닌가? 서구 사회에 나치 추종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 성장의 둔화로 실업이 증가하는 것과 연관이 된다고 한다. 내가 밀려날지 모르니까 먼저 저 놈들을 치자. 이런 생각은 교실에서도 이어진다. 왕따라는 것이 결국 다수 대 1 의 싸움이고 혹시 내가 그 "1"에 속하게 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다수에 동참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이상하면 다시 보고 수상하면 신고하도록 하는 것이 진짜로 간첩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고만 생각하는가?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신설된 국토안보국이 전례 없는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두려움을 교묘히 이용하고 강화하는 절차가 아닌가?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옛날 이야기 중에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하면서 접근 해서는 결국 할머니를 야금 야금 먹어 치운 호랑이가 나온다. (결국 할머니를 먹어 치웠다는 점에 주목할 것!!!)

시간은 흘러흘런 21세기. 신사복을 차려입고 깔끔하게 머리까지 다듬은 호랑이가 당신에게 묻는다.

"꼬리표 달고 다니면 안 잡아머어어억지"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4 12:52

글자의 운명에 대한 따분한 고찰

고양우

2004년 4월 1일

에피소드 1 - 한자 혹은 타이포그라피

몇 년 전 글줄이나 쓴다는 사람들 사이에 중요한 화제거리 중의 하나가 한글 전용 논쟁이었다. 한겨레신문에서 시작된 언론의 한글 전용은 처음에는 많은 반대도 있었지만 시나브로 대세로 굳어졌다. 물론,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아직도 한자를 고수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진영은 여전히 완고하지만 도도히 흐르는 장강에 떠가는 나뭇잎 하나라고나 할까.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능하게 하였을까?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타이핑''의 일상화라는 점이다.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보자. 아직도 대부분의 직장에서 문서는 손으로 직접 썼다. 그때 만들어진 문서를 보면 한자가 많은 것은 물론이고 일상 생활에서는 절대로 쓰지 않는 어거지로 만든 한자말도 많이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80년대 중반에 소위 사무자동화 (OA : office automation) 라고 하여 워드 프로세서 전용기기 또는 워드 프로세서로만 사용되는 컴퓨터가 사무실에 등장한다. 하지만, OA 는 여전히 서무 여직원들의 몫이거나 견습 직원들의 몫이었고, 그 때 만들어진 문서는 이전에 손으로 쓰던 문서를 인쇄기로 찍어낸 것에 불과하였다.

그러다가, 정보 기술이 점점 일상 업무 속으로 파고 들면서 일선 직원들은 물론이고 점점 간부직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를 직접 다루기 시작한다. 아무나 직접 타이핑 할 수 있는 것을 손으로 한번 쓰고 다시 다른 직원이 컴퓨터로 입력해서 인쇄하고 고치고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이 기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쓸데없는 비용의 지출이므로 점점 자기 문서는 자기가 만드는 것이 일상화된다.

극적인 변화는 바로 이 시점에 나타난다. 손으로 쓸 때는 한글로 쓰나 한자로 쓰나 별 차이가 없지만 컴퓨터로 한자를 입력하는 것은 한글에 비하여 턱없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처음에는 몇 글자라도 한자로 바꾸려고 하다가 점점 그마저 시간에 쫓겨서 바꾸는 노력을 포기한다. 그러면서, 깨닫기 시작한다. ``어! 한자로 안써도 글이 되네?''

그렇다. 자기 손으로 타이핑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한자 투성이로 문서를 만들던 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시간의 낭비에 지나지 않았던가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도 육체 노동이 주는 작은 가르침이런가?

그렇다고 한자가 그냥 사라질 것인가? 대체로 보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한자는 다른 의미에서의 화려한 부활을 하고 있다. 메신저의 사용자라면 지금 당장 친구 목록을 보라. [謹弔國會] 가 보이는가? 그냥 ``근조국회''라고 써도 될 것을 굳이 한자로 표기하는 것은 좀 더 강한 표현을 하기 위한 방법이다. 말하자면 강조하기 위하여 글씨를 진하게 쓰거나 밑줄을 치는 것 처럼 타이포그라피의 한 방법인 것이다. 최소한 지금의 세대에게 한자는 타이포그라피일 뿐 일상적인 글쓰기의 도구가 아닌 것은 확실하고 한자가 글자로서의 원래 위치로 돌아올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몇년 전부터 초등학생들 사이에 한자능력자격시험이 유행하고 있다. 아이들을 모두 고전 전문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면 아이들을 그만 괴롭혀야 한다. 혹시, 중국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이라면 이미 망한지 천년도 넘은 한나라 글자를 배우지 말고 중국 글을 배우라고 충고하고 싶다. (여기에 있는 한나라는 특정 정당과 관련없음.)

에피소드 2 - 글자, 이모티콘 그리고 패러디 사진

한 걸음 더 들어가보자.

글자란 뭘까? 사람들마다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지만 필자에게 글자란 말이나 소리를 부호 (영어로는 코드 code) 로 바꾼 것이다. 부호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쉽고 정확하게 기록하거나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아날로그 세계에 머물러 있던 숫자를 0과 1이라는 부호로 바꿈으로써 기억, 처리 그리고 전송 능력을 급격히 개선한 정보 기술과 닮은 꼴이다.

하지만 글자라고 하는 부호화 방식은 별로 정교하지 않다. 예컨대, 억양, 말의 빠르기, 손짓이나 발짓, 표정 등 말에 따르는 다양한 요소를 글자는 담지 못한다.

물론, 굳이 그러한 요소를 담지 않음으로써 글을 읽는 사람의 자유로운 해석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예전에,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영화화 되었을 때 여주인공 엄지의 목소리가 원판 만화와 다르다고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적이 있다. 만화 속의 목소리라... 누가 들어 보기나 했나?)

글자가 갖는 표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는 무척 오래되었다. 서예라는 것도 목적은 다르지만 글자의 한계를 확장하려는 것이고 인쇄물의 경우에는 고딕체나 이탤릭체로 쓴다는지 글자의 크기를 다르게 한다든지 하는 다양한 시도를 볼 수 있으며 이는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책이나 동화책에서 가장 활발히 시도된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사람들은 글자가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글자로 표현하려고 이모티콘 (emoticon : 감정 emotion 과 표상 icon 을 합쳐서 만든 단어) 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영어권에서 먼저 시작된 여러가지 얼굴 표정 - 예를 들어, ;-) - 으로부터 한글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여러 이모티콘 - 예를 들어, 우는 얼굴을 ㅠ.ㅠ 로 표시하는 것 - 이 나타났다.

이러한 시도가 여전히 글자라는 전통의 도구에 기반하고 있다고 한다면 몇년 전부터 전혀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디지털 캠코더의 보급으로 영상 저널리즘이 등장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합성 사진 (또는 패러디 사진) 의 전성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딴지일보 (http://ddanzi.com/) 에서 유행시키기 시작한 패러디 사진은 디씨인사이드 (http://dcinside.com/) 의 사용자 갤러리나 미디어 몹 (http://www.mediamob.co.kr/), 라이브이즈 (http://liveis.com/) 등을 통하여 전성 시대를 맞이하고 최근에는 정부의 선거관리위원회 조차도 공명선거 홍보를 위하여 패러디 작품을 공모할 정도이다.

그림이 글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더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동안 널리 써먹지 못한 것은, 그림을 만들어내거나 이를 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기억하는가? 필자가 ``국민''학생이었던 시절에 어린이회관이라는 데를 가면 그 입구에는 인자하기 그지 없는 얼굴로 앉아있는 당시 대통령의 ``살아있는'' 부인의 석고상이 있었다. 경건한 마음으로 그곳을 지나 들어가서 살펴본 우리의 미래상 중에는 화상 전화기가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화상 전화는 실용화되지 않고 있다. 그만큼 그림을 다루는 것은 어려운 기술인 셈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정교한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의사 전달의 새로운 차원을 열어가고 있다.

그 다음은?

비디오의 시대가 될 것이다. 컴퓨터의 처리 기술, 자료의 저장 기술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한 전송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비디오 자료는 저장, 편집 또는 전송하기에는 ``조금'' 크다. 하지만, 10 년 안에 한 개인이 평생동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을 성냥곽만한 장치에 다 담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네트웍을 통하여 이때까지 출판된 모든 책을 1초이내에 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가 문서 편집기를 써서 간단히 문서를 만들어 내듯이 비디오를 맘대로 편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서 비디오를 편집한다는 것은 웨딩 포토 아저씨들 처럼 쭉 찍은 것을 보기 좋게 잘라서 편집해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글을 쓰듯이 화면에 들어가는 내용을 맘대로 바꾸고 (예를 들어, 장금이 얼굴을 모두 내 얼굴로 바꾸기) 나오는 대사도 다른 목소리에 다른 내용으로 얼마든지 바꾸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간단한 편집기로 편지 한통을 쓰듯이 간단히 비디오 편지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마 글자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최소한 실용적인 의미에서는. 지금의 한자처럼 좀 폼나게 뭔가를 표현하기 위하여 또는 고풍스런 느낌을 주기 위하여 글자를 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서예는 인간문화재 정도가 되어야 다룰 수 있는 특이한 기술이 될 것이다.

에필로그 - 아듀 앙시앙 레짐

우리 말글 생활에 이런 큰 변화를 일으킨 것이 난가? 아니다. 당신인가? 아니다. 나도 아니고 당신도 아니고 나 때문이고 당신 때문이다. 이렇듯, 역사의 도도한 흐름은 제 갈길로 묵묵히 가고 있다.

필자가 난데 없이 글자의 운명에 대한 글을 써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엉뚱하게도 모 야당의 대표께서 연설 도중에 아버님이 생각나서 눈물을 흘리시었다는 뉴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에서 한자를 써야 유식한 줄 알고 진정한 ``선비''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양반''들처럼 세상사에 초연한 척 뒷짐지고 헛기침이나 하고 폼 잡으면 그래도 기득권이 유지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많은 퇴행증 환자들의 얼굴이 오버랩되면서 지나갔기 때문이다.

하나 어쩌랴, 해는 이미 저문지 오래고 그들의 시대는 지나가 버린 것을... 새벽의 미명이 새 날을 이미 예고하고 있음을 왜 모르는가? 밤새 위력을 떨치고 까불던 도깨비들도 첫 닭의 홰치는 소리 한번에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임을.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4 12:51

네가 나를 아느냐?

고양우

2004년 2월 16일

꼭 알아야 겠느냐?

문득 한 때 유행하던 타타타라는 노래의 가사가 생각이 난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산다는 건 그런거야 다 안다면 재미없지''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당신과 매일 부대끼는 그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아는가? ``저 사람 글은 읽을 만하지''라고 했을 때 내가 이때까지 읽어 왔던 그 글들을 쓴 사람과 저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사실 이 질문은 잘못 되었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그것을 100% 확신할 방법이 꼭 있어야 하는가?

맥락은 더디게 진화한다

우리는 매우 정교한 맥락 속에서 살아간다. ``거시기럴 거시기해부러'' 라고 얘기해도 맥락 덕분에 뭘 어떡하라는 것인지 안다. 엄마를 잡아 먹은 호랑이가 아무리 옷을 바꿔입고 손에 밀가루 칠을 하고 목소리를 바꿔도 오누이는 엄마가 아닌 것을 알 수 있다. 맥락은 기억과 경험을 적절히 쌓아감으로써 서로 편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준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과 경험할 수 있는 세계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그가 갖는 맥락도 한계를 갖는다. 또한, 우리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대화를 나누더라도 우리의 목소리가 무한정 크지 않기 때문에 한정된 범위안의 사람들에게만 (기껏해야 옆자리에서 술먹던 사람들에게만) 얘기가 전달된다.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통하여 ``내가 아는''이라고 일컫는 세계를 구축하며 그 속에서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살아간다. 그 세계 안에는 우스개 소리 잘하는 놈, 성질 더러운 놈, 아는 거 많은 놈 등등이 살고 있으며 그들이 무슨 얘기를 하던지 간에 이때까지 알고 있는 그들에 대한 나의 이해를 바닥에 깔고 받아들인다. 원래 거짓말을 잘 하는 놈이 얘기하면 일단 절반 쯤은 접어 놓고 듣는 식이다.

그런데, 디지털 기술과 인터넷 기술은 이러한 제한을 무너뜨려 버렸다. 어느 회사의 광고 카피처럼 ``기록은 기억은 지배한다''. 우리는 잊고 싶어하건 하지않건 더 이상 잊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잘 한 일이건 못 한 일이건 그것은 완벽하게 기록되며 인터넷을 통하여 어디에서든지 다시 꺼내볼 수 있다. 더 이상 우리의 경험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제한되지 않으며 나의 기억은 두개골 안의 단백질 덩이의 능력에 의하여 결정되지 않으며 반대로 우리의 목소리는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면 어디에까지든지 전파된다.

하지만, 이렇게 확장된 능력에 걸맞는 맥락을 쌓아가도록 인간이 진화하기에는 인터넷의 역사가 아직 너무 짧다. 따라서, 오늘 현재의 사람들은 받아들이거나 내보낼 수 있는 정보의 양과 그가 관리할 수 있는 맥락의 부조화에 의한 혼란에 빠져있다. 물론, 이는 인터넷 이전의 시대에도 있었다. 대중매체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어제 그거 테레비에 나왔어'')가 전형적인 예다. 인터넷에서는 기존의 대중매체와는 달리 그 매체 자체를 장악하고 있지 않더라도 아주 널리 정보를 소통시킬 수 있으로 당연히 유통되는 정보는 그 양도 커졌을 뿐만 아니라 그 질도 극도로 다양하다.

법으로 정리를 해보자구요?

정보 홍수의 시대에 엉뚱한 정보에 휘둘려서 속고 살지 않으려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잘 정리해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정보를 정리하거나 걸러주는 것을 컴퓨터가 대신해 줄 수는 없을까? 물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우매한 백성들이 엉뚱한 정보에 휘둘려 엉뚱한 사람을 찍을까봐 국회의원들께서 직접 나서셨다. 국회 정개특위는 지난 2월 9일에 상위 50위 인터넷언론사의 게시판, 대화방 등에 의견게시자가 선거와 관련한 의견을 올릴때에는 반드시 성명과 주민등록번호의 일치여부를 확인한 후 일치하는 경우에 한하여 의견게시를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터넷실명인증제 도입을 표결처리했다. 고맙기도 하셔라. 자상하신 국회의원들 만세!

어떤 제도도 긍정적인 효과만을 갖지는 않는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도 악용될 수 있으며 심지어는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역효과만 잔뜩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제도는 어떨까? 이 제도의 목적은 아마도 선거 관련 정보의 유통을 잘 걸러서 제대로 된 정보를 유통시키고 악의적인 정보에 대하여는 처벌을 하자는 것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걸러내지? 이 제도를 들여보면 글쓴이 확인과 글의 내용 분류 이 두 가지를 이용하여 글을 걸러보려고 한다. 물론, 이 제도의 핵심 사안은 본인 확인 부분이다.

상대적으로 만만해 보이는 글의 분류 부분부터 보자. 선거와 관련된 의견이라... 생각을 쉽게 하기 위하여 딴 얘기로 돌아가보자. 인터넷을 많이 쓰는 사람들의 큰 골치거리 중의 하나가 스팸이다. 아침마다 쌓여있는 수백통의 메일 중에서 스팸을 골라내서 (더 정확히는 스팸이 아닌 몇 통만 빼고 몽땅) 지운다는 것이 여간 성가시지 않다. 왜 그런가? 스팸을 자동으로 골라서 지우면 될 것 아닌가? 문제는 스팸과 햄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있다. 상당수의 메일은 매우 명백하게 스팸이지만 어떤 메일은 - 예를 들어, 동창회장의 안부 메일 - 애매하다. 심지어 어떤 메일은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스팸이지만 나에게 유용한 경우도 있다. 흡사 민족주의자들마저 좌익으로 보이는 잣대가 있는 것 처럼, 스팸의 경계는 모호하다. 그렇다면, ``선거와 관련된'' 기사는 뚜렷하게 구분되는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보고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글을 썼는데 그 글을 읽고 감명받은 독자가 이라크 파병에 찬성한 국회의원들에게 표를 주지 않는다면? 그 글은 선거와 관련된 것인가? 바람이 불면 통 장수가 돈을 번다고 하는 속담 처럼 세상에 모든 것을 굳이 연결하자면 연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 따라서, 도대체 선거와 관련된 의견이라는 두리뭉수리한 대상을 가지고 어떻게 걸러내겠다는 건지 도무지 모르겠다. 국가보안법도 그렇지만 적용 대상이 모호해지만 꼭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하게 되어있다.

글의 분류 부분도 문제지만, 본인 확인 부분은 더 심각하다. 술집에서 술먹으면서 정치현실을 토로할 때 민증 까놓고 하는 거 봤냐? 길에서 집회하는데 가슴에 명찰달고 집회하냐? 원래 발언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이름을 굳이 밝히지 않고도 발언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소신을 굽히지 않는 것은 열사들이나 해낼 수 있는 장한 일이지 대다수 민중들의 몫은 아니다. 우리는 거저 겁주면 무서워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굳이 자기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도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발언의 공간으로서 또한 직접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제기되었던 것이다.

민중들이 인터넷을 통하여 서로의 연대를 확인하고 기존의 정치판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두려워 하는 자 누구인가? 자기들은 면책특권이다 석방동의안이다 하면서 방패뒤에 숨어서 맘대로 떠들면서 인터넷을 통한 의사 소통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고 있는 자들은 누구인가?

꼭 알 필요는 없다

물론, 무제한으로 익명이 허용된다면 발언에 책임이 없어서 근거없는 비방, 비난 등이 난무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도 그런 일이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이는 앞에서 얘기한대로 기억과 경험의 확장에 걸맞지 않는 맥락의 제한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며 앞으로 점점 개선될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개선의 사례도 보인다. 예를 들어, 실명은 아니지만 같은 별명을 계속 쓰도록 하는 블로그 사이트에서는 같은 사람이 항상 같은 별명을 쓰기 때문에 제대로 된 글을 쓰는 사람과 근거없는 비난이나 광고성 글을 쓰는 사람이 쉽게 구분되고 인기있는 사람, 인기없는 사람도 나타난다. 이렇듯 인터넷을 통한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새로운 단계를 향하여 진화를 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실명제는 이러한 자율적인 진화를 무시하고 매우 편의적인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정리하려든다. 이렇게 무지막지한 제도의 도입은 진화의 자연스런 방향을 왜곡하여 매우 부자연스럽고 매우 부자유스런 미래로 우리를 끌고 갈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이번 실명제를 반대하는 이유이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산다는 건 그런거야
다 안다면 재미없지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4 12:50

인터넷? 인터내셔널넷?

고양우

2003년 12월 25일

인터넷의 성과와 한계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면서 갖게 되는 느낌은 다양하다. 나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인터넷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국가라는 경계가 없다는 것,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 자발적인 참여와 자율적인 규제 체계를 갖는 다는 것 그리고 독립적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기존의 다른 네트웍 (예를 들어, 전화망) 에 비하여 인터넷이 훨씬 빠른 발전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고 그 결과로서 우리 모두가 경험하고 있듯이 우리의 삶이 점점 더 많이 인터넷에 의존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발전은 그 발전을 가능케한 근거를 위협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에서는 문화 또는 정치의 이유 때문에 일반 사용자들이 외국의 사이트를 제한적으로만 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익명성 속에 숨어서 거짓 정보를 퍼뜨리거나 정보 기술이 가져다 준 편리함을 이용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먹기 싫은 스팸을 먹이는 것과 같은 부작용은 표현의 자유가 갖고 있는 가치 만큼의 책임이 따름을 보여준다. 만약 참여자들이 누가 누군지 서로 알기 어려울 만큼 많고 그들이 각자 책임지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이미 자율적인 규제에만 기대기는 쉽지 않다.

한편, 인터넷을 통하여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자기의 이해에 맞도록 재편하려고 한다. 또는, 꼭 경제적인 이득이 아니더라도 자기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사회의 각 참여자들은 인터넷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한다. 이러한 특성은 인터넷이 이때까지처럼 가치중립적이고 기술지향적인 발전을 계속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사회의 갈등 구조와 인터넷 기술 발전의 관계에 대하여는 다른 글에서 제대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더 이상 다루지 않겠다.)

정부의 개입 - 그 속셈은?

사회의 자율적인 기제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안그래도 호시탐탐 업무 영역을 확장하려고 하는 정부에게 개입의 구실을 안겨주게 된다. 이미 우리 정부는 전기통신사업법, 청소년보호법, 인터넷 실명제 등을 이용하여 인터넷에 흘러다니는 내용에 대하여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인터넷주소자원법은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는 사용자나 서비스가 차지하는 공간 자체까지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게 주려고 하고 있다.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간여는 우리 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다. (물론, 추세라고 해서 당연하다거나 어쩔 수 없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국제연합 (UN) 의 주도로 얼마전에 개최된 정보사회 세계정상회의는 이러한 정부들의 속셈을 뚜렷이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비록 회의 자체는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않고 끝났지만 인터넷의 관리에 각국 정부가 개입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하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간여가 정보사회 정상회의의 취지에서 밝힌 것 처럼 ``사람들로 하여금 정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게 하여 삶의 질을 개선'' 하고자 하는 것 뿐인 지 아니면 자유로운 생각의 유통을 막음으로써 통치를 쉽게 하고자 하는 것도 있지는 않은 지 의심해볼만한 일이다.

서로 모르는 두 사람이 거래를 하는데 서로를 믿을 수 없을 때 우리가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제삼자''를 사이에 두는 것이다. 마담 뚜의 역할 같은 거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교류해야 하는 사람의 범위가 내가 알고 신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제삼자의 개입이 거의 항상 일어난다. 예를 들어, 정부가 발급하는 인감증명서는 서로가 믿을 수 있는 증서가 된다.

하지만, 정부가 나선다고 규제하는 법을 만든다고 해결이 가능한가? 예를 들어보자. 스팸 메일이 문제가 된다고 해서 정부가 나섰다. 그 결과는? 땡! 더 많은 스팸을 받게 되었을 뿐이다. 물론 어떤 문제는 정부가 나서고 법률로서 규제함으로써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규제가 갖고 있는 해악이 원래의 문제보다 작다는 것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또는 그러한 규제는 기술과 상관없는 공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더 좋은 기술보다는 정부의 규제에 잘 맞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할 것이고 이는 그 결과로서 기술의 정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인터넷에 대하여 정부와 독점 자본이 같은 이해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앞에서도 짤막하게 언급하였지만 인터넷의 특징이 독립적인 발전이다. 요즘은 웹이 인터넷의 대명사처럼 쓰이지만 불과 몇년 전에만 해도 전자 메일과 뉴스 그룹이 인터넷의 주류였다. 마찬가지로, 웹도 새로 생겨나는 어떤 참신한 기술에 의하여 쓸쓸히 퇴장할 수 있다. 이렇게 발전이 빠르게 일어나면 아무래도 몸집이 둔한 대기업은 불리하다. 따라서, 자기들이 현재 강점을 갖고 있는 기술을 중심으로 인터넷의 발전을 ``조절''하고자 한다. 결과로서 인터넷에서 쓰이는 기술은 다양성을 잃게 되고 몇몇 독점 기업에 의하여 인터넷이 장악되면 정부는 이들 기업을 통하여 인터넷을 쉽게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아직도 이 문제에 대하여는 그 누구도 속시원한 답을 갖고 있지 못한 듯 하다. (물론, 정부는 자기들이 확실한 대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아직은 차분히 정보 사회가 가져다 주는 성과와 한계를 따져서 대안을 찾아야 할 상황이지 섣불리 기존의 산업사회에나 맞던 제도를 무리하게 적용할 때는 아니다. 정부의 개입 논리는 워낙 익숙들 할테니 그 반대의 논리를 소개하는 것으로 균형을 맞춰보고자 한다. 다음은 ``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문''의 첫부분이다. 전문을 보고자 한다면, http://networker.jinbo.net/eff/declare.html 를 참고하기 바란다.

산업세계의 정권들, 너 살덩이와 쇳덩이의 지겨운 괴물아. 우리는 희망의 새 고향,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왔노라. 미래의 이름으로 너 과거의 망령에게 명하노니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 너희는 환영받지 못한다. 네게는 우리의 영토를 통치할 권한이 없다.

`자유'보다 더 큰 `권위'는 없기에 우리는 정권 따위는 선출하지 않으며, 가지지도 않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지구 규모의 사회적 공간을 우리를 강제하려는 학정으로부터 독립된 공간으로 세울 것임을 선언한다. 네게는 우리를 통치할 어떠한 윤리적, 도덕적 권리도 없으며, 우리를 두려움에 떨게 할 어떠한 방법도 없다.

(이하 생략)

정부의 개입 - 그 뒷면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국제 질서의 측면에서도 몇가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현재 인터넷 관리의 주요한 부분은 미국이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이러한 관리권을 바탕으로 결정적인 시기에 특정 국가에 대하여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의 관리를 분산시키는 것 자체는 많은 국가의 안보를 위하여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여러 네트웍의 연결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비록 분산된다고 하더라도 전체가 하나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따라서, 반드시 국가 사이의 연결에 대한 약속과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약속과 관리가 민간 차원에서가 아닌 정부간의 협상으로 진행된다면 국가간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경우에 강대국의 이해가 관철될 것은 이때까지 국제연합의 예를 볼 때 명백하다.

따라서,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하여 인터넷에서 자기 영역에 대한 규제권을 미국의 손에서 국제연합으로 옮긴다고 해서 국가간의 불평등이 해소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약소국에게는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생각의 흐름을 북돋우어 극소수 선진국과 극소수 독점 기업이 인터넷의 통제권을 쥐려고 하는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할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4 12:49

/* 몇년 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서 다시 올려봅니다. */

한 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기전에

고양우

2003년 12월 11일

들어가며

가끔씩 뉴스를 통하여 어디 어디의 닭이 (또는 다른 어떤 가축이래도 상관이 없다. 심지어는 가축이 아니라 다른 작물이어도 된다.) 집단으로 폐사했다는 소식을 듣곤 한다. 닭이 특별히 병에 더 약한 것도 아닐텐데 어째서 사람들은 그렇게 갑자기 집단으로 죽지 않는데 닭이나 다른 가축들은 그럴까? 이를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품종이 같아서라는 것이다. 가축을 대량으로 키우는 농민의 처지에서는 같은 품질을 보장하는 같은 품종의 가축을 대량으로 키워야 관리도 간단하고 생산물의 품질도 유지할 수 있어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같은 품종의 가축을 같은 환경에서 대량으로 키우다 보면 전염병에 하나만 걸려도 줄줄이 걸려서 집단으로 폐사하여 안그래도 답답한 농심을 태우곤 한다. 생산의 효율이라는 점에서 보면 어떨지 몰라도 많은 가축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목표로 본다면 최대한 다양한 품종의 가축을 키우는 것이 당연히 더 나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오늘날의 인터넷이 처해있는 위협에 적용해보면 어떨까?

거대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인터넷

인터넷에 연결되는 컴퓨터의 증가 추세는 아직도 전혀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연결되는 컴퓨터의 처리 능력이나 연결하는 회선의 속도도 증가 추세에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컴퓨터의 처리 능력을 합해서 본다면 양적인 증가와 질적인 증가를 곱한 것 만큼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어떤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총 처리 능력은 열 달마다 두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 컴퓨터를 서로 엮어서 어떤 일을 처리하도록 한다면 그 능력은 우리가 이때까지 알고 있던 어떤 슈퍼 컴퓨터와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좋은 의도로 잘 활용될 수도 있고 (최근 몇년 사이에 정보통신 기술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그리드 컴퓨팅은 이러한 점에 착안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글의 주제와는 상관이 없으므로 다음 기회에 다루기로 한다.) 아주 나쁘게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사회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 놈이라 하자. 그래서,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어떤 전산망을 공격하고자 한다. 공격의 가장 간단한 형태는 수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접속하도록 하여 과부하가 걸리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을 동원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면? 인터넷으로 눈을 돌려보자. 거기에는 수많은 컴퓨터가 있다. 그 컴퓨터들을 시켜서 내가 공격하고자 하는 전산망에 접속하도록 하면 어떨까? 딩동댕!

그런데, 그 많은 컴퓨터의 주인들이 `그래 내 컴퓨터를 활용해서 나쁜 일 잘 하시요'하고 도와줄 리는 없고 하니 내가 직접 그 컴퓨터들을 뚫고 들어가서 공격 프로그램을 설치해서 동시에 공격을 시도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첫번째, 많은 컴퓨터를 단시간에 뚫기 위해서는 컴퓨터들이 서로 비슷해야 한다. 두번째, 일단 뚫린 컴퓨터의 주인들이 그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대처하지 못해야 한다.

먼저, 두번째 조건부터 살펴보자. 시계를 15년이나 20년쯤 전으로 돌려보자. 컴퓨터는 전산실이라고 불리는 유리방 안에 있는 냉장고 같이 생긴 물건이었고 짙푸른 점퍼를 입은 아저씨들이 테이프 같은 것을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뭔가를 처리를 한다고들 했다. 컴퓨터는 제한된 공간에 있었고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미리 교육받은' 제한된 사람들만이 사용하였다. 그러던 것이 개인용컴퓨터 (음, 개인이 쓴 다는 얘기지요. 어떤 기업이나 기관이 쓰는 것이 아니라.) 가 등장하면서 관련 전공자들이나 자료를 많이 처리하는 연구자들이 쓰기 시작하였다. 물론 그들도 직업적인 컴퓨터 관리자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컴퓨터에 대하여 공부를 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흘러 인터넷이 소개되고 한바탕 스타크래프트의 열풍이 지나간 한국의 오늘에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었다. 물론, 그들 대부분은 컴퓨터에 대한 제대로된 관리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자기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렸는지, 이상한 프로그램이 돌아가는지 알 지도 못하고, 알 수도 없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고, 알게 되더라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두번째 조건은 만족!

이번에는 첫번째 조건을 살펴보자. 인터넷에 연결된 대부분의 컴퓨터는 약간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소위 아이비엠피씨호환 기종이다. 하지만, 그 위에서 돌아가는 기본 프로그램이 다르면 똑같은 방법으로 공략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를 도와주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컴퓨터가 단 하나의 독점기업(즉,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나온 운영체제 프로그램(즉, 윈도)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그 한가지만 뚫을 수 있다면 수백 수천만대의 컴퓨터를 같은 방법으로 뚫을 수 있다. 그렇다면 첫번째 조건도 만족!

위의 상황을 정리해 보자면, 오늘날의 인터넷은 악성 프로그램이 널리 번져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미 악성 프로그램은 그냥 사용자를 속상하게 하거나 번거롭게 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경제적인 손실을 끼치고 있다. 한 연구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악성 프로그램이 세계 경제에 끼친 손실은 올 한해에만 1,070 억 달러 (120 조 원) 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굳이 돈으로 따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회를 안전하게 지탱하기 위하여 필요한 부분 (예컨대, 금융 거래, 재난 대비, 국가 행정 등) 에 이러한 공격이 가해진다면 매우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그래서 어쩌라고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방지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답은 간단하다. 위의 두 가지 조건 중에서 최소한 하나라도 만족되지 않게 하면 된다.

우선 두번째 조건부터. 자, 오늘부터 컴퓨터 관리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컴퓨터 사용 금지다. 될까? 안될껄? 이미 컴퓨터는 우리의 일상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서 지금에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없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계도'나 `홍보'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 한계는 뚜렷하다.

그렇다면 첫번째 조건은? 결국 하나의 공격이 인터넷 전체를 싹쓸이 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의 컴퓨터가 윈도를 쓰고 있기 때문이라면 다양한 운영체제가 쓰이도록 하면 될 것이다. 예컨대, 독점을 제한 하는 방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이미 윈도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프로그램도 모두 거기에 맞춰있다. 또한, 사용자들도 이미 익숙해진 것을 버리고 다른 것으로 바꾸기를 꺼린다. 말하자면, 사람들은 이미 발목이 잡혀있는 상태이다. 이를 끊으려면 정책적인 배려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산업화에는 뒤처졌지만 정보화에는 앞서가자는' 정부 쪽은 어떤가? 윈도를 쓰지 않는 컴퓨터에서는 전자정부 홈 페이지에서 본인 확인을 필요로 하는 주요한 기능은 쓸 수 없다. 물론, 금융 거래도 안된다.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면 혹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답을 줄 수도 있을까? 물론, 그들로 노력을 하고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문제점에 비하여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대응은 느리거나 무책임하다. 윈도의 안전성에 투자하는 것 보다는 겉 치장이나 마케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돈을 벌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들에게 윈도 외에 대안이 (거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시장의 실패이며 이는 정책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아직 우리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아니면 다른 경제 논리에 휘말려 손을 대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게도 엊그제 남극 세종기지에서 불상사가 있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처를 정부에서 한단다. 꼭, 사람이 죽어야 위험성을 알 수 있는가 우리는?

글을 닫기 전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은 주로 증권투자하는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얘기이지만 사회의 다른 측면에도 잘 적용되는 말이다. 우리 사회를 포함하여 많은 체계를 지켜내는 중요한 힘 중의 하나가 다양성이다. 한 사회가 하나의 깃발아래 매달려 있을 때 그 깃발아래 서지 않는 사람들은 불편을 겪는 차원을 넘어서 차별받고 심지어는 제거의 위험에 노출된다. `돈-경쟁-효율-국가'로 이어지는 깃발 아래에서 사람들이 차가운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다른 각도에서 보면서 다른 사회, 다른 방식, 다른 생각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럴 때 일 수록 기존의 질서를 완전히 초월하는 다양성을 제공하는 사람들이 아쉽게 느껴진다.

이 글을 쓰면서 지난 9월에 발간된 ``CyberInsecurity'' 라는 보고서를 많이 참조하였다. 보고서의 전문은 http://www.ccianet.org/papers/cyberinsecurity.pdf 에서 볼 수 있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4 12:46

인터넷 - 거기에 뭔가 있다

고양우

2003년 11월 11일

들어가며

우리 농업을 지키자고 한쪽에서는 할복을 하고 헌법에 있는 권리라도 지켜달라며 그런 무지막지한 가압류는 하지말라며 한쪽에서는 자살을 하는 판국에 한가로이 인터넷에 대한 얘기나 해보자는 것이 가당키나 한 얘기인가?

답은 간단하다. 그렇다.

왜 그런가? 인터넷이 우리 삶에서 점점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 현실은 좀처럼 방향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라는 것은 사과가 하늘로 치솟지 않고 땅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렇게 중요한 부분에 대하여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는 다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런 것 아닌가?

그래 좋다. 중요하다고 치자. 세상에 중요한게 뭐 한두가지가 아니니까. 하지만 그건 기술을 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해야 되는 것 아닌가? 우리야 잘 활용만 하면 될 것이지 그 깊은 곳 까지 알아서 뭐하겠나?

그랬다. 하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과거의 인터넷이 결핍의 시대였다고 한다면 이제부터의 인테넷은 풍요의 시대다. 결핍의 시대에는 주어진 자원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쥐어짤 것인가에 관심을 두게 되고 이는 주로 기술적인 진보를 통하여 해결되어왔다. 더 빠른 접속 속도, 더 많은 용량, 더 뛰어난 검색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제 이러한 진보는 질적인 전환을 이루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물론, 기술의 진보가 충분하다거나 이미 한계에 다달았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이제 인터넷은 그 자체로서 질적인 문제를 고민해야할 단계에 이르렀다. 쉬운 예로 생각을 해보자. 예전 같으면 자료가 귀하여 자료를 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많은 자료 중에서 어떻게 골라내서 소화할 것인가가 문제다.

그러면 어떤 이슈가 있는건가?

나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당신이 아는 것 또는 내가 아는 것 보다 더 많은 이슈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생각나는 몇가지를 맛배기로 들춰보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보통 사람들에게 인터넷은 두 개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우리 집도 인터넷 돼"라고 할 때의 인터넷이라는 것은 어떤 컴퓨터가 전세계를 뒤덮은 인터넷과 연결되었다는 의미이다. "그거 인터넷에서 봤어"라고 할 때의 인터넷은 웹 서비스를 말한다. 물론 그 외에도 이메일, 메신저, 당나귀, 온라인 게임 등도 인터넷에 대한 이미지이기는 하지만 앞의 두 가지 만큼 뚜렷하진 않다.

인터넷이라는 것은 이름 그대로 "인터"+"넷"이다. "넷"과 "넷" 사이를 연결하였다는 거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의 가장 기본이 되는 성질은 제법 다른 것을 연결하는 것이다. 항상 연결은 연결되는 각각이 가진 것 보다 더 큰 힘을 만들어낸다. (이런 것을 좀 폼 나게 얘기할 때는 메컬프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물론 연결된 힘은 나쁘게 쓰이기도 하고 (왜 동창회나 향우회는 선거때만 되면 꼭 하나?) 좋게 쓰이기도 한다. 같은 것 끼리 연결하는 것도 힘이 되지만 다른 것이 연결되면 더 큰 힘이 된다.

서로 연결하여 더 큰 힘을 만들어내는데 지금 가장 좋은 도구는 인터넷이다. 문제는 이 인터넷을 나만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들도 다 쥐고 있다는거다.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서로 연결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를 실천에 옮기지 않는다면 결국 상대방의 연결된 힘에 압도되고 말 것이다.

펴내거나 죽거나

인터넷의 첫번째 이미지가 연결의 이미지라면 두번째 이미지는 웹이다. 왜 웹이 중요한가? 그것은 누구에게나 펴낼 수 있는 권리를 주기 때문이다. 웹이 있기 이전에는 "펴낸다"라는 말은 책의 출판에서만 쓰는 말이었다. 더 넓게 보아 신문이나 방송도 펴냄의 테두리에 들어간다. 하지만, 책, 신문, 방송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진입 장벽이 있다는 것이다. 자기 의견을 책이나 신문, 방송을 통하여 펴내는 것은 보통의 개인에게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웹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장벽은 무너졌다. 미니 홈피를 만드는 사람, 뉴스 사이트를 만드는 정당, 동호회 사이트를 만드는 사람 등등.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가 펴고 싶은 것을 찾아서 펴내기 시작했다. 인터넷이 가져다 준 연결을 통하여 소통 시킬 수 있는 "꺼리"가 무성히 생겨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뭔가 알고 싶으면 인터넷을 뒤져본다. 이를 뒤집어서 얘기하면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으면 애초에 있지 않는 것이거나, 죽어버린 것이거나 또는 매우 가치가 없는 것으로 여긴다.

웹을 통하여 자기의 의견을 펴내는 것은 단지 자기 의견을 전파하려는 목적은 물론이고 더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살아 있음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하지만, 웹은 풍요의 시대에 접어든지 오래다. 사람들은 웹에 펼쳐진 수많은 문서 사이로 마치 큰 바다에서 고등어가 헤엄치듯 매끄럽게 지나가 버린다. 따라서, 점점 더 많은 그래픽과 더 선정적인 카피가 사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에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를 "재미있고 그리고 제대로" 들려주는 곳에 머무르게 된다.

재미없는 선전물을 태산같이 쌓는 것은 벗은 여자 사진으로 도배하는 것 만큼이나 헛되도다.

사이버 땅따먹기

인터넷에 있는 수많은 자료로 땅에다 주욱 깔아놓았다고 생각하자.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자료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그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를 나타내는 주소가 있어야 할 것이고 그 주소까지 가기 위한 길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에 주소가 없다면 길이 있어도 찾아갈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소를 잘 나눠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주소가 영어나 숫자 뿐만 아니라 한글도 된다면 더 편할 것이다. 물론,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도 찾아오게 하고 싶다면 영문 주소랑 저절로 짝이되어 돌아간다면 더 편할 것이다. 하지만, 주소만 있으면 뭐하나? 길이 없으면 꽝이다. 길은 앞에서 얘기한 연결로 해결된다. 요기까지만 얘기하면 별 문제가 없어보인다.

그런데 인터넷의 주소와 길은 실제 세계와는 달라서 기술을 통하여 개선하고 다양하게 서비스할 수 있다. 음. 더욱 문제가 없어보인다. 하지만, 기술의 개발이나 개발된 기술의 적용 정책은 누가 정하는데? 예를 들어, 누군가가 실수로 또는 고의로 나에게 오는 길을 없애 버렸다면? 실세계에서는 땅덩이 자체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하거나 길을 없애버리는 것이 쉽지 않지만 사이버 세계에서는 간단한 컴퓨터 조작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당신의 존재를 인터넷에서 지우는데에는 별로 큰 노력이 들지 않는다. 그 권한을 가진 자에게는. 그렇다면 그 권한은 어떻게 통제되어야 하는걸까?

나오며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사이버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시작된지 오래다. 다만, 그 바깥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먼 얘기로 들릴 뿐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 되어 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끝나 있을 것이다. 아무리 항의해도 이미 것은 국가간의 협약으로, 법으로 또는 다른 제도나 기술 장치로 우리의 삶에 뿌리박혀 있을 것이다. 지금 뛰어들어 제대로 뿌리를 내리게 할 것인가 아니면 5년후에 피눈물로써 저항할 것인가?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4 12:43
/* (저자 주) 2003년 1월 25일의 슬래머 웜에 대하여 자료와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


인터넷 대란의 원인

2003년 2월 4일 고양우
0. 열며 2003년 1월 25일은 인터넷 또는 보안 분야에서는 매우 중요한 날이 되었다. 만약, 우리가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면, 이 날은 들불처 럼 번저나가는 웜 바이러스, 시스템 파괴, 전지구적 상거래 마비 등과 같은 치명적인 미래에 대한 한 장면을 얼핏 미리 보게된 날로 기록될 것이다. [9] 하지만, 이 사건이 주는 파장은 매우 큰 데 반하여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기 보다는 제 논에 물대기 식의 해석과 주장이 널리 퍼지는 것은 지나 간 오류로부터 새로운 지혜를 배우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최대한 실체를 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1. 사건의 요약 [2] 사파이어 또는 슬래머 라고 불리우는 웜이 2003년 1월 25일 5시 30분(표준시 기준)에 다른 호스트를 감염시키기 시작하였다. 사파이어 웜은 마이크로소프 트사의 SQL Server 또는 MSDE 2000 를 실행시키고 있는 컴퓨터의 버퍼 오버 플로우 취약성을 이용한다. 이 약점은 2002년 7월에 발견되었으며 마이크로 소프트사는 패치를 배포한 바 있다. 이 웜은 최소한 7만 5천대 이상의 호스 트를 감염시켰으며 네트웍의 불통시켜서 결과적으로는 비행기 예약 취소, 선 거 과정의 혼선, 현금 입출금기의 중단, 인터넷 쇼핑 사이트의 업무 마비 등 을 일으켰다. 2. 웜이란 무엇인가 ? 2-1. 버그와 악의적인 프로그램 버그는 개발자의 실수로 프로그램이 사용자가 기대하지 않은 오동작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악의적인 프로그램은 악의를 가진 사람의 의도에 따라 사용자가 기대하지 않은 기능을 하는 것을 말한다. [1] 물론, 상당수의 악의 적인 프로그램은 대상 시스템에 들어 있는 버그를 이용한다. 이때, 이러한 버 그를 흔히 취약성이라고 부른다. 물론, 취약성 중에는 버그로 인한 것이 아닌 경우도 있고 모든 버그가 취약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2-2. 악의적인 프로그램의 종류 [1] * 보안 툴킷 : 대상 시스템의 약점을 발굴하는 프로그램으로 공격용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고 자체 방어를 위한 점검용으로도 쓰인다. * 백도어 : 일단 접근이 가능해진 시스템에 대하여 다음 번에 시스템에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놓는 것을 말한다. * 로긴 폭탄 : 비정상적인 상태에서 튀어 나오게 되어 있는 숨겨진 기능. 이 스터 에그는 로긴 폭탄의 일종이다. * 바이러스 : 다른 프로그램을 변형시키면서 자기 복제를 하는 프로그램. * 웜 : 시스템을 변경 시키지 않으면서 옮겨 다니는 프로그램. * 트로이의 목마 : 겉으로 보이는 기능과 전혀 다른 일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서 사용자가 실행시킬 때까지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 박테리아 (또는 토끼) : 순식간에 자기 복제를 해서 시스템 자원을 잡아 먹는 프로그램. 3. 밝혀진 사실 3-1. 슬래시 웜은 어떻게 동작하나 ? 슬래시 웜은 VU#484891(CAN-2002-0649)[3] 에서 설명되어 있는 취약성을 이용 한다. 이 취약성은 SQL Server 가 설치된 컴퓨터로 하여금 임의의 일을 하도록 시킬 수 있도록 한다. 일단, 어떤 컴퓨터를 감염시키는데 성공하고 나면 슬래시 웜은 자기 자신을 전파시키기 위하여 376 바이트 짜리 패킷 (네트웍을 통하여 전송하는 정보의 한 묶음) 을 생성하여 임의의 IP 주소의 1434번 UDP 포트로 전송한다. 전송받 은 기계가 이 취약성을 갖고 있는 기계라면 (즉, 패치가 제대로 되지 않은 SQL Server / MSDE 2000 이 설치된 컴퓨터라면) 감염이 되며 거기에서 또 전파를 계속한다. 웜에 포함된 코드는 이러한 전파행위 이외의 기능은 없다. [4] 3-2. 슬래시 웜은 왜 그렇게 큰 충격을 주었나 ? [2] 앞에서 이미 언급한대로, 슬래시 웜 자체는 - 다른 일반적인 웜들과 마찬가지 로 - 자기 자신을 전파하는 것 이외의 악의적인 코드는 갖고 있지 않다. 하지 만, 자기 자신을 전파하는 방법의 효율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 이미 충분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전파의 초기에 약 8.5 초 마다 그 수가 두배씩 늘어 났으며 3분 뒤에는 초당 5천 5백만 스캔 (공격 대상을 검색하는 행위) 에 달 하는 최대 트래픽을 발생시켰다. 그 이후로는 전파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는 데 그 이유는 자신이 발생시키고 있는 트래픽 때문에 네트웍 대역 자체가 거의 고갈되어 있거나 대상 기계가 이미 감염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10분 이내에 취약성을 가진 거의 모든 기계가 감염되었다. 이러한 감염 속도는 이미 여러 번 이론적으로는 제시된 바 있으나 실제로 웜으로 만들어져서 퍼진 것은 이번 이 처음이다. 슬래시 웜에 따른 타격은 두 가지 형태로 발생한다. 첫번째로, 웜에 감염된 컴퓨터에서 웜이 컴퓨터의 자원을 지나치게 소모하여 컴퓨터가 현저히 느려지 는 현상이 발생한다. 두번째로, 웜이 자신을 전파하기 위하여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킴으로써 네트웍 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다른 트래픽이 거의 처리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와 인터넷 망이 연결된 대역의 대 부분이 쓸데없는 웜의 트래픽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이다. 4. 고민거리 4-1. 백본의 마비 사태는 ? 만약, 대부분의 회사들이 "평소에도" 할당 받은 대역의 상당 부분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본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일부 백본에서 마비 사태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확실히 확인되지 않은 사항입니다)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 ? 만약에 그렇다면, 슬래시 웜 자체가 백본의 어떤 기능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하였거나 특별히 많은 트래픽을 발생시켰다기 보다는 백본에 직접 또는 아주 가까이에 연결되어 있는 기계의 상당수가 감염됨으로써 백본 자체가 발생시키는 트래픽도 많았다는 점과 이상 징후에 대하여 강력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것에 그 원인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4-2. 더 큰 충격도 가능하다 [2] 슬래시 웜이 충분히 큰 충격을 주었지만 실제로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이 가능 하다. (1) 정교한 난수 생성 인터넷에 널리 퍼져 있는 컴퓨터 전체를 대상으로 골고루 공격을 하기 위해서 는 각각의 감염된 컴퓨터에서 난수로 대상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슬래시 웜에 포함된 난수 생성 코드는 - 개발자의 실수로 추정되는 - 한계가 있어서 충분히 정교한 난수를 생성하지 못한다. 만약, 이 부분이 수정되었더 라면 더 많은 컴퓨터를 공격 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2) 악의적인 코드를 포함 일반적으로 웜 자체는 자신을 전파하는 코드만을 갖지만 여기에 다른 자원을 고갈시키거나 파괴하는 (예를 들어, 파일을 삭제하는) 코드가 포함된다면 충 격도 훨씬 더 커질 것이다. 물로, 그 코드가 웜 자체의 전파 행위를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예를 들어, 웜에 포함된 코드가 시스템 자체를 중단시켜 버린다면 더 이상의 전파는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3) 더욱 널리 퍼진 취약성을 공격 SQL Server 는 일반 사용자들은 설치할 필요가 없는 소프트웨어이다. 따라서, 감염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한정된다. 따라서, 더 널리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의 거의 패치되어 있지 않은 취약성을 대상으로 하는 웜이 나온다면 그 충격 은 더 커질 것이다. (4) 더욱 흔한 서비스를 공격 UDP 1434 번 포트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SQL Server 에서 사용하는 포트이다. 따라서, 외부 즉 인터넷 쪽에서 사내의 SQL Server 로 이 포트로 접근을 할 필요는 많지 않다. 따라서, 만약 방화벽이 설치되어 있다면 이 포트는 당연히 차단될 것이고 웜의 공격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웹 서비스를 위한 포트와 같이 외부에서 내부로 접근이 흔히 발 생할 수 있는 포트를 대상으로 공격이 이뤄졌다면 이를 방화벽에서 차단하기 가 더욱 어려워져서 공격의 성공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다. 따라서, 흔히 대외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 웹, 도메인 이름 시스템 등 - 를 대상으 로 한 웜이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재작년에 크게 창궐하였던 님다, 코드 레드 등의 웜 바이러스가 이러한 특성을 활용한 바 있다. 4-3. 보안 문제는 기술로 해결되지 않는다 사건이 일어난 뒤 여기저기에서 저마다 처방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처방이 실효성이 있기 위해서는 그 처방이 풀어야 할 문제가 놓여있는 공간이 수학자 들의 책상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 즉 게으르기를 기원하는 - 인간들 세상 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여야 한다. 브루스 쉬나이어가 그의 책에서 여러번 지적하였듯이 보안은 제품이 아니라 과정이다. [5] 즉, 어떤 제품을 설치하거나 일시적인 보완을 한다고 해서 보 안이라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그 해결을 실제로 이뤄내기 위한 과정을 실행할 수 있어야 하며, 설령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이후에도 계속될 과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지속적인 과정으로서 보안이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인책과 강제책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들은 이렇게 변명한다. "그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당 신들은 우리가 이미 배포한 패치를 적용했어야 한다" 라고 말이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사 내부의 상당수의 서버도 슬래머 웜에 의하여 감염되었다는 사실은 패치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동작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8] 사실 시스템 관리자들은 매주 수십개의 패치 정보를 받고 있으며 어떤 패치는 괜히 설치 했다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패 치를 제대로 설치해야 한다는 말은 변명이 될 수가 없다. [9] 패치되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깔아서 사용하는 그 수많은 시스템 관리자들이 보안이라고 하는 끝없는 과정에 참여하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 인 터넷 서비스 제공자들이 더욱 꼼꼼이 네트웍을 감시하고 공조해서 인터넷 서 비스의 품질과 안정성을 높이 방안은 무엇인가 ?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들이 보안상 더 안전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않으면 안되게 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 등 모든 측면에서의 대책이 다 나와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게 된다. 5. 생각해 볼 점 5-1. 다양성이 해결책인가 ?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이것이 특정 회사의 특정 제품으로 시장이 획일화 되어 감으로써 나타나는 위험성이라고 경고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주장을 요약하자면, 많은 시스템 (그것도 중요한 시스템) 이 특정 제품 일색으로 되 어 있기 때문에 한번 병충해가 돌면 같은 유전자를 가진 모든 곡물이 다 피해 를 보듯이 하나의 공격에 의하여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6] 이 에 대하여 컴퓨터 분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나 뚜 렷한 진전은 많지 않은 편이다. [7] 이러한 주장은 대체적으로 옳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이 주장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이번에 사용된 웜 은 오히려 그 반대의 주장도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때까 지 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대체로 세계적으로 2만대 이하의 컴퓨 터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는 웜의 공격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왜냐하면 인터넷에 연결된 수많은 컴퓨터 중에서 2만대라고 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여 임의의 주소로 공격을 시도하여 성공할 가능성이 극히 낮고 따라서, 웜이 충분히 빨리 전파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 컴퓨터의 성능이 좋아지고, 그들이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 네트웍 대역이 커지고, 웜을 개발 하는 기술이 정교해 짐에 따라 이 벽도 점점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슬래머 웜을 기준으로 한다면 2만대 정도의 흩어진 컴퓨터를 감염시키는 데에 는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2] 따라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의 다양성을 증가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성 증가 자체에도 한계가 있고 또한 이것 만으로 웜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간 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5-2. 이런 속도의 공격은 자동화된 대응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앞에서도 지적된 것 처럼 앞으로 나올 웜은 아마도 1시간 이내에 상황이 종료 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 보안대응 체계에서 사람이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 여 대응하는 데에는 1시간 이상이 걸린다. 따라서, 감시 결과를 보고 사람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하지만, 관련 기술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보인다. 6. 자료 [1] Simson Garfinkel, Alan Schwartz, Gene Spafford, Practical Unix & Internet Security, O'Reilly [2] David Moore, et. al, The Spread of the Sapphire/Slammer Worm, http://www.caida.org/outreach/papers/2003/sapphire/sapphire.html [3] CERT/CC, Vulnerability Note, http://www.kb.cert.org/vuls/id/484891 [4] Analysis of the Sapphire Worm - A joint effort of CAIDA, ICSI, Silicon Defense, UC Berkeley EECS and UC San Diego CSE http://www.caida.org/analysis/security/sapphire/ [5] Bruce Schneier, Secrets and Lies : Digital Security in a Networked World, John Wiley & Sons [6] 허남혁, 인터넷 대란 교훈은 '다양성' 의 소중함 http://www.hani.co.kr/section-001062000/2003/01/001062000200301291848123.html [7] Crispin Cowan, Heather Hinton, Calton Pu, and Jonathan Walpole, The Cracker Patch Choice: An Analysis of Post Hoc Security Techniques, http://www.immunix.org/autonomix/crackerpatch.pdf [8] Robert Lemos, Microsoft fails Slammer's security test, http://news.com.com/2102-1001-982305.html [9] Alex Salkever, The Big Lessons of a Little Worm, http://www.businessweek.com/technology/content/jan2003/tc20030131_4727.htm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4:12

/* (저자 주) 1997년 11월에 쓴 글입니다. 그 때까지만해도 ADSL이 전혀 사업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 재밌네요. 그런데 그 때 유행했던 저궤도 위성 사업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요? */

통신관련 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통신을 구현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보를 빠르게 획득하고 교환함으로써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보사회로의 전환과 그것을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교섭하고 실행하는 힘으로서의 세계무역기구 ( WTO : World Trade Oraganization www.wto.org ) 의 출범 등은 이제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국가, 기업, 개인을 어떤 동떨어진 개체로서가 아니라 세계 체제의 일부분으로 더욱 강하게 묶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변화는 우리나라에게 변함없이 불어오고 있다. 96년말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불기 시작은 인터넷 열풍은 이제 그 거품이 걷혀가면서 예전의 기대만큼 환상적이지는 않지만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회의 기반으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정보통신분야의 변화를 특히 사용자가 정보통신을 사용하는 접속환경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변화를 주도하는 힘

세계무역기구의 발족과 그에 뒤이은 GATS ( 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 ) 의 협상 과정에서 기본 통신 ( basic telecommunication ) 분야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 GATS와 기본 통신 협상에 대한 자료는 wto 사이트 중 http://www.wto.org/services/services.htm 아래에서 찾을 수 있다. ) 특히 기본 통신 분야에서는 공정한 경쟁의 보장, 인허가과정의 투명성, 상호접속의 보장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기본 통신 부분의 조약은 1998년 1월 1일부로 효력이 발생한다.

즉,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전세계에서 불어닥치고 있는 국가간의 공정경쟁의 논리가 통신분야에 적용되면서 정부에 의한 규제의 완화라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국가간의 공정경쟁에 있어 외국업체에게 시장을 송두리째 뺏기지 않으려면 국내시장에서의 규제철폐를 통한 경쟁의 유도 그리고 그러한 경쟁을 통한 자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미국은 Telecommunication Act를 통해 통신사업자가 유무선 통신은 물론, 인터넷, 영상 ( 예를들어 주문형 비디오 VOD : Video On Demand ) 에 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하였고 뉴질랜드는 그 와중에 세계최초로 통신분야의 모든 규제를 철폐한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 Telecommunicaiton Act에 대한 상세한 자료는 http://www.fcc.gov/telecom.html 에서 구할 수 있다. )

이러한 정부의 규제 완화로 기존의 전화통신회사들이 정보통신분야로 진입함으로써 전화통신회사가 지난 수십년간 전화 서비스를 통하여 축적한 서비스의 신뢰성 ( reliability ) 이 잘 표준화된 패킷 교환방식의 컴퓨터 통신의 효율성과 통합되어 최적의 서비스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 정보통신 선진국인 미국의 현재 모습이며 우리도 머지 않은 장래에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기존의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외에 별정통신사업자를 신설함으로써 인터넷 전화, 구내통신사업 등 새로운 서비스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사업자간의 경쟁을 유도하려고 하고 있다.

이전에는 통신회사들이 정부의 규제라는 진입장벽에 의해 보호받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 보다는 자체의 기반시설을 구축하는데 투자를 집중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한 경쟁을 위하여 가입자 댁내까지의 마지막 구간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점점 멀티미디어 위주의 컨텐츠가 늘어감에 따라 기존의 구리선을 어떻게 대체해나갈 것인가가 각국의 주요 과제이다. 한때는 광 케이블이 이 문제의 해결책인양 생각되곤 했고 사실 우리나라도 2015년까지 각 가정까지 광 케이블을 깔겠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지만 최근들어 이러한 계획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고 서서히 기능을 향상시켜나가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고속망사업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특정지역에 대한 망의 포설부터 다양한 통신서비스의 제공에 이르기 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어쨌든 가입자쪽 망을 까는 것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매체를 최대한 활용하거도 아니면 새로인 깔리는 망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하여 하나의 매체와 하나의 스위치 시스템으로 음성, 영상, 데이터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한층 가열되고 있다.

2. 분야별 전망

인터넷 통신의 수요가 매우 많은 기업이나 단체의 경우에는 인터넷 접속을 위한 전용선을 사용한다. 하지만 개인 사용자의 경우에는 현재로서는 모뎀이나 ISDN 외에는 별다른 선택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1998년이 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현재의 기술과 이후에 활용 가능한 기술을 살펴보기로 하자.

2-1. 모뎀

1997년이 시작될 때만 하여도 33.6kbps 급 모뎀이 최고급 제품이었지만 여름을 지나 연말에 이르면서 56kbps 급 모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56K 모뎀의 경우 현재는 두가지의 서로 호환되지 않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US 로보틱스를 인수한 3Com ( www.3com.com ) 의 x2 모뎀과 락웰 ( www.rockwell.com ) 의 K56flex 모뎀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두가지 상이한 모뎀이 경쟁을 하게되자 과연 어느 모뎀이 더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가를 둘러싸고 많은 실험이 있었고 그 결과 다운로드 속도는 x2가 업로드 속도는 K56flex가 약간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노이즈에 대한 민감도도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쉽사리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얘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혼란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국제표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1997년 가을 중에 국제통신연합 ( ITU :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www.itu.ch ) 에서 56K 모뎀에 대한 국제 표준 ( ITU-T56K ) 이 만들어지고 한쪽의 승리로 끝이 나지 않을까 예상되었으나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고 어느 한쪽의 손을 드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으로서 기존의 56K 모뎀 하드웨어로 구현가능한 표준을 만드려고 하고 있으며 빨라야 1998년 초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순한 성능의 비교보다 내년중에 새로운 표준이 나왔을 때 쉽게 업그레이드가 되도록 지원이 될 수 있는가가 구매선택의 주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제품도 확실히 업그레이드를 보장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현재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내가 접속하려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어느 모뎀을 지원하는가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현대정보기술의 신비로 서비스 ( www.shinbiro.com ) 는 x2를 지원하고 있는데 반하여 데이콤의 천리안 ( www.chollian.net ) 은 K56flex를 지원한다.

2-2. ISDN ( Integrated Services Digital Network )

ISDN은 기존의 전화망과는 달리 디지털망을 통하여 전화, 화상통신, 컴퓨터통신 등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널리 보급되고 있진 않지만 1997년말을 기점으로 보급의 가장 큰 장애였던 ISDN 접속 장비의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1998년은 ISDN을 통한 인터넷 활용이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ISDN은 기존의 전화모뎀에 비하여 충분히 빠른 속도 ( 최소 56kbps ~ 128kbps ) 를 제공하지만 접속에 필요한 장비가 아무래도 일반 전화모뎀보다는 비싸기 때문에 가난한 네티즌들에게는 당분간의 그림에 떡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ISDN 사용자는 기존의 모뎀 사용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로서도 추가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추세가 되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 ( the connected ) 과 그렇지 못한 사람 ( the unconnected ) 이 현대사회의 빈부격차를 상징한다면 보통 모뎀을 쓰는 사람과 ISDN을 쓰는 사람은 '부자' ( ? ) 들 사이에서의 새로운 구별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ISDN의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어떤 인터넷 업체가 어떤 가격 조건으로 ISDN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ISDN 서비스가 가능한지 ( 해당 지역의 전화국에 ISDN을 서비스하기 위한 장비가 있고 빈 회선이 있는지 ) 를 꼭 미리 확인하여야 한다.

2-3. 디지털 가입자 선로 ( HDSL 과 ADSL )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모뎀은 컴퓨터가 내보내는 디지털 신호를 기존의 전화선에서 전화통화를 위해서 사용하던 아날로그 신호 ( 모뎀이나 팩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 로 변환하여 보내고 상대방의 모뎀은 그 아날로그 신호를 다시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컴퓨터에 전달하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경우 반드시 양자화 잡음 ( quantization noise ) 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으로는 34Kbps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통설이다.

하지만 전화국과 전화기 사이에 연결된 구리선이 반드시 아날로그 신호만을 전달하도록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전화국과 사용자의 집 양쪽에 디지털로 전송하는 장비를 연결한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디지털 통신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전화국이 매우 고속으로 인터넷 망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고속 통신을 구현하는 기술을 디지털 가입자 선로 ( DSL : Digital Subscriber Loop ) 라고 하며 다운로드의 속도를 중요시하여 다운로드 속도를 업로드 속도보다 빠르게 구현한 것을 ADSL ( Asymmetric DSL ), 양방향을 속도를 같게 하여 영상회의와 같은 쌍방향 고속 멀티미디어 통신을 가능하게 한 것을 HDSL ( High-speed DSL ) 이라고 한다. 현재 사용가능한 최대속도는 1.544Mbps ( = 1500kbps ) 정도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서비스 지역의 전화국에 DSL 장비를 설치하여야 하고 그 전화국을 인터넷과 고속으로 연결하여야 한다는 제약때문에 일반 사업자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고 한국통신만이 구현가능하지만 현재로는 서비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4. 케이블 모뎀

한국통신외에 집집마다 들어가는 회선을 구축할 수 있는 사업자로는 케이블 TV 방송을 제공하는 사업자 ( 통상 SO : System Operator 라고 부른다. ) 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전선을 연결하는 한국전력 뿐이다. 이렇게 회선을 구축하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매우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이러한 사업자들은 반드시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하고 전화사업이나 인터넷 접속은 매우 매혹적인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케이블 모뎀은 케이블 TV 방송을 전송하기 위하여 설치된 동축 케이블을 이용하여 인터넷과 같은 컴퓨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이다. 컴퓨터가 내보내거나 받는 신호를 변조 / 복조 ( modulation / demodulation ) 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모뎀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수많은 케이블 모뎀이 연결된 케이블 망에서 컴퓨터 통신을 구현하기 위해서 라우터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케이블 모뎀은 기존의 모뎀에 비하여 100 ~ 1,000 배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케이블 모뎀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첫째로 전화는 거의 모든 가정에 연결되어 있지만 케이블 TV는 아직도 가입되지 않은 사람이 가입한 사람보다 훨씬 많다. 또한 기존에 설치된 시스템은 케이블 TV와 같이 일방적인 방송 시스템 ( 즉, 방송국에서 가입자의 TV로 방송을 내보내기만 하는 체제 ) 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케이블 모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쌍방향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으로 교체하여야 한다. 또한 케이블 모뎀은 아직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도 비싸게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케이블 모뎀을 통한 인터넷 서핑은 당분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괄목할만한 경쟁자로 등장할 것이다.

2-5. 위성

무궁화 위성이 하늘의 궤도에 오른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위성을 통한 정보통신 서비스는 관계 법령의 미비로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위성이 가진 장점을 활용하는 컴퓨터 통신의 시대가 오긴 올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위성을 통하여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더구나 위성방송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의 위성은 넓은 지역에 똑같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백이면 백 모두 다른 서비스를 제각기 사용하는 현재의 인터넷의 사용 방식과는 잘 맞지 않은다.

미국의 경우 DirecPC ( www.direcpc.com ) 라는 서비스가 있지만 다운로드만 위성을 이용하고 업로드는 기존의 전화선을 통하여 별도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는 복합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 이유는 가정에서 위성쪽으로 전파를 발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양방향 모두 위성을 이용하는 회사도 나타나고 있긴 하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위성은 대량의 정보를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전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매체임에는 변화가 없고 그 외의 목적으로 쓰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한편, 글로벌스타 ( www.globalstar.com ) , 텔레데식 ( www.teledesic.com ) , 이리듐 ( www.iridium.com ) 과 같은 위성 관련 프로젝트들이 실현단계에 접어들면 우선 위성을 이용한 전화서비스를 시작으로하여 인터넷 분야에 까지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6. 무선통신

1997년 중반 일본에서는 휴대용 전화인 PHS를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가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의 씨티폰보다도 더 작은 PHS 전화기와 휴대용 컴퓨터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모뎀 장치만 있으면 어디에서든지 인터넷을 즐길 수 있으며 그것도 자그마치 32kbps의 속도까지 제공되니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무선 전화시장이 형성기에 있고 PCS 서비스도 시작된 지 채 몇달밖에 안되어 있는데다 사회전체로 보아 도로상에서 인터넷을 쓸 정도로 인터넷이 생활속으로 파고 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비록 실험적인 상품은 이미 등장하고있지만 인터넷과 휴대용 전화의 본격적인 결합은 몇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그외의 요인

사용자가 아무리 좋은 컴퓨터와 모뎀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꼭 원하는 서비스를 쾌적하게 제공받을 수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아보기 위하여 지방에 있는 모뎀 사용자가 미국의 어떤 웹 사이트에 연결되기까지 거치는 경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의 PC --- 모뎀 --- 전화선 --- 전화국 --- 014XY 연결망 --- 지방 노드 --- 지방 백본망 --- 네트웍 운영 센터 --- 센터내 백본망 --- 국제회선 --- 미국내 여러망 --- 어떤 웹 서버

이 중에서 속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소를 찾아보면

  1. 사용자의 모뎀
  2. 사용자 지역의 전화망
  3. 지방 백본망
  4. 센터내 백본망
  5. 국제회선
  6. (상대방) 웹 서버
를 들 수 있다. 따라서 단지 모뎀을 업그레이드 한다고 해서 꼭 그만큼의 속도 향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사자 즉,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와 우리가 보려는 사이트의 웹 서버의 성능 등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4. 결론을 대신하여

앞에서 컴퓨터 통신의 접속에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살펴보았지만 ISDN를 제외하고는 아직 모뎀을 대체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1998년이후 2~3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채 그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개인용 컴퓨터를 생필품으로 바꿔놓았듯이 이러한 기술들도 인터넷이 생필품이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리 생활 속으로 녹아 들어올 것이라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4:07
/* (저자 주) 1997년 6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웹 기반의 캐스팅은 작년부터 겨우 제대로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인터넷 폰은 스카이프 덕분에 이제서야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기 "시작" 했으니 그 때로서는 상당히 조급한 전망이었군요. 나는 왜 맨날 틀릴까? */

1996년부터 전국적으로 불기 시작하던 인터넷 열풍이 올 상반기에는 더욱 거세게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전철간에 붙은 광고에서 웹 주소를 보는 것도 이젠 그리 어색하진 않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사흘이 멀다하고 이러쿵 저러쿵 인터넷에 대해 떠들어 댄다. 하지만 막상 인터넷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다 줄 순 없듯이 많은 사람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으로 큰 돈을 벌고있는 우리나라의 회사는 별로 보이질 않는다.

이런 와중에 기존의 PC통신업체들 (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 ) 은 고객을 인터넷 전문업체에 뺏기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멀티미디어 관련 서비스를 추가하고 웹 기반으로 그들의 자료를 변환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SK 텔레콤, LG 가 새로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현재의 시장규모로 보아 과당경쟁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어차피 컴퓨터 통신 사업자는 3년내에 몇 백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그 이후에는 미국이나 일본에서처럼 몇몇의 대규모 사업자와 초소형 사업자의 양극 구도로 재편되는 시나리오를 거칠 것이다.

광고대행업을 전문으로 하는 한 대기업 계열사의 담당자는 1997년을 '인터넷 광고의 원년'이라고 불렀다. '심마니'류의 검색 페이지나 신비로나 아이네트와 같은 접속사업자의 접속 페이지, 각 신문사의 홈페이지가 최초의 인터넷 광고 공간으로 영업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거두어 들이는 돈은 '원년'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어쨌든 올해를 원년으로 삼아 인터넷 광고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광고와 관련하여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나온 소식은 하이퍼넷 코리아와 아이네트가 공동으로 펼치는 무료 인터넷 사업이다. 이는 사용자가 인터넷을 접속하여 사용하는 중에 사용자의 화면에 강제로 계속 광고가 나가게 함으로써 광고주로부터 광고료를 받고 사용자는 무료로 ( 또는 싸게 )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물론 인터넷 사용료가 무료라는 장점은 있지만 보고 싶지 않더라도 계속 광고를 봐야한다는 부담과 광고를 전송하기 위하여 네트웍 대역의 일부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터넷 서핑의 속도가 약간이나마 느려지는 점, 그리고 인터넷 광고의 '원년'에 충분한 광고주를 모을 수 있는가 하는 점 등 비관적인 견해도 없지는 않다. 어쨌든 이제 막 시작한 만큼 추이를 지켜볼 가치는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광고 기법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이용자의 도움없이 이용자가 원하는 ( 또는 원하지 않는 ) 자료를 계속 보낼 수 있는 '푸시' 기술의 등장에 힘입고 있다.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중으로 나올 웹 브라우저나 운영체제들은 이런 기술들 기본으로 채택할 것으로 보이며 흔히 '웹 캐스팅'이라고 불리는 인터넷을 이용한 방송 사업과도 연관되므로 향후 상당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모국'을 방문한 잡지 '플레이보이'의 모델 이승희는 며칠 사이에 10억여원을 벌고 '귀국'하였다. 인터넷을 통한 최초의 스타 탄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사건을 보면서 방송, 신문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제5의 매체로서의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동안 그토록 '성'문제에 대하여 겉으로만 근엄한 모습을 보이던 언론은 이승희를 '외설이냐 예술이냐'라는 논의구도에서 미국에서 살면서 우리 말을 잊지 않은 '애국동포'의 차원으로 끌고 감으로써 누드를 마음껏 실어서 독자 / 청취자를 끌어들이면서도 규제는 피해가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승희 사진을 모은 웹 페이지를 만들거나 파일을 배포한 사람들은 어김없이 사법당국의 제재를 받음으로써 컴퓨터 통신 사업자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뿐만아니라 사법당국은 최근에 이적단체로 규정한 모 운동단체의 방을 폐쇄하도록 함으로써 컴퓨터 통신에 있어 표현의 자유란 무엇이며 매체제공자 ( 즉, 컴퓨터 통신 사업자 ) 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전세계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인 법들이 제정되거나 준비 중이기 때문에 컴퓨터 통신 사업자들은 사법당국으로 부터의 제재를 받기에 앞서 자구노력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는 없다.

지난 5월 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입법을 예고하였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이 된다면 올 10월부터는 인터넷 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물론, 인터넷 팩스 서비스는 이미 여러업체에서 시작하였지만 시장규모로 보아 인터넷 폰 시대의 시작은 기존의 기간 통신사업자, 부가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들간의 전면적인 대결 또는 합종연횡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59

/* (저자 주) 1996년 4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 때 제가 대리였군요. ^^ */

지금은 서기 2025년, 나는 유전공학을 이용해서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을 개발하는 회사의 연구원이다. 오늘은 지난 번에 집게벌레의 유전인자를 이용해서 개발한 근육무력증을 치료제의 시제품을 임상실험하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말이 임상실험이지 사람을 이용해서 실험을 하는 것은 아니고 정교하게 프로그램 된 인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화학성 분에 대한 자료를 넣는 것으로 실험은 끝난다. 우선 이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고 있는 지그프리드와 야마다를 불러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010년대에 전세계 모든 국가가 동시에 투자하여 전지구를 광케이블로 뒤덮다시피 한 GII ( 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계획 덕분에 큰 회사는 대부분 세계 각지의 인력을 네트웍으로 연결한 가상 회사 ( Cyber Company ) 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그프리드와 야마다를 불러줘"

그러자 벽면에 있는 큰 화면의 한 귀퉁이에 야마다의 얼굴이 나타났다. 쉰 살의 나이는 못 속이는 듯 깡마른 얼굴이지만 그의 눈만은 항상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의로 이글거리고 있다.

"잘 지냈나 ?"

"그럼.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불렀나 ?"

"<집게-1>에 대한 시뮬레이션에 대해 토론하자고 불렀네. 그런데 참, 지그프리드는 왜 응답이 없지 !"

나는 한국말로 말을 하지만 지능망 Intelligent Network 에 내장된 자동 번역 프로그램이 일본어로 번역을 해주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가끔은 야마다가 한국말을 전혀 못한다는 사실을 잊을 때도 있다. 이때 화면의 다른 귀퉁이에 지그프리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런데 실제 얼굴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작년에 플로리다에서 낚시할 때 찍은 사진이었다.

"무슨 일인가 지그프리드 ?"

"한밤중에 사람을 부르시다니요.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저에게 대신 전하시지요."

지그프리드가 아니라 에이전트 Agent 가 대신 대답하였다. 아마 에이전트에게 대신 일을 맡겨 놓고는 잠을 자고 있거나 친구들이랑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에이전트는 ( 컴퓨터와 통신 장비를 포함하여 ) 모든 가전제품에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일부분으로서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여 일을 처리하도록 되어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지그프리드가 대신 내세운 할-파이브HAL-5 라는 에이전트는 전문 연구자들이 애용하는 모델이다. 나는 속으로

'짜식, 에이전트 치곤 굉장히 겸손한 말씨를 쓰는 군'

하고 생각하며,

"그럼 시작하지."

우선 인간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컴퓨터에 접속을 한 다음 우리가 개발한 약에 대한 정보가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한다. 그러자 잠시 후, 결과 자료가 나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기 시작한다. 컴퓨터 기술의 놀라운 발달로 자료의 처리는 무한정 빨라지고 있지만 그 자료를 검토하는 사람의 능력에는 별로 발전이 없어서 일단 결과를 데이터베이스에 받아놓고 찬찬히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이다. 한참을 기다리는 결과 자료가 다 도착하였다. 아무리 컴퓨터가 처리를 빨리 한다 하더라도 인간처럼 복잡한 유기체를 시뮬레이션 한다는 것은 아직은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마당쇠' ( 내 에이전트의 이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모아준다고 붙여준 이름이다. ) 에게 명령을 내린다.

"결과를 보자."

나의 에이젼트 프로그램은 내가 주로 하는 일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의 결과 자료 중에서 내가 보고 싶어하는 자료만을 걸러서 갖다 준다. 나를 그 자료를 내 컴퓨터 화면에서 다시 정리한다. 정리한 결과가 틀린 곳은 없는 지 검토한 다음 버튼을 누르자 벽에 있는 화면에 결과가 표시된다. 아마 야마다도 이 그림을 똑같이 보고 있을 것이다. 여러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같은 칠판을 공유하는 이 디지털 화이트보드 Digital Whiteboard 기능은 우리와 같이 전문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일반 직장인들의 원격 회의나 학생과 교사를 연결하는 원격 교육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이 디지털 화이트보드를 이용하고 있는데, 지난 서기 2000년 1월 1일 아침에 각국에서 참가한 수백 명의 유명 화가들이 동시에 지구의 평화를 기원하는 하나의 그림을 그린 사건은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똑똑히 남아있다.

"내가 검토한 자료와 자네가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몇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알 수 있네. 시뮬레이션 레벨을 높여서 더 정교한 결과를 받아야 할 걸세."

잠시 회상에 잠겨있는 동안, 야마다의 날카로운 평가가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이런 회의 자료는 모두 우리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영상 자료로 기록되어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모든 연구자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허튼 소리를 해서는 안된다. 한참 동안의 회의를 마치고 나는 접속을 끊었다. 왜냐하면, 마당쇠가 중요한 약속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우리 동네에서 노래자랑이 있는 날이고 나도 출전해서 한 곡을 불러야 할 뿐만 아니라 기타 반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무실로 쓰이는 내 방에서 나와서 거실로 갔다. 거실 창문으로는 멋진 바닷가 풍경이 펼쳐져 있다. 사실은 창 밖 풍경이 아니고 위성을 통해서 전송되고 있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의 풍경이다. 나는 기타를 둘러메고 마당쇠에게 우리 동네 노래자랑 시스템에 연결해달라고 명령했다.

창에 비친 화면이 바닷가 풍경에서 사이버공간 Cyberspace 에 마련된 우리의 공연 무대로 바뀌었다. 거실의 조명도 공연 무대를 흉내내어 어두컴컴해 졌다. 각종 가전제품에 들어있는 에이전트들이 네트웍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사람이 조명을 바꾸거나 할 필요가 없이 메인 에이전트인 마당쇠에게 명령만 내리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공연 무대에는 기타를 둘러멘 내 모습과 다른 집의 거실에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우리 밴드의 다른 멤버들의 모습이 보인다. 흡사 한 공연 무대 위에 모인 듯 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종류의 가상 현실 기술은 컴퓨터 처리속도의 한계 때문에 해상도가 나빠서 게임에만 활용되었지만 최근 광 컴퓨팅 Optical Computing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어느 가정에서나 이런 가상 현실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세계 각지에 흩어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만날 수 있는 완벽한 가상 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나는 마당쇠에게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무대용 의상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마당쇠는 내 취향에 맞는 무대의상을 잘 알고 있다. 텍스쳐 매핑 Texture mapping 기능을 이용하여 공연 무대에 비친 내 의상을 화려한 무대의상으로 바꿔주었다. 컴퓨터 그래픽에서 제한적으로 쓰이던 텍스쳐 매핑 기능이 이런 실시간 동영상 처리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매핑이 이뤄지는 지가 미심쩍어서 앉았다 섰다하고 팔도 흔들어 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별로 완벽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무대의상을 직접 입고 있는지 아니면 매핑을 활용하는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안심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제 5 회 금천3지역 동네 노래자랑을 시작하겠습니다."

1990년대의 낡은 필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촌스러운 복장을 한 빵집 아저씨가 아주 고풍스러운 말로 오프닝 멘트를 하였다. 곧이어, 전자밴드의 화려한 타이틀 곡이 연주된다. 나도 열심히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비록 가상 현실 Virtual Reality 기술이 완벽한 수준에 올라있지는 않지만 우리 동네의 어디선가 연주하고 있을 밴드의 각 구성원이 연주하는 모습이 화면으로 합성되어 나오고 연주하는 음악도 한 자리에서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에 상당한 실감이 난다.

정보 통신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여도 물체를 통신으로 전송하는 것은 앞으로 몇만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전세계 모든 사람들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통신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만나서 따뜻한 정담을 나누고 식료품을 가져다 팔거나 신선한 음식을 파는 것은 여전히 동네 안의 가게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웃사촌의 필요성이 어느 시대보다도 더 커져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우리 동네의 노래자랑은 사람들을 엮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공연도 성황리에 끝나고 나는 기타를 벗어놓고 샤워를 한 다음 침대에 누웠다. 조명은 자연스럽게 어두워지면서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바다는 모든 생명체의 영원한 고향이라는 말이 사실인 듯 파도 소리만 들으면 자연스럽게 잠이 온다.

. . .

"고대리, 고대리. 점심시간 끝났네. 이제 일어나지."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과장님의 목소리에 잠을 깬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20세기말에 유행하던 구형 컴퓨터의 모습이다. 앗 이럴 수가 ? 꿈속에서 드디어 과거에 왔구나 ! 나는 늘 꿈속에서나마 21세기 이전의 생활을 맛보았으면 하는 소원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데 이게 21세기의 내가 20세기의 꿈을 꾸는 건가 ? 아니면, 20세기의 내가 21세기의 꿈을 꾸었던 건가 ? 그것도 아니면 어느 세기의 내가 21세기의 나를 꿈꾸고 그 속에서 다시 20세기를 꿈꾸고 있는 건가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57

/* (저자 주) 1995년 11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다사다난했던 1995년을 보내며

갑자기 내린 겨울비로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던 노오란 은행잎들이 땅에 좌악 떨어졌다. 일본 사람들이 잘 쓰는 표현 중에 '비에 젖은 낙엽' 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쓸모도 없는 것이 치우려고 해도 잘 치워지지 않는 다는 뜻이다. 정년 퇴직후 아내에게 매달려 사는 불쌍한 일본의 노인들을 가리키는 표현이기도 하다. 한때 사회를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혹은 자신을 위해서 전력질주해오던 사람들도 어느 시기가 지나고 나면 청소부들을 괴롭히며 구박만 받는 신세로 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경전에 보면 '해가 동쪽에서 뜨지만 밝아오는 것은 먼 서쪽부터' 라는 표현이 있다. 서양속담에는 '한 시대의 위대한 사상도 그 다음 시대의 상식' 이라는 표현도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도, 기술도, 사상도, 제품도 그 시대가 지나고 나면 다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렸다.

이런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흡사 돈키호테가 덤벼들던 풍차와 같이 어떤 사소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 수십년간 컴퓨터의 대명사로 군립해왔던 아이비엠도 이제는 점점 그 존재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의 비참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떤 해도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다사다난' 이라는 수식어구로 치장되고 한다. 올해도 그런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기억하기조차 몸서리쳐지던 '삼풍대참사', '대구참사' 등의 국내 사건 뿐만 아니라 가까이는 북한주민들이 엄청난 큰물로 먹고 사는 것조차 힘겨운 상태가 되었으며 미국에서 발생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폭발' 도 올해를 다사다난케하는 요인 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우리는 여전히 서글픈 소식을 듣고 있다. 멀리 독일에서는 역대정권으로부터 대대로 압박을 받으면서도 조국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았던 이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인 윤이상 교수님이 돌아가셨고, 중동 평화를 앞당긴 공로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던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는 동족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꼭 필요한 사람일수록 먼저 데려가시는 것도 하나님의 섭리였던가.

펜티엄 그리고 그 이후

각설하고, 올해의 컴퓨터 시장을 돌아보면 386 피씨 시장을 무르익기도 전에 대체하였던 486 피씨도 펜티엄의 위력에 이미 시장성을 잃고 있다. 물론 이를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멀티미디어에 대한 관심의 고조라고 해야할 것이다. 더구나 기존의 486 피씨급 이하에서는 하드웨어적인 방법에 의해서만 볼만한 동영상 ( 특히, 엠펙 동영상 - 예를들어 비디오 씨디 ) 을 볼 수 있었던 것에 반하여 펜티엄 75 메가헤르츠 이상에서는 소프트웨어만 가지고도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펜티엄의 급부상을 가능케 하였다.

인텔은 펜티엄을 처음 내놓은 지 얼마 있지 않아 발견된 소수점 이하 자리수 계산 상의 결함 문제로 상당한 고전이 예상되었으나 브랜드 이미지가 갖고 있는 위세에 힘입어 쉽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인텔이 내년 시장을 목표로 시제품을 내놓고 있는 '펜티엄 프로' 는 이미 수많은 업체가 채택할 것을 선언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내년에도 인텔의 독주가 예상된다. 하지만, 펜티엄 프로는 32비트 운영체제 전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32비트 운영체제가 아닌 기존의 윈도우즈 3.1 이나 사이비 32비트 운영체제인 윈도우즈95에서는 별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펜티엄 프로를 장착한 피씨에서 일부 네트웍 카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결함이 발견되어 또 한차례 인텔로서는 고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

한편, 인텔의 독주에 제동을 걸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는 사이릭스사 ( Cyrix ) 에서는 펜티엄 호환이면서 속도는 펜티엄 프로보다 빠른 M1 이라는 칩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내년에는 사이릭스사의 분전이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명과 암

이 글이 잡지에 실리게 될 때 쯤이면 이미 발표가 되었겠지만 아직 발표가 되지 않은 한글판 윈도우즈95 의 한글코드 문제는 여전히 컴퓨터 호사가들 사이의 논쟁거리이다. 얘기의 발단은 처음 윈도우즈95 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이 새로운 운영체제에서는 문자처리코드로서 유니코드 ( Unicode ) 라는 국제표준을 채택하게 되며 따라서 영문은 물론 한글, 한자, 일본글자 등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문자를 표현하고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한글 시험판에서는 한글완성형을 사용하였고 이에 사용자들의 항의가 있자 기존의 완성형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글자를 땜빵식으로 추가한 확장완성형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이 확장완성형은 정상적인 문자코드로 보기 어려운 문제점 ( 특히, 글자를 가나다 순으로 정렬하는데 문제가 있다 ) 이 있어서 더 큰 반발을 불려일으켰다. 그러자 다시 확장부분을 입력할 수 없도록 수정한 것을 최종으로 내놓았는데 내부 처리 방식에는 확장부분을 처리하는 부분이 그대로 있어서 입력 프로그램만 예전 것을 쓰면 여전히 확장부분을 입력할 수 있게 되었다. ( 이 문제에 관하여 한국마이크로스프트사에서는 확장부분을 전혀 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1987년판 한글코드 ( KSC5601-1987 ) 와 이를 땜빵식으로 수정했던 1992년판 한글코드 ( KSC5601-1992 ) 가 갖고 있는 한계와 함께 확장완성형 코드를 처리할 수 있는 장치 ( 특히, 프린터 ) 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안이한 자세의 한국 기업들, 자신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이랬다 저랬다하는 외국기업 등 여러가지를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깨끗이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뚜렷한 대안을 아무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여전히 암담할 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애플사는 올해에도 별 재미를 못보았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 파워칩을 내장한 파워맥을 저가에 공급함으로써 어느정도 회복을 해나가는 상황이다.

한편, 국내의 출판시스템 개발 업계에서는 쿼크 엑스프레스 ( Quark Xpress ) 를 탑재한 애플사의 매킨토시가 독식하고 있는 탁상출판시스템 ( DTPS : Desk Top Publishing System ) 시장을 어떻게든 나눠먹어 보려고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하였다고 한다. 뒤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가장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했던가 ? 국내업체의 선전을 내년에는 기대해 본다. 이 글의 머리에서도 썼지만 그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멸망을 내 살아 생전에 볼 수 있을지. 아니면,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예외가 될지 . .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54

/* (저자 주) 1995년 10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 시절에 이미 앤디 그로브는 컨버전스 네트워크를 얘기했군요. 아직도 우리는 연구중인디... */

창밖으로 보이는 길가에 떨어진 낙엽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버린 가을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한편에서는 거인과 쌍둥이의 플레이오프가 열기를 더해가고 술먹은 국회의원들이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그 중요성 덕분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국정감사가 한참이다. 정부에서는 이른바 효행학생을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받겠다고 한다. 참말로 웃기는 세상이다.

텔레컴 95

요즘 컴퓨터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행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겸 포럼인 『텔레컴 95』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이 행사의 주요내용은 각국의 전화사업자나 전화관련 설비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장비를 전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전화, 팩시밀리, 휴대폰, 삐삐 등의 기존의 전화사업뿐만 아니라 멀티디이어를 전국 또는 전세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가 많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의 개막식에서 인텔사 ( Intel :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 ) 의 회장인 앤드류 그로브가 연설을 했다는 것도 통신사업과 컴퓨터 또는 멀티미디어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와 졌는지를 실감케하는 장면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하나의 통신망에서 전화, 유선 / 무선 방송, 정보통신, 멀티미디어 등을 모두 지원하는 풀 서비스 네트웍 ( Full Service Network ) 이 앞으로 통신망이 지향해야할 방향이다.

2) 월드 와이드 웹 ( WWW : World Wide Web ) 의 등장으로 연구분야에 치우쳐 있던 인터넷 ( Internet ) 이 일반 회사나 가정의 영역까지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3) 컴퓨터가 텔리비젼 기능을 통합하면서 미래 단말기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신문의 광고면을 메우고 있는 멀티미디어 피씨의 인기, 인터넷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 각종 통신망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네티즌의 공동체 등 우리나라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도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추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네트웍으로 연결된 세계의 중심은 ?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세상은 고도의 정보기술에 기반한 네트웍을 통해 연결되고 있다. 물론 네트웍이라고 하는 것이 꼭 정보통신 네트웍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비상연락망도 네트웍이고 학교동창회도 네트웍이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의식도 하나의 네트웍을 형성한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네트웍 위주의 사회는 기존의 사회와는 다른 모습을 갖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 다. 기업 뿐 만 아니라 그외 ( 민간단체를 포함한 ) 다양한 조직에서도 조직변화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간 큰 상사' 얘기는 기존의 위계질서 위주의 조직이 와해되는 하나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충효사상이나 연공서열과 같은 근대사회의 봉건적 잔재들도 그 수명을 다한지 오래다. ( 그래도 여전히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명심보감 운운하는 몽상가들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새로운 조직의 원리에 대하여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세계 4 대 구루 ( guru : 사상적 지도자 ) 의 한 사람이며 일본의 시민정책집단인 '헤이세이 유신회'을 이끌고 있는 오마에 겐이치는 그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 . . 현재는 모두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학습조직'의 개념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지금까지의 기업은 원래 답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사장이 사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답이 있는 것처럼 고객에게 설명하고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 오마에 겐이치 『인터네트와 비즈니스 혁명』 중에서 )

그러면 이러한 학습조직은 기존의 권위가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지금 움직이기 시작한 '퍼스널 컴퓨터를 이은 네트워크' 의 중심에는 반드시 데이터베이스가 있지 않고, 네트워크 자체가 중심이 된다. 네트워크 안에는 처음부터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고, 네트워크 자체가 중심이 된다. 네트워크 안에는 처음부터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이 다.그러나 거기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느냐 ?" 고 여러 사라의 의견을 구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전자 네트워크의 특징이다. ( 오마에 겐이치 『인터네트와 비즈니스 혁명』 중에서 )

역시 세계 4 대 구루 중의 한 사람인 톰 피터스가 흔히 잘 쓰는 말대로 혼돈의 시대에는 '미친년 널뛰듯이 하는' 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답이 정해진 문제만 달달 외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식의 모범생은 이 시대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51

/* (저자 주) 1995년 9월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도트 프린터 화이팅 !

얼마전에 아는 분이 약국을 개업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386 급 개인용 컴퓨터와 프린터가 놓여 있었고 약사는 손님과 상담을 하면서 그 손님의 병력이나 특이사항, 최근의 처방 등을 화면으로 찾아보면서 곧바로 증세를 입력하고 처방을 입력한 뒤 처방을 프린터로 출력해서 약을 조제하였다. 입력된 처방은 약국의료보험 처리를 해서 바로 의료보험비를 청구하는데 사용된다고 하였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든 장면이 동네의 작은 약국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컴퓨터가 실생활에 잘 활용되고 있는 현장을 보고나니 컴퓨터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사용중인 프린터는 요즘 웬만한 사무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구형 16 핀 도트 프린터였다. 그래서 기왕에 컴퓨터를 사용할 바에야 폼나게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잠시 사용방법을 살펴본 뒤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종이로 인쇄되는 내용은 손님의 이름과 처방된 약의 내역인데 다 합해봐야 열줄 남짓이다. 그래서 이미 처방해서 조제한뒤 그 종이를 다시 집어넣어서 몇줄을 넘긴다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조용하면서도 고속의 프린팅과 깨끗한 글씨의 품질을 제공하는 레이저 프린터도 종이의 재활용성이라는 점에서는 도트에 비하여 턱없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신제품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였다.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치면서 낡을 대로 낡고 리본을 담는 통이 망가져서 비록 고무 밴드로 고정해서 쓰고 있기는 해도 묵묵히 제몫을 - 자기보다 최소한 다섯배이상 비싼 레이저 프린터 보다도 - 잘 해내는 프린터의 모습에서 올바른 컴퓨터 활용이라는 오랜동안의 화두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한 듯 하여 기분이 좋았다.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제 역할을 해낼 구형 도트 프린터에게 '화이팅 !' 을 외쳐주고 싶다.

세계시장으로 나가자

회사일로 머리에 털나고 처음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시속 1000 Km 로 날아가는 비행기로도 몇시간씩이나 날아가야 되는 그 큰 나라에 우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출장에 방문한 회사는 개발자가 20 ~ 30 명 밖에 안되는 작은 회사이면서도 훌륭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내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는 작은 소프트웨어 하우스의 고전이 못내 아쉽게 느껴졌다. 땅이 넓은 만큼 사람도 많고 회사도 많고 그러니 컴퓨터를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자연히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클 것이다. 그래서 작은 회사라도 그 회사 나름의 틈새시장만 가지고도 훌륭히 살아남을 수 있는 여건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 소프트웨어 하우스들에게는 희망이 없을까 ? 이번 출장을 다녀오면서 내린 결론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찾는다면 우리나라와 같이 훌륭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가진 나라도 성공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작은 회사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 그 해답은 인터넷에 있다. 누구든지 인터넷 들어가서 자기의 홈 페이지를 만들어 웹을 통하여 홍보를 해 나간다면 쉽게 세계의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상품이나 개발능력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에 세계 소프트웨어계의 황제인 빌 게이츠 (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 는 '인터넷은 내가 처음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었때와 유사한 점이 많다' 고 지적한 적이 있다. 말하자면 지금 인터넷은 20년전 소프웨어 부문이 그랬듯이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젊은이를 위한 '기회의 땅' 인 것이다.

초보자를 위한 잡지

미국 출장가서 본 것 제 2 탄. 비행기를 갈아타다가 시간이 남아서 서점에 들렀다가 'PC Novice' ( 개인용 컴퓨터 초보자 ) 라는 이름의 잡지를 발견했다. 부제는 '쉬운 영어로 씌어진 컴퓨터 잡지' 였다. 내용은 초보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관련 기술 소개, 질문과 응답 등 다양하게 꾸며져 있었다. 내용을 읽으면서 우선 느낀 것은 정말 '쉬운 영어'로 씌어졌다는 점이었다. 사실 개인용 컴퓨터 분야의 유명한 잡지 ( 외국잡지나 국내잡지를 통틀어 )를 읽다보면 초보자들이 건질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다는 점이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사귀기에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종류의 잡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컴팩을 살 수 있다

얼마전에 컴팩의 회장이 한국을 다녀갔다. 컴팩은 현재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 위를 기록하는 말하자면 개인용 컴퓨터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다. 이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약간씩 모습을 보이던 컴팩 컴퓨터가 시장에 전면적으로 유통될 것이다. 컴팩 외에도 에이서, 델 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개인용 컴퓨터 광고를 신문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도 대기업 제품 과 대만산의 양대 산맥이 이뤄오던 묘한 균형을 깨고 세계화가 바야흐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컴팩, 에이서, 아이비엠, 델 과 같은 유명 브랜드의 컴퓨터가 약간 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컴퓨터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어쨌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지는 점도 틀림없이 있다. 하지만 어차피 현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기호'를 소비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 컴퓨터의 공세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이트' 에게 일격을 당한 동양맥주가 'OB' 라는 이미지를 되살린 것이나 코카콜라가 예전의 유리병과 같은 모양의 ( 여자 몸매를 본딴 ) 펫트병 콜라를 내놓은 것은 브랜드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위력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는 어떠한가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46

/* (저자 주) 1995년 8월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네요. 뭐 아직은 현실이 되진 않았지만 결국 유비쿼터스가 그걸 가능하게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음반 시장의 몰락을 예측했군요. 흠... */

요즈음 신문에 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어느 선까지 가격이 내릴 것인가 ? 또는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이 얼마나 향상 될 것인가 ? 하는 점이 궁금하게 느껴진다. 내가 1981년 여름에 처음 컴퓨터를 샀을 때 ( 더 정확히는 아버지를 졸라서 컴퓨터를 선물받았을 때 ) 는 애플 투 ( Apple ][ ) 컴퓨터가 개인용 컴퓨터로는 거의 유일한 선택의 대상이었다. 겨우 8 비트 컴퓨터였던 이 컴퓨터의 가격은 본체,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해서 거의 백만원에 육박하였다. ( 이것도 당시로서는 국산 복제품이 나와서 가격이 많이 싸진 상태였다. ) 나의 애기 ( 愛器 ) 였던 이 컴퓨터를 대학교 1학년때 까지 계속 사용하였다.

1980년대 이후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컴퓨터계의 공룡 아이비엠이 발표하고 수많은 회사에서 호환기종을 생산한 아이비엠 피씨의 전성기였다. 8비트의 변형인 8086, 8088 을 탑재한 엑스티 ( IBM-PC XT ) 의 시대를 거쳐 16비트 개인용 컴퓨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에이티 ( IBM-PC AT ) 의 시대로 이어졌다. 그 이후 개인용 컴퓨터 분야의 성능 향상은 가속도가 붙은 듯 금새 386 피씨, 486 피씨의 시대를 지나고 펜티엄이 주력기종으로 정착된 오늘에 이르렀다.

인텔에서는 이미 펜티엄의 다음 세대인 피식스 ( P6 ) 의 시제품을 공개할 시점에 이르렀고 피세븐 ( P7 ) 도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이렇게 성능은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가격은 여전히 백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야의 발달은 참으로 눈부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 향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

이를 결정하는 데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반도체 기술의 한계이다. 개인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크기, 가격, 전력소모의 범위 내에서 만들 수 있는 컴퓨터는 아무래도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반도체 기술이 발달해도 회로를 통해서 전기가 흐르려면 ( 전자가 돌아다니려면 ) 회로의 선폭이 전자의 크기보다는 넓어야 하므로 무한정 복잡한 중앙처리장치와 무한정 용량이 큰 기억소자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중앙처리장치의 성능의 한계에 대하여는 아직 상상하기 어렵지만 기억소자의 경우에는 약 2000년쯤이면 한계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물론, 전혀 새로운 기술 예를들어, 광소자, 바이오 기술 등을 사용한다면 이런 시점은 더 뒤로 미루어질 수도 있다.

개인용 컴퓨터 성능 향상의 한계를 규정하는 두번째 요소는 개인의 필요성의 한계와 맞물려 있다. 요즈음 유행하고 있는 컴퓨터의 대부분은 멀티미디어를 지향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는 음향, 음악, 동영상 등을 컴퓨터에서 처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는 기존의 개인용 컴퓨터에 음향을 담당하는 사운드 카드, 음악을 담당하는 미디 ( MIDI ) 기능, 동영상을 담당하는 영상카드 ( 대개는 엠펙카드 ) 부가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고가의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것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씨디롬 ( CD-ROM ) 으로 된 타이틀을 돌려보거나 비디오 씨디 ( Video CD ) 를 보는 수준이다.

비디오 씨디를 보는 것은 사실 비디오 씨디용 플레이어를 사거나 비디오 씨디 재생 기능을 포함한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를 사는 것이 훨씬 손쉬운 방법이다. 특히, 컴퓨터를 이용해서 비디오 씨디를 보게되면 컴퓨터에 내장된 냉각 팬 소리때문에 분위기를 잡기가 참 어렵다는 단점까지 있는 실정이다. ( 물론 귀가 좀 어둡거나 냉각 팬 소리를 들어야 심리적 안정을 얻는 컴퓨터 중독자는 예외다. )

비디오 씨디를 포함한 씨디롬 타이틀 시장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맞물려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호황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굳이 개인이 타이틀을 구입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음반시장의 변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음악은 방송을 통해서 대중에게 알려진다. 그리고 인기곡은 굳이 카세트나 씨디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라디오나 컴퓨터를 통해서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곡의 카세트나 씨디가 팔리는 이유는 개인이 듣고 싶은 순간에 들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비디오도 개인이 보고 싶은 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팔리기도 하고 대여점도 생기는 것이다. 즉, 음반시장의 존재가치는 방송이 즉시성, 쌍방향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각국에서 활발히 추진 중인 국가정보기반 ( NII : 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사업이 완성되고 (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대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이들이 상호연결되어 지구정보기반 ( GII : 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이 구축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주장하듯 모든 가정에서 '정보를 손끝으로' ( Information on your fingertips ) 주무를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때 쯤이면 가정에서 컴퓨터는 사라지고 컴퓨터와 텔레비젼, 음향기기, 홈 오토메이션이 통합된 가전제품이 가정의 벽면을 차지하게 되고 개인은 텔레비전 같이 생긴 단말기를 통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각종 정보 서비스 ( 홈 뱅킹, 각종 예약 등 ) 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복잡한 계산을 해야하는 경우에도 집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의 단말기에서 센터에 있는 슈퍼 컴퓨터에 접속하여 초고속으로 다양한 계산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요즘 텔레비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성이나 엘지의 기업 이미지 광고화면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의 어린이들은 아마 우리세대가 '보릿고개' 라는 말을 어설프게 이해하듯 개인용 컴퓨터라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옛날 얘기로 듣게 될 것이다. 타자기가 그랬고 유엔성냥이 그랬듯이 개인용 컴퓨터도 역사의 저 너머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게될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42

/* 1995년 7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우리 토양의 한계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비록 최근 들어서 UCC의 인기는 스스로 컨텐츠를 생산하는 우리 누리꾼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보여주지만 그 대다수가 여전히 카피 컨텐츠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

정보화, 세계화 이런 말들은 더 이상 어떤 전문가들의 용어가 아니라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모든 사회의 변동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토양에 영향을 받으며 그 문화토양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정보화, 세계화 할 수 있는 문화토양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한 세계화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것은 그를 주도하는 집단이 무성의하거나 무력해서라기 보다는 세계화의 대상인 동시에 주체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화토양의 척박함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정보화를 가로막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화토양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맨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은 대화문화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정보화는 새로운 대화의 양식을 제기한다. 입으로 하는 말로 매개되던 대화가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대화 ( CMC : Computer Mediated Communication ) 로 바뀌고 있다. 이 대화의 세계에서는 나이나 지위, 인종, 장애 등의 외형적인 조건보다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대화의 중심에 서게 된다. 따라서 어떤 선입관에 사로잡혀서 자기의 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은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대화의 시대에는 따돌림을 받게 된다.

새로운 대화 방식과 관련하여 한가지 생각해야할 점은 익명성에 대한 것이다. 익명성 ( anonymity ) 이라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지 않고 사이버 스페이스 ( cyberspace ) 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익명성은 남들이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 얘기나 마구 할 수 있다. 예를들어,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불만과 고충을 제대로 수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대화매체 ( 익명의 전자편지, 익명의 전자게시판 등 ) 를 제공한다면 밑바닥의 소리가 조직의 상부에까지 자유롭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익명성에는 두가지 상반된 문제가 있다. 우선, 무책임한 발언, 비난이나 유언비어의 유포를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흡사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과 마찬가지로 비록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더라도 비난을 받은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구겨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그리 쉬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익명성에 대한 두번째 문제점은 익명성을 빙자한 감시의 눈길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컴퓨터 기술은 비록 익명의 전자편지나 전자게시판이라고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있도록 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수사반장에 나오는 취조실 처럼 안에서는 자기들만 있는 줄 알고 대화를 나누지만 밖에서는 유리처럼 투명하게 방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니엘 벨이 '텔레마틱 소사이어티 ( Telematique Society )' 에서 주장한 대로 우리는 어항속의 금붕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한편, 정보사회는 정보가 힘의 근원이 되는 사회이다. 정보의 유통은 세가지 요소 즉, 사람, 정보, 매체가 갖추어져야 가능하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의 정보화 관련 사업을 보면 매체 ( 고속 통신망의 구축, 위성사업, CATV 등 ) 라는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작 그 매체가 구축된 후 그 매체를 타고 돌아다닐 정보와 그 정보을 생산하는 생산자인 사람이라는 요소에 대한 투자는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간단한 응용 프로그램을 돌리기에도 역부족인 엑스티 ( XT ) 급 컴퓨터를 교육용 피씨 ( PC ) 라고 해서 전국 각급 학교에 깔아놓고 컴퓨터를 가르쳐야할 교사들에게는 코볼이나 포트란을 가르치고 있는 현실은 결코 정보사회를 준비해가는 인재교육 방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인 것은 유통할 정보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보는 가공 상태에 따라 일차정보 ( 즉, 가공되지 않은 정보 ) 와 이차정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차정보에 속하는 것은 주어진 일차정보를 분류 기준에 따라 분류한 것, 내용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색인 정보, 각종 정보에 대한 통계자료 ( 백서 White Page 정보가 이에 속한다 ) , 자료가 있는 곳을 정리해서 알려주는 엘로우 페이지 ( Yellow Page 전화번호부가 노란색 종이에 찍혀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는 지요 )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차정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우선 그런 정보 정리작업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도구 ( 내용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 ) 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정리하려고 해도 정리의 대상이 되는 일차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요즈음 인터넷 ( Internet ) 에서 유행하고 있는 웹 ( World Wide Web 의 약칭 ) 을 통해서 국내 사이트 ( site,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컴퓨터 또는 집단 ) 를 돌아다녀 보면 자료가 매우 부실하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일차정보의 생산이 부진한 요인으로는 기록문화의 부재, 정보를 나누려는 정보 마인드의 부족 을 들 수 있다. 우리민족에게 특별히 부족한 기록문화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도정일 교수는 그의 책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에서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 다소 길지만 명문이므로 중략하지 않고 싣는다 )

억압되어 들리지 않는 목소리의 복원이 아니라면 문학은 무엇인가 ? 권력의 횡포, 제도의 폭력, 사회관계의 억압 밑에서 소리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의 그 침묵의 언어를 번역해 내는 작업이 아니라면 문학은 무엇인가 ? 갈등과 고뇌, 시련과 고통, 죽음과 배반의 시대는 있었으되 그 시대의 경험은 우리의 척박한 기억력, 그 심오한 망각의 늪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서사란 종족의 기억이고 그 기억의 보존을 위한 첫번째 장치이다. 서사를 통해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지 않은 민족 치고 자랑할 만한 문화를 일군 민족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어찌된 일인가. 우리는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역사를 기록해 온 민족이면서 기억과 반성의 능력은 천박하기 짝이 없고, 서사에서 역사를 증발시키고 기억을 잡아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논리에 휘둘리기까지 한다. 외솔 최현배가 <천박한 낙천성>이라고 부른 어떤 특성이 우리에게 있는 것인가.

정보부재 현상의 또 하나의 원인인 정보를 나누려는 정보 마인드의 부족은 우리 사회가 오랬동안 정보유통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었음에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열린 공론의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자연히 우물가에서 유통되는 유언비어나 요정에서 유통되는 비밀 첩보에 의존에 살아왔던 것이 우리의 모습이었다. 한국 현대사에 그늘을 드리웠던 무소불위의 기관 이름이 '중앙정보부' 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력한 내외의 통제를 받는 방송, 재벌언론사와 언론재벌사만이 존재하는 언론시장, 컴퓨터 통신마저 검열하여 사람들을 구속하는 정보기관. 이것이 21세기를 불과 6년 앞둔 한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런 와중에 얼마전에는 통신윤리 강령이 만들어 졌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등지에서도 통신 검열에 대한 논의가 열기를 띠고 있다. 사용자들이 음란, 외설 자료를 유통시키는 것을 막기위해 검열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부 사람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두가지의 함정이 있다.

첫째는 통신검열이 과연 가능한 가 하는 점이다. 이미 백만을 돌파한 국내 피씨 통신 사용자들이 동시에 자료를 올리고 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전자편지를 주고 받을 때 그 엄청난 양의 자료는 어떤 방식으로든 검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다고 할 지라도 엄청난 인적자원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자원을 투자해서 검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그 자원의 낭비를 능가할 것인가 ?

통신검열의 두번째 함정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10여년 전만해도 만화에서는 한방에 남녀가 둘만 같이 있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보는 만화에 그런 그림이 있는 것은 불건전한 남녀관계를 연상시키므로 불가하다는 것이 그 논지인데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그런 기준을 만들어낸 어른들의 불건전성이 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무엇이 반사회적이고 무엇이 불건전하다는 말인가 ? 그리고 반사회적이거나 불건전한 정보는 과연 꼭 규제되어야 하는 것인가 ?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얼마전에 있었던 야한 연극에 대한 논란을 되새겨 볼 만 하다. 내용의 전개상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마구 벗어대는 연극이 있어서 비난이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 연극은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록 많은 관객을 유치하였다. 이 현상을 표현하는데 '음란한 사회 근엄한 공권력' 이라는 말만큼 적절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이 말의 두 항 즉, 음란한 사회와 근엄한 공권력은 대립항이 아니라 상호의존하는 항이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개인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 정의가 없어진 사회, 생활세계에 대한 무제한의 착취를 통해서만 유지되는 사회, 폭력을 부추키고 미화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일탈의 유혹을 느끼고 이는 이 사회의 개개인을 '엿보는 톰 ( Peeping Tom )' 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열어야 한다. 눈도 열고 마음을 열고 시장도 열어야 한다. 나와 남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지 않으면 어떤 발전에 대한 의지도 발현될 수 없다. 고슴도치처럼 움추러져 자기 것은 내놓지 않고 주변을 사람들만 찌르는 사회에서는 발전이 있기가 어렵다. 여기서 최병권 기자가 쓴 '세계시민 입문'의 한 구절을 인용해보자.

고슴도치 사회에서는 영웅이 태어날 수 없다. 영웅의 탄생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영웅이 없으면 신화도 없다. 영웅과 신화가 없는 사회는 소인들의 사회이다. ( 중략 ) 신화는 픽션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염원이 픽션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신화 속의 거인을 닮고자 하는 욕구가 크면 클 수록 인간의 자기 극복 노력도 치열해진다. 이 치열함이 학문과 과학 예술 정치 경제 사회 제도의 발전을 가져왔다.

올바른 정보마인드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하고 자정능력을 키우도록 해야한다. 스스로 판단해도 행동하지 않는 개인에게 세계화, 정보화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36

/* (저자 주) 1995년 6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요즈음 가전제품의 선전을 보면 참으로 묘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더욱 간단하게, 더욱 작게' 라는 스로건을 모두들 표방하고 있다. 예전에는 화려한 기능이 각광을 받은 반면 이제는 간단한 기능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 여러가지의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서 '소비층의 다양화' 라는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끔 텔레비젼을 통해서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방송장비의 모습을 언뜻 언뜻 볼 수가 있는데 우리같은 문외한으로서는 장비가 굉장이 복잡하게 생겼다는데 그만 질려버리곤 한다. 더욱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서 장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가전제품에서는 '딱한번', '초간편' 이 가장 중요한 장점으로 부각되는 것인가 ? 방송국의 방송장비야 전문가들이 매일 사용하는 장비지만, 집에있는 브이티알은 어쩌다 한번 그것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차이점일 것이다. 모두들 집에 있는 브이티알을 생각해보라 ! 거기에는 틀림없이 예약녹화를 위해 시간을 맞추어 놓도록 되어있지만 당장 당신의 집에 있는 브이티알에는 '12:00 AM' 이라는 숫자가 허구한 날 깜빡이고 있을 것이다. 예약녹화를 위해서 시간을 맞추어 놓고 있는 집은 아마 1 % 도 안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전제품을 만드는 사람들로서는 다양한 기능 보다는 간단한 사용성이라는 점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분야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로 오면 이 얘기는 정반대로 바뀐다.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그램은 2년에 2배씩 커진다' 고 한다. 지금 잘 돌아가고 있는 당신의 최신형 컴퓨터도 2년 길게 잡아도 4년 뒤에는 평범한 프로그램을 올리기에도 용량이 부족한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말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최신형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앞으로 나올 컴퓨터에서나 돌아갈 점점 더 큰 소프트웨어 - 다르게 말하면 점점 더 뚱뚱한 소프트웨어 - 를 만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의 입장에서야 칭찬할 일이지만 제한된 재정을 가지고 문화생활 ( ? ) 을 즐기려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소름이 돋을 일이다. 당장 내가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컴퓨터도 이 원고를 쓰도록 도와주고 있는 워드 프로세서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인듯 버벅거리고 있다. 아마 이 워드 프로세서의 다음 버전은 이 컴퓨터에서 돌아가지도 않을 지 모른다. 그러면 난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제는 잡지에서도 언급하지 않는 구식 워드 프로세서의 사용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버전이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있을 만큼 충분히 더 좋은가 하는 문제는 생각할 여지가 많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워드 프로세서에서 내가 쓰고 있는 기능은 얼마나 되며, 새로운 버젼은 내가 없어서 아쉬워하던 바로 그 기능을 제공할 것인가 ? ( 거의 그런 경우는 없다 ! ) 만약 지금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도저히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을 수 밖에 없을 만큼 문제가 있다면 그걸 만들고 상품이랍시고 팔아먹은 놈은 또 얼마나 나쁜 놈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후안무치는 단지 뚱뚱한 소프트웨어로 소비자를 질리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보면 누구나 소위 '버그' 라는 제품의 결함과 마주치게 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 어떤 동작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거부 당하고 '프로그램을 종료하겠다' - 누구 마음대로 ! - 든가 '업체에 연락을 주십시요' - 안그래도 작업을 날려서 황당한데 친절하게 전화까지 해줘 ? - 라든가 '시스템 관리자에게 물어보라' - 내가 시스템 관리잔데 누구한테 물어본담 ! - 든가 라는 메시지를 화면에 남겼을 때 사용자는 개발자의 오만함에 대하여 아무런 대항도 못하고 컴퓨터를 재시동 하곤 한다.

하지만 가전제품으로 돌아가보자 텔레비전을 보면서, 세탁기로 빨래를 하면서 '버그' 때문에 속상한 적이 있는가 ? 아마도 거의 - 전혀 ! - 없을 것이다. 물론 소프트웨어가 가전제품보다 만들기에 복잡하고 결함을 생산단계에서 모두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함을 '버그' 라는 어정쩡한 말로 얼버무리면서 넘어갈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틀림없이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며 프로그램 사용계약의 약점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항상 '프로그램 사용계약서' 가 따라온다. ( 대개는 디스켓이 들어있는 허연 봉투의 겉면에 적혀있다. ) 그것을 꼼꼼히 읽어본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 거기에는 틀림없이 이렇게 적혀있다. 주의 - 개봉하기 전에 다음을 반드시 읽어 주십시오. 봉인된 이 디스켓 패키지를 개봉하는 것은 프로그램 사용계약서 내용에 동의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모두들 그냥 일단 뜯어서 설치하고 본다.

이번에는 프로그램 사용계약서를 읽어보자. 구구절절이 기가 막히지만 단연 압권은 이런 구절이다.

보증 :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증도 하지 않으며, 프로그램의 수행과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사용자가 책임을 집니다. 프로그램의 결점이 발견되더라도 이에 따르는 서비스, 정정에 대한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합니다.

예를들어, 워드 프로세서가 어떤 결함이 있어서 하드 디스크를 날리든 모니터를 태워먹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보증기간이 무슨 소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증기간에 대한 언급이 있긴 있는데 그나마 90일로 되어있다. 90일이면 대부분의 평범한 사용자로서는 아주 기초적인 기능을 익히는 수준이고 그동안 문제점을 발견하더라도 자신의 조작미숙인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기 쉽다.

사회가 정보화되면 될 수록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은 커질 것이다. 사회의 상호의존성이 높아 질수록 각 소프트웨어의 결함이 가져올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사소한 결함으로 핵폭탄이 날아갈 수도 있고 은행이 파산할 수도 있다. 나 자신도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한 사람으로서 소프트웨어의 무결성이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더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버그' 라는 핑계와 무책임한 프로그램 사용계약서 뒤에 숨어서 안주해서는 안된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사회적 책임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만국의 프로그래머여 자성하라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34

/* 1995년 5월에 모 잡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그 때는 네티즌이라는 말이 신조어였던 시절입니다. */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윈도우즈 95 ( 일명 시카고 ) 를 올해 8월에 정식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는 베타 테스트 버전을 공짜로 써 볼 수 있는데 글쎄 원래 선전하던 것 보다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던 플러그 앤 플레이 ( Plug and Play : 장치를 추가하기만 하면 윈도우즈가 알아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작동가능하게 해 주는 것 ) 는 너무나도 불안정하게 구현되어 있어서 어느 잡지의 표현대로 설치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빌고있어야 하는 ( Plug and Pray )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테스트 버전의 얘기이고 정식버전이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한편, 이에 대응하여 나온 아이비엠의 오에스/2 워프 ( OS/2 Warp ) 는 뛰어난 성능과 재미있는 텔리비전 광고 ( 엄숙한 분위기의 수녀들이 워프에 대하여 소근대는 광고.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고 무엇을 선전하는 광고인지 이해할 수 있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 ) 에도 불구하고 일단 윈도우즈에 길들여진 사용자나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인듯 하다. 한때 컴퓨터업계의 절대 강자였지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공룡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휘청이던 아이비엠이 경영혁신 ( 엄청난 노동자 학살과 노동강도의 강화 ? ) 을 통하여 얼마나 재기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설하고 이번 달에는 우리 앞에 다가온 정보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새로운 도전과 희망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정보 분야만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95년 현재 일간신문은 하루 1300만부가 인쇄되고 있고 ( 이 중에 얼마나 배포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 ) 차량용을 제외하고도 라디오는 2400만대, 텔리비전은 1300만대 이상이 전국에 보급되어 있다. 4천종이 넘는 잡지가 월간, 주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 텔리비전과 지역민방까지 얼마전에 가세하고 무궁화호 위성이 곧 우주상공에서 제 궤도를 잡고 지구를 향해 정보를 쏟아낼 시점도 곧 다가오고 있다. 정보사회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는 컴퓨터는 500만대를 넘어섰고 2천만 회선에 1600만대의 전화가 보급되어 있어 지금 한반도는 정보 유통의 홍수가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컴퓨터통신의 측면에서만 보아도 각종 통신망의 가입자가 몇백만을 돌파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고 세계적인 통신망인 인터넷에 가입하는 사용자수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좋아하는 말대로 바야흐로 세계화의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도 근사한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정보사회의 시민, 즉 네티즌 ( Netizen = Network + Citizen ) 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한국통신에서 내보내는 광고를 보면 어떤 직장인이 전화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괜히 막히는 길에 차를 타고 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상사에게 혼나는 장면이 나온다.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 널려있는 정보기기 ( 전화, 팩스, 컴퓨터 통신 등 ) 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마치 버스나 지하철을 제대로 탈 수 없는 노인들과 같은 불쌍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떤 사람들은 디지탈 문자해독 ( digital literacy ) 의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기도 한다. 구텐베르그가 인쇄술을 통하여 정보의 대중적인 파급을 가능하게 하자 더이상 정보를 특정계층에서 독점할 수 없게 되었다. 독일어로 성서가 인쇄되어 널리 보급됨으로써 중세의 절대 권력이었던 구교 ( 가톨릭 ) 가 무너지고 신교 ( 프로테스탄트 ) 의 등장을 가능하게 되었다. 근대국가에서 시행한 국민교육은 법령을 읽고 이를 준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문자의 해독능력을 가르치는 교육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이제 정보통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국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이를 학교교육이 담당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하나는 학교교육의 혜택을 더이상 받을 수 없는 성인들의 재교육에 관한 문제이고, 또 하나는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기자재나 교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프랑스는 예산의 20%를 교육에 쓴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과연 얼마나 쓸 수 있을까 ? 이런 판국에 아직 우리 교육은 대입 본고사, 평준화, 과외허용 등 몇십년동안 줄기차게 붙들고 있던 문제로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와중에 뻔한 소리 몇마디 했다고 교육부 장관을 갈아치우다니 아무리 선거국면이라지만 . . .

하지만 시각을 세계로 돌려놓고 보면 정보사회의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 진다. 우선 제도의 장벽이 무너지는 제도제국주의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예를들어, 현재 미국의 펜트하우스에서는 자기네 잡지에 나오는 기사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통하여 이런 자료를 얼마든지 받아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어떤 사전 검열이나 당국의 제지가 개입할 구석이 없다. 요즈음 관심을 끌고 있는 주문형 비디오 ( VOD : Video On Demand ) 는 집에서 전화나 CATV 케이블, 광케이블 등을 통하여 보고싶은 비디오를 골라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런 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 된다면 한국의 시청자가 미국의 비디오를 골라보는 것이 가능해 진다. 그렇다면 미국의 영화가 공윤의 가위질 한번 받지 않고 한국시장에 유통되게 된다. 더 이상 국가간의 장벽이라는 것이 성립되지 않는다. 전 세계가 단일한 제도에서 비디오를 제작, 배포,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 컴퓨터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쇼 비즈니스의 기획 등 모든 인간의 창의적인 활동 ) 분야에서 강세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는 후진국에 대하여 통신시장을 비롯하여 각종 무역, 문화, 예술, 오락, 방송, 광고 관련 제도의 변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한참 신문을 메우고 있는 한국통신노조의 농성사태는 이런 상황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텔리비전이나 신문에서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보도한 적이 없지만 말이다. 얼마전에 대구에서 도시가스 폭발 참사가 났을때 이를 가장 자세히 알려준 것도 햄 ( HAM ) 과 같은 개인적인 무선통신가들이나 하이텔, 천리안과 같은 컴퓨터 통신망이었다. 그리고 이날 참사에도 불구하고 문공부의 지시에 따라 태연스레 스포츠 중계만 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도 이들 통신망을 통해서만 토로되고 공유될 수 있었다. 통신망의 사용이 더욱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면 문공부의 지시나 받는 언론 보다는 컴퓨터 통신이 더 많은 정보를 제때에 공급하게 될것이고 그렇다면 언론이나 방송은 그 나름대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더욱 열린 보도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80년 광주과 같은 비극은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독점을 막는 이러한 컴퓨터 통신에 대하여 통제의 칼을 들이대려는 노력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만해도 주요한 자료의 통신을 모두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클리퍼 칩의 문제가 크게 문제가 되었다. 대통령이 도청 한번 잘못했다가 짤리는 나라에서도 그런 정도인데 도청이 일상화된 나라에서는 어떨까 ? 한편, 정보가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언어의 문제도 당분간은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자료가 쌓여 있더라도 언어의 장벽때문에 읽을 수 없거나 설령이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독해의 속도가 느리거나 미묘한 뉘앙스를 느낄 수 없다면 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인 약자들 - 노인들, 어린이들, 후진국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집없는 사람들 등 - 은 이러한 통신망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얼마전에 일본에서는 영국에서 일본에까지 이르는 광케이블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선진국은 전세계를 광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하여 거미줄처럼 엮고 있지만 아직도 지구상의 절반의 사람들은 전화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현실인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29

/* (저자 주) 1995년 4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세상 참 많이 변했군요. */


봄이 돌아왔다. 그렇게도 비가 없던 겨울이 지나가고 그래도 봄은 오고 북한산의 개나리에는 물이 오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린 독가스 사건이 떠들썩하고 지하철에 전경들이 방독면을 쓰고 나타나더니만 어느새 기억도 희미해져가고 지방선거정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해방 50 주년에 되는 올해의 봄은 이렇게 소란스럽게 시작하고 있다.

한편 개인용 컴퓨터계에서 올 봄의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윈도우즈용 워드프로세서의 한판 승부와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비엠, 애플의 차세대 운영체제의 싸움일 것이다.

얼마 전 한글과 컴퓨터에서 아래아한글 3.0 윈도우즈용을 내놓음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 워드 6.0, 에이아이티 코리아의 워드퍼펙, 삼성전자의 훈민정음 4.0 과의 워드 프로세서 전쟁에 뛰어 들었다. 한글 워드는 미국에서도 가장 잘나간다는 엠에스워드를 고친 것이니 기능이나 개발의 완성도, 인지도의 측면에서 기반이 워낙 단단하다. 워드퍼펙은 도스용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는 감히 당할자가 없던 강자였기 때문에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훈민정음은 제일 먼저 윈도우즈용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내놓은 곳으로서 연륜으로 보나 대기업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보나 쉽게 밀릴 상대는 아니다. 아래아한글은 우리나라 개인용 컴퓨터의 90%에서 깔려있다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가장 널리 쓰이는 워드프로세서이다. 따라서 이 싸움은 어느 누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몇 달은 더 지나봐야 어느 정도나마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예측은 시장 자체를 예측하는 것이고 사용자가 워드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은 이와는 전혀 무관한 문제이다. 남들이 아무도 안 써도 자기가 쓰기 편하고 다른 사람과 파일을 호환하는데 문제만 없다면 굳이 가장 많이 팔리는 워드프로세서를 꼭 사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워드프로세서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사람의 조언을 듣고 요즈음 잡지에 나오고 있는 비교기사를 참조한 후 직접 써보고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진 않았지만 윈도우즈 3.1의 다음은 무엇이 될 것인가를 놓고 주도권 싸움이 시작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즈 95, 윈도우즈 엔티 등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윈도우즈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한편, 윈도우즈가 탄생할 수 있도록 많은 작업을 해놓고도 막상 제품으로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아이비엠은 오에스2 2.0 워프 라는 제품을 내놓 으면서 역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 제품은 특히 속도가 느린 윈도우즈 엔티나 인스톨하는 동안 사람의 혼을 빼놓는 윈도우즈 95에 실망한 사용자를 흡수하면서 미국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폰 윈도우즈가 자기의 기술을 훔쳐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멀티미디어 분야의 선두주자임을 선언하고 있는 애플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애플의 퀵 타임 기술은 멀티디미어 분야에서만큼은 표준으로 정착할 가능성도 있다.

또 한가지 지금 컴퓨터 시장에서는 사용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건이 있다. 그것은 펜티엄 피씨인가 486 피씨인가 하는 문제 이다. 문제의 발단은 펜티엄의 오류에 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 분야에서는 모토롤라와 함께 가장 앞서가는 회사인 인텔의 최신 상품인 펜티엄의 연산기능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묘하게도 386 피씨 시장은 매우 짧게 6개월정도로 마감이 되고 바로 486 피씨 시장으로 넘어간 적이 있다. 따라서, 고집스럽게 386 피씨를 팔던 몇몇 회사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그런 회사들은 잽싸게 펜티엄 피씨로 주종을 바꾸었고 나머지 회사들은 펜티엄은 오류가 있으니 잘 안 팔릴 것이라는 예측으로 계속 486 피씨를 고집하였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펜티엄이 오류로 인한 사용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세승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 또 한가지 사용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사건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인텔의 신제품 펜티엄 칩이 기존의 칩과는 핀의 형태가 달라서 업그레이드가 안되는 것이다. 즉, 예전에 펜티엄 피씨를 구입한 사용자는 새로 나온 빠른 펜티엄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억울함은 누구한테 호소할까 ? 인텔은 새로운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억울한 건 억울한 거니까. 그런 와중에도 인텔은 펜티엄 다음의 마이크로 프로세서인 P6를 내놓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펜티엄 피씨를 살까 P6 피씨를 살까 고민해야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항상 그랬지만 컴퓨터를 산다는 것은 늘 피곤한 일이다.

한편, 작년부터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터넷의 인기는 드디어 많은 서비스 회사의 등장을 불러왔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와 같은 기존의 컴퓨터 통신 사업자는 물론이고 새로운 중소기업들도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 통신 서비스 제공회사가 많아지면서 우리나라 컴퓨터 통신 서비스의 질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지금 컴퓨터 통신은 짜증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느린 반응 속도, 제한된 정보 등으로 인해 고급 사용자로부터 외면을 당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나 전문 연구소와 같이 많은 정보를 안정적으로 송수신하고자 하는 곳은 모두 따로 망을 구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망을 따로 따로 구성해가지고는 컴퓨터 통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컴퓨터 통신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일어나서 우리나라도 컴퓨터 망을 둘러싸고 새로운 사회의 재편성이 일어나야만 세계적인 정보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하여튼 이번 봄은 여기저기서 불쑥 불쑥 솟아나는 선의의 경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이 가을에 가서는 편리한 정보사 회라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