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23

/* (저자 주) 1995년 3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 글의 앞 부분에는 고 공병우 선생님 타계 소식이 있군요.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네요. */
/* 그리고 글의 뒷부분에는 요즘 유행하는 유비쿼터서 얘기가 나오네요. 거 참... 그 때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었지? */


우선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글의 컴퓨터 처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셨고 또한 많은 업적을 남기신 공병우 선생님의 타계 에 깊이 머리 숙여 그 큰 뜻을 기리고자 한다. 공병우식 타자기를 만들어내셨고 종로에 안과를 세워서 인술을 펴셨으며 편리한 한글자판을 보급하기 위하여 직접 세벌식 자판을 개발하시고 그의 보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 그 외에도 컴퓨터에서의 한 글처리를 잘하기 위한 많은 프로그래머들의 작업에 선생의 지원이 따랐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장기까지 기증하시고 돌아가셨다는 점에 대해서는 '역시 훌륭한 분들은 끝까지 훌륭하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번 달에는 키보드를 대신하여 자료를 입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그의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처음 컴 퓨터를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키보드를 빨리 치지 못해서 '그냥 말로 하면 팍 팍 알아먹는 컴퓨터가 없을까 ? ' 하고 불평을 하 게 마련이다. 즉, 키보드를 대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맨 처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음성인식 시스템이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매우 오랫동안 연구되어왔기 때문에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유명한 소리 카드인 [사운드 블래스터]를 사면 끼워주는 [보이스 어시스트 ( Voice Assist )] 라는 프로그램만 해도 거의 100단어 정도는 문제없이 알아듣는다. 물론 임의의 단어를 모두 알아듣는 시스템은 아직 본적이 없다. 임의의 문장을 입력하려면 영어를 기준으로 한다면 A 부터 Z 까지 26 글자를 알아듣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스펠링을 하나하나 읽어주면 될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음성인식 시스템을 일반적인 입력기로 쓰기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영어에서 대문자와 소문자를 구분할 방법 이 없다. 따라서 " This " 라고 한 단어만 입력하려고 해도 '대문자 티 소문자 에이치 소문자 아이 소문자 에스' 라고 해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시프트 키나 캡스록 키의 개념을 도입하면 좀더 간단해지긴 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또 한가지의 문제점은 음성인식 시스템은 주변의 환경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이다. 주변이 시끄러우면 소음과 사람의 음성을 구 분하기가 힘들 것이고 입력하는 사람이 좀 멀리 있어서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면 제대로 입력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감도가 좋은 마이크를 써서 소리를 잡아내는 것도 문제다. 왜냐하면 옆 사람이 얘기한 것까지 몽땅 명령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 옆 사람이 자기 컴퓨터에다 대고 '파일 몽땅 지워' 그랬는데 내 컴퓨터에 있는 파일이 몽땅 지워지면 누 가 책임지나 ? )

음성인식의 또 한가지 문제점은 입력 속도와 수정 속도에 대한 것이다. 타이핑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본다면 말을 제 법 빨리 해야 겨우 타이핑 속도를 뛰어넘게 된다. 하지만 말을 빨리 하게 된다면 띄어쓰기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특히 영어 처럼 한 단어씩 띄어쓰는 경우에는 문제가 적지만 우리말의 경우에는 띄어쓴 부분에서 붙여 읽기도 하고 붙어있는데 띄어읽는 경 우도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한글처리 프로그램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수정의 문제에 오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다. 한참 말하다가 잘못된 경우 어디까지 지울 것인가를 말로 명령을 내려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 '산토끼 토끼야 어데로 악 틀 렸다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디로 가느냐' 이렇게 될까 ? '지우고' 라는 명령과 보통단어의 입력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 '지우고' 라는 단어를 입력할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명령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릴 수 있을 까 ? 산 넘어 산이로다.

하지만 이렇게 일반적인 문장을 입력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TV의 리모콘 수준의 명령만을 대신하는 간단한 경우라면 음성인식 시 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고 곧 그런 제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말을 알아듣는 TV 리모콘이라 . . . ( '야 9번 보자' '야냐 7번이야' '너 아빠말 안 들을래 ? 9번' '히잉~ 7번' '9번' '7번' '9' '7' . . . 미래의 어느날 밥상머리 에서 오가게 될 대화는 이런 것이 될까 ? )

문자를 손쉽게 입력하려는 노력 중에 거의 실용화 단계에 이른 것은 문자인식시스템이다. 영문을 기준으로 한다면 거의 완벽한 문자인식시스템이 나와있고 한글의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제한된 용도로는 활용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임금인상으로 타이피스 트들의 월급이 계속 오른다면 대량의 문서를 입력해야 하는 곳에서는 당연히 문자인식시스템의 도입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하지 만 현재 상품화된 문자인식시스템은 책과 같이 깨끗이 인쇄된 문서를 읽는 수준이고 편지봉투와 같이 손으로 쓴 글씨를 제대로 인식하는 시스템이 나오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영문, 한글, 숫자뿐만 아니라 한자까지 제대로 인식하려면 한참 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제록스 파크 ( Xerox Palo Alto Research Center )] 는 항상 가장 선진적인 기술을 내놓는 첨단 연구소이다. 여기서 얼마 전에 내놓은 시스템은 정보입력의 필요성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용한 방법은 방의 문이나 커피 포트, 볼펜 과 같은 생활주변의 모든 제품과 각 사람에게 통신기능이 되는 배지를 달아둔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방에 들어오고 나가고 커피 포트를 사용하는 하는 식의 모든 정보를 이 배지를 통하여 컴퓨터가 자동으로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즉, 일상생활의 모든 활동 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기록하게 함으로써 그런 정보를 사람이 다시 정리해서 기록하는 ( 즉, 일지를 기록해야하는 )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왠지 좀 무시무시한 생각도 든다. 이건 뭐 조지 오웰의 [1984] 소설에나 나오는 그런 썰렁한 세상 얘기 아닌가 ? 이쯤 읽은 독자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 '에이 그냥 키보드 익히고 말지뭐.'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20

/* (저자 주) 1995년 2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요즘 UCC가 유행어라고 한다면 그때는 아마 멀티미디어가 유행어 였던 모양입니다. 진짜 멀티미디어의 홍수시대가 10여년 뒤에 오리라고 그때는 상상을 했을까요? */

온통 세상이 멀티미디어로 가고 있다. 신문, 방송, 컴퓨터, 교육, 의료, 오락산업, 사무실 등 온 세상의 모든 곳에 멀티미디어 의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들뜬 목소리로 멀티미디어를 찬양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 이번 달에는 멀티미 디어에 대하여 기대나 우려를 보내는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멀티미디어 기술은 첨단 기술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 씨디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우위를 보이던 필립스가 며칠 전 갑 자기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규격의 표준화 문제에서 뒤진 기술을 가진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게임기 회사였던 닌텐 도가 어느새 명함조차 내밀기 곤란할 정도로 뒤떨어지고 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이류로 떨어지고 한번 떨어지면 따라잡기가 벅 찰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것은 표준화를 매우 어렵게 한다. 애써 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합의 와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더라도 그 사이에 그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좋은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 나온다면 누가 표준을 따르겠는가 ? 따라서 이런 첨단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표준보다는 업계 표준 ( de facto standard ) 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업계 표준은 거의 항상 두개의 서로 대립하는 컨소시엄간의 싸움의 결과로 결정이 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업 체로서는 어느 컨소시엄에 붙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안정감 있는 투자와 기술의 진보보다는 어느 쪽에 붙느냐하는 도박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우리 나라의 대부분의 기업은 어차피 자체적인 기술이 없기 때문에 대외의존을 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쪽에 붙어야할지를 고민하느라고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 다. 또 표준이 없어나 나타나는 한가지 문제점은 기술개발비나 소비자의 낭비를 들 수 있다. 애써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이 쓸모 없는 쓰레기가 된다면 그 개발비는 누가 보상하며 그런 제품을 산 소비자의 쓰린 가슴은 누가 달랠 것이며 쓰레기 종량제까지 실 시되어 버리기도 쉽지 않게 되었으니...

멀티미디어가 갖고 있는 두 번째 문제점은 정보소통량의 폭증 문제다. 멀티미디어 자료 중 동영상 ( 영화, 만화 등 ) 이나 소리 는 매우 자료의 양이 크다. 따라서 디스크에 저장하거나 통신을 통하여 전송하려고 할 때 매우 큰 부담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앞 으로 정보통신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얼마나 크게 증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지금 전세계는 정보사회를 이행하기 위 하여 어떻게 정보통신 기반시설 ( 흔히 '정보 인프라' 라고 일본식 표현을 아무 생각없이 쓴다 ) 을 구축할 것인 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가정보기반 ( NII : 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정보초고속도로 ( information superhighway ) 라는 표현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이 모두가 한 국가를 몽땅 연결하는 통신망을 구축하자는 얘기인데 이게 골치 아픈 문제를 안고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요즘 들어 갑자기 지하철 4호선이 붐비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예전에는 사당까지만 다니 던 것이 안산까지 다니게 되니까 사당에서 안산 사이에 살던 사람들은 전에는 지하철을 안 탔지만 이제는 타게 되는 것이다. 즉, 지하철을 더 많이 건설하면 할수록 지하철은 더 붐비게 된다. 으악 미치겠다. 지금도 복잡한데. 이 얘기를 정보통신망에 적용하 면 더 많은 통신망을 설치하면 할수록 소통시켜야할 자료의 양을 늘어난다. 안 그래도 늘어나는데 문자자료가 아닌 멀티미디어 자료까지 소통시키라고 하면 통신망이 어떻게 되겠는가 ? 아마 설날 호남선 고속도로처럼 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선배 한 분은 이런 상황을 놓고 버스전용차선처럼 문자전용 통신대역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 가 그러면 멀티미디어 자료를 문자자료 형태로 위장해서 보내면 어쩔 거냐 하니까 그래서 기본적으로 통신량에 대하여 요금을 할 증식으로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얘기를 하다보니 이와 비슷한 일이 생각이 나서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우리 나라에서는 공장폐수를 규제할 때 농도를 기준 으로 한다. 즉, 아주 독한 물을 내려보내는 업체는 제재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업체에서는 폐수정화처리를 하는 대 신 수돗물을 폐수에 섞어서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만들어서 내보내기도 한다. 수돗물 값이 잡혀서 내는 벌금보다 싸니까 나타나 는 현상 일게다.

멀티미디어에 대한 또 한가지 고민은 멀티미디어정보와 문자정보의 표현력에 관한 문제이다. 즉, 멀티미디어 교육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다. '사과'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말로 '크기는 대략 주먹만하고 모양은 둥그스름하며 표면은 윤택이 나고 붉은 색이다'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그림으로 떡하니 한번 보여주면 끝이라는 것이다. 즉,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 말씀에 근 거하고 있는 사상이다. 그렇다면 항상 멀티미디어정보가 진짜로 문자정보에 비하여 표현력이 더 강한가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선, 추상적인 개념을 멀티미디어정보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말로 '사랑'이라고 하면 모두가 어떤 느낌을 받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멀티미디어정보로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과 사랑을 표현한 음악을 들려준다고 말로 '사랑' 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정확한 의미전달이 가능할까 ? 따라서 어떤 대상의 표현에 있어서 문자정보와 멀티미디어정보는 어느게 낫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서로 보충하고 협력하는 관계가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상매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문명의 진보라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기본적으로 영상매체는 즉흥적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민감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림의 시대를 지나 사진이 나오고 영화까지 나왔지만 예 술로서 그림의 가치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아무리 영상물이 판쳐도 책의 의미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소설을 소재로 만 든 영화 중에 원작 소설보다 더 나은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을 보면 점차 영상물에 탐닉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16

/* (저자 주) 1995년 1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이 이야기의 1편은
-> (여기에) <-

독자를 만난다는 것은 항상 즐겁다.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독자들을 만났다. 아무리 빈말이라도 내 글을 읽었다는 말을 들으면 한편으로는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재미있고 내용 있는 글을 써내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미안스러운 생각도 든다. 나를 잘 아는 어떤 독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써내는 재주"를 가졌다고 한다. 글쎄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나 ?

그런데 갑자기 짜증스러운 일이 생겼다. ( 아니 짜증스러운 일을 새삼 되새기게 되었다. ) 내가 있는 사무실은 정부종합청사와 가깝기 때문에 항상 각종 시위를 본의 아니게 보게 된다. 오늘은 굴업도에 설치하기로 한 핵폐기장 때문에 주변의 주민들이 집단 으로 와서 시위를 했다. 다른 시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전경이 호위를 한 가운데에서 말이다.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하는 것을 보고 현 정부의 "세계화"라는 구호가 얼마나 허구적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안쏘니 기든스는 "지역사회의 전지구적 연결"로 세계화를 설명한 바 있다. 지역사회 단위에서의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내고 그를 통하 여 지역사회의 공공선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전지구적인 조화를 꾀하는 것이 세계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행하려는 후진국형 정치행태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인가 ?

짜증나는 얘기는 그만하고 컴퓨터 얘기나 좀 하자. 작년 9 월호에 키보드의 각 키에 붙은 여러 가지 이름에 대한 얘기가 나갔지 만 그 후에 만난 어떤 초보자에게 받은 질문이 있어서 독자들에게도 소개하려고 한다. 키보드의 오른쪽에 보면 숫자 키가 탁상계 산기 마냥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얘들은 뭐하는 거냐 ? 그리고 일반 글자 자판의 위쪽에 있는 한 줄로 된 숫자 키와의 관계 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해오는 사람이 종종 있다. 우선 오른쪽에 모여있는 숫자 키를 자세히 보면 한 키에 두개의 설명 ( 한 글 자판인 경우 세개의 설명 ) 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1 번 키에는 ( 일반 글자 자판에 있는 1 번 키와 구별하기 위해서 회색 1 번 키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일반 글자 자판의 키는 모두 흰색 나머지는 회색으로 색칠이 되어있다. ) 1이라는 숫자 말고도 End ( 한글 자판인 경우에는 끝 ) 이라는 설명도 적혀있다. 그 키를 눌렀을 때 1이 찍힐 것인지 줄의 끝으로 가는 기능 을 할 것인지는 Num Lock 키가 결정한다. 아이비엠 피씨의 키보드에는 불이 들어오는 곳이 세군데 있는데 각각의 이름이 Num Loc k, Caps Lock, Scroll Lock 이다. 이 중에서 Num Lock 에 불이 켜있으면 회색 1 번 키를 눌렀을 때 1 이 찍히고 불이 켜있지 않 으면 End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은 왜 어떤 키에는 혹이 붙어있느냐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일반 글자 자판의 F 키와 J 키에는 혹이 붙어 있다. ( 어떤 자판은 혹이 붙어 있지 않고 속으로 쏙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혹이 안 붙은 것도 있다. ) 그런데 더 자세히 보면 회색 자 판의 5 번 키에도 혹을 붙어 있다. 이 혹은 자판을 안보고 타이핑을 하는 경우에 손이 딴 자리에 놓이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즉, 일반 자판의 경우 왼쪽 새끼손가락부터 집게손가락까지를 A, S, D, F 키에, 오른쪽 집게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를 J, K, L, ; 키에 가지런히 놓고 타이핑을 한다. 그래서 그 위치가 제대로 잡혔는 지를 자판을 보지 않고 타이핑하는 사람이 감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회색 키 5 번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세번째 질문은 왜 키가 아래위로 가지런하지 않고 왼쪽으로 비스듬히 배열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썩 좋은 질문이다.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른다. 아마도 타자기를 쓰던 시절의 습관 때문이 아닐까 추정은 할 수 있다. 타자기의 경우에는 각 키가 긴 쇠막대 를 밀고 그 막대의 끝에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먹지를 통해 종이에 글자를 찍어주는데 만약 각 키가 가지런히 되어 있으면 쇠막 대가 서로 꼬이거나 한 키를 눌렀을 때 다른 쇠막대까지 눌릴 수 있기 때문에 비스듬히 배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습관 때문에 이제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

최근 들어서는 가지런히 배열한 키보드가 나오고 있긴 하다. 심지어는 왼손 자판과 오른손 자판을 분리해서 적당한 간격으로 조 정할 수 있게 한 자판도 나오고 있다. 더 심한 경우에는 왼손/오른손 자판을 완전히 쪼개고 자판을 세워서 양손이 자판을 싸안듯 이 쓰는 키보드도 있다. 그 키보드를 만들어서 파는 회사의 주장은 사람이 손을 내밀었을 때 가장 자연스런 자세는 손등이 위로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은 안쪽으로 가고 손등은 바깥쪽으로 가게 즉, 엄지손가락은 위로 새끼손가락은 밑으로 가게 하 는 것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돈 만 있으면 좀 더 편리한 키보드를 골라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키보드를 오래 쓰면 아무래도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랬을 때는 키 하나하나를 뽑아내서 닦아주면 된다. 뽑는 방법 은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서 젓가락이나 동전 따위로 위로 쑥 뽑아내면 된다 한가지 주의할 사항은 스페이스 바, 엔터 키 처럼 좀 큰 것들은 자연스럽게 키가 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조그마한 쇠 갈고리가 들어 있어서 분해/조립하기가 좀 어렵게 되어 있 는데 아주 손재주가 없는 사람은 뽑지 말고 청소하는 것이 낫다. 시중에는 사용중에 키보드를 보호하기 위해서 얇은 비닐로 표면 을 싸주는 제품이 있는데 사실 그런 것으로 키보드를 덮어 놓고 키를 두들기다보면 아무래도 손가락에 힘이 더 들어가서 쓰기가 불편하다. ( 직업병도 생길 수 있다 ) 까짓거 더러워지면 닦으면 되지 애써 싸놓고 쓸 필요가 있을까 ? 한편, 키보드와 가장 멀 리해야 하는 것은 물이다. 커피 잔이라도 키보드 위에 엎지르게 되면 당장 키보드를 못쓰게 된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그런 경우에는 잽싸게 컴퓨터를 끄고 키보드를 분해해서 물기를 닦은 다음 충분히 말린 후 사용하면 된다. ( 성질이 급한 사람은 헤 어 드라이어를 이용해서 말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말리면 된다.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12

/* (저자 주) 1994년 12월에 모 잡지에 기고하여 1995년 신년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10여년 전과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

온갖 끔찍한 사고와 공무원들의 비리로 떡 칠이 된 1994년은 그렇게 가고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흘러 1995년의 아침이 밝았다. 올해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은 해다. 21세기를 앞둔 마지막 10년의 딱 절반이 지난 해다. 21세기가 오기 전에 이 일은 꼭 하자 고 다짐한 많은 사람들, 많은 모임에서는 이제 중간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올해는 해방된지 딱 50년이 되는 해이다. 그 지긋지긋한 일제치하에서 벗어나 해방의 기쁨을 맞은 지 백년의 절반이 지났다. 그 뿐인가 ? 외세에 의해 우리의 기대와는 어 긋나게 분단이 된 지도 50년이 되었다. 그리고 국제연합 ( UN ) 이 만들어진지도 50년이 되는 해이다. 올해를 국제연합에서는 ' 관용의 해'로 정했단다. '관용'이라... 늘 당하고만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관용이란 어떤 것일까 ? 우리 민족사를 짓밟아 온 그 수많은 고난을 가시 면류관처럼 쓰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는 예수처럼 모두 용서하라는 것인가 ?

컴퓨터와 관련해서 올해는 어떤 일이 있을까를 쓰는 것이 새해 첫 호에 글을 쓰는 이의 도리이겠지만 글쎄 그런 식의 얘기를 더 쓰기는 힘들어 진 것 같다. 너무나도 빨리 변하는 컴퓨터계의 생리를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이 예상이나 하리요 ? 그저 올해도 컴 퓨터는 더 많이 팔릴 것이고, 컴퓨터 값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조잡한 멀티미디어 관련 상품이 판을 칠 것이고, 그에 따라 미국 의 저질 폭력·섹스물이 우리 소프트웨어 시장을 어지럽힐 것이고, 높은 사람들은 초고속 통신망을 누가 얼마의 예산을 따 가지 고 추진할 것인지 골머리를 썩히고 로비 하느라고 바쁠 것이고, 대기업들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통신 서비스 사 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서 기존의 업체들을 위협할 것이고 뻔한 얘기 아닌가 ?

올해에도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은 혼전을 할 것이다. 바보 같은 인텔사가 펜티엄 칩의 치명적인 결함을 제때에 고치지 못해서 아이비엠사가 펜티엄 컴퓨터의 생산을 중단한 것은 지난 12월 중순의 일인데 이 글이 출판될 때쯤이면 어떻게 상황이 바뀌어 있 을까 ? 아이비엠은 그렇게 돈을 들여 파워칩을 만들어 놓고도 계속 펜티엄 피씨나 만들더니 쯧쯧... 그래도 파워칩을 채택하는 컴퓨터는 계속 나올 것이고 인텔 진영도 전열을 가다듬어 왕좌를 뺏기지 않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할 것이다.
올해를 목표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가 있다. 바로 윈도우즈 95 다. 일명 시카고라는 코드 네임으로 추진되던 것이 올해에는 상 품화되어 나온단다. 한글판은 어떻게 나올지 ? 조합형 한글을 채택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정말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아직 한글 판이 나오지 않은 윈도우즈 엔티 도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하우스의 신데렐라인 [한글과 컴퓨터]에서는 윈도우즈 95 를 목표로 아래아 한글 3.0 을 발표한다는데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그나마 남은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인지 아니면 외산 소프트웨어의 위력에 밀려서 사라질 것인지 .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어떤 판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이런 저런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내가 새해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 우선 새해에는 근사한 컴퓨터를 한 대 마련해야겠다. 486SX이상의 중앙처리장치에 8 메가 바이트의 주기억장치, 하드 디스크는 한 500 메가 바이트쯤이면 되겠지. 거기에다가 팩스모 뎀을 달고, 16비트 사운드카드도 달아야겠다. 비디오 카드는 기억장치를 2 메가 바이트를 내장한 강력한 브이지에이면 되겠고 마 우스에 컬러 모니터는 물론 기본이지. 앗 빼먹을 뻔했다. 2배속 씨디롬 드라이브도 사야된다. 물론 음악 씨디는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쓸 수 있는 기종이면 금상첨화다. 이런 시스템만 일단 갖추면 오성식 생활영어도 보고 ( 듣고가 맞나 ? ) 샌디에고 동물 원도 가볼 수 있다. 어쩌면 집사람 몰래 찐한 그림을 잔뜩 모아놓은 씨디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히히히. :-) ( 왼쪽 그림은 책 을 반시계방향으로 90°돌려서 보세요 )
그리고, 노트북에 붙일 포켓 모뎀을 하나 사야겠다. 노트북은 있는데 모뎀이 없어서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올해는 아 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꼭 하나 사야겠다. 포켓 모뎀은 팩스기능은 당연히 되어야 하고 또 작을 수록 좋고 어댑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사야지. 노트북 가방에 가뜩이나 넣을 것도 많은데 모뎀용 어댑터까지 넣어 갖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물에 빠진 인 디애나 존스 마냥 한편 용맹스럽고 지혜로와 보이면서도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하하.

올해에는 전화요금이 왕창 내렸으면 좋겠다. 모뎀을 통해 하이텔이나 천리안이나 나우콤 같은 통신망을 사용하고 싶어도 통신 속도가 워낙 느려 터져서 가뜩이나 속까지 터지는데 요금까지 비싸니 원... 음성 통신과 컴퓨터 통신의 요금을 별도로 매겨서 정 보사회로의 진입에 이바지하겠다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 한국통신에 많이 입사해야 되는 건데. 그리고 컴퓨터 통신과 관련해서는 하나 더. 올해에는 인터넷 서비스가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월드 와이드 웹 ( WWW : World W ide Web ) 같이 화려한 서비스를 많은 우리나라 컴퓨터 사용자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올해에는 레이저 프린터도 하나 샀으면 좋겠다. 요즘 레이저 프린터 가격이 워낙 떨어지고 있으니까 잘만하면 하나쯤 어떻게 장 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긴 하다. 레이저 프린터는 그 자체가 워낙 전기를 많이 소모하고, 안에 있는 토너 통이 상당히 유독한 폐기물이 된다는데 환경을 생각하는 21세기적 인간인 내가 레이저 프린터를 산다는 건 왠지 마음 에 걸린다. 그냥 친구 집에 있는 걸로 만족해야하나 ? 대신 잉크젯을 사볼까 ? 요즈음 컬러 잉크젯이 잘나온다는데. 그런데 컬러 로 인쇄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 모르겠다. 다음에 생각해야지.

그리고 요즘 관심을 끄는 것은 정보공개법이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이미 이런 법이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미국의 예를 들면 , 스페이스 셔틀에 플루토늄을 싣고 우주공간에 가서 실험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시민들이 정보공개법을 통하여 우연히 그 사실 을 알고 반대해서 실험을 못하게 한 적이 있다. 만약 그 계획이 그대로 추진되고 챌린저호처럼 발사 중에 사고가 난다면 그 피해 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을 것이다. 우리 생활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정보 중에서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를 공 개 받을 수만 있다면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만약 정보공개법이 제정되면 당장에 지리산 꼭대기까지 아스팔트를 놓도록 한 작자가 누구인지와 덕유산에 아름드리 나무를 잘라내고 스키장을 만들도록 허가한 주범이 누구인지를 찾아내서 혼내줘 야 겠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서울의 그린 벨트 구역이 XXX연구소 따위의 이름을 가진 각종 공공기관에 의해 몇십 퍼센 트가 잠식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공사를 허가해준 놈도 찾아야 한다. 일반 서민들은 그린 벨트 때문에 화장실에 비가 새도 수리 도 못하는데 건물을 짓다니. 올해는 이렇게 속썩이는 놈들이 싹없어 졌으면 좋겠다. 소박한 시민들이 흥겹게 어울려 사는 세상은 언제나 오려나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08

/* (저자 주) 1994년 10월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지난달에는 컴퓨터가 걸리는 병인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달에는 컴퓨터를 씀으로서 사람이 걸리는 병에 대 해 알아보기로 하자. 컴퓨터가 일반 사무실에서 널리 쓰이게 됨에 따라 많은 사무직 노동자의 작업 형식을 바꾸었고 그 결과로 전에는 없는 병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컴퓨터 사용과 관련하여 가장 널리 알려진 병명은 경견완증후군(무슨 말이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쨌든 영어로는 cervico brachial pain syndrome 이라고 쓴다. cervico 는 목, brachi al 은 팔을 가리키는 말이다.)이다. 이 병은 잘못된 자세로 특히, 손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계속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면 반복적인 자극이 어깨와 팔꿈치 관절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심하면 허리 통증으로까지 발전하는 병이다. 이렇게 반복적인 자극에 의한 부상을 통칭하여서 알에스 아이 ( RSI : repetitive strain injuries 반복성 좌상 손상 ) 라고 부른다. 알에스아이에 속하는 병으로는 수근터널증후군 ( carpal tunnel syndrome ), 건염 ( tendinitis ), 건초염 ( ten osynovitis ) 등이 있다. 경견완증후군의 경우에는 산업재해로 인정되기 때문에 컴퓨터 키보드나 키 편치를 많이 해서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을 그나마 보상을 받고 있는 편이다.

최근 들어서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병은 브이디티 ( VDT ) 증후군이다. 브이디티라는 것은 화면표시 터미널 ( Video Display Terminal ) 의 약자로서 텔레비전같이 생긴 모니터를 이용해서 자료를 보고 키보드로 입력하는 가장 일반적인 터미널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전에는 ( 20년쯤 전에는 ) 모니터 화면 대신에 텔렉스 비슷하게 생긴 텔레타이프 터미널을 사용했는데 그 터미널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가장 널리 쓰이게 된 터미널이 바로 브이디티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급속도로 일반화된 개인용 컴퓨터도 이 브이디티와 마찬가지로 모니터와 키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 병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브이디 티 증후군의 증세에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두통, 눈의 통증, 팔·다리·어깨·손목 등의 통증, 피로, 불면, 소화불량 등이 있 다.

브이디티 증후군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하나는 키보드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화면 ( 모니터 ) 를 사용하는 방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병의 예방법을 잠시 알아보고 넘어가자. ( 1992년 6월 4 일자 한겨레신문에서 재인용 )

브이디티 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

조명

어두운 배경에 밝은 문자로 표시되는 화면을 사용할 경우 서류에 대한 조명은 일반 사무실 조명보다 약간 어둡게 한다. 밝은 배 경에 어두운 문자로 표시되는 화면을 사용할 경우 보고 있는 사로도 같이 밝게 한다. 주변이 어두우면 입력용 서류를 위한 보조 등을 사용한다.

화면밝기

밝은 화면의 밝기는 입력용 서류의 밝기와 비슷하게 조정한다. 어두운 화면에서는 '문자는 획이 번져 보이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밝게', '문자와 배경 밝기 차이는 크게', '눈에 편하게' 조정한다. 주변이 밝으면 화면도 밝게, 주변이 어두우면 화면도 어둡게 조정한다. 화면과 보안경 사이에 낀 먼지를 없앤다.

성가신 빛

직사광선 또는 반사광선이 눈에 들지 않도록 작업대를 배치한다. 위치 조정이 불가능할 경우 커튼이나 차광망으로 외광을 조절 한다. 화면을 천장 쪽으로 향하게 하지 않는다. 보안경을 붙인다. 화면 주위에 빛 가리개를 붙인다. 조명등을 가리는 반투명 차 양이나 칸막이를 설치한다.

기기배치

화면 상단은 눈 높이에 맞춘다. 모니터는 앉은 자세에서 팔을 뻗어 손끝 부근에 오도록 배치한다. 화면과 서류 받침대는 되도록 가깝게 배치한다. 키보드는 이를 조작하는 손이나 손목 또는 팔의 일부를 작업면에 지지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작업자세

자연스럽게 정면을 쳐다본다. 윗몸은 힘을 빼고 등받이에 기댄다. 허리부분을 충분히 받쳐주도록 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 위팔 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다. 위팔과 앞팔 사이의 각도는 90도 안팎을 유지한다. 앞팔, 손목, 손을 자연스럽게 일직선을 유지한다. 손, 손목, 팔의 일부를 작업면에 지지되도록 한다. 앉은 면 앞 가장자리가 오금이나 대퇴부를 누르지 않도록 한다. 발은 바닥이 나 발받침에 완전히 댄다.

의자높이

높이 조정이 불가능한 작업대 또는 기존 사무용 책상 위에 키보드를 놓고 사용하는 경우 작업면 높이에 맞추어 의자 앉은 면 높 이를 조정하고 발이 바닥에 완전히 닿지 않으면 발받침을 이용한다. 높이 조정이 되는 작업대를 사용할 경우 의자 앉는 면의 높 이는 사용자의 오금과 구두 뒷굽 높이에 맞춘다.

피로방지

눈이 피로해지면 사무실 한편의 먼 곳 또는 창밖에 먼 곳을 본다. 화면 표시색으로 적색이나 청색은 피한다. 간단한 체조로 긴 장된 몸을 푼다. 이중 초점 안경을 사용하지 않는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문제는 키보드와 화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서 제대 로 쓰이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으로는 보안경이 있다. 보안경의 종류도 다양해서 유리, 플라스틱, 망사 등을 사용한 보안경이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보안경 사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지가 끼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점이다 . 원래 모니터는 강력한 정전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유난히도 먼지가 많이 낀다. 따라서 보안경을 쓰던 안 쓰던 간에 먼지를 열 심히 닦아서 난반사에 따른 눈의 피로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보안경을 낀 채 먼지를 열심히 안 닦으면 그냥 모니터 면에 붙는 것보다 최대 3배 ( 붙을 수 있는 면이 1에서 3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 의 먼지가 더 붙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 다음에 많이 쓰이는 것으로는 뉴X랄 등의 전자파 차단 장치이다. 일부에서는 선인장이 전자파를 없애준다고 하여 선인장을 모니터 위에 올려놓고 쓰기도 한다. 이런 장치의 효능을 따지기에 앞서서 이 전자파의 정체부터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도 모니터 또는 컴퓨터가 내놓는 전자파의 정체나 그 영향에 대하여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작년엔가 있었던 광과민성 발작증세 ( 닌텐도 게임기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증세 ) 사건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모니터 안에 있는 수직편향시스템에서 100 Hz ( 헤르츠 ) 이하의 매우 낮은 주파수의 자기파(이 자기장의 이름은 매우 낮은 주파수의 자기장이라는 뜻에서 extremely low frequency m agnetic field ( 줄여서, ELF magnetic field ) 라고 부른다.) 가 나오고 이것이 문제의 원인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독일, 영국, 국제방사보호협회 ( International Radiation Protection Association ) 에서는 모니터에서 30cm 떨어진 곳에서 자기장이 1.0 μT ( 마이크로 테슬라 ) 이하로 규정하고 있고 스웨덴에서는 0.2μT 이하고 규정하였고, 미국은 아직 규정이 없다 .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모니터는 정면에서는 76cm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0.2μT가 나오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에서 쓰지 만 않으면 된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할만한 것은 모니터의 옆이나 뒤쪽으로는 122cm 떨어진 곳이라야 0.2μT 이하고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즉, 정작 모니터를 쓰는 사람보다 옆이나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더 위험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니터가 여러 대 있는 사무실에서는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조명과 모니터의 밝기 조정도 중요한 문제이다. 화면이나 보안경에 내 얼굴이 비친다면 빵점이다. 직사광선이나 반사광선이 강 하게 들어온다는 증거인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눈이 피로해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개는 모니터를 너무 밝게 해놓고 쓰는 경 우가 많은데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 안에서 어둡게 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는 키보드로 넘어가보자. 키보드에 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키보드와 손의 상대적인 높이의 문제일 것이다. 앞의 기사에 서도 살펴보았듯이 팔의 일부를 어디엔가 대고 키보드 위에 손끝이 자연스럽게 닿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키보드가 놓인 탁자가 낮거나 의자가 높아야 한다. 대개 사무실용 책상이나 공부방에 있는 책상은 키보드를 올려놓기에는 너무 높다. 그러므로 컴퓨터용 가구를 쓰지 않는 경우에는 의자를 충분히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팔의 일부를 어디엔가 대야되는데 이를 위해서 최근 에는 암레스트 ( arm rest ) 라고 해서 손목을 올려놓고 쉴 수 있게 키보드에 대로 쓰는 부드러운 받침대를 쓰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컴퓨터용 가구에 있는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컴퓨터용 의자는 팔걸이의 위치를 마음대로 조절하여 팔을 편안히 올려놓고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있다. ( 돈이 있는 사람들은 사서 쓸만하다. )

키보드에 관련하여 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좋은 키보드를 애초에 사야된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대부분의 키보드가 썩 좋게 나오지만 아직도 촉감이 나쁜 키보드도 시장에 있다. 컴퓨터를 많이 써본 사람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키보드는 꼭 촉감이 좋 은 것을 골라야 한다. 키보드의 촉감이 좋다고 하는 것은 키를 누를 때 너무 딱딱거리지도 말아야 하고 솜을 누르는 듯 눌렀는지 말았는지 구분이 안되는 것도 안 좋다. 가장 좋은 키보드는 내가 눌렀다고 생각했을 때는 꼭 눌리고 그냥 손만 대서는 눌리지 않는 키보드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01

/* (저자 주) 1994년 9월에 모 잡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

컴퓨터와 관련된 질병은 크게 둘로 나눌 수가 있다. 우선 컴퓨터가 걸리는 병이 있고,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흔히 걸리는 병이 있다. 컴퓨터가 걸리는 병을 컴퓨터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오늘은 이 컴퓨터 바이러스와 관련된 얘기를 해볼까 한다 . 컴퓨터 바이러스는 '능동적으로 동작하면서 컴퓨터 시스템에 해를 끼치거나 사용을 불편하게 하는 조그마한 프로그램'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초창기 바이러스 중에 브레인 바이러스라고 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 된 시스템에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작업을 하면 디스크의 이름을 (c)Brain 이라고 바꾸어 버리고 디스크의 일부에 이상한 자료를 쓴다.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는 영역만 파괴하므로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자료가 들어있는 부분을 파괴하기 시작하면 상당히 곤 란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폭포 바이러스는 글자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또, 핑퐁 바이러스는 글자가 화면에서 탁구공처럼 돌아다닌다. 이런 바이러스는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심각한 바이러스도 있다. 예를 들어, 어둠의 복수자 ( dark aven ger ) 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는 하드 디스크를 못쓰게 만들어 버린다. 하드 디스크의 자료를 몽땅 지워야하는 매우 고약한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유행한 게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게임에서는 프로그램이 여러 개의 작은 프로그램으로 변신하면서 상대방의 프로그램을 찾아서 죽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즉, 하나의 프로그램이 은밀히 숨어서 활동을 계 속하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이런 기술이 일반에게 알려지자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바이 러스는 주로 계몽적인 목적이 강하였다. 즉,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를 막는 역할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 한 사람들은 괜찮지만 불법으로 복사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복사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 바이러스 제 작자가 원했던 그렇지 않든 간에 - 불법복사를 억제하는 역할을 일부나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바이러스도 있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화면에 마돈나가 노래하는 선정적인 화면이 나온다. 한참 보고 나면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 '너는 컴퓨터 를 겨우 이런 일에 쓰냐. ...' 그리고는 하드 디스크를 몽땅 파괴했다는 말이 나온다. 즉,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많은 사용자에 대한 해커들의 경고성 바이러스인 셈이다.

지금이야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어떻게 감염되고 어떻게 방어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반인의 인식은 매우 낮은 것이었다. 심지어는 텔레비전에 나와서 인터뷰한 어떤 컴퓨터 전문가가 키보드를 통하여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으니 컴퓨터를 쓰는 사람들은 조심하라는 말을 심각하게 한 적도 있다. 바이러스가 많아지자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스캔 ( scan )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맥아피, 백신Ⅲ로 유명한 안철수 교수 ( 묘하게도 안철수 교수는 실제로 의대 교수이다 ) 등이 유명하다. 이렇게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바이러스를 분석한 자료들이 나오게 되었는데 이게 문제가 되었다. 바이러스를 분석한 자료를 공부해서 아무나 바이러스를 마구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바이러스와 백신의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되었다.

바이러스와 비슷한 것에 [트로이의 목마]라는 것이 있다. 이는 바이러스처럼 컴퓨터의 메모리에 숨어서 계속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시스템의 파괴작업을 병행하는 프로그램' 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드 디스크의 기능을 좋게 해주는 프로그램인줄 알고 돌렸는데 하드 디스크를 몽땅 지우는 프로그램일 수도 있는 것 이다. 트로이의 목마는 주로 통신망의 자료실에 많이 올라와 있는데 순진한 사용자는 무심코 좋은 프로그램인 줄 알고 받아서 돌 려보았다가 엄청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통신망의 자료실에 올라와 있는 트로이의 목마 프로그램은 다수의 무차 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성이 크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파괴행위를 하는지를 프로그램을 돌려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인지 아닌지를 미리 알 수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므로 통신망을 통 해서 프로그램을 입수할 때는 반드시 믿을 만한 사용자가 올려놓은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바이러스도 정품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지만 정품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회사들마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정품 소프트웨어 유통을 촉진하기는커녕 소프트웨어 유통 자체를 억제하는 악영 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컴퓨터 통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 바이러스는 좋은 자료의 광범한 유통을 막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용자들의 시스템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시간적, 정신적, 물질적 낭비를 초래한다. ( 바이러스 때문에 작업한 것을 몽땅 날려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 모를 것이다 )

그러면 바이러스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프로그램 을 내 컴퓨터에서 돌리거나 컴퓨터에 감염된 디스켓을 내 컴퓨터에 넣고 작업을 하는 경우 두 가지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서 프로그램을 받거나 통신망에서 프로그램을 받아오는 경우에는 먼저 바이러스 검사 프로그램을 돌려서 그 프로그램이 감염된 프로그램이 아닌지 검사한다. 마찬가지로 남의 디스켓을 내 컴퓨터 드라이브에 넣자마자 감염된 디스크가 아닌지 검사하는 습관 을 가져야 한다.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면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절차에 따라 치료를 해나가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프로그 램의 날짜를 보아서 어느 프로그램부터 감염되기 시작하였는지 즉, 감염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확인하여 끝까지 추적해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디스켓이 감염되어 있어서 하드 디스크가 감염되었다면 하드 디스크만 치료해서는 소 용없다. 어느 디스켓에서 감염되었는지 꼭 찾아내어서 치료해야 한다. ( 안 그러면 재발한다. ) 여러 가지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통칭해서 바이러스라고 부를 뿐 어떤 규칙이 없다. 즉, 모든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은 그 프로그램을 만들 당시 만든 사람이 알 고 있는 모든 바이러스를 찾거나 고치도록 되어 있을 뿐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은 항상 최신판을 받아서 가지고 있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래도 어차피 걸리려면 걸리게 되어 있다 . 그러므로 틈틈이 디스켓으로 중요한 자료를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디스켓으로 보관할 때도 한 디스켓에 받지 말고 여러 장을 준비해서 오늘은 1번에 내일은 2번에 그 다음은 3번 이런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받아두면 좋다. 그리고 최신 바이러스 치료 프로 그램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바이러스가 있다면 꼭 통신망을 통하여 알려야 한다. 그래야 빨리 치료 프로그램이 나오고 다른 피해 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품 프로그램은 거의 감염되어 있는 경우가 없으므로 프로그램을 사서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다.

열 포졸이 한 도둑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조심하고 애를 써도 바이러스의 유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바이러스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인간'의 문제로 돌아온다. 왜 어떤 놈들은 바이러스를 자꾸만 만드는 것이냐 ? 아무도 바이 러스를 안 만들면 될 것 아니냐 ?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바이러스를 만드는가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실력은 있 지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해커들이 세상에 대해서 복수하는 것이라는 설, 해커들은 원래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아무 런 죄의식없이 재미로 취미 삼아 한다는 설. 글쎄 모두 일리가 있는 얘기다. 어쨌든 지금의 세상이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 람을 생각하지 않고 고독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개인주의적 세상이며 사람들의 능력과 관심을 효율적으로 엮어내는데 실패하고 있 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1 13:03

/* (저자 주) 1994년 8월에 모 잡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딴 데서는 볼 수도 없으니 내 블로그에라도 남겨둬야지요. ㅎㅎ */

대부분의 사용자가 가장 널리 사용하는 컴퓨터 입력장치는 키보드이다. 어떤 사람은 자판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키보드라고 하 나 한자말로 자판이라고하나 그게 그거라서 나는 키보드라는 말을 더 즐겨쓴다. 그런데 키보드라는 말에는 건반악기라는 뜻도 있 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키보드라는 말은 키 ( key ) 와 보드 ( board ) 라는 말이 결합된 것이다. 즉, 글쇠가 쭉 놓여있는 판자라는 뜻이렸다. 그러니 키보드에는 100개가 넘는 글쇠가 달려있다. 오늘은 이들 글쇠의 이름에 얽힌 얘기를 해보겠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키보드는 101키보드 ( 키가 101개 달려있는 키보드 ) 이다. 한/영, 한자 글쇠가 더 붙어서 103키가 된 것도 있다. 언젠가 한글 키보드가 나온다는 기사가 신문에 난 적이 있었는데 도대체 '한글'키보드가 뭔가 하고 궁금해다가 실물 을 보고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글쇠에다가 한글로 그 글쇠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이다. F1, F2 등의 기능 글쇠 ( function key ) 를 기능1, 기능2 따위로 번역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Ctrl, Alt, Shift 를 조정, 변경, 변환으로 번역한 것은 아쉬운 점이 없 지 않았다. PgUp, PgDn 은 쪽올림, 쪽내림으로 한 것은 좋았지만 바로 아래에 있는 Ins, Del 을 삽입, 삭제로 한 것은 넣기, 빼 기 ( 또는 지우기 ) 로 해야 짝이 맞을 것이다. 한글 키보드 얘기는 그만하고 글쇠하나에 붙은 이름을 얘기하자.

가장 많이 쓰는 글쇠는 아마 스페이스 바 ( space bar ) 일 것이다. 많이 쓰이는 만큼 차지하는 면적도 일등이다. 하지만 아이 비엠 ( IBM ) 에서 나온 키보드중에는 이 스페이스 바를 다섯쪽으로 쪼개서 쓰기 곤란하게 만들어 놓았다. 자기들 딴에는 잘한다 고 한 일인데 막상 쓰려고하면 정내미가 뚝 떨어진다. 한글 키보에에서도 스페이스 바 옆에 한/영, 한자 글쇠를 넣어서 Alt, Ctr l 글쇠의 위치가 양쪽으로 밀려나가서 쓰기가 아주 성가신데 도데체 누가 키보드 갖고 장난치냐 ? 욕은 그만하고 스페이스 바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보자. 빈칸 ( space ) 을 입력하는 막대 ( bar ) 라는 뜻이다. 이 글쇠를 문화부의 [전산기 용어 순화자료]에 서는 사이띄개라고 고쳐놓고 있다. 참 고운 말이다.
스페이스 바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글쇠는 엔터 ( Enter ) 글쇠다. 한때는 리턴키 ( return key ) 라고 불렀는데 이는 타자기에 있는 롤러를 캐리지라고 부르는데 이 캐리지를 처음 위치로 되돌리는 기능을 하는 글쇠라는 뜻에서 캐리지 리턴키 ( carriege r eturn key ) 라고 부르던 것이 줄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엔터'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리턴키'라고 부르는 사람 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보통 글자를 입력하는 글쇠부분에서 가장 윗줄은 숫자와 몇가지 기호를 입력하는데 쓰인다. 그중 맨 왼쪽에 있는 것은 ( 내가 지금 쓰고 있는 키보드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 물결표시 ( ~ ) 와 역따옴표 ( ` ) 가 그려진 글쇠이다. 영어로는 각각 틸드 ( tilde ), 백쿼우트 ( back quote ) 라고 부른다. 그 다음에는 숫자 1과 느낌표 ( ! ) 를 입력하 는 글쇠이다.

그 다음은 숫자 2와 단가표시 ( @ ) 를 입력하는 글쇠이다. 단가표시 ( @ ) 에는 다른 이름이 많다. 우선 영어로는 앳 사인 ( a t sign ) 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용자는 이 표시를 '골뱅이'라고 부른다. 아마 배배꼬인 모양때문일 것이다. 내 친구중에는 이를 '염소대가리'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다. 가운데 작은 동그라미는 얼굴이고 그 바깥에 있는 곡선은 뿔인 모양이다. 그런데 얼마전 에 이영식 교수님은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에서 이 표시를 '달팽이 표시'라고 한 적이 있다. 당신은 이 표시에 어떤 이름을 붙 여볼 수 있을까 ?

숫자 3과 같이 있는 기호는 사프 ( # sharp ) 표시이다. 학교 다닐때 음악시간에 배운게 여기에 나오다니. 그 다음은 숫자 4와 같이 있는 미국돈표시 ( $ ) 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달러' 라고 부르지 않고 '딸러' 또는 '딸라' 라고 부른다. 아마 각 박해진 세상덕분에 모든 말이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딸라'라는 말에는 문제가 있다. 자꾸 듣다보면 '딸 낳아'라고 들린다. 그래서 컴퓨터하는 사람들이 딸만 낳나 ? 내가 딸 쌍동이를 낳은 것도 '딸라' 표시 덕분인 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은 퍼센트 표시이고 그 다음은 삿갓 표시 ( ^ ) 이다. 물론 유식한 사람들은 탈자표시 ( 글자가 빠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편집 기호 ) 라고 한다. 영어로는 캐럿 ( caret, 당근 carrot 과 발음이 같다 ) 이라고 부른다. 그 다음에 있는 앰퍼샌드 기호 ( & ) 는 의외로 정확한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냥 '그거' 또는 '시프트7' 이라고 부르기 쉽다. 이 기호는 영어문화권 에서 '그리고' 즉 앤드 ( and ) 를 상징하는 기호로 사용한다. 이 기호에서 한가지 주의할 사항은 필기체 대문자 에스 ( S ) 와 는 돌아가는 방향이 반대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다.

그 다음은 별표 ( * ) 다. 영어로는 애스터리스크 ( asterisk ) 라고 부른다. 그런데 '*' 표시를 과연 별표라고 부르는 것이 맞 는가 라는게 나의 의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별을 다리가 다섯개 달린 모양 (☆) 으로 표시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사람 은 '눈표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눈의 결정모양이 이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를 발전시켜 '백설표'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 이는 특정회사를 선전해주는 꼴이라서 왠지 마음에 걸린다. 더 좋은 이름이 나오기 바란다.

그 다음에는 왼쪽 괄호, 오른쪽 괄호가 나오고 그 다음에는 빼기표시 (-) 와 밑줄표시 (_) 가 나온다. 밑줄표시를 영어로는 언 더라인 ( underline ) 또는 언더스코어 ( underscore ) 라고 부른다. 그 다음에는 등호 (=) 와 덧셈기호 (+) 가 나온다.

그 다음에 있는 글쇠에는 놀랍게도 세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위에는 수직선 ( | vertical bar ) 가 있고 그 아래로는 백슬래 시 ( \ backslash ) 와 돈표시 ( ₩ ) 가 그려져 있다. 그래서 이 글쇠를 누르면 어떤 경우에는 백슬래시가 나오고 어떤 경우에 는 돈표시가 나와서 상당히 혼동스럽다.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들어올 때 우리 돈표시를 어디에다 할 까 고민하다가 아마 그 자리 에 넣은 모양인데 /* (저자 주) 다시 생각해보니 일본에서도 같은 키에 엔화 표시를 넣고 있는 것으로보아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네요 */ 지금와서 보면 골치아프게 되었다. 도스에서는 디렉토리를 구분하는 표시로 백슬래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척 보기 싫은 모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C:\USER\SCRIPT\HEI9.HWP 라고 해야될 것을 C:₩USER₩SCRIPT₩HEI9.HWP 라고 하 니 여간 흉한 것이 아니다.

그 아래로 보이는 글쇠에는 대괄호 ( [ ] ) 와 중괄호 ( { } ) 가 있다. 중괄호를 어떤 사람들은 집합기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아래로는 콜론( : colon ) 과 세미콜론( ; semicolon ) 이 있는데 의외로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더라도 적당히 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 옆으로는 따옴표 ( ' ) 와 겹따옴표 ( " ) 가 있다.

밑으로 더 내려오면 물음표 ( ? ) 와 슬래시 ( / slash ) 가 그려진 글쇠가 있다. 슬래시를 슬러시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있는데 슬러시 ( slush ) 는 24시간 편의점에서 파는 얼음과자의 이름이다. 원래 슬러시의 뜻은 '녹기 시작한 눈'이다. 막간을 활용해 서 한마디만 하자. 24시간 편의점에서 이런 과자를 팔 때는 꼭 16온스, 24온스 이런 식으로 꼭 온스 단위의 종이컵에 담아 파는 데 여간 불만이 아니다. 도대체 1온스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꼭 온스 단위로 팔아야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 다. 우리가 척관법을 버리고 미터법을 쓰기로 한 지도 꽤 오래지나서 이제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미터법이 통용되고 있는 이 마당에 웬 온스 ?

어쨌든 다시 키보드로 돌아와서 옆으로 가보면 작다(<), 크다(>), 쉼표(,), 마침표(.)가 그려진 글쇠가 있다. 작다/크다 기호를 각괄호 ( 각진 괄호 ) 라고 부르기도 한다. 왜냐하면 '작다'고 하면 앞엣것이 뒤엣것보다 작다는 얘기인지 뒤엣것이 앞엣 것보다 작다는 얘기인지 얼른 모르기 때문이다.

그외 키보드에 붙어있는 글쇠중에 캡스락 ( Caps Lock ) 글쇠가 있다. 이 글쇠를 누르면 오른편에 있는 캡스락이라고 씌어있는 곳에 불이 들어온다. 이는 타자기로 영어를 입력할 때 대문자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시프트 ( shift ) 글쇠를 누른채 영문자 글쇠 를 눌러야하는데 대문자 여러개를 연속으로 입력하는 경우에는 시프트 글쇠를 계속 누르고 있는 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시프트를 누른 것처럼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타자기와는 달리 컴퓨터용 키보드는 워낙 부드럽기 때 문에 굳이 캡스락을 써야할 이유가 없다. 물론 두손을 사용할 수 없는 신체부자유자나 한손에 뭔가를 들고 자판을 쳐야하는 경우 에는 필요하긴 하다. 그런데 여기서 심리적인 문제가 생긴다. 캡스락이 눌린 상태에서 한글을 입력하면 시프트가 눌린 것 처럼 처리해야하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이다. 즉, 캡스락을 누른 상태에서 '뱃'자를 입력하면 '뺐'이라고 입력된다. 캡스락은 대문자 ( capitals ) 로 고정하는 ( lock ) 글쇠이기 때문에 한글입력에는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고 따라서 캡스락 상태에 무관하게 한글 입력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캡스락은 시프트를 누르고 다른 글쇠를 치는 불편을 덜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한글입 력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것이 옳은 주장일까 ? 여러분의 판단에 맡겨본다. ( 참고로 나는 앞 의 주장 '캡스락은 영문대문자 고정 글쇠일 뿐이다'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아래아한글도 그렇게 되어있다. /* (저자 주) 지금 확인해보니 아래아한글 2002 버전과 엠에스 워드 2003 버전에서도 이런 관행은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1994년의 나의 생각은 옳았다는 얘기네요. 흠흠 */ )

오늘 얘기에 마지막으로 도마에 오를 글쇠는 Alt 글쇠이다. 이 글쇠 만큼 다양한 발음으로 불리는 글쇠도 없을 것이다. '올트키 '라고 부르는 사람이 제일 많다. 그외에도 '알트키', '알터키', '앨트키', '올터키' 등 다양하다. 영문표기인 Alt는 아마 '번갈 아'의 뜻을 가진 alternate ( 올터니트 또는 앨터니트 라고 읽는다 ) 를 줄인 듯하다. 줄인 단어이니 어떻게 읽던 사실 관계없기 도 하다. 언젠가 미국사람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어쨌든 미국사람들이 어떻게 읽던 우리는 우리식의 이름을 붙여야 할 것인데 글 쎄 이른바 '한글'키보드에 붙어있는 '변경'이라는 이름은 왠지 정이 안간다. 더 좋은 이름 없을까요 ?

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