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4:12

/* (저자 주) 1997년 11월에 쓴 글입니다. 그 때까지만해도 ADSL이 전혀 사업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 재밌네요. 그런데 그 때 유행했던 저궤도 위성 사업이 지금은 어떻게 되었나요? */

통신관련 기술의 발달과 다양한 통신을 구현할 수 있는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보를 빠르게 획득하고 교환함으로써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보사회로의 전환과 그것을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교섭하고 실행하는 힘으로서의 세계무역기구 ( WTO : World Trade Oraganization www.wto.org ) 의 출범 등은 이제 이 세계를 살아가는 모든 국가, 기업, 개인을 어떤 동떨어진 개체로서가 아니라 세계 체제의 일부분으로 더욱 강하게 묶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변화는 우리나라에게 변함없이 불어오고 있다. 96년말부터 우리나라 전역에 불기 시작은 인터넷 열풍은 이제 그 거품이 걷혀가면서 예전의 기대만큼 환상적이지는 않지만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회의 기반으로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정보통신분야의 변화를 특히 사용자가 정보통신을 사용하는 접속환경의 변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 변화를 주도하는 힘

세계무역기구의 발족과 그에 뒤이은 GATS ( 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s ) 의 협상 과정에서 기본 통신 ( basic telecommunication ) 분야는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 GATS와 기본 통신 협상에 대한 자료는 wto 사이트 중 http://www.wto.org/services/services.htm 아래에서 찾을 수 있다. ) 특히 기본 통신 분야에서는 공정한 경쟁의 보장, 인허가과정의 투명성, 상호접속의 보장 등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기본 통신 부분의 조약은 1998년 1월 1일부로 효력이 발생한다.

즉,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전세계에서 불어닥치고 있는 국가간의 공정경쟁의 논리가 통신분야에 적용되면서 정부에 의한 규제의 완화라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국가간의 공정경쟁에 있어 외국업체에게 시장을 송두리째 뺏기지 않으려면 국내시장에서의 규제철폐를 통한 경쟁의 유도 그리고 그러한 경쟁을 통한 자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불가결한 부분이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들어, 미국은 Telecommunication Act를 통해 통신사업자가 유무선 통신은 물론, 인터넷, 영상 ( 예를들어 주문형 비디오 VOD : Video On Demand ) 에 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하였고 뉴질랜드는 그 와중에 세계최초로 통신분야의 모든 규제를 철폐한 최초의 나라가 되었다. ( Telecommunicaiton Act에 대한 상세한 자료는 http://www.fcc.gov/telecom.html 에서 구할 수 있다. )

이러한 정부의 규제 완화로 기존의 전화통신회사들이 정보통신분야로 진입함으로써 전화통신회사가 지난 수십년간 전화 서비스를 통하여 축적한 서비스의 신뢰성 ( reliability ) 이 잘 표준화된 패킷 교환방식의 컴퓨터 통신의 효율성과 통합되어 최적의 서비스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 정보통신 선진국인 미국의 현재 모습이며 우리도 머지 않은 장래에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기존의 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외에 별정통신사업자를 신설함으로써 인터넷 전화, 구내통신사업 등 새로운 서비스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사업자간의 경쟁을 유도하려고 하고 있다.

이전에는 통신회사들이 정부의 규제라는 진입장벽에 의해 보호받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 보다는 자체의 기반시설을 구축하는데 투자를 집중했지만 이제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한 경쟁을 위하여 가입자 댁내까지의 마지막 구간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점점 멀티미디어 위주의 컨텐츠가 늘어감에 따라 기존의 구리선을 어떻게 대체해나갈 것인가가 각국의 주요 과제이다. 한때는 광 케이블이 이 문제의 해결책인양 생각되곤 했고 사실 우리나라도 2015년까지 각 가정까지 광 케이블을 깔겠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지만 최근들어 이러한 계획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고 서서히 기능을 향상시켜나가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고속망사업자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특정지역에 대한 망의 포설부터 다양한 통신서비스의 제공에 이르기 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케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어쨌든 가입자쪽 망을 까는 것은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기존의 매체를 최대한 활용하거도 아니면 새로인 깔리는 망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하여 하나의 매체와 하나의 스위치 시스템으로 음성, 영상, 데이터를 동시에 전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한층 가열되고 있다.

2. 분야별 전망

인터넷 통신의 수요가 매우 많은 기업이나 단체의 경우에는 인터넷 접속을 위한 전용선을 사용한다. 하지만 개인 사용자의 경우에는 현재로서는 모뎀이나 ISDN 외에는 별다른 선택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1998년이 되더라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현재의 기술과 이후에 활용 가능한 기술을 살펴보기로 하자.

2-1. 모뎀

1997년이 시작될 때만 하여도 33.6kbps 급 모뎀이 최고급 제품이었지만 여름을 지나 연말에 이르면서 56kbps 급 모뎀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56K 모뎀의 경우 현재는 두가지의 서로 호환되지 않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US 로보틱스를 인수한 3Com ( www.3com.com ) 의 x2 모뎀과 락웰 ( www.rockwell.com ) 의 K56flex 모뎀이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두가지 상이한 모뎀이 경쟁을 하게되자 과연 어느 모뎀이 더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가를 둘러싸고 많은 실험이 있었고 그 결과 다운로드 속도는 x2가 업로드 속도는 K56flex가 약간 빠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노이즈에 대한 민감도도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쉽사리 어느 것이 더 낫다고 얘기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혼란상을 극복하기 위하여 국제표준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1997년 가을 중에 국제통신연합 ( ITU :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www.itu.ch ) 에서 56K 모뎀에 대한 국제 표준 ( ITU-T56K ) 이 만들어지고 한쪽의 승리로 끝이 나지 않을까 예상되었으나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고 어느 한쪽의 손을 드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것으로서 기존의 56K 모뎀 하드웨어로 구현가능한 표준을 만드려고 하고 있으며 빨라야 1998년 초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단순한 성능의 비교보다 내년중에 새로운 표준이 나왔을 때 쉽게 업그레이드가 되도록 지원이 될 수 있는가가 구매선택의 주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제품도 확실히 업그레이드를 보장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현재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내가 접속하려는 인터넷 서비스에서 어느 모뎀을 지원하는가에 따를 수 밖에 없다. 예를들어, 현대정보기술의 신비로 서비스 ( www.shinbiro.com ) 는 x2를 지원하고 있는데 반하여 데이콤의 천리안 ( www.chollian.net ) 은 K56flex를 지원한다.

2-2. ISDN ( Integrated Services Digital Network )

ISDN은 기존의 전화망과는 달리 디지털망을 통하여 전화, 화상통신, 컴퓨터통신 등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널리 보급되고 있진 않지만 1997년말을 기점으로 보급의 가장 큰 장애였던 ISDN 접속 장비의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1998년은 ISDN을 통한 인터넷 활용이 본격화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ISDN은 기존의 전화모뎀에 비하여 충분히 빠른 속도 ( 최소 56kbps ~ 128kbps ) 를 제공하지만 접속에 필요한 장비가 아무래도 일반 전화모뎀보다는 비싸기 때문에 가난한 네티즌들에게는 당분간의 그림에 떡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ISDN 사용자는 기존의 모뎀 사용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대역을 사용하기 때문에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로서도 추가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추세가 되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 ( the connected ) 과 그렇지 못한 사람 ( the unconnected ) 이 현대사회의 빈부격차를 상징한다면 보통 모뎀을 쓰는 사람과 ISDN을 쓰는 사람은 '부자' ( ? ) 들 사이에서의 새로운 구별의 기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물론 ISDN의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사용자라면 어떤 인터넷 업체가 어떤 가격 조건으로 ISDN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그리고 본인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ISDN 서비스가 가능한지 ( 해당 지역의 전화국에 ISDN을 서비스하기 위한 장비가 있고 빈 회선이 있는지 ) 를 꼭 미리 확인하여야 한다.

2-3. 디지털 가입자 선로 ( HDSL 과 ADSL )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모뎀은 컴퓨터가 내보내는 디지털 신호를 기존의 전화선에서 전화통화를 위해서 사용하던 아날로그 신호 ( 모뎀이나 팩스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 ) 로 변환하여 보내고 상대방의 모뎀은 그 아날로그 신호를 다시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컴퓨터에 전달하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경우 반드시 양자화 잡음 ( quantization noise ) 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으로는 34Kbps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통설이다.

하지만 전화국과 전화기 사이에 연결된 구리선이 반드시 아날로그 신호만을 전달하도록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전화국과 사용자의 집 양쪽에 디지털로 전송하는 장비를 연결한다면 매우 빠른 속도로 디지털 통신을 할 수 있다. 물론 그 전화국이 매우 고속으로 인터넷 망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이용하여 고속 통신을 구현하는 기술을 디지털 가입자 선로 ( DSL : Digital Subscriber Loop ) 라고 하며 다운로드의 속도를 중요시하여 다운로드 속도를 업로드 속도보다 빠르게 구현한 것을 ADSL ( Asymmetric DSL ), 양방향을 속도를 같게 하여 영상회의와 같은 쌍방향 고속 멀티미디어 통신을 가능하게 한 것을 HDSL ( High-speed DSL ) 이라고 한다. 현재 사용가능한 최대속도는 1.544Mbps ( = 1500kbps ) 정도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서비스 지역의 전화국에 DSL 장비를 설치하여야 하고 그 전화국을 인터넷과 고속으로 연결하여야 한다는 제약때문에 일반 사업자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것이고 한국통신만이 구현가능하지만 현재로는 서비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4. 케이블 모뎀

한국통신외에 집집마다 들어가는 회선을 구축할 수 있는 사업자로는 케이블 TV 방송을 제공하는 사업자 ( 통상 SO : System Operator 라고 부른다. ) 와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전선을 연결하는 한국전력 뿐이다. 이렇게 회선을 구축하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매우 많은 비용이 들어가므로 이러한 사업자들은 반드시 부가 서비스를 개발하려고 하고 전화사업이나 인터넷 접속은 매우 매혹적인 분야로 부각되고 있다.

케이블 모뎀은 케이블 TV 방송을 전송하기 위하여 설치된 동축 케이블을 이용하여 인터넷과 같은 컴퓨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이다. 컴퓨터가 내보내거나 받는 신호를 변조 / 복조 ( modulation / demodulation ) 한다는 점에서는 기존의 모뎀과 유사한 기능을 하지만 수많은 케이블 모뎀이 연결된 케이블 망에서 컴퓨터 통신을 구현하기 위해서 라우터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케이블 모뎀은 기존의 모뎀에 비하여 100 ~ 1,000 배의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케이블 모뎀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첫째로 전화는 거의 모든 가정에 연결되어 있지만 케이블 TV는 아직도 가입되지 않은 사람이 가입한 사람보다 훨씬 많다. 또한 기존에 설치된 시스템은 케이블 TV와 같이 일방적인 방송 시스템 ( 즉, 방송국에서 가입자의 TV로 방송을 내보내기만 하는 체제 ) 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케이블 모뎀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쌍방향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으로 교체하여야 한다. 또한 케이블 모뎀은 아직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도 비싸게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케이블 모뎀을 통한 인터넷 서핑은 당분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괄목할만한 경쟁자로 등장할 것이다.

2-5. 위성

무궁화 위성이 하늘의 궤도에 오른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위성을 통한 정보통신 서비스는 관계 법령의 미비로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위성이 가진 장점을 활용하는 컴퓨터 통신의 시대가 오긴 올 것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위성을 통하여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매우 드물다. 더구나 위성방송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의 위성은 넓은 지역에 똑같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가 백이면 백 모두 다른 서비스를 제각기 사용하는 현재의 인터넷의 사용 방식과는 잘 맞지 않은다.

미국의 경우 DirecPC ( www.direcpc.com ) 라는 서비스가 있지만 다운로드만 위성을 이용하고 업로드는 기존의 전화선을 통하여 별도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를 이용하는 복합적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 이유는 가정에서 위성쪽으로 전파를 발사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양방향 모두 위성을 이용하는 회사도 나타나고 있긴 하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위성은 대량의 정보를 많은 사람에게 동시에 전달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매체임에는 변화가 없고 그 외의 목적으로 쓰기에는 너무 비싸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한편, 글로벌스타 ( www.globalstar.com ) , 텔레데식 ( www.teledesic.com ) , 이리듐 ( www.iridium.com ) 과 같은 위성 관련 프로젝트들이 실현단계에 접어들면 우선 위성을 이용한 전화서비스를 시작으로하여 인터넷 분야에 까지 서비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6. 무선통신

1997년 중반 일본에서는 휴대용 전화인 PHS를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가 대단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의 씨티폰보다도 더 작은 PHS 전화기와 휴대용 컴퓨터 그리고 그 둘을 연결하는 모뎀 장치만 있으면 어디에서든지 인터넷을 즐길 수 있으며 그것도 자그마치 32kbps의 속도까지 제공되니 많은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무선 전화시장이 형성기에 있고 PCS 서비스도 시작된 지 채 몇달밖에 안되어 있는데다 사회전체로 보아 도로상에서 인터넷을 쓸 정도로 인터넷이 생활속으로 파고 든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비록 실험적인 상품은 이미 등장하고있지만 인터넷과 휴대용 전화의 본격적인 결합은 몇년을 더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그외의 요인

사용자가 아무리 좋은 컴퓨터와 모뎀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꼭 원하는 서비스를 쾌적하게 제공받을 수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알아보기 위하여 지방에 있는 모뎀 사용자가 미국의 어떤 웹 사이트에 연결되기까지 거치는 경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의 PC --- 모뎀 --- 전화선 --- 전화국 --- 014XY 연결망 --- 지방 노드 --- 지방 백본망 --- 네트웍 운영 센터 --- 센터내 백본망 --- 국제회선 --- 미국내 여러망 --- 어떤 웹 서버

이 중에서 속도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요소를 찾아보면

  1. 사용자의 모뎀
  2. 사용자 지역의 전화망
  3. 지방 백본망
  4. 센터내 백본망
  5. 국제회선
  6. (상대방) 웹 서버
를 들 수 있다. 따라서 단지 모뎀을 업그레이드 한다고 해서 꼭 그만큼의 속도 향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당사자 즉, 인터넷 접속 서비스 업체와 우리가 보려는 사이트의 웹 서버의 성능 등이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4. 결론을 대신하여

앞에서 컴퓨터 통신의 접속에 사용될 수 있는 다양한 기술을 살펴보았지만 ISDN를 제외하고는 아직 모뎀을 대체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1998년이후 2~3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채 그 의미를 깨닫기도 전에 마이크로 프로세서가 개인용 컴퓨터를 생필품으로 바꿔놓았듯이 이러한 기술들도 인터넷이 생필품이 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우리 생활 속으로 녹아 들어올 것이라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4:07
/* (저자 주) 1997년 6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웹 기반의 캐스팅은 작년부터 겨우 제대로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고 인터넷 폰은 스카이프 덕분에 이제서야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기 "시작" 했으니 그 때로서는 상당히 조급한 전망이었군요. 나는 왜 맨날 틀릴까? */

1996년부터 전국적으로 불기 시작하던 인터넷 열풍이 올 상반기에는 더욱 거세게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전철간에 붙은 광고에서 웹 주소를 보는 것도 이젠 그리 어색하진 않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사흘이 멀다하고 이러쿵 저러쿵 인터넷에 대해 떠들어 댄다. 하지만 막상 인터넷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직 봄이 온 것은 아니다. 제비 한 마리가 봄을 가져다 줄 순 없듯이 많은 사람들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으로 큰 돈을 벌고있는 우리나라의 회사는 별로 보이질 않는다.

이런 와중에 기존의 PC통신업체들 (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유니텔 등 ) 은 고객을 인터넷 전문업체에 뺏기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멀티미디어 관련 서비스를 추가하고 웹 기반으로 그들의 자료를 변환하는 등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편, SK 텔레콤, LG 가 새로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다. 현재의 시장규모로 보아 과당경쟁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들지만 어차피 컴퓨터 통신 사업자는 3년내에 몇 백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물론, 그 이후에는 미국이나 일본에서처럼 몇몇의 대규모 사업자와 초소형 사업자의 양극 구도로 재편되는 시나리오를 거칠 것이다.

광고대행업을 전문으로 하는 한 대기업 계열사의 담당자는 1997년을 '인터넷 광고의 원년'이라고 불렀다. '심마니'류의 검색 페이지나 신비로나 아이네트와 같은 접속사업자의 접속 페이지, 각 신문사의 홈페이지가 최초의 인터넷 광고 공간으로 영업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들이 거두어 들이는 돈은 '원년'이라는 표현에 걸맞게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어쨌든 올해를 원년으로 삼아 인터넷 광고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광고와 관련하여 상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나온 소식은 하이퍼넷 코리아와 아이네트가 공동으로 펼치는 무료 인터넷 사업이다. 이는 사용자가 인터넷을 접속하여 사용하는 중에 사용자의 화면에 강제로 계속 광고가 나가게 함으로써 광고주로부터 광고료를 받고 사용자는 무료로 ( 또는 싸게 )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물론 인터넷 사용료가 무료라는 장점은 있지만 보고 싶지 않더라도 계속 광고를 봐야한다는 부담과 광고를 전송하기 위하여 네트웍 대역의 일부를 사용하기 때문에 인터넷 서핑의 속도가 약간이나마 느려지는 점, 그리고 인터넷 광고의 '원년'에 충분한 광고주를 모을 수 있는가 하는 점 등 비관적인 견해도 없지는 않다. 어쨌든 이제 막 시작한 만큼 추이를 지켜볼 가치는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광고 기법을 가능하게 한 것은 이용자의 도움없이 이용자가 원하는 ( 또는 원하지 않는 ) 자료를 계속 보낼 수 있는 '푸시' 기술의 등장에 힘입고 있다.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중으로 나올 웹 브라우저나 운영체제들은 이런 기술들 기본으로 채택할 것으로 보이며 흔히 '웹 캐스팅'이라고 불리는 인터넷을 이용한 방송 사업과도 연관되므로 향후 상당한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모국'을 방문한 잡지 '플레이보이'의 모델 이승희는 며칠 사이에 10억여원을 벌고 '귀국'하였다. 인터넷을 통한 최초의 스타 탄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사건을 보면서 방송, 신문에는 아직 못미치지만 제5의 매체로서의 인터넷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동안 그토록 '성'문제에 대하여 겉으로만 근엄한 모습을 보이던 언론은 이승희를 '외설이냐 예술이냐'라는 논의구도에서 미국에서 살면서 우리 말을 잊지 않은 '애국동포'의 차원으로 끌고 감으로써 누드를 마음껏 실어서 독자 / 청취자를 끌어들이면서도 규제는 피해가는 노련함을 보여주었다.

한편, 이승희 사진을 모은 웹 페이지를 만들거나 파일을 배포한 사람들은 어김없이 사법당국의 제재를 받음으로써 컴퓨터 통신 사업자들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뿐만아니라 사법당국은 최근에 이적단체로 규정한 모 운동단체의 방을 폐쇄하도록 함으로써 컴퓨터 통신에 있어 표현의 자유란 무엇이며 매체제공자 ( 즉, 컴퓨터 통신 사업자 ) 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는 전세계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인 법들이 제정되거나 준비 중이기 때문에 컴퓨터 통신 사업자들은 사법당국으로 부터의 제재를 받기에 앞서 자구노력을 벌여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는 없다.

지난 5월 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입법을 예고하였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시행이 된다면 올 10월부터는 인터넷 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물론, 인터넷 팩스 서비스는 이미 여러업체에서 시작하였지만 시장규모로 보아 인터넷 폰 시대의 시작은 기존의 기간 통신사업자, 부가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들간의 전면적인 대결 또는 합종연횡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세상을 얘기한다 2007.02.02 14:03

/* (저자 주) 1996년 6월 모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때도 세상이 빨리 돌아간다고 했는데 지금은 더 빠르지요. */

겨울이 지나고 이제 좀 더워지나 싶더니 이번 주부터 장마라니. 정말 세월은 유수처럼 흐른다. 우리나라에서 여름에 비 오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미친 듯이 내린다는 느낌이 든다. 이 비가 사시 사철 골고루 내리면 써먹기 좋으련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유주현과 같은 섬세한 사람이야 이렇게 쏟아지는 비를 "하도 장하게 내리시는 비"라고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저 흘러내리는 땀을 주체하지 못하고 벽에서 스며드는 곰팡내에 질겁하는 나 같은 범인이야 그런 비를 즐길 여유가 있으랴.

비 얘기는 집어 치고 컴퓨터쪽 사람들은 어떻게들 사나 눈을 한번 돌려보자. 요 몇 년 사이에 모든 사람들이 입에 주문이라도 들린 듯 외고 다니던 그룹웨어, 인터넷과 같은 말들이 채 시장을 제대로 형성하기도 전에 인트라넷이니 데이터 웨어하우징이니 하는 새로운 개념들이 소프트웨어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애플 뉴턴의 실패 이후로 당분간은 잠잠해 질 듯 했던 PDA ( Personal Digital Assistant : 전자 수첩처럼 작고 정해 진 기능을 쓰지만 통신 기능이 있어서 개인용 컴퓨터와 자료 호환이 되는 장치 ) 시장도 광범위하게 일상화되고 있는 개인휴대통신 ( PCS ), 무선 데이터 통신, 위성 통신 등에 힘입어 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있다. 한편 더 싸고 더 쓰기 쉬운 컴퓨터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네트웍 컴퓨터 ( NC : Network Computer : 미국 오라클사의 엘리슨 회장이 주창한 개념. 40만원 대의 컴퓨터로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네트웍에서 가져다 쓴다. ) 와 SIPC ( Simply Interactive Personal Computer : 미국 마이크로 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회장이 주창한 개념. 역시 싼 가격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별도의 부팅 과정 없이 켜서 곧바로 쓸 수 있게 한 것이 기존의 PC와 다르다. ) 라는 괴상한 상품으로 올 연말이나 내년 쯤 찾아올 듯 하다. 이런 새로운 시스템들은 거의 예외 없이 자바 ( Java ) 라는 새로운 컴퓨터 언어 ( 또는 운영환경 ) 를 채택할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 어느 기업 연구소에서건 "자바 잡아라" 하고 쫓아다니느라 난리들을 치고 있다. 바야흐로, C & C ( Computer and Communication ) 의 시대에서 M & M ( Mobile & Multimedia ) 의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 것이다.

광속의 상거래라는 말의 약칭으로 통하고 있는 칼스 ( CALS : Commerce At Light Speed ) 나 동시공학 ( CE : Concurrent Engineering ) 이라는 말도 많은 회사들 ( 특히 제조업 ) 을 중심으로 새로운 목표로 등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앨빈 토플러가 프로슈머 ( prosumer = producer + consumer 즉,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사람 또는 개체 ) 라는 메타포어로 표현했던 "소비자에 의해 생산이 주도되는 시대" 또는 "생산과 소비의 사이클이 무한히 좁혀 지거나 거의 없어지는 시대"를 향한 광속의 질주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시간과 싸우고 있는 가를 보여주는 사례를 한번 인용해 보자.

    최근에 나는 일본 최고의 환 딜러들 중 한 사람과 담소를 나누면서 그가 환을 매도할 때와 매수할 때 고려하는 요인들을 지적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여러 요인들이 있지요. 때로는 매우 단기적인 요인도 있고, 일부는 중기적인 요인들도 있고, 또 일부는 장기적인 요인들도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나는 그가 장기적인 요인들도 고려한다고 말한 데 대해 매우 흥미를 느껴 장기적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시간대를 의미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아마 10분 정도 될 겁니다" 라고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오늘날 시장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교텐 도우와 폴 볼커의 "변화하는 부" 중에서

한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조지 소트크 2세와 토마스 하우트는 <시간과의 경쟁 : 세계시장의 재형성> 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표현하였다.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는 실제로 그들 회사의 가치전달 시스템 내에 있는 시간에 대하여 단지 0.05 - 5% 만의 가치를 갖고 있다."
다시 말해서 대부분의 회사원들은 평균적으로 95 - 99.95%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예전에는 별반 심각하게 여기지 않던 모든 생산 과정에 대하여 드디어 칼을 들이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또 어떤가 ?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이라면 1987년을 기점으로 수많은 사무전문직 노조가 만들어 진 것을 기억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1987년에 있었던 6.10 민주시민항쟁과 그 무렵에 등장했던 명동성당 주변의 소위 "넥타이 부대"에 힘입은 바 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무전문직 노동의 노동생산성이 생산직의 노동생산성보다 회사의 수익에 차지하는 비중이 1985년경을 기점으로 더 커지기 시작했고 따라서 사무전문직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이 시기에 가동되기 시작했기 때문에 많은 노조가 만들어 지게 되었다는 사회과학자들의 지적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블루 칼라의 시대에서 화이트 칼라의 시대로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얘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또 새로운 시대가 오기 시작하였다. 골드 칼라의 시대가 그것이다. 기술자를 나타내는 영어 단어는 엔지니어 ( engineer ) 다. 그것은 아마도 산업혁명을 가능케 했던 원동력 즉, 증기기관을 이용하여 사람의 힘보다 훨씬 강하고 지속적인 힘을 내는 엔진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하는 단어이다. 하지만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기술자들을 엔지니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 골드 칼라의 중심에는 똑같은 것을 조금도 지겨워 하지 않고 무한히 복제해내는 '엔진' 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하나라도 똑같은 것을 만들어 내지 않으려는 상상력 ( imagination ) 이 있는 것 이다. 그래서 이제 그들은 이매지니어 ( imagineer ) 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면 왜들 이 난리인가 ? 전부 광기가 들어서 그런가 ? 그렇지 않다. 작년에 우리 수출 경제의 견인차는 역시 반도체였다. 올해도 여전히 그럴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그러나 요 며칠 사이에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개당 50불씩 하던 16메가디램이 12달러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수많은 반도체 메이커들이 수익의 목표를 대폭 줄이고 있으며 어떤 회사는 어떻게든 적자만 면해보자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다가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기술선진국들은 대만에다가 기술이전을 함으로써 더 싼 단가로 메모리를 생산하려고 한다.

    바다가 잔잔했을 때에는

    모든 배들이

    잘도 떠다녔더라.

셰익스피어

경기가 좋을 때 돈 버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경기라고 하는 것은 좋았다, 나빴다 사이클을 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점점 그 사이클의 폭은 좁아지고 깊이는 깊어지고 있다. 그러니 한번 깊은 골에 빠지면 다음 번 경기 좋을 때까지 버티지 못한다. 아니 오히려 버티면 더 큰 피해만 입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광기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 그 누구도 쫓아올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잡으려고 안간힘이다.

당신은, 당신의 회사는 이 광기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59

/* (저자 주) 1996년 4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 때 제가 대리였군요. ^^ */

지금은 서기 2025년, 나는 유전공학을 이용해서 각종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품을 개발하는 회사의 연구원이다. 오늘은 지난 번에 집게벌레의 유전인자를 이용해서 개발한 근육무력증을 치료제의 시제품을 임상실험하기로 되어있는 날이다. 말이 임상실험이지 사람을 이용해서 실험을 하는 것은 아니고 정교하게 프로그램 된 인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화학성 분에 대한 자료를 넣는 것으로 실험은 끝난다. 우선 이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고 있는 지그프리드와 야마다를 불러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010년대에 전세계 모든 국가가 동시에 투자하여 전지구를 광케이블로 뒤덮다시피 한 GII ( 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계획 덕분에 큰 회사는 대부분 세계 각지의 인력을 네트웍으로 연결한 가상 회사 ( Cyber Company ) 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그프리드와 야마다를 불러줘"

그러자 벽면에 있는 큰 화면의 한 귀퉁이에 야마다의 얼굴이 나타났다. 쉰 살의 나이는 못 속이는 듯 깡마른 얼굴이지만 그의 눈만은 항상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열의로 이글거리고 있다.

"잘 지냈나 ?"

"그럼. 그래 오늘은 무슨 일로 불렀나 ?"

"<집게-1>에 대한 시뮬레이션에 대해 토론하자고 불렀네. 그런데 참, 지그프리드는 왜 응답이 없지 !"

나는 한국말로 말을 하지만 지능망 Intelligent Network 에 내장된 자동 번역 프로그램이 일본어로 번역을 해주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가끔은 야마다가 한국말을 전혀 못한다는 사실을 잊을 때도 있다. 이때 화면의 다른 귀퉁이에 지그프리드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런데 실제 얼굴이 나타난 것이 아니라 작년에 플로리다에서 낚시할 때 찍은 사진이었다.

"무슨 일인가 지그프리드 ?"

"한밤중에 사람을 부르시다니요. 전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저에게 대신 전하시지요."

지그프리드가 아니라 에이전트 Agent 가 대신 대답하였다. 아마 에이전트에게 대신 일을 맡겨 놓고는 잠을 자고 있거나 친구들이랑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에이전트는 ( 컴퓨터와 통신 장비를 포함하여 ) 모든 가전제품에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일부분으로서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적절히 대응하여 일을 처리하도록 되어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지그프리드가 대신 내세운 할-파이브HAL-5 라는 에이전트는 전문 연구자들이 애용하는 모델이다. 나는 속으로

'짜식, 에이전트 치곤 굉장히 겸손한 말씨를 쓰는 군'

하고 생각하며,

"그럼 시작하지."

우선 인간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컴퓨터에 접속을 한 다음 우리가 개발한 약에 대한 정보가 있는 데이터베이스와 연결한다. 그러자 잠시 후, 결과 자료가 나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되기 시작한다. 컴퓨터 기술의 놀라운 발달로 자료의 처리는 무한정 빨라지고 있지만 그 자료를 검토하는 사람의 능력에는 별로 발전이 없어서 일단 결과를 데이터베이스에 받아놓고 찬찬히 검토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쓰이는 방법이다. 한참을 기다리는 결과 자료가 다 도착하였다. 아무리 컴퓨터가 처리를 빨리 한다 하더라도 인간처럼 복잡한 유기체를 시뮬레이션 한다는 것은 아직은 어려운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나는 '마당쇠' ( 내 에이전트의 이름.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자료를 모아준다고 붙여준 이름이다. ) 에게 명령을 내린다.

"결과를 보자."

나의 에이젼트 프로그램은 내가 주로 하는 일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베이스의 결과 자료 중에서 내가 보고 싶어하는 자료만을 걸러서 갖다 준다. 나를 그 자료를 내 컴퓨터 화면에서 다시 정리한다. 정리한 결과가 틀린 곳은 없는 지 검토한 다음 버튼을 누르자 벽에 있는 화면에 결과가 표시된다. 아마 야마다도 이 그림을 똑같이 보고 있을 것이다. 여러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같은 칠판을 공유하는 이 디지털 화이트보드 Digital Whiteboard 기능은 우리와 같이 전문적인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일반 직장인들의 원격 회의나 학생과 교사를 연결하는 원격 교육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심지어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도 이 디지털 화이트보드를 이용하고 있는데, 지난 서기 2000년 1월 1일 아침에 각국에서 참가한 수백 명의 유명 화가들이 동시에 지구의 평화를 기원하는 하나의 그림을 그린 사건은 오늘에 이르기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똑똑히 남아있다.

"내가 검토한 자료와 자네가 보내온 자료에 따르면 몇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알 수 있네. 시뮬레이션 레벨을 높여서 더 정교한 결과를 받아야 할 걸세."

잠시 회상에 잠겨있는 동안, 야마다의 날카로운 평가가 날아오기 시작하였다. 이런 회의 자료는 모두 우리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영상 자료로 기록되어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모든 연구자들에게 공개되기 때문에 허튼 소리를 해서는 안된다. 한참 동안의 회의를 마치고 나는 접속을 끊었다. 왜냐하면, 마당쇠가 중요한 약속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우리 동네에서 노래자랑이 있는 날이고 나도 출전해서 한 곡을 불러야 할 뿐만 아니라 기타 반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무실로 쓰이는 내 방에서 나와서 거실로 갔다. 거실 창문으로는 멋진 바닷가 풍경이 펼쳐져 있다. 사실은 창 밖 풍경이 아니고 위성을 통해서 전송되고 있는 남태평양의 어느 섬의 풍경이다. 나는 기타를 둘러메고 마당쇠에게 우리 동네 노래자랑 시스템에 연결해달라고 명령했다.

창에 비친 화면이 바닷가 풍경에서 사이버공간 Cyberspace 에 마련된 우리의 공연 무대로 바뀌었다. 거실의 조명도 공연 무대를 흉내내어 어두컴컴해 졌다. 각종 가전제품에 들어있는 에이전트들이 네트웍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사람이 조명을 바꾸거나 할 필요가 없이 메인 에이전트인 마당쇠에게 명령만 내리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공연 무대에는 기타를 둘러멘 내 모습과 다른 집의 거실에서 똑같은 짓을 하고 있는 우리 밴드의 다른 멤버들의 모습이 보인다. 흡사 한 공연 무대 위에 모인 듯 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런 종류의 가상 현실 기술은 컴퓨터 처리속도의 한계 때문에 해상도가 나빠서 게임에만 활용되었지만 최근 광 컴퓨팅 Optical Computing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어느 가정에서나 이런 가상 현실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세계 각지에 흩어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 있는 것처럼 만날 수 있는 완벽한 가상 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나는 마당쇠에게 의상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무대용 의상으로 바꿔달라고 했다. 마당쇠는 내 취향에 맞는 무대의상을 잘 알고 있다. 텍스쳐 매핑 Texture mapping 기능을 이용하여 공연 무대에 비친 내 의상을 화려한 무대의상으로 바꿔주었다. 컴퓨터 그래픽에서 제한적으로 쓰이던 텍스쳐 매핑 기능이 이런 실시간 동영상 처리에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매핑이 이뤄지는 지가 미심쩍어서 앉았다 섰다하고 팔도 흔들어 보았다. 내가 보기에는 별로 완벽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내가 무대의상을 직접 입고 있는지 아니면 매핑을 활용하는지 구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 안심되었다.

"지금으로부터, 제 5 회 금천3지역 동네 노래자랑을 시작하겠습니다."

1990년대의 낡은 필름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촌스러운 복장을 한 빵집 아저씨가 아주 고풍스러운 말로 오프닝 멘트를 하였다. 곧이어, 전자밴드의 화려한 타이틀 곡이 연주된다. 나도 열심히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비록 가상 현실 Virtual Reality 기술이 완벽한 수준에 올라있지는 않지만 우리 동네의 어디선가 연주하고 있을 밴드의 각 구성원이 연주하는 모습이 화면으로 합성되어 나오고 연주하는 음악도 한 자리에서 연주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에 상당한 실감이 난다.

정보 통신 기술이 아무리 발달하여도 물체를 통신으로 전송하는 것은 앞으로 몇만 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전세계 모든 사람들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통신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만나서 따뜻한 정담을 나누고 식료품을 가져다 팔거나 신선한 음식을 파는 것은 여전히 동네 안의 가게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웃사촌의 필요성이 어느 시대보다도 더 커져 있는 현실에 비춰볼 때 우리 동네의 노래자랑은 사람들을 엮어주는 좋은 계기가 되고 있다. 공연도 성황리에 끝나고 나는 기타를 벗어놓고 샤워를 한 다음 침대에 누웠다. 조명은 자연스럽게 어두워지면서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바다는 모든 생명체의 영원한 고향이라는 말이 사실인 듯 파도 소리만 들으면 자연스럽게 잠이 온다.

. . .

"고대리, 고대리. 점심시간 끝났네. 이제 일어나지."

어깨를 흔들어 깨우는 과장님의 목소리에 잠을 깬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20세기말에 유행하던 구형 컴퓨터의 모습이다. 앗 이럴 수가 ? 꿈속에서 드디어 과거에 왔구나 ! 나는 늘 꿈속에서나마 21세기 이전의 생활을 맛보았으면 하는 소원을 갖고 있었는데. 그런데 이게 21세기의 내가 20세기의 꿈을 꾸는 건가 ? 아니면, 20세기의 내가 21세기의 꿈을 꾸었던 건가 ? 그것도 아니면 어느 세기의 내가 21세기의 나를 꿈꾸고 그 속에서 다시 20세기를 꿈꾸고 있는 건가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57

/* (저자 주) 1995년 11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다사다난했던 1995년을 보내며

갑자기 내린 겨울비로 거리를 아름답게 수놓던 노오란 은행잎들이 땅에 좌악 떨어졌다. 일본 사람들이 잘 쓰는 표현 중에 '비에 젖은 낙엽' 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쓸모도 없는 것이 치우려고 해도 잘 치워지지 않는 다는 뜻이다. 정년 퇴직후 아내에게 매달려 사는 불쌍한 일본의 노인들을 가리키는 표현이기도 하다. 한때 사회를 위해서, 가정을 위해서 혹은 자신을 위해서 전력질주해오던 사람들도 어느 시기가 지나고 나면 청소부들을 괴롭히며 구박만 받는 신세로 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어느 경전에 보면 '해가 동쪽에서 뜨지만 밝아오는 것은 먼 서쪽부터' 라는 표현이 있다. 서양속담에는 '한 시대의 위대한 사상도 그 다음 시대의 상식' 이라는 표현도 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사람도, 기술도, 사상도, 제품도 그 시대가 지나고 나면 다 일장춘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렸다.

이런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흡사 돈키호테가 덤벼들던 풍차와 같이 어떤 사소한 도전도 용납하지 않는다. 지난 수십년간 컴퓨터의 대명사로 군립해왔던 아이비엠도 이제는 점점 그 존재를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눈물겨울 정도의 비참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어떤 해도 연말이 되면 어김없이 '다사다난' 이라는 수식어구로 치장되고 한다. 올해도 그런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기억하기조차 몸서리쳐지던 '삼풍대참사', '대구참사' 등의 국내 사건 뿐만 아니라 가까이는 북한주민들이 엄청난 큰물로 먹고 사는 것조차 힘겨운 상태가 되었으며 미국에서 발생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폭발' 도 올해를 다사다난케하는 요인 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우리는 여전히 서글픈 소식을 듣고 있다. 멀리 독일에서는 역대정권으로부터 대대로 압박을 받으면서도 조국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았던 이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인 윤이상 교수님이 돌아가셨고, 중동 평화를 앞당긴 공로로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던 이스라엘의 라빈 총리는 동족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꼭 필요한 사람일수록 먼저 데려가시는 것도 하나님의 섭리였던가.

펜티엄 그리고 그 이후

각설하고, 올해의 컴퓨터 시장을 돌아보면 386 피씨 시장을 무르익기도 전에 대체하였던 486 피씨도 펜티엄의 위력에 이미 시장성을 잃고 있다. 물론 이를 촉진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멀티미디어에 대한 관심의 고조라고 해야할 것이다. 더구나 기존의 486 피씨급 이하에서는 하드웨어적인 방법에 의해서만 볼만한 동영상 ( 특히, 엠펙 동영상 - 예를들어 비디오 씨디 ) 을 볼 수 있었던 것에 반하여 펜티엄 75 메가헤르츠 이상에서는 소프트웨어만 가지고도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펜티엄의 급부상을 가능케 하였다.

인텔은 펜티엄을 처음 내놓은 지 얼마 있지 않아 발견된 소수점 이하 자리수 계산 상의 결함 문제로 상당한 고전이 예상되었으나 브랜드 이미지가 갖고 있는 위세에 힘입어 쉽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인텔이 내년 시장을 목표로 시제품을 내놓고 있는 '펜티엄 프로' 는 이미 수많은 업체가 채택할 것을 선언하고 나선 상황이어서 내년에도 인텔의 독주가 예상된다. 하지만, 펜티엄 프로는 32비트 운영체제 전용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32비트 운영체제가 아닌 기존의 윈도우즈 3.1 이나 사이비 32비트 운영체제인 윈도우즈95에서는 별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펜티엄 프로를 장착한 피씨에서 일부 네트웍 카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결함이 발견되어 또 한차례 인텔로서는 고전을 치러야 할 것이다.

한편, 인텔의 독주에 제동을 걸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는 사이릭스사 ( Cyrix ) 에서는 펜티엄 호환이면서 속도는 펜티엄 프로보다 빠른 M1 이라는 칩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내년에는 사이릭스사의 분전이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명과 암

이 글이 잡지에 실리게 될 때 쯤이면 이미 발표가 되었겠지만 아직 발표가 되지 않은 한글판 윈도우즈95 의 한글코드 문제는 여전히 컴퓨터 호사가들 사이의 논쟁거리이다. 얘기의 발단은 처음 윈도우즈95 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이 새로운 운영체제에서는 문자처리코드로서 유니코드 ( Unicode ) 라는 국제표준을 채택하게 되며 따라서 영문은 물론 한글, 한자, 일본글자 등 지구상의 거의 모든 문자를 표현하고 처리하게 될 것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막상 한글 시험판에서는 한글완성형을 사용하였고 이에 사용자들의 항의가 있자 기존의 완성형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글자를 땜빵식으로 추가한 확장완성형을 사용하였다. 하지만 이 확장완성형은 정상적인 문자코드로 보기 어려운 문제점 ( 특히, 글자를 가나다 순으로 정렬하는데 문제가 있다 ) 이 있어서 더 큰 반발을 불려일으켰다. 그러자 다시 확장부분을 입력할 수 없도록 수정한 것을 최종으로 내놓았는데 내부 처리 방식에는 확장부분을 처리하는 부분이 그대로 있어서 입력 프로그램만 예전 것을 쓰면 여전히 확장부분을 입력할 수 있게 되었다. ( 이 문제에 관하여 한국마이크로스프트사에서는 확장부분을 전혀 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

이 과정을 살펴보다 보면 애초에 잘못 만들어진 1987년판 한글코드 ( KSC5601-1987 ) 와 이를 땜빵식으로 수정했던 1992년판 한글코드 ( KSC5601-1992 ) 가 갖고 있는 한계와 함께 확장완성형 코드를 처리할 수 있는 장치 ( 특히, 프린터 ) 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안이한 자세의 한국 기업들, 자신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이랬다 저랬다하는 외국기업 등 여러가지를 문제점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새해에는 깨끗이 정리가 되었으면 좋겠지만 뚜렷한 대안을 아무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여전히 암담할 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애플사는 올해에도 별 재미를 못보았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어 파워칩을 내장한 파워맥을 저가에 공급함으로써 어느정도 회복을 해나가는 상황이다.

한편, 국내의 출판시스템 개발 업계에서는 쿼크 엑스프레스 ( Quark Xpress ) 를 탑재한 애플사의 매킨토시가 독식하고 있는 탁상출판시스템 ( DTPS : Desk Top Publishing System ) 시장을 어떻게든 나눠먹어 보려고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하였다고 한다. 뒤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가장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했던가 ? 국내업체의 선전을 내년에는 기대해 본다. 이 글의 머리에서도 썼지만 그 어느 것도 영원한 것은 없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멸망을 내 살아 생전에 볼 수 있을지. 아니면,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고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예외가 될지 . .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54

/* (저자 주) 1995년 10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그 시절에 이미 앤디 그로브는 컨버전스 네트워크를 얘기했군요. 아직도 우리는 연구중인디... */

창밖으로 보이는 길가에 떨어진 낙엽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버린 가을을 조용히 일깨워 준다. 한편에서는 거인과 쌍둥이의 플레이오프가 열기를 더해가고 술먹은 국회의원들이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그 중요성 덕분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을 끌고 있는 국정감사가 한참이다. 정부에서는 이른바 효행학생을 대학에서 장학생으로 받겠다고 한다. 참말로 웃기는 세상이다.

텔레컴 95

요즘 컴퓨터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행사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겸 포럼인 『텔레컴 95』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이 행사의 주요내용은 각국의 전화사업자나 전화관련 설비를 제공하는 회사들의 장비를 전시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전화, 팩시밀리, 휴대폰, 삐삐 등의 기존의 전화사업뿐만 아니라 멀티디이어를 전국 또는 전세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이나 장비가 많이 전시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이번 행사의 개막식에서 인텔사 ( Intel :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는 회사 ) 의 회장인 앤드류 그로브가 연설을 했다는 것도 통신사업과 컴퓨터 또는 멀티미디어의 관계가 얼마나 가까와 졌는지를 실감케하는 장면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흘러나오는 얘기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 하나의 통신망에서 전화, 유선 / 무선 방송, 정보통신, 멀티미디어 등을 모두 지원하는 풀 서비스 네트웍 ( Full Service Network ) 이 앞으로 통신망이 지향해야할 방향이다.

2) 월드 와이드 웹 ( WWW : World Wide Web ) 의 등장으로 연구분야에 치우쳐 있던 인터넷 ( Internet ) 이 일반 회사나 가정의 영역까지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3) 컴퓨터가 텔리비젼 기능을 통합하면서 미래 단말기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신문의 광고면을 메우고 있는 멀티미디어 피씨의 인기, 인터넷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 각종 통신망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네티즌의 공동체 등 우리나라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모습도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추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네트웍으로 연결된 세계의 중심은 ?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간에 세상은 고도의 정보기술에 기반한 네트웍을 통해 연결되고 있다. 물론 네트웍이라고 하는 것이 꼭 정보통신 네트웍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의 비상연락망도 네트웍이고 학교동창회도 네트웍이고 같은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의식도 하나의 네트웍을 형성한다. 그런데 많은 전문가들은 네트웍 위주의 사회는 기존의 사회와는 다른 모습을 갖게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 다. 기업 뿐 만 아니라 그외 ( 민간단체를 포함한 ) 다양한 조직에서도 조직변화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 '간 큰 상사' 얘기는 기존의 위계질서 위주의 조직이 와해되는 하나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충효사상이나 연공서열과 같은 근대사회의 봉건적 잔재들도 그 수명을 다한지 오래다. ( 그래도 여전히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명심보감 운운하는 몽상가들도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새로운 조직의 원리에 대하여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세계 4 대 구루 ( guru : 사상적 지도자 ) 의 한 사람이며 일본의 시민정책집단인 '헤이세이 유신회'을 이끌고 있는 오마에 겐이치는 그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 . . 현재는 모두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학습조직'의 개념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지금까지의 기업은 원래 답이 없는데 있는 것처럼 사장이 사원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답이 있는 것처럼 고객에게 설명하고 상품을 만들어 팔았다. ( 오마에 겐이치 『인터네트와 비즈니스 혁명』 중에서 )

그러면 이러한 학습조직은 기존의 권위가 아니라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가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지금 움직이기 시작한 '퍼스널 컴퓨터를 이은 네트워크' 의 중심에는 반드시 데이터베이스가 있지 않고, 네트워크 자체가 중심이 된다. 네트워크 안에는 처음부터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고, 네트워크 자체가 중심이 된다. 네트워크 안에는 처음부터 답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이 다.그러나 거기에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느냐 ?" 고 여러 사라의 의견을 구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여러 사람의 의견과 지혜를 모아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이 전자 네트워크의 특징이다. ( 오마에 겐이치 『인터네트와 비즈니스 혁명』 중에서 )

역시 세계 4 대 구루 중의 한 사람인 톰 피터스가 흔히 잘 쓰는 말대로 혼돈의 시대에는 '미친년 널뛰듯이 하는' 경영이 필요한 것이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답이 정해진 문제만 달달 외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식의 모범생은 이 시대에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51

/* (저자 주) 1995년 9월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도트 프린터 화이팅 !

얼마전에 아는 분이 약국을 개업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놀랍게도 거기에는 386 급 개인용 컴퓨터와 프린터가 놓여 있었고 약사는 손님과 상담을 하면서 그 손님의 병력이나 특이사항, 최근의 처방 등을 화면으로 찾아보면서 곧바로 증세를 입력하고 처방을 입력한 뒤 처방을 프린터로 출력해서 약을 조제하였다. 입력된 처방은 약국의료보험 처리를 해서 바로 의료보험비를 청구하는데 사용된다고 하였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보기 힘든 장면이 동네의 작은 약국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컴퓨터가 실생활에 잘 활용되고 있는 현장을 보고나니 컴퓨터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뿌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런데 사용중인 프린터는 요즘 웬만한 사무실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구형 16 핀 도트 프린터였다. 그래서 기왕에 컴퓨터를 사용할 바에야 폼나게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잠시 사용방법을 살펴본 뒤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다. 종이로 인쇄되는 내용은 손님의 이름과 처방된 약의 내역인데 다 합해봐야 열줄 남짓이다. 그래서 이미 처방해서 조제한뒤 그 종이를 다시 집어넣어서 몇줄을 넘긴다음 재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조용하면서도 고속의 프린팅과 깨끗한 글씨의 품질을 제공하는 레이저 프린터도 종이의 재활용성이라는 점에서는 도트에 비하여 턱없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신제품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라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하였다.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치면서 낡을 대로 낡고 리본을 담는 통이 망가져서 비록 고무 밴드로 고정해서 쓰고 있기는 해도 묵묵히 제몫을 - 자기보다 최소한 다섯배이상 비싼 레이저 프린터 보다도 - 잘 해내는 프린터의 모습에서 올바른 컴퓨터 활용이라는 오랜동안의 화두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한 듯 하여 기분이 좋았다.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제 역할을 해낼 구형 도트 프린터에게 '화이팅 !' 을 외쳐주고 싶다.

세계시장으로 나가자

회사일로 머리에 털나고 처음으로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시속 1000 Km 로 날아가는 비행기로도 몇시간씩이나 날아가야 되는 그 큰 나라에 우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출장에 방문한 회사는 개발자가 20 ~ 30 명 밖에 안되는 작은 회사이면서도 훌륭히 소프트웨어 개발을 해내는 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한국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애쓰고 있는 작은 소프트웨어 하우스의 고전이 못내 아쉽게 느껴졌다. 땅이 넓은 만큼 사람도 많고 회사도 많고 그러니 컴퓨터를 쓰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자연히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도 클 것이다. 그래서 작은 회사라도 그 회사 나름의 틈새시장만 가지고도 훌륭히 살아남을 수 있는 여건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우리 소프트웨어 하우스들에게는 희망이 없을까 ? 이번 출장을 다녀오면서 내린 결론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틈새시장을 찾는다면 우리나라와 같이 훌륭한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을 가진 나라도 성공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어떻게 작은 회사가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 그 해답은 인터넷에 있다. 누구든지 인터넷 들어가서 자기의 홈 페이지를 만들어 웹을 통하여 홍보를 해 나간다면 쉽게 세계의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상품이나 개발능력을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전에 세계 소프트웨어계의 황제인 빌 게이츠 ( 마이크로소프트사 회장 ) 는 '인터넷은 내가 처음 소프트웨어 개발에 뛰어들었때와 유사한 점이 많다' 고 지적한 적이 있다. 말하자면 지금 인터넷은 20년전 소프웨어 부문이 그랬듯이 꿈을 가지고 도전하는 젊은이를 위한 '기회의 땅' 인 것이다.

초보자를 위한 잡지

미국 출장가서 본 것 제 2 탄. 비행기를 갈아타다가 시간이 남아서 서점에 들렀다가 'PC Novice' ( 개인용 컴퓨터 초보자 ) 라는 이름의 잡지를 발견했다. 부제는 '쉬운 영어로 씌어진 컴퓨터 잡지' 였다. 내용은 초보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관련 기술 소개, 질문과 응답 등 다양하게 꾸며져 있었다. 내용을 읽으면서 우선 느낀 것은 정말 '쉬운 영어'로 씌어졌다는 점이었다. 사실 개인용 컴퓨터 분야의 유명한 잡지 ( 외국잡지나 국내잡지를 통틀어 )를 읽다보면 초보자들이 건질 수 있는 내용은 거의 없다는 점이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사귀기에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도 이런 종류의 잡지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컴팩을 살 수 있다

얼마전에 컴팩의 회장이 한국을 다녀갔다. 컴팩은 현재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 위를 기록하는 말하자면 개인용 컴퓨터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다. 이 방문을 계기로 그동안 약간씩 모습을 보이던 컴팩 컴퓨터가 시장에 전면적으로 유통될 것이다. 컴팩 외에도 에이서, 델 과 같은 세계적인 브랜드의 개인용 컴퓨터 광고를 신문을 통해서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개인용 컴퓨터 시장도 대기업 제품 과 대만산의 양대 산맥이 이뤄오던 묘한 균형을 깨고 세계화가 바야흐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컴팩, 에이서, 아이비엠, 델 과 같은 유명 브랜드의 컴퓨터가 약간 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컴퓨터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소비자로서는 어쨌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좋아지는 점도 틀림없이 있다. 하지만 어차피 현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기호'를 소비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유명 브랜드 컴퓨터의 공세는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이트' 에게 일격을 당한 동양맥주가 'OB' 라는 이미지를 되살린 것이나 코카콜라가 예전의 유리병과 같은 모양의 ( 여자 몸매를 본딴 ) 펫트병 콜라를 내놓은 것은 브랜드 이미지가 가지고 있는 위력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 이미지는 어떠한가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46

/* (저자 주) 1995년 8월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네요. 뭐 아직은 현실이 되진 않았지만 결국 유비쿼터스가 그걸 가능하게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음반 시장의 몰락을 예측했군요. 흠... */

요즈음 신문에 나고 있는 개인용 컴퓨터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어느 선까지 가격이 내릴 것인가 ? 또는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이 얼마나 향상 될 것인가 ? 하는 점이 궁금하게 느껴진다. 내가 1981년 여름에 처음 컴퓨터를 샀을 때 ( 더 정확히는 아버지를 졸라서 컴퓨터를 선물받았을 때 ) 는 애플 투 ( Apple ][ ) 컴퓨터가 개인용 컴퓨터로는 거의 유일한 선택의 대상이었다. 겨우 8 비트 컴퓨터였던 이 컴퓨터의 가격은 본체,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 해서 거의 백만원에 육박하였다. ( 이것도 당시로서는 국산 복제품이 나와서 가격이 많이 싸진 상태였다. ) 나의 애기 ( 愛器 ) 였던 이 컴퓨터를 대학교 1학년때 까지 계속 사용하였다.

1980년대 이후 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컴퓨터계의 공룡 아이비엠이 발표하고 수많은 회사에서 호환기종을 생산한 아이비엠 피씨의 전성기였다. 8비트의 변형인 8086, 8088 을 탑재한 엑스티 ( IBM-PC XT ) 의 시대를 거쳐 16비트 개인용 컴퓨터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에이티 ( IBM-PC AT ) 의 시대로 이어졌다. 그 이후 개인용 컴퓨터 분야의 성능 향상은 가속도가 붙은 듯 금새 386 피씨, 486 피씨의 시대를 지나고 펜티엄이 주력기종으로 정착된 오늘에 이르렀다.

인텔에서는 이미 펜티엄의 다음 세대인 피식스 ( P6 ) 의 시제품을 공개할 시점에 이르렀고 피세븐 ( P7 ) 도 머지않아 나올 것이다. 이렇게 성능은 계속 향상되고 있지만 가격은 여전히 백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분야의 발달은 참으로 눈부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개인용 컴퓨터의 성능 향상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

이를 결정하는 데는 두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반도체 기술의 한계이다. 개인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크기, 가격, 전력소모의 범위 내에서 만들 수 있는 컴퓨터는 아무래도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반도체 기술이 발달해도 회로를 통해서 전기가 흐르려면 ( 전자가 돌아다니려면 ) 회로의 선폭이 전자의 크기보다는 넓어야 하므로 무한정 복잡한 중앙처리장치와 무한정 용량이 큰 기억소자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중앙처리장치의 성능의 한계에 대하여는 아직 상상하기 어렵지만 기억소자의 경우에는 약 2000년쯤이면 한계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물론, 전혀 새로운 기술 예를들어, 광소자, 바이오 기술 등을 사용한다면 이런 시점은 더 뒤로 미루어질 수도 있다.

개인용 컴퓨터 성능 향상의 한계를 규정하는 두번째 요소는 개인의 필요성의 한계와 맞물려 있다. 요즈음 유행하고 있는 컴퓨터의 대부분은 멀티미디어를 지향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는 음향, 음악, 동영상 등을 컴퓨터에서 처리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따라서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는 기존의 개인용 컴퓨터에 음향을 담당하는 사운드 카드, 음악을 담당하는 미디 ( MIDI ) 기능, 동영상을 담당하는 영상카드 ( 대개는 엠펙카드 ) 부가한 것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고가의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를 할 수 있는 기능이라는 것이 별로 없다. 기껏해야 씨디롬 ( CD-ROM ) 으로 된 타이틀을 돌려보거나 비디오 씨디 ( Video CD ) 를 보는 수준이다.

비디오 씨디를 보는 것은 사실 비디오 씨디용 플레이어를 사거나 비디오 씨디 재생 기능을 포함한 레이저 디스크 플레이어를 사는 것이 훨씬 손쉬운 방법이다. 특히, 컴퓨터를 이용해서 비디오 씨디를 보게되면 컴퓨터에 내장된 냉각 팬 소리때문에 분위기를 잡기가 참 어렵다는 단점까지 있는 실정이다. ( 물론 귀가 좀 어둡거나 냉각 팬 소리를 들어야 심리적 안정을 얻는 컴퓨터 중독자는 예외다. )

비디오 씨디를 포함한 씨디롬 타이틀 시장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멀티미디어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과 맞물려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호황은 그리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다. 그 이유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굳이 개인이 타이틀을 구입할 필요가 없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음반시장의 변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음악은 방송을 통해서 대중에게 알려진다. 그리고 인기곡은 굳이 카세트나 씨디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라디오나 컴퓨터를 통해서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곡의 카세트나 씨디가 팔리는 이유는 개인이 듣고 싶은 순간에 들으려면 그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비디오도 개인이 보고 싶은 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장점때문에 팔리기도 하고 대여점도 생기는 것이다. 즉, 음반시장의 존재가치는 방송이 즉시성, 쌍방향성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각국에서 활발히 추진 중인 국가정보기반 ( NII : 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사업이 완성되고 ( 우리나라의 경우 2010년대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이들이 상호연결되어 지구정보기반 ( GII : 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이 구축된다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주장하듯 모든 가정에서 '정보를 손끝으로' ( Information on your fingertips ) 주무를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때 쯤이면 가정에서 컴퓨터는 사라지고 컴퓨터와 텔레비젼, 음향기기, 홈 오토메이션이 통합된 가전제품이 가정의 벽면을 차지하게 되고 개인은 텔레비전 같이 생긴 단말기를 통해서 보고 싶은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며 각종 정보 서비스 ( 홈 뱅킹, 각종 예약 등 ) 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해서 복잡한 계산을 해야하는 경우에도 집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의 단말기에서 센터에 있는 슈퍼 컴퓨터에 접속하여 초고속으로 다양한 계산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요즘 텔레비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성이나 엘지의 기업 이미지 광고화면을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10년대의 어린이들은 아마 우리세대가 '보릿고개' 라는 말을 어설프게 이해하듯 개인용 컴퓨터라는 말을 어른들로부터 옛날 얘기로 듣게 될 것이다. 타자기가 그랬고 유엔성냥이 그랬듯이 개인용 컴퓨터도 역사의 저 너머 아련한 기억으로만 남게될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42

/* 1995년 7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스스로 컨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우리 토양의 한계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비록 최근 들어서 UCC의 인기는 스스로 컨텐츠를 생산하는 우리 누리꾼들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보여주지만 그 대다수가 여전히 카피 컨텐츠라는 점은 아쉽습니다. */

정보화, 세계화 이런 말들은 더 이상 어떤 전문가들의 용어가 아니라 일상용어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모든 사회의 변동은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화토양에 영향을 받으며 그 문화토양에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정보화, 세계화 할 수 있는 문화토양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면서 갑자기 유행하기 시작한 세계화도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것은 그를 주도하는 집단이 무성의하거나 무력해서라기 보다는 세계화의 대상인 동시에 주체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화토양의 척박함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정보화를 가로막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화토양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기로 하자.

맨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은 대화문화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정보화는 새로운 대화의 양식을 제기한다. 입으로 하는 말로 매개되던 대화가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대화 ( CMC : Computer Mediated Communication ) 로 바뀌고 있다. 이 대화의 세계에서는 나이나 지위, 인종, 장애 등의 외형적인 조건보다는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대화의 중심에 서게 된다. 따라서 어떤 선입관에 사로잡혀서 자기의 주장만 내세우는 사람은 컴퓨터를 매개로 하는 대화의 시대에는 따돌림을 받게 된다.

새로운 대화 방식과 관련하여 한가지 생각해야할 점은 익명성에 대한 것이다. 익명성 ( anonymity ) 이라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드러내지 않고 사이버 스페이스 ( cyberspace ) 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익명성은 남들이 내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아무 얘기나 마구 할 수 있다. 예를들어, 회사와 같은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불만과 고충을 제대로 수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지만 익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대화매체 ( 익명의 전자편지, 익명의 전자게시판 등 ) 를 제공한다면 밑바닥의 소리가 조직의 상부에까지 자유롭게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익명성에는 두가지 상반된 문제가 있다. 우선, 무책임한 발언, 비난이나 유언비어의 유포를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흡사 선거때마다 등장하는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과 마찬가지로 비록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명백하더라도 비난을 받은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구겨지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에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는 것이 그리 쉬운 일도 아니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익명성에 대한 두번째 문제점은 익명성을 빙자한 감시의 눈길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컴퓨터 기술은 비록 익명의 전자편지나 전자게시판이라고 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낼 수 있도록 할 수가 있다. 그렇게 되면 수사반장에 나오는 취조실 처럼 안에서는 자기들만 있는 줄 알고 대화를 나누지만 밖에서는 유리처럼 투명하게 방안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니엘 벨이 '텔레마틱 소사이어티 ( Telematique Society )' 에서 주장한 대로 우리는 어항속의 금붕어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

한편, 정보사회는 정보가 힘의 근원이 되는 사회이다. 정보의 유통은 세가지 요소 즉, 사람, 정보, 매체가 갖추어져야 가능하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각종의 정보화 관련 사업을 보면 매체 ( 고속 통신망의 구축, 위성사업, CATV 등 ) 라는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정작 그 매체가 구축된 후 그 매체를 타고 돌아다닐 정보와 그 정보을 생산하는 생산자인 사람이라는 요소에 대한 투자는 약하다는 느낌이 든다. 간단한 응용 프로그램을 돌리기에도 역부족인 엑스티 ( XT ) 급 컴퓨터를 교육용 피씨 ( PC ) 라고 해서 전국 각급 학교에 깔아놓고 컴퓨터를 가르쳐야할 교사들에게는 코볼이나 포트란을 가르치고 있는 현실은 결코 정보사회를 준비해가는 인재교육 방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인 것은 유통할 정보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정보는 가공 상태에 따라 일차정보 ( 즉, 가공되지 않은 정보 ) 와 이차정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차정보에 속하는 것은 주어진 일차정보를 분류 기준에 따라 분류한 것, 내용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해주는 색인 정보, 각종 정보에 대한 통계자료 ( 백서 White Page 정보가 이에 속한다 ) , 자료가 있는 곳을 정리해서 알려주는 엘로우 페이지 ( Yellow Page 전화번호부가 노란색 종이에 찍혀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는 지요 )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차정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우선 그런 정보 정리작업을 할 수 있는 전문인력과 도구 ( 내용을 분석하고 정리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등 ) 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작 정리하려고 해도 정리의 대상이 되는 일차정보가 매우 부족한 상태라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이다. 요즈음 인터넷 ( Internet ) 에서 유행하고 있는 웹 ( World Wide Web 의 약칭 ) 을 통해서 국내 사이트 ( site,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컴퓨터 또는 집단 ) 를 돌아다녀 보면 자료가 매우 부실하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일차정보의 생산이 부진한 요인으로는 기록문화의 부재, 정보를 나누려는 정보 마인드의 부족 을 들 수 있다. 우리민족에게 특별히 부족한 기록문화에 대하여 문학평론가 도정일 교수는 그의 책 '시인은 숲으로 가지 못한다' 에서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 다소 길지만 명문이므로 중략하지 않고 싣는다 )

억압되어 들리지 않는 목소리의 복원이 아니라면 문학은 무엇인가 ? 권력의 횡포, 제도의 폭력, 사회관계의 억압 밑에서 소리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의 그 침묵의 언어를 번역해 내는 작업이 아니라면 문학은 무엇인가 ? 갈등과 고뇌, 시련과 고통, 죽음과 배반의 시대는 있었으되 그 시대의 경험은 우리의 척박한 기억력, 그 심오한 망각의 늪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가고 있다. 서사란 종족의 기억이고 그 기억의 보존을 위한 첫번째 장치이다. 서사를 통해 역사적 기억을 보존하지 않은 민족 치고 자랑할 만한 문화를 일군 민족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어찌된 일인가. 우리는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역사를 기록해 온 민족이면서 기억과 반성의 능력은 천박하기 짝이 없고, 서사에서 역사를 증발시키고 기억을 잡아빼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유행논리에 휘둘리기까지 한다. 외솔 최현배가 <천박한 낙천성>이라고 부른 어떤 특성이 우리에게 있는 것인가.

정보부재 현상의 또 하나의 원인인 정보를 나누려는 정보 마인드의 부족은 우리 사회가 오랬동안 정보유통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었음에 그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열린 공론의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자연히 우물가에서 유통되는 유언비어나 요정에서 유통되는 비밀 첩보에 의존에 살아왔던 것이 우리의 모습이었다. 한국 현대사에 그늘을 드리웠던 무소불위의 기관 이름이 '중앙정보부' 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강력한 내외의 통제를 받는 방송, 재벌언론사와 언론재벌사만이 존재하는 언론시장, 컴퓨터 통신마저 검열하여 사람들을 구속하는 정보기관. 이것이 21세기를 불과 6년 앞둔 한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그런 와중에 얼마전에는 통신윤리 강령이 만들어 졌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등지에서도 통신 검열에 대한 논의가 열기를 띠고 있다. 사용자들이 음란, 외설 자료를 유통시키는 것을 막기위해 검열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부 사람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는 두가지의 함정이 있다.

첫째는 통신검열이 과연 가능한 가 하는 점이다. 이미 백만을 돌파한 국내 피씨 통신 사용자들이 동시에 자료를 올리고 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전자편지를 주고 받을 때 그 엄청난 양의 자료는 어떤 방식으로든 검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설령 가능하다고 할 지라도 엄청난 인적자원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많은 자원을 투자해서 검열함으로써 얻는 이익이 그 자원의 낭비를 능가할 것인가 ?

통신검열의 두번째 함정은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10여년 전만해도 만화에서는 한방에 남녀가 둘만 같이 있는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고 한다. 아이들이 보는 만화에 그런 그림이 있는 것은 불건전한 남녀관계를 연상시키므로 불가하다는 것이 그 논지인데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그런 기준을 만들어낸 어른들의 불건전성이 나를 몸서리치게 한다. 무엇이 반사회적이고 무엇이 불건전하다는 말인가 ? 그리고 반사회적이거나 불건전한 정보는 과연 꼭 규제되어야 하는 것인가 ?

이런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얼마전에 있었던 야한 연극에 대한 논란을 되새겨 볼 만 하다. 내용의 전개상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마구 벗어대는 연극이 있어서 비난이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 연극은 발디딜 틈 없을 정도록 많은 관객을 유치하였다. 이 현상을 표현하는데 '음란한 사회 근엄한 공권력' 이라는 말만큼 적절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이 말의 두 항 즉, 음란한 사회와 근엄한 공권력은 대립항이 아니라 상호의존하는 항이라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개인에 대한 공권력의 폭력이 일상화된 사회, 정의가 없어진 사회, 생활세계에 대한 무제한의 착취를 통해서만 유지되는 사회, 폭력을 부추키고 미화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일탈의 유혹을 느끼고 이는 이 사회의 개개인을 '엿보는 톰 ( Peeping Tom )' 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열어야 한다. 눈도 열고 마음을 열고 시장도 열어야 한다. 나와 남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보지 않으면 어떤 발전에 대한 의지도 발현될 수 없다. 고슴도치처럼 움추러져 자기 것은 내놓지 않고 주변을 사람들만 찌르는 사회에서는 발전이 있기가 어렵다. 여기서 최병권 기자가 쓴 '세계시민 입문'의 한 구절을 인용해보자.

고슴도치 사회에서는 영웅이 태어날 수 없다. 영웅의 탄생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 영웅이 없으면 신화도 없다. 영웅과 신화가 없는 사회는 소인들의 사회이다. ( 중략 ) 신화는 픽션이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어 신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염원이 픽션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중략) 신화 속의 거인을 닮고자 하는 욕구가 크면 클 수록 인간의 자기 극복 노력도 치열해진다. 이 치열함이 학문과 과학 예술 정치 경제 사회 제도의 발전을 가져왔다.

올바른 정보마인드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하고 자정능력을 키우도록 해야한다. 스스로 판단해도 행동하지 않는 개인에게 세계화, 정보화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36

/* (저자 주) 1995년 6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요즈음 가전제품의 선전을 보면 참으로 묘한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더욱 간단하게, 더욱 작게' 라는 스로건을 모두들 표방하고 있다. 예전에는 화려한 기능이 각광을 받은 반면 이제는 간단한 기능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 여러가지의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서 '소비층의 다양화' 라는 측면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끔 텔레비젼을 통해서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방송장비의 모습을 언뜻 언뜻 볼 수가 있는데 우리같은 문외한으로서는 장비가 굉장이 복잡하게 생겼다는데 그만 질려버리곤 한다. 더욱 강력한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서 장비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가전제품에서는 '딱한번', '초간편' 이 가장 중요한 장점으로 부각되는 것인가 ? 방송국의 방송장비야 전문가들이 매일 사용하는 장비지만, 집에있는 브이티알은 어쩌다 한번 그것도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한 차이점일 것이다. 모두들 집에 있는 브이티알을 생각해보라 ! 거기에는 틀림없이 예약녹화를 위해 시간을 맞추어 놓도록 되어있지만 당장 당신의 집에 있는 브이티알에는 '12:00 AM' 이라는 숫자가 허구한 날 깜빡이고 있을 것이다. 예약녹화를 위해서 시간을 맞추어 놓고 있는 집은 아마 1 % 도 안될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가전제품을 만드는 사람들로서는 다양한 기능 보다는 간단한 사용성이라는 점에 집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컴퓨터 분야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로 오면 이 얘기는 정반대로 바뀐다. 어느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그램은 2년에 2배씩 커진다' 고 한다. 지금 잘 돌아가고 있는 당신의 최신형 컴퓨터도 2년 길게 잡아도 4년 뒤에는 평범한 프로그램을 올리기에도 용량이 부족한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말 것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최신형의 컴퓨터를 이용해서 앞으로 나올 컴퓨터에서나 돌아갈 점점 더 큰 소프트웨어 - 다르게 말하면 점점 더 뚱뚱한 소프트웨어 - 를 만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를 만들어 파는 사람들의 입장에서야 칭찬할 일이지만 제한된 재정을 가지고 문화생활 ( ? ) 을 즐기려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소름이 돋을 일이다. 당장 내가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컴퓨터도 이 원고를 쓰도록 도와주고 있는 워드 프로세서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인듯 버벅거리고 있다. 아마 이 워드 프로세서의 다음 버전은 이 컴퓨터에서 돌아가지도 않을 지 모른다. 그러면 난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제는 잡지에서도 언급하지 않는 구식 워드 프로세서의 사용자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버전이 업그레이드할 가치가 있을 만큼 충분히 더 좋은가 하는 문제는 생각할 여지가 많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워드 프로세서에서 내가 쓰고 있는 기능은 얼마나 되며, 새로운 버젼은 내가 없어서 아쉬워하던 바로 그 기능을 제공할 것인가 ? ( 거의 그런 경우는 없다 ! ) 만약 지금 쓰고 있는 소프트웨어가 도저히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을 수 밖에 없을 만큼 문제가 있다면 그걸 만들고 상품이랍시고 팔아먹은 놈은 또 얼마나 나쁜 놈인가.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후안무치는 단지 뚱뚱한 소프트웨어로 소비자를 질리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다보면 누구나 소위 '버그' 라는 제품의 결함과 마주치게 된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한 어떤 동작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거부 당하고 '프로그램을 종료하겠다' - 누구 마음대로 ! - 든가 '업체에 연락을 주십시요' - 안그래도 작업을 날려서 황당한데 친절하게 전화까지 해줘 ? - 라든가 '시스템 관리자에게 물어보라' - 내가 시스템 관리잔데 누구한테 물어본담 ! - 든가 라는 메시지를 화면에 남겼을 때 사용자는 개발자의 오만함에 대하여 아무런 대항도 못하고 컴퓨터를 재시동 하곤 한다.

하지만 가전제품으로 돌아가보자 텔레비전을 보면서, 세탁기로 빨래를 하면서 '버그' 때문에 속상한 적이 있는가 ? 아마도 거의 - 전혀 ! - 없을 것이다. 물론 소프트웨어가 가전제품보다 만들기에 복잡하고 결함을 생산단계에서 모두 발견하기 어렵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결함을 '버그' 라는 어정쩡한 말로 얼버무리면서 넘어갈 수는 없는 것이다. 이는 틀림없이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며 프로그램 사용계약의 약점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면 항상 '프로그램 사용계약서' 가 따라온다. ( 대개는 디스켓이 들어있는 허연 봉투의 겉면에 적혀있다. ) 그것을 꼼꼼히 읽어본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 거기에는 틀림없이 이렇게 적혀있다. 주의 - 개봉하기 전에 다음을 반드시 읽어 주십시오. 봉인된 이 디스켓 패키지를 개봉하는 것은 프로그램 사용계약서 내용에 동의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모두들 그냥 일단 뜯어서 설치하고 본다.

이번에는 프로그램 사용계약서를 읽어보자. 구구절절이 기가 막히지만 단연 압권은 이런 구절이다.

보증 :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어떠한 보증도 하지 않으며, 프로그램의 수행과 그 결과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사용자가 책임을 집니다. 프로그램의 결점이 발견되더라도 이에 따르는 서비스, 정정에 대한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합니다.

예를들어, 워드 프로세서가 어떤 결함이 있어서 하드 디스크를 날리든 모니터를 태워먹든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그리고 보증기간이 무슨 소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증기간에 대한 언급이 있긴 있는데 그나마 90일로 되어있다. 90일이면 대부분의 평범한 사용자로서는 아주 기초적인 기능을 익히는 수준이고 그동안 문제점을 발견하더라도 자신의 조작미숙인 것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기 쉽다.

사회가 정보화되면 될 수록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은 커질 것이다. 사회의 상호의존성이 높아 질수록 각 소프트웨어의 결함이 가져올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사소한 결함으로 핵폭탄이 날아갈 수도 있고 은행이 파산할 수도 있다. 나 자신도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한 사람으로서 소프트웨어의 무결성이란 도달할 수 없는 이상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안다. 하지만 더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버그' 라는 핑계와 무책임한 프로그램 사용계약서 뒤에 숨어서 안주해서는 안된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사회적 책임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 만국의 프로그래머여 자성하라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34

/* 1995년 5월에 모 잡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그 때는 네티즌이라는 말이 신조어였던 시절입니다. */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윈도우즈 95 ( 일명 시카고 ) 를 올해 8월에 정식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는 베타 테스트 버전을 공짜로 써 볼 수 있는데 글쎄 원래 선전하던 것 보다는 실망스러운 점이 많다.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우던 플러그 앤 플레이 ( Plug and Play : 장치를 추가하기만 하면 윈도우즈가 알아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고 작동가능하게 해 주는 것 ) 는 너무나도 불안정하게 구현되어 있어서 어느 잡지의 표현대로 설치해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빌고있어야 하는 ( Plug and Pray ) 상황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테스트 버전의 얘기이고 정식버전이 나온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한편, 이에 대응하여 나온 아이비엠의 오에스/2 워프 ( OS/2 Warp ) 는 뛰어난 성능과 재미있는 텔리비전 광고 ( 엄숙한 분위기의 수녀들이 워프에 대하여 소근대는 광고. 그런데 이 광고를 보고 무엇을 선전하는 광고인지 이해할 수 있는 시청자가 얼마나 될까 ? ) 에도 불구하고 일단 윈도우즈에 길들여진 사용자나 프로그램 개발업체를 끌어오기에는 역부족인듯 하다. 한때 컴퓨터업계의 절대 강자였지만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 공룡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휘청이던 아이비엠이 경영혁신 ( 엄청난 노동자 학살과 노동강도의 강화 ? ) 을 통하여 얼마나 재기할 수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각설하고 이번 달에는 우리 앞에 다가온 정보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새로운 도전과 희망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정보 분야만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95년 현재 일간신문은 하루 1300만부가 인쇄되고 있고 ( 이 중에 얼마나 배포되는 지는 아무도 모른다 ! ) 차량용을 제외하고도 라디오는 2400만대, 텔리비전은 1300만대 이상이 전국에 보급되어 있다. 4천종이 넘는 잡지가 월간, 주간으로 쏟아지고 있다. 여기에 케이블 텔리비전과 지역민방까지 얼마전에 가세하고 무궁화호 위성이 곧 우주상공에서 제 궤도를 잡고 지구를 향해 정보를 쏟아낼 시점도 곧 다가오고 있다. 정보사회의 척도라고도 할 수 있는 컴퓨터는 500만대를 넘어섰고 2천만 회선에 1600만대의 전화가 보급되어 있어 지금 한반도는 정보 유통의 홍수가 뒤덮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컴퓨터통신의 측면에서만 보아도 각종 통신망의 가입자가 몇백만을 돌파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고 세계적인 통신망인 인터넷에 가입하는 사용자수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김영삼 대통령이 좋아하는 말대로 바야흐로 세계화의 추세에 발맞추어 우리도 근사한 정보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는 정보사회의 시민, 즉 네티즌 ( Netizen = Network + Citizen ) 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한국통신에서 내보내는 광고를 보면 어떤 직장인이 전화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괜히 막히는 길에 차를 타고 다니면서 일을 하다가 상사에게 혼나는 장면이 나온다. 정보사회로 진입하는 한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주변에 널려있는 정보기기 ( 전화, 팩스, 컴퓨터 통신 등 ) 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마치 버스나 지하철을 제대로 탈 수 없는 노인들과 같은 불쌍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한 새로운 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떤 사람들은 디지탈 문자해독 ( digital literacy ) 의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고 하기도 한다. 구텐베르그가 인쇄술을 통하여 정보의 대중적인 파급을 가능하게 하자 더이상 정보를 특정계층에서 독점할 수 없게 되었다. 독일어로 성서가 인쇄되어 널리 보급됨으로써 중세의 절대 권력이었던 구교 ( 가톨릭 ) 가 무너지고 신교 ( 프로테스탄트 ) 의 등장을 가능하게 되었다. 근대국가에서 시행한 국민교육은 법령을 읽고 이를 준수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의 존립을 가능하게 하는 문자의 해독능력을 가르치는 교육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이제 정보통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국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이를 학교교육이 담당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하나는 학교교육의 혜택을 더이상 받을 수 없는 성인들의 재교육에 관한 문제이고, 또 하나는 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감당할 수 있는 기자재나 교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될 것이다. 프랑스는 예산의 20%를 교육에 쓴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과연 얼마나 쓸 수 있을까 ? 이런 판국에 아직 우리 교육은 대입 본고사, 평준화, 과외허용 등 몇십년동안 줄기차게 붙들고 있던 문제로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와중에 뻔한 소리 몇마디 했다고 교육부 장관을 갈아치우다니 아무리 선거국면이라지만 . . .

하지만 시각을 세계로 돌려놓고 보면 정보사회의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 진다. 우선 제도의 장벽이 무너지는 제도제국주의의 문제를 들 수 있다. 예를들어, 현재 미국의 펜트하우스에서는 자기네 잡지에 나오는 기사나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을 통하여 이런 자료를 얼마든지 받아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어떤 사전 검열이나 당국의 제지가 개입할 구석이 없다. 요즈음 관심을 끌고 있는 주문형 비디오 ( VOD : Video On Demand ) 는 집에서 전화나 CATV 케이블, 광케이블 등을 통하여 보고싶은 비디오를 골라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이런 시비스가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 된다면 한국의 시청자가 미국의 비디오를 골라보는 것이 가능해 진다. 그렇다면 미국의 영화가 공윤의 가위질 한번 받지 않고 한국시장에 유통되게 된다. 더 이상 국가간의 장벽이라는 것이 성립되지 않는다. 전 세계가 단일한 제도에서 비디오를 제작, 배포,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소프트웨어 ( 컴퓨터 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영화, 게임, 쇼 비즈니스의 기획 등 모든 인간의 창의적인 활동 ) 분야에서 강세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는 후진국에 대하여 통신시장을 비롯하여 각종 무역, 문화, 예술, 오락, 방송, 광고 관련 제도의 변경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한참 신문을 메우고 있는 한국통신노조의 농성사태는 이런 상황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텔리비전이나 신문에서는 이런 사실을 제대로 보도한 적이 없지만 말이다. 얼마전에 대구에서 도시가스 폭발 참사가 났을때 이를 가장 자세히 알려준 것도 햄 ( HAM ) 과 같은 개인적인 무선통신가들이나 하이텔, 천리안과 같은 컴퓨터 통신망이었다. 그리고 이날 참사에도 불구하고 문공부의 지시에 따라 태연스레 스포츠 중계만 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도 이들 통신망을 통해서만 토로되고 공유될 수 있었다. 통신망의 사용이 더욱 광범위하게 이루어진다면 문공부의 지시나 받는 언론 보다는 컴퓨터 통신이 더 많은 정보를 제때에 공급하게 될것이고 그렇다면 언론이나 방송은 그 나름대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 더욱 열린 보도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80년 광주과 같은 비극은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권력의 독점을 막는 이러한 컴퓨터 통신에 대하여 통제의 칼을 들이대려는 노력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만해도 주요한 자료의 통신을 모두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클리퍼 칩의 문제가 크게 문제가 되었다. 대통령이 도청 한번 잘못했다가 짤리는 나라에서도 그런 정도인데 도청이 일상화된 나라에서는 어떨까 ? 한편, 정보가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 언어의 문제도 당분간은 상당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자료가 쌓여 있더라도 언어의 장벽때문에 읽을 수 없거나 설령이 읽을 수 있다하더라도 독해의 속도가 느리거나 미묘한 뉘앙스를 느낄 수 없다면 자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사회적인 약자들 - 노인들, 어린이들, 후진국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집없는 사람들 등 - 은 이러한 통신망에 접속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얼마전에 일본에서는 영국에서 일본에까지 이르는 광케이블을 설치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선진국은 전세계를 광케이블이나 위성을 통하여 거미줄처럼 엮고 있지만 아직도 지구상의 절반의 사람들은 전화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현실인 것이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29

/* (저자 주) 1995년 4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세상 참 많이 변했군요. */


봄이 돌아왔다. 그렇게도 비가 없던 겨울이 지나가고 그래도 봄은 오고 북한산의 개나리에는 물이 오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린 독가스 사건이 떠들썩하고 지하철에 전경들이 방독면을 쓰고 나타나더니만 어느새 기억도 희미해져가고 지방선거정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해방 50 주년에 되는 올해의 봄은 이렇게 소란스럽게 시작하고 있다.

한편 개인용 컴퓨터계에서 올 봄의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윈도우즈용 워드프로세서의 한판 승부와 얼굴 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마이크로소프트, 아이비엠, 애플의 차세대 운영체제의 싸움일 것이다.

얼마 전 한글과 컴퓨터에서 아래아한글 3.0 윈도우즈용을 내놓음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 워드 6.0, 에이아이티 코리아의 워드퍼펙, 삼성전자의 훈민정음 4.0 과의 워드 프로세서 전쟁에 뛰어 들었다. 한글 워드는 미국에서도 가장 잘나간다는 엠에스워드를 고친 것이니 기능이나 개발의 완성도, 인지도의 측면에서 기반이 워낙 단단하다. 워드퍼펙은 도스용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는 감히 당할자가 없던 강자였기 때문에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다. 훈민정음은 제일 먼저 윈도우즈용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내놓은 곳으로서 연륜으로 보나 대기업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보나 쉽게 밀릴 상대는 아니다. 아래아한글은 우리나라 개인용 컴퓨터의 90%에서 깔려있다는 추측이 나올 정도로 가장 널리 쓰이는 워드프로세서이다. 따라서 이 싸움은 어느 누구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몇 달은 더 지나봐야 어느 정도나마 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예측은 시장 자체를 예측하는 것이고 사용자가 워드프로세서를 선택하는 것은 이와는 전혀 무관한 문제이다. 남들이 아무도 안 써도 자기가 쓰기 편하고 다른 사람과 파일을 호환하는데 문제만 없다면 굳이 가장 많이 팔리는 워드프로세서를 꼭 사야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워드프로세서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주변사람의 조언을 듣고 요즈음 잡지에 나오고 있는 비교기사를 참조한 후 직접 써보고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한편 아직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진 않았지만 윈도우즈 3.1의 다음은 무엇이 될 것인가를 놓고 주도권 싸움이 시작되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즈 95, 윈도우즈 엔티 등의 제품을 내놓으면서 윈도우즈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고 있다. 한편, 윈도우즈가 탄생할 수 있도록 많은 작업을 해놓고도 막상 제품으로서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아이비엠은 오에스2 2.0 워프 라는 제품을 내놓 으면서 역전을 시도하고 있다. 이 제품은 특히 속도가 느린 윈도우즈 엔티나 인스톨하는 동안 사람의 혼을 빼놓는 윈도우즈 95에 실망한 사용자를 흡수하면서 미국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폰 윈도우즈가 자기의 기술을 훔쳐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펴면서 멀티미디어 분야의 선두주자임을 선언하고 있는 애플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애플의 퀵 타임 기술은 멀티디미어 분야에서만큼은 표준으로 정착할 가능성도 있다.

또 한가지 지금 컴퓨터 시장에서는 사용자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건이 있다. 그것은 펜티엄 피씨인가 486 피씨인가 하는 문제 이다. 문제의 발단은 펜티엄의 오류에 있다. 마이크로 프로세서 분야에서는 모토롤라와 함께 가장 앞서가는 회사인 인텔의 최신 상품인 펜티엄의 연산기능에 오류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묘하게도 386 피씨 시장은 매우 짧게 6개월정도로 마감이 되고 바로 486 피씨 시장으로 넘어간 적이 있다. 따라서, 고집스럽게 386 피씨를 팔던 몇몇 회사는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래서 그런 회사들은 잽싸게 펜티엄 피씨로 주종을 바꾸었고 나머지 회사들은 펜티엄은 오류가 있으니 잘 안 팔릴 것이라는 예측으로 계속 486 피씨를 고집하였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는 펜티엄이 오류로 인한 사용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세승을 거두고 있다.

그런데 또 한가지 사용자를 곤란하게 만드는 사건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인텔의 신제품 펜티엄 칩이 기존의 칩과는 핀의 형태가 달라서 업그레이드가 안되는 것이다. 즉, 예전에 펜티엄 피씨를 구입한 사용자는 새로 나온 빠른 펜티엄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는 것이다. 이 억울함은 누구한테 호소할까 ? 인텔은 새로운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억울한 건 억울한 거니까. 그런 와중에도 인텔은 펜티엄 다음의 마이크로 프로세서인 P6를 내놓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펜티엄 피씨를 살까 P6 피씨를 살까 고민해야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항상 그랬지만 컴퓨터를 산다는 것은 늘 피곤한 일이다.

한편, 작년부터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터넷의 인기는 드디어 많은 서비스 회사의 등장을 불러왔다.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와 같은 기존의 컴퓨터 통신 사업자는 물론이고 새로운 중소기업들도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 통신 서비스 제공회사가 많아지면서 우리나라 컴퓨터 통신 서비스의 질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실 지금 컴퓨터 통신은 짜증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 느린 반응 속도, 제한된 정보 등으로 인해 고급 사용자로부터 외면을 당 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이나 전문 연구소와 같이 많은 정보를 안정적으로 송수신하고자 하는 곳은 모두 따로 망을 구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망을 따로 따로 구성해가지고는 컴퓨터 통신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누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컴퓨터 통신 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일어나서 우리나라도 컴퓨터 망을 둘러싸고 새로운 사회의 재편성이 일어나야만 세계적인 정보화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

하여튼 이번 봄은 여기저기서 불쑥 불쑥 솟아나는 선의의 경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경쟁이 가을에 가서는 편리한 정보사 회라는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 본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23

/* (저자 주) 1995년 3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 글의 앞 부분에는 고 공병우 선생님 타계 소식이 있군요. 벌써 10년이 넘게 지났네요. */
/* 그리고 글의 뒷부분에는 요즘 유행하는 유비쿼터서 얘기가 나오네요. 거 참... 그 때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었지? */


우선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글의 컴퓨터 처리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계셨고 또한 많은 업적을 남기신 공병우 선생님의 타계 에 깊이 머리 숙여 그 큰 뜻을 기리고자 한다. 공병우식 타자기를 만들어내셨고 종로에 안과를 세워서 인술을 펴셨으며 편리한 한글자판을 보급하기 위하여 직접 세벌식 자판을 개발하시고 그의 보급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 그 외에도 컴퓨터에서의 한 글처리를 잘하기 위한 많은 프로그래머들의 작업에 선생의 지원이 따랐음은 물론이다. 더구나 장기까지 기증하시고 돌아가셨다는 점에 대해서는 '역시 훌륭한 분들은 끝까지 훌륭하구나'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번 달에는 키보드를 대신하여 자료를 입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그의 장점과 단점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처음 컴 퓨터를 배우는 사람은 누구나 키보드를 빨리 치지 못해서 '그냥 말로 하면 팍 팍 알아먹는 컴퓨터가 없을까 ? ' 하고 불평을 하 게 마련이다. 즉, 키보드를 대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맨 처음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음성인식 시스템이다. 음성인식 시스템은 매우 오랫동안 연구되어왔기 때문에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가장 유명한 소리 카드인 [사운드 블래스터]를 사면 끼워주는 [보이스 어시스트 ( Voice Assist )] 라는 프로그램만 해도 거의 100단어 정도는 문제없이 알아듣는다. 물론 임의의 단어를 모두 알아듣는 시스템은 아직 본적이 없다. 임의의 문장을 입력하려면 영어를 기준으로 한다면 A 부터 Z 까지 26 글자를 알아듣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스펠링을 하나하나 읽어주면 될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음성인식 시스템을 일반적인 입력기로 쓰기에는 문제가 많다. 우선 영어에서 대문자와 소문자를 구분할 방법 이 없다. 따라서 " This " 라고 한 단어만 입력하려고 해도 '대문자 티 소문자 에이치 소문자 아이 소문자 에스' 라고 해주어야 할 것이다. 물론 시프트 키나 캡스록 키의 개념을 도입하면 좀더 간단해지긴 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다.

또 한가지의 문제점은 음성인식 시스템은 주변의 환경에 많이 의존한다는 점이다. 주변이 시끄러우면 소음과 사람의 음성을 구 분하기가 힘들 것이고 입력하는 사람이 좀 멀리 있어서 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는다면 제대로 입력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감도가 좋은 마이크를 써서 소리를 잡아내는 것도 문제다. 왜냐하면 옆 사람이 얘기한 것까지 몽땅 명령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 옆 사람이 자기 컴퓨터에다 대고 '파일 몽땅 지워' 그랬는데 내 컴퓨터에 있는 파일이 몽땅 지워지면 누 가 책임지나 ? )

음성인식의 또 한가지 문제점은 입력 속도와 수정 속도에 대한 것이다. 타이핑을 제대로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본다면 말을 제 법 빨리 해야 겨우 타이핑 속도를 뛰어넘게 된다. 하지만 말을 빨리 하게 된다면 띄어쓰기의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특히 영어 처럼 한 단어씩 띄어쓰는 경우에는 문제가 적지만 우리말의 경우에는 띄어쓴 부분에서 붙여 읽기도 하고 붙어있는데 띄어읽는 경 우도 있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한글처리 프로그램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수정의 문제에 오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다. 한참 말하다가 잘못된 경우 어디까지 지울 것인가를 말로 명령을 내려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 '산토끼 토끼야 어데로 악 틀 렸다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지우고 디로 가느냐' 이렇게 될까 ? '지우고' 라는 명령과 보통단어의 입력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 '지우고' 라는 단어를 입력할 일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명령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릴 수 있을 까 ? 산 넘어 산이로다.

하지만 이렇게 일반적인 문장을 입력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TV의 리모콘 수준의 명령만을 대신하는 간단한 경우라면 음성인식 시 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고 곧 그런 제품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말을 알아듣는 TV 리모콘이라 . . . ( '야 9번 보자' '야냐 7번이야' '너 아빠말 안 들을래 ? 9번' '히잉~ 7번' '9번' '7번' '9' '7' . . . 미래의 어느날 밥상머리 에서 오가게 될 대화는 이런 것이 될까 ? )

문자를 손쉽게 입력하려는 노력 중에 거의 실용화 단계에 이른 것은 문자인식시스템이다. 영문을 기준으로 한다면 거의 완벽한 문자인식시스템이 나와있고 한글의 아직 미흡하기는 하지만 제한된 용도로는 활용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임금인상으로 타이피스 트들의 월급이 계속 오른다면 대량의 문서를 입력해야 하는 곳에서는 당연히 문자인식시스템의 도입을 고려하게 될 것이다. 하지 만 현재 상품화된 문자인식시스템은 책과 같이 깨끗이 인쇄된 문서를 읽는 수준이고 편지봉투와 같이 손으로 쓴 글씨를 제대로 인식하는 시스템이 나오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더구나 영문, 한글, 숫자뿐만 아니라 한자까지 제대로 인식하려면 한참 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제록스 파크 ( Xerox Palo Alto Research Center )] 는 항상 가장 선진적인 기술을 내놓는 첨단 연구소이다. 여기서 얼마 전에 내놓은 시스템은 정보입력의 필요성 자체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여기에서 사용한 방법은 방의 문이나 커피 포트, 볼펜 과 같은 생활주변의 모든 제품과 각 사람에게 통신기능이 되는 배지를 달아둔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방에 들어오고 나가고 커피 포트를 사용하는 하는 식의 모든 정보를 이 배지를 통하여 컴퓨터가 자동으로 기록하게 하는 것이다. 즉, 일상생활의 모든 활동 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기록하게 함으로써 그런 정보를 사람이 다시 정리해서 기록하는 ( 즉, 일지를 기록해야하는 ) 번거로움을 덜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왠지 좀 무시무시한 생각도 든다. 이건 뭐 조지 오웰의 [1984] 소설에나 나오는 그런 썰렁한 세상 얘기 아닌가 ? 이쯤 읽은 독자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 '에이 그냥 키보드 익히고 말지뭐.'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20

/* (저자 주) 1995년 2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요즘 UCC가 유행어라고 한다면 그때는 아마 멀티미디어가 유행어 였던 모양입니다. 진짜 멀티미디어의 홍수시대가 10여년 뒤에 오리라고 그때는 상상을 했을까요? */

온통 세상이 멀티미디어로 가고 있다. 신문, 방송, 컴퓨터, 교육, 의료, 오락산업, 사무실 등 온 세상의 모든 곳에 멀티미디어 의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들뜬 목소리로 멀티미디어를 찬양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 이번 달에는 멀티미 디어에 대하여 기대나 우려를 보내는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하고자 한다.

멀티미디어 기술은 첨단 기술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 씨디 분야에서 압도적인 기술우위를 보이던 필립스가 며칠 전 갑 자기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 규격의 표준화 문제에서 뒤진 기술을 가진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게임기 회사였던 닌텐 도가 어느새 명함조차 내밀기 곤란할 정도로 뒤떨어지고 있다. 아차 하는 순간에 이류로 떨어지고 한번 떨어지면 따라잡기가 벅 찰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렇게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것은 표준화를 매우 어렵게 한다. 애써 많은 사람들의 연구와 합의 와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국제적인 표준을 만들더라도 그 사이에 그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좋은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 나온다면 누가 표준을 따르겠는가 ? 따라서 이런 첨단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표준보다는 업계 표준 ( de facto standard ) 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문제는 업계 표준은 거의 항상 두개의 서로 대립하는 컨소시엄간의 싸움의 결과로 결정이 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업 체로서는 어느 컨소시엄에 붙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이렇게 안정감 있는 투자와 기술의 진보보다는 어느 쪽에 붙느냐하는 도박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우리 나라의 대부분의 기업은 어차피 자체적인 기술이 없기 때문에 대외의존을 할 수밖에 없는데 어느 쪽에 붙어야할지를 고민하느라고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 다. 또 표준이 없어나 나타나는 한가지 문제점은 기술개발비나 소비자의 낭비를 들 수 있다. 애써 개발한 기술이나 제품이 쓸모 없는 쓰레기가 된다면 그 개발비는 누가 보상하며 그런 제품을 산 소비자의 쓰린 가슴은 누가 달랠 것이며 쓰레기 종량제까지 실 시되어 버리기도 쉽지 않게 되었으니...

멀티미디어가 갖고 있는 두 번째 문제점은 정보소통량의 폭증 문제다. 멀티미디어 자료 중 동영상 ( 영화, 만화 등 ) 이나 소리 는 매우 자료의 양이 크다. 따라서 디스크에 저장하거나 통신을 통하여 전송하려고 할 때 매우 큰 부담이 된다. 더 큰 문제는 앞 으로 정보통신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얼마나 크게 증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지금 전세계는 정보사회를 이행하기 위 하여 어떻게 정보통신 기반시설 ( 흔히 '정보 인프라' 라고 일본식 표현을 아무 생각없이 쓴다 ) 을 구축할 것인 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국가정보기반 ( NII : 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 ), 정보초고속도로 ( information superhighway ) 라는 표현을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이 모두가 한 국가를 몽땅 연결하는 통신망을 구축하자는 얘기인데 이게 골치 아픈 문제를 안고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요즘 들어 갑자기 지하철 4호선이 붐비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예전에는 사당까지만 다니 던 것이 안산까지 다니게 되니까 사당에서 안산 사이에 살던 사람들은 전에는 지하철을 안 탔지만 이제는 타게 되는 것이다. 즉, 지하철을 더 많이 건설하면 할수록 지하철은 더 붐비게 된다. 으악 미치겠다. 지금도 복잡한데. 이 얘기를 정보통신망에 적용하 면 더 많은 통신망을 설치하면 할수록 소통시켜야할 자료의 양을 늘어난다. 안 그래도 늘어나는데 문자자료가 아닌 멀티미디어 자료까지 소통시키라고 하면 통신망이 어떻게 되겠는가 ? 아마 설날 호남선 고속도로처럼 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선배 한 분은 이런 상황을 놓고 버스전용차선처럼 문자전용 통신대역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된다고 우스개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 가 그러면 멀티미디어 자료를 문자자료 형태로 위장해서 보내면 어쩔 거냐 하니까 그래서 기본적으로 통신량에 대하여 요금을 할 증식으로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얘기를 하다보니 이와 비슷한 일이 생각이 나서 언급하고 넘어가야겠다. 우리 나라에서는 공장폐수를 규제할 때 농도를 기준 으로 한다. 즉, 아주 독한 물을 내려보내는 업체는 제재를 받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부 업체에서는 폐수정화처리를 하는 대 신 수돗물을 폐수에 섞어서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만들어서 내보내기도 한다. 수돗물 값이 잡혀서 내는 벌금보다 싸니까 나타나 는 현상 일게다.

멀티미디어에 대한 또 한가지 고민은 멀티미디어정보와 문자정보의 표현력에 관한 문제이다. 즉, 멀티미디어 교육을 옹호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이렇다. '사과'에 대하여 설명하는데 말로 '크기는 대략 주먹만하고 모양은 둥그스름하며 표면은 윤택이 나고 붉은 색이다'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그림으로 떡하니 한번 보여주면 끝이라는 것이다. 즉,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옛 말씀에 근 거하고 있는 사상이다. 그렇다면 항상 멀티미디어정보가 진짜로 문자정보에 비하여 표현력이 더 강한가 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선, 추상적인 개념을 멀티미디어정보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말로 '사랑'이라고 하면 모두가 어떤 느낌을 받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멀티미디어정보로는 표현하기가 어렵다. 사랑을 주제로 한 그림과 사랑을 표현한 음악을 들려준다고 말로 '사랑' 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정확한 의미전달이 가능할까 ? 따라서 어떤 대상의 표현에 있어서 문자정보와 멀티미디어정보는 어느게 낫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필요에 따라 서로 보충하고 협력하는 관계가 설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우리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영상매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문명의 진보라는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점이 없지 않다. 기본적으로 영상매체는 즉흥적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민감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림의 시대를 지나 사진이 나오고 영화까지 나왔지만 예 술로서 그림의 가치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처럼 아무리 영상물이 판쳐도 책의 의미는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다. 소설을 소재로 만 든 영화 중에 원작 소설보다 더 나은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을 보면 점차 영상물에 탐닉하는 경향을 보이는 데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16

/* (저자 주) 1995년 1월에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이 이야기의 1편은
-> (여기에) <-

독자를 만난다는 것은 항상 즐겁다. 오늘따라 유난히 많은 독자들을 만났다. 아무리 빈말이라도 내 글을 읽었다는 말을 들으면 한편으로는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재미있고 내용 있는 글을 써내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미안스러운 생각도 든다. 나를 잘 아는 어떤 독자는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써내는 재주"를 가졌다고 한다. 글쎄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이나 ?

그런데 갑자기 짜증스러운 일이 생겼다. ( 아니 짜증스러운 일을 새삼 되새기게 되었다. ) 내가 있는 사무실은 정부종합청사와 가깝기 때문에 항상 각종 시위를 본의 아니게 보게 된다. 오늘은 굴업도에 설치하기로 한 핵폐기장 때문에 주변의 주민들이 집단 으로 와서 시위를 했다. 다른 시위에서와 마찬가지로 더 많은 전경이 호위를 한 가운데에서 말이다.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하는 것을 보고 현 정부의 "세계화"라는 구호가 얼마나 허구적인가 하는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안쏘니 기든스는 "지역사회의 전지구적 연결"로 세계화를 설명한 바 있다. 지역사회 단위에서의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내고 그를 통하 여 지역사회의 공공선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전지구적인 조화를 꾀하는 것이 세계화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행하려는 후진국형 정치행태는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인가 ?

짜증나는 얘기는 그만하고 컴퓨터 얘기나 좀 하자. 작년 9 월호에 키보드의 각 키에 붙은 여러 가지 이름에 대한 얘기가 나갔지 만 그 후에 만난 어떤 초보자에게 받은 질문이 있어서 독자들에게도 소개하려고 한다. 키보드의 오른쪽에 보면 숫자 키가 탁상계 산기 마냥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얘들은 뭐하는 거냐 ? 그리고 일반 글자 자판의 위쪽에 있는 한 줄로 된 숫자 키와의 관계 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해오는 사람이 종종 있다. 우선 오른쪽에 모여있는 숫자 키를 자세히 보면 한 키에 두개의 설명 ( 한 글 자판인 경우 세개의 설명 ) 이 붙어 있다. 예를 들어, 1 번 키에는 ( 일반 글자 자판에 있는 1 번 키와 구별하기 위해서 회색 1 번 키라고 부르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일반 글자 자판의 키는 모두 흰색 나머지는 회색으로 색칠이 되어있다. ) 1이라는 숫자 말고도 End ( 한글 자판인 경우에는 끝 ) 이라는 설명도 적혀있다. 그 키를 눌렀을 때 1이 찍힐 것인지 줄의 끝으로 가는 기능 을 할 것인지는 Num Lock 키가 결정한다. 아이비엠 피씨의 키보드에는 불이 들어오는 곳이 세군데 있는데 각각의 이름이 Num Loc k, Caps Lock, Scroll Lock 이다. 이 중에서 Num Lock 에 불이 켜있으면 회색 1 번 키를 눌렀을 때 1 이 찍히고 불이 켜있지 않 으면 End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은 왜 어떤 키에는 혹이 붙어있느냐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일반 글자 자판의 F 키와 J 키에는 혹이 붙어 있다. ( 어떤 자판은 혹이 붙어 있지 않고 속으로 쏙 들어가 있는 것도 있고 혹이 안 붙은 것도 있다. ) 그런데 더 자세히 보면 회색 자 판의 5 번 키에도 혹을 붙어 있다. 이 혹은 자판을 안보고 타이핑을 하는 경우에 손이 딴 자리에 놓이지 않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즉, 일반 자판의 경우 왼쪽 새끼손가락부터 집게손가락까지를 A, S, D, F 키에, 오른쪽 집게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 를 J, K, L, ; 키에 가지런히 놓고 타이핑을 한다. 그래서 그 위치가 제대로 잡혔는 지를 자판을 보지 않고 타이핑하는 사람이 감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회색 키 5 번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세번째 질문은 왜 키가 아래위로 가지런하지 않고 왼쪽으로 비스듬히 배열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썩 좋은 질문이다.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른다. 아마도 타자기를 쓰던 시절의 습관 때문이 아닐까 추정은 할 수 있다. 타자기의 경우에는 각 키가 긴 쇠막대 를 밀고 그 막대의 끝에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먹지를 통해 종이에 글자를 찍어주는데 만약 각 키가 가지런히 되어 있으면 쇠막 대가 서로 꼬이거나 한 키를 눌렀을 때 다른 쇠막대까지 눌릴 수 있기 때문에 비스듬히 배열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습관 때문에 이제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

최근 들어서는 가지런히 배열한 키보드가 나오고 있긴 하다. 심지어는 왼손 자판과 오른손 자판을 분리해서 적당한 간격으로 조 정할 수 있게 한 자판도 나오고 있다. 더 심한 경우에는 왼손/오른손 자판을 완전히 쪼개고 자판을 세워서 양손이 자판을 싸안듯 이 쓰는 키보드도 있다. 그 키보드를 만들어서 파는 회사의 주장은 사람이 손을 내밀었을 때 가장 자연스런 자세는 손등이 위로 나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손바닥은 안쪽으로 가고 손등은 바깥쪽으로 가게 즉, 엄지손가락은 위로 새끼손가락은 밑으로 가게 하 는 것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돈 만 있으면 좀 더 편리한 키보드를 골라서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키보드를 오래 쓰면 아무래도 더러워지기 마련이다. 그랬을 때는 키 하나하나를 뽑아내서 닦아주면 된다. 뽑는 방법 은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서 젓가락이나 동전 따위로 위로 쑥 뽑아내면 된다 한가지 주의할 사항은 스페이스 바, 엔터 키 처럼 좀 큰 것들은 자연스럽게 키가 눌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조그마한 쇠 갈고리가 들어 있어서 분해/조립하기가 좀 어렵게 되어 있 는데 아주 손재주가 없는 사람은 뽑지 말고 청소하는 것이 낫다. 시중에는 사용중에 키보드를 보호하기 위해서 얇은 비닐로 표면 을 싸주는 제품이 있는데 사실 그런 것으로 키보드를 덮어 놓고 키를 두들기다보면 아무래도 손가락에 힘이 더 들어가서 쓰기가 불편하다. ( 직업병도 생길 수 있다 ) 까짓거 더러워지면 닦으면 되지 애써 싸놓고 쓸 필요가 있을까 ? 한편, 키보드와 가장 멀 리해야 하는 것은 물이다. 커피 잔이라도 키보드 위에 엎지르게 되면 당장 키보드를 못쓰게 된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그런 경우에는 잽싸게 컴퓨터를 끄고 키보드를 분해해서 물기를 닦은 다음 충분히 말린 후 사용하면 된다. ( 성질이 급한 사람은 헤 어 드라이어를 이용해서 말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말리면 된다.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12

/* (저자 주) 1994년 12월에 모 잡지에 기고하여 1995년 신년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10여년 전과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

온갖 끔찍한 사고와 공무원들의 비리로 떡 칠이 된 1994년은 그렇게 가고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흘러 1995년의 아침이 밝았다. 올해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은 해다. 21세기를 앞둔 마지막 10년의 딱 절반이 지난 해다. 21세기가 오기 전에 이 일은 꼭 하자 고 다짐한 많은 사람들, 많은 모임에서는 이제 중간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올해는 해방된지 딱 50년이 되는 해이다. 그 지긋지긋한 일제치하에서 벗어나 해방의 기쁨을 맞은 지 백년의 절반이 지났다. 그 뿐인가 ? 외세에 의해 우리의 기대와는 어 긋나게 분단이 된 지도 50년이 되었다. 그리고 국제연합 ( UN ) 이 만들어진지도 50년이 되는 해이다. 올해를 국제연합에서는 ' 관용의 해'로 정했단다. '관용'이라... 늘 당하고만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관용이란 어떤 것일까 ? 우리 민족사를 짓밟아 온 그 수많은 고난을 가시 면류관처럼 쓰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는 예수처럼 모두 용서하라는 것인가 ?

컴퓨터와 관련해서 올해는 어떤 일이 있을까를 쓰는 것이 새해 첫 호에 글을 쓰는 이의 도리이겠지만 글쎄 그런 식의 얘기를 더 쓰기는 힘들어 진 것 같다. 너무나도 빨리 변하는 컴퓨터계의 생리를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이 예상이나 하리요 ? 그저 올해도 컴 퓨터는 더 많이 팔릴 것이고, 컴퓨터 값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조잡한 멀티미디어 관련 상품이 판을 칠 것이고, 그에 따라 미국 의 저질 폭력·섹스물이 우리 소프트웨어 시장을 어지럽힐 것이고, 높은 사람들은 초고속 통신망을 누가 얼마의 예산을 따 가지 고 추진할 것인지 골머리를 썩히고 로비 하느라고 바쁠 것이고, 대기업들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통신 서비스 사 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서 기존의 업체들을 위협할 것이고 뻔한 얘기 아닌가 ?

올해에도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은 혼전을 할 것이다. 바보 같은 인텔사가 펜티엄 칩의 치명적인 결함을 제때에 고치지 못해서 아이비엠사가 펜티엄 컴퓨터의 생산을 중단한 것은 지난 12월 중순의 일인데 이 글이 출판될 때쯤이면 어떻게 상황이 바뀌어 있 을까 ? 아이비엠은 그렇게 돈을 들여 파워칩을 만들어 놓고도 계속 펜티엄 피씨나 만들더니 쯧쯧... 그래도 파워칩을 채택하는 컴퓨터는 계속 나올 것이고 인텔 진영도 전열을 가다듬어 왕좌를 뺏기지 않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할 것이다.
올해를 목표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가 있다. 바로 윈도우즈 95 다. 일명 시카고라는 코드 네임으로 추진되던 것이 올해에는 상 품화되어 나온단다. 한글판은 어떻게 나올지 ? 조합형 한글을 채택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정말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아직 한글 판이 나오지 않은 윈도우즈 엔티 도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하우스의 신데렐라인 [한글과 컴퓨터]에서는 윈도우즈 95 를 목표로 아래아 한글 3.0 을 발표한다는데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그나마 남은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인지 아니면 외산 소프트웨어의 위력에 밀려서 사라질 것인지 .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어떤 판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이런 저런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내가 새해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 우선 새해에는 근사한 컴퓨터를 한 대 마련해야겠다. 486SX이상의 중앙처리장치에 8 메가 바이트의 주기억장치, 하드 디스크는 한 500 메가 바이트쯤이면 되겠지. 거기에다가 팩스모 뎀을 달고, 16비트 사운드카드도 달아야겠다. 비디오 카드는 기억장치를 2 메가 바이트를 내장한 강력한 브이지에이면 되겠고 마 우스에 컬러 모니터는 물론 기본이지. 앗 빼먹을 뻔했다. 2배속 씨디롬 드라이브도 사야된다. 물론 음악 씨디는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쓸 수 있는 기종이면 금상첨화다. 이런 시스템만 일단 갖추면 오성식 생활영어도 보고 ( 듣고가 맞나 ? ) 샌디에고 동물 원도 가볼 수 있다. 어쩌면 집사람 몰래 찐한 그림을 잔뜩 모아놓은 씨디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히히히. :-) ( 왼쪽 그림은 책 을 반시계방향으로 90°돌려서 보세요 )
그리고, 노트북에 붙일 포켓 모뎀을 하나 사야겠다. 노트북은 있는데 모뎀이 없어서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올해는 아 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꼭 하나 사야겠다. 포켓 모뎀은 팩스기능은 당연히 되어야 하고 또 작을 수록 좋고 어댑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사야지. 노트북 가방에 가뜩이나 넣을 것도 많은데 모뎀용 어댑터까지 넣어 갖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물에 빠진 인 디애나 존스 마냥 한편 용맹스럽고 지혜로와 보이면서도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하하.

올해에는 전화요금이 왕창 내렸으면 좋겠다. 모뎀을 통해 하이텔이나 천리안이나 나우콤 같은 통신망을 사용하고 싶어도 통신 속도가 워낙 느려 터져서 가뜩이나 속까지 터지는데 요금까지 비싸니 원... 음성 통신과 컴퓨터 통신의 요금을 별도로 매겨서 정 보사회로의 진입에 이바지하겠다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 한국통신에 많이 입사해야 되는 건데. 그리고 컴퓨터 통신과 관련해서는 하나 더. 올해에는 인터넷 서비스가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월드 와이드 웹 ( WWW : World W ide Web ) 같이 화려한 서비스를 많은 우리나라 컴퓨터 사용자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올해에는 레이저 프린터도 하나 샀으면 좋겠다. 요즘 레이저 프린터 가격이 워낙 떨어지고 있으니까 잘만하면 하나쯤 어떻게 장 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긴 하다. 레이저 프린터는 그 자체가 워낙 전기를 많이 소모하고, 안에 있는 토너 통이 상당히 유독한 폐기물이 된다는데 환경을 생각하는 21세기적 인간인 내가 레이저 프린터를 산다는 건 왠지 마음 에 걸린다. 그냥 친구 집에 있는 걸로 만족해야하나 ? 대신 잉크젯을 사볼까 ? 요즈음 컬러 잉크젯이 잘나온다는데. 그런데 컬러 로 인쇄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 모르겠다. 다음에 생각해야지.

그리고 요즘 관심을 끄는 것은 정보공개법이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이미 이런 법이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미국의 예를 들면 , 스페이스 셔틀에 플루토늄을 싣고 우주공간에 가서 실험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시민들이 정보공개법을 통하여 우연히 그 사실 을 알고 반대해서 실험을 못하게 한 적이 있다. 만약 그 계획이 그대로 추진되고 챌린저호처럼 발사 중에 사고가 난다면 그 피해 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을 것이다. 우리 생활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정보 중에서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를 공 개 받을 수만 있다면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만약 정보공개법이 제정되면 당장에 지리산 꼭대기까지 아스팔트를 놓도록 한 작자가 누구인지와 덕유산에 아름드리 나무를 잘라내고 스키장을 만들도록 허가한 주범이 누구인지를 찾아내서 혼내줘 야 겠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서울의 그린 벨트 구역이 XXX연구소 따위의 이름을 가진 각종 공공기관에 의해 몇십 퍼센 트가 잠식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공사를 허가해준 놈도 찾아야 한다. 일반 서민들은 그린 벨트 때문에 화장실에 비가 새도 수리 도 못하는데 건물을 짓다니. 올해는 이렇게 속썩이는 놈들이 싹없어 졌으면 좋겠다. 소박한 시민들이 흥겹게 어울려 사는 세상은 언제나 오려나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08

/* (저자 주) 1994년 10월 모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

지난달에는 컴퓨터가 걸리는 병인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달에는 컴퓨터를 씀으로서 사람이 걸리는 병에 대 해 알아보기로 하자. 컴퓨터가 일반 사무실에서 널리 쓰이게 됨에 따라 많은 사무직 노동자의 작업 형식을 바꾸었고 그 결과로 전에는 없는 병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컴퓨터 사용과 관련하여 가장 널리 알려진 병명은 경견완증후군(무슨 말이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어쨌든 영어로는 cervico brachial pain syndrome 이라고 쓴다. cervico 는 목, brachi al 은 팔을 가리키는 말이다.)이다. 이 병은 잘못된 자세로 특히, 손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계속 키보드를 두들기게 되면 반복적인 자극이 어깨와 팔꿈치 관절에까지 영향을 미쳐서 심하면 허리 통증으로까지 발전하는 병이다. 이렇게 반복적인 자극에 의한 부상을 통칭하여서 알에스 아이 ( RSI : repetitive strain injuries 반복성 좌상 손상 ) 라고 부른다. 알에스아이에 속하는 병으로는 수근터널증후군 ( carpal tunnel syndrome ), 건염 ( tendinitis ), 건초염 ( ten osynovitis ) 등이 있다. 경견완증후군의 경우에는 산업재해로 인정되기 때문에 컴퓨터 키보드나 키 편치를 많이 해서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을 그나마 보상을 받고 있는 편이다.

최근 들어서 부쩍 관심을 끌고 있는 병은 브이디티 ( VDT ) 증후군이다. 브이디티라는 것은 화면표시 터미널 ( Video Display Terminal ) 의 약자로서 텔레비전같이 생긴 모니터를 이용해서 자료를 보고 키보드로 입력하는 가장 일반적인 터미널을 가리키는 말이다. 예전에는 ( 20년쯤 전에는 ) 모니터 화면 대신에 텔렉스 비슷하게 생긴 텔레타이프 터미널을 사용했는데 그 터미널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가장 널리 쓰이게 된 터미널이 바로 브이디티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급속도로 일반화된 개인용 컴퓨터도 이 브이디티와 마찬가지로 모니터와 키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 병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브이디 티 증후군의 증세에는 신체적·정신적 장애, 두통, 눈의 통증, 팔·다리·어깨·손목 등의 통증, 피로, 불면, 소화불량 등이 있 다.

브이디티 증후군을 일으키는 요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하나는 키보드를 사용하는 방식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화면 ( 모니터 ) 를 사용하는 방식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 병의 예방법을 잠시 알아보고 넘어가자. ( 1992년 6월 4 일자 한겨레신문에서 재인용 )

브이디티 증후군을 예방하는 방법

조명

어두운 배경에 밝은 문자로 표시되는 화면을 사용할 경우 서류에 대한 조명은 일반 사무실 조명보다 약간 어둡게 한다. 밝은 배 경에 어두운 문자로 표시되는 화면을 사용할 경우 보고 있는 사로도 같이 밝게 한다. 주변이 어두우면 입력용 서류를 위한 보조 등을 사용한다.

화면밝기

밝은 화면의 밝기는 입력용 서류의 밝기와 비슷하게 조정한다. 어두운 화면에서는 '문자는 획이 번져 보이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밝게', '문자와 배경 밝기 차이는 크게', '눈에 편하게' 조정한다. 주변이 밝으면 화면도 밝게, 주변이 어두우면 화면도 어둡게 조정한다. 화면과 보안경 사이에 낀 먼지를 없앤다.

성가신 빛

직사광선 또는 반사광선이 눈에 들지 않도록 작업대를 배치한다. 위치 조정이 불가능할 경우 커튼이나 차광망으로 외광을 조절 한다. 화면을 천장 쪽으로 향하게 하지 않는다. 보안경을 붙인다. 화면 주위에 빛 가리개를 붙인다. 조명등을 가리는 반투명 차 양이나 칸막이를 설치한다.

기기배치

화면 상단은 눈 높이에 맞춘다. 모니터는 앉은 자세에서 팔을 뻗어 손끝 부근에 오도록 배치한다. 화면과 서류 받침대는 되도록 가깝게 배치한다. 키보드는 이를 조작하는 손이나 손목 또는 팔의 일부를 작업면에 지지할 수 있도록 배치한다.

작업자세

자연스럽게 정면을 쳐다본다. 윗몸은 힘을 빼고 등받이에 기댄다. 허리부분을 충분히 받쳐주도록 한다. 어깨에 힘을 빼고 위팔 을 자연스럽게 늘어뜨린다. 위팔과 앞팔 사이의 각도는 90도 안팎을 유지한다. 앞팔, 손목, 손을 자연스럽게 일직선을 유지한다. 손, 손목, 팔의 일부를 작업면에 지지되도록 한다. 앉은 면 앞 가장자리가 오금이나 대퇴부를 누르지 않도록 한다. 발은 바닥이 나 발받침에 완전히 댄다.

의자높이

높이 조정이 불가능한 작업대 또는 기존 사무용 책상 위에 키보드를 놓고 사용하는 경우 작업면 높이에 맞추어 의자 앉은 면 높 이를 조정하고 발이 바닥에 완전히 닿지 않으면 발받침을 이용한다. 높이 조정이 되는 작업대를 사용할 경우 의자 앉는 면의 높 이는 사용자의 오금과 구두 뒷굽 높이에 맞춘다.

피로방지

눈이 피로해지면 사무실 한편의 먼 곳 또는 창밖에 먼 곳을 본다. 화면 표시색으로 적색이나 청색은 피한다. 간단한 체조로 긴 장된 몸을 푼다. 이중 초점 안경을 사용하지 않는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문제는 키보드와 화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책이 많이 나타났다. 하지만 정확한 이해가 부족해서 제대 로 쓰이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가장 흔하게 쓰이는 것으로는 보안경이 있다. 보안경의 종류도 다양해서 유리, 플라스틱, 망사 등을 사용한 보안경이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보안경 사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지가 끼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점이다 . 원래 모니터는 강력한 정전기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유난히도 먼지가 많이 낀다. 따라서 보안경을 쓰던 안 쓰던 간에 먼지를 열 심히 닦아서 난반사에 따른 눈의 피로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보안경을 낀 채 먼지를 열심히 안 닦으면 그냥 모니터 면에 붙는 것보다 최대 3배 ( 붙을 수 있는 면이 1에서 3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 의 먼지가 더 붙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 다음에 많이 쓰이는 것으로는 뉴X랄 등의 전자파 차단 장치이다. 일부에서는 선인장이 전자파를 없애준다고 하여 선인장을 모니터 위에 올려놓고 쓰기도 한다. 이런 장치의 효능을 따지기에 앞서서 이 전자파의 정체부터 밝혀야 한다. 지금까지도 모니터 또는 컴퓨터가 내놓는 전자파의 정체나 그 영향에 대하여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작년엔가 있었던 광과민성 발작증세 ( 닌텐도 게임기를 사용하다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는 증세 ) 사건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모니터 안에 있는 수직편향시스템에서 100 Hz ( 헤르츠 ) 이하의 매우 낮은 주파수의 자기파(이 자기장의 이름은 매우 낮은 주파수의 자기장이라는 뜻에서 extremely low frequency m agnetic field ( 줄여서, ELF magnetic field ) 라고 부른다.) 가 나오고 이것이 문제의 원인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독일, 영국, 국제방사보호협회 ( International Radiation Protection Association ) 에서는 모니터에서 30cm 떨어진 곳에서 자기장이 1.0 μT ( 마이크로 테슬라 ) 이하로 규정하고 있고 스웨덴에서는 0.2μT 이하고 규정하였고, 미국은 아직 규정이 없다 .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모니터는 정면에서는 76cm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0.2μT가 나오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에서 쓰지 만 않으면 된다. 그런데 한가지 주목할만한 것은 모니터의 옆이나 뒤쪽으로는 122cm 떨어진 곳이라야 0.2μT 이하고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즉, 정작 모니터를 쓰는 사람보다 옆이나 맞은 편에 앉은 사람이 더 위험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니터가 여러 대 있는 사무실에서는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조명과 모니터의 밝기 조정도 중요한 문제이다. 화면이나 보안경에 내 얼굴이 비친다면 빵점이다. 직사광선이나 반사광선이 강 하게 들어온다는 증거인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눈이 피로해 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개는 모니터를 너무 밝게 해놓고 쓰는 경 우가 많은데 글씨가 선명하게 보이는 범위 안에서 어둡게 하는 것이 좋다.

이번에는 키보드로 넘어가보자. 키보드에 관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키보드와 손의 상대적인 높이의 문제일 것이다. 앞의 기사에 서도 살펴보았듯이 팔의 일부를 어디엔가 대고 키보드 위에 손끝이 자연스럽게 닿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우선 키보드가 놓인 탁자가 낮거나 의자가 높아야 한다. 대개 사무실용 책상이나 공부방에 있는 책상은 키보드를 올려놓기에는 너무 높다. 그러므로 컴퓨터용 가구를 쓰지 않는 경우에는 의자를 충분히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팔의 일부를 어디엔가 대야되는데 이를 위해서 최근 에는 암레스트 ( arm rest ) 라고 해서 손목을 올려놓고 쉴 수 있게 키보드에 대로 쓰는 부드러운 받침대를 쓰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컴퓨터용 가구에 있는 의자를 사용하는 것이다. 컴퓨터용 의자는 팔걸이의 위치를 마음대로 조절하여 팔을 편안히 올려놓고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이 있다. ( 돈이 있는 사람들은 사서 쓸만하다. )

키보드에 관련하여 또 한가지 생각해 볼 것은 좋은 키보드를 애초에 사야된다는 것이다. 물론 요즘에는 대부분의 키보드가 썩 좋게 나오지만 아직도 촉감이 나쁜 키보드도 시장에 있다. 컴퓨터를 많이 써본 사람의 도움을 빌어서라도 키보드는 꼭 촉감이 좋 은 것을 골라야 한다. 키보드의 촉감이 좋다고 하는 것은 키를 누를 때 너무 딱딱거리지도 말아야 하고 솜을 누르는 듯 눌렀는지 말았는지 구분이 안되는 것도 안 좋다. 가장 좋은 키보드는 내가 눌렀다고 생각했을 때는 꼭 눌리고 그냥 손만 대서는 눌리지 않는 키보드다.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01

/* (저자 주) 1994년 9월에 모 잡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

컴퓨터와 관련된 질병은 크게 둘로 나눌 수가 있다. 우선 컴퓨터가 걸리는 병이 있고,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흔히 걸리는 병이 있다. 컴퓨터가 걸리는 병을 컴퓨터 바이러스라고 부른다. 오늘은 이 컴퓨터 바이러스와 관련된 얘기를 해볼까 한다 . 컴퓨터 바이러스는 '능동적으로 동작하면서 컴퓨터 시스템에 해를 끼치거나 사용을 불편하게 하는 조그마한 프로그램'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한 초창기 바이러스 중에 브레인 바이러스라고 하는 것이 있었는데 이 바이러스에 감염 된 시스템에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작업을 하면 디스크의 이름을 (c)Brain 이라고 바꾸어 버리고 디스크의 일부에 이상한 자료를 쓴다. 처음에는 사용하지 않는 영역만 파괴하므로 별로 느끼지 못하지만 자료가 들어있는 부분을 파괴하기 시작하면 상당히 곤 란한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폭포 바이러스는 글자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린다. 또, 핑퐁 바이러스는 글자가 화면에서 탁구공처럼 돌아다닌다. 이런 바이러스는 그렇게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심각한 바이러스도 있다. 예를 들어, 어둠의 복수자 ( dark aven ger ) 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는 하드 디스크를 못쓰게 만들어 버린다. 하드 디스크의 자료를 몽땅 지워야하는 매우 고약한 바이러스다.

바이러스는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유행한 게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 게임에서는 프로그램이 여러 개의 작은 프로그램으로 변신하면서 상대방의 프로그램을 찾아서 죽이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즉, 하나의 프로그램이 은밀히 숨어서 활동을 계 속하도록 하는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이런 기술이 일반에게 알려지자 여러 가지 바이러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창기의 바이 러스는 주로 계몽적인 목적이 강하였다. 즉,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를 막는 역할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구입 한 사람들은 괜찮지만 불법으로 복사를 하다보면 아무래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복사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 바이러스 제 작자가 원했던 그렇지 않든 간에 - 불법복사를 억제하는 역할을 일부나마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바이러스도 있었다. 어떤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화면에 마돈나가 노래하는 선정적인 화면이 나온다. 한참 보고 나면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 '너는 컴퓨터 를 겨우 이런 일에 쓰냐. ...' 그리고는 하드 디스크를 몽땅 파괴했다는 말이 나온다. 즉, 컴퓨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많은 사용자에 대한 해커들의 경고성 바이러스인 셈이다.

지금이야 바이러스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서 어떻게 감염되고 어떻게 방어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에 대해 잘 알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일반인의 인식은 매우 낮은 것이었다. 심지어는 텔레비전에 나와서 인터뷰한 어떤 컴퓨터 전문가가 키보드를 통하여 사람에게도 감염될 수 있으니 컴퓨터를 쓰는 사람들은 조심하라는 말을 심각하게 한 적도 있다. 바이러스가 많아지자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러면서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등장한다. 스캔 ( scan ) 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맥아피, 백신Ⅲ로 유명한 안철수 교수 ( 묘하게도 안철수 교수는 실제로 의대 교수이다 ) 등이 유명하다. 이렇게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바이러스를 분석한 자료들이 나오게 되었는데 이게 문제가 되었다. 바이러스를 분석한 자료를 공부해서 아무나 바이러스를 마구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바이러스와 백신의 싸움은 더욱 치열하게 되었다.

바이러스와 비슷한 것에 [트로이의 목마]라는 것이 있다. 이는 바이러스처럼 컴퓨터의 메모리에 숨어서 계속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이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 시스템의 파괴작업을 병행하는 프로그램' 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드 디스크의 기능을 좋게 해주는 프로그램인줄 알고 돌렸는데 하드 디스크를 몽땅 지우는 프로그램일 수도 있는 것 이다. 트로이의 목마는 주로 통신망의 자료실에 많이 올라와 있는데 순진한 사용자는 무심코 좋은 프로그램인 줄 알고 받아서 돌 려보았다가 엄청난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통신망의 자료실에 올라와 있는 트로이의 목마 프로그램은 다수의 무차 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성이 크다. 그리고 실제로 어떤 파괴행위를 하는지를 프로그램을 돌려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프로그램인지 아닌지를 미리 알 수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러므로 통신망을 통 해서 프로그램을 입수할 때는 반드시 믿을 만한 사용자가 올려놓은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 바이러스도 정품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했지만 정품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회사들마저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정품 소프트웨어 유통을 촉진하기는커녕 소프트웨어 유통 자체를 억제하는 악영 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컴퓨터 통신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점에 바이러스는 좋은 자료의 광범한 유통을 막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용자들의 시스템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함으로써 시간적, 정신적, 물질적 낭비를 초래한다. ( 바이러스 때문에 작업한 것을 몽땅 날려보지 않은 사람은 그 심정 모를 것이다 )

그러면 바이러스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경로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프로그램 을 내 컴퓨터에서 돌리거나 컴퓨터에 감염된 디스켓을 내 컴퓨터에 넣고 작업을 하는 경우 두 가지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에게 서 프로그램을 받거나 통신망에서 프로그램을 받아오는 경우에는 먼저 바이러스 검사 프로그램을 돌려서 그 프로그램이 감염된 프로그램이 아닌지 검사한다. 마찬가지로 남의 디스켓을 내 컴퓨터 드라이브에 넣자마자 감염된 디스크가 아닌지 검사하는 습관 을 가져야 한다.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으면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절차에 따라 치료를 해나가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프로그 램의 날짜를 보아서 어느 프로그램부터 감염되기 시작하였는지 즉, 감염의 원천이 어디인지를 확인하여 끝까지 추적해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디스켓이 감염되어 있어서 하드 디스크가 감염되었다면 하드 디스크만 치료해서는 소 용없다. 어느 디스켓에서 감염되었는지 꼭 찾아내어서 치료해야 한다. ( 안 그러면 재발한다. ) 여러 가지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통칭해서 바이러스라고 부를 뿐 어떤 규칙이 없다. 즉, 모든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은 그 프로그램을 만들 당시 만든 사람이 알 고 있는 모든 바이러스를 찾거나 고치도록 되어 있을 뿐 신종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은 항상 최신판을 받아서 가지고 있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래도 어차피 걸리려면 걸리게 되어 있다 . 그러므로 틈틈이 디스켓으로 중요한 자료를 보관해두는 것이 좋다. 디스켓으로 보관할 때도 한 디스켓에 받지 말고 여러 장을 준비해서 오늘은 1번에 내일은 2번에 그 다음은 3번 이런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받아두면 좋다. 그리고 최신 바이러스 치료 프로 그램으로도 치료되지 않는 바이러스가 있다면 꼭 통신망을 통하여 알려야 한다. 그래야 빨리 치료 프로그램이 나오고 다른 피해 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품 프로그램은 거의 감염되어 있는 경우가 없으므로 프로그램을 사서 쓰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좋다.

열 포졸이 한 도둑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조심하고 애를 써도 바이러스의 유포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바이러스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인간'의 문제로 돌아온다. 왜 어떤 놈들은 바이러스를 자꾸만 만드는 것이냐 ? 아무도 바이 러스를 안 만들면 될 것 아니냐 ?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왜 바이러스를 만드는가 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실력은 있 지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해커들이 세상에 대해서 복수하는 것이라는 설, 해커들은 원래 그런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아무 런 죄의식없이 재미로 취미 삼아 한다는 설. 글쎄 모두 일리가 있는 얘기다. 어쨌든 지금의 세상이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 람을 생각하지 않고 고독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개인주의적 세상이며 사람들의 능력과 관심을 효율적으로 엮어내는데 실패하고 있 다는 것의 반증이 아닐까 ?

posted by 신묘군
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1 13:03

/* (저자 주) 1994년 8월에 모 잡지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딴 데서는 볼 수도 없으니 내 블로그에라도 남겨둬야지요. ㅎㅎ */

대부분의 사용자가 가장 널리 사용하는 컴퓨터 입력장치는 키보드이다. 어떤 사람은 자판이라고 부른다. 영어로 키보드라고 하 나 한자말로 자판이라고하나 그게 그거라서 나는 키보드라는 말을 더 즐겨쓴다. 그런데 키보드라는 말에는 건반악기라는 뜻도 있 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키보드라는 말은 키 ( key ) 와 보드 ( board ) 라는 말이 결합된 것이다. 즉, 글쇠가 쭉 놓여있는 판자라는 뜻이렸다. 그러니 키보드에는 100개가 넘는 글쇠가 달려있다. 오늘은 이들 글쇠의 이름에 얽힌 얘기를 해보겠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키보드는 101키보드 ( 키가 101개 달려있는 키보드 ) 이다. 한/영, 한자 글쇠가 더 붙어서 103키가 된 것도 있다. 언젠가 한글 키보드가 나온다는 기사가 신문에 난 적이 있었는데 도대체 '한글'키보드가 뭔가 하고 궁금해다가 실물 을 보고는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글쇠에다가 한글로 그 글쇠의 이름을 적어 놓은 것이다. F1, F2 등의 기능 글쇠 ( function key ) 를 기능1, 기능2 따위로 번역한 것은 좋았다. 하지만 Ctrl, Alt, Shift 를 조정, 변경, 변환으로 번역한 것은 아쉬운 점이 없 지 않았다. PgUp, PgDn 은 쪽올림, 쪽내림으로 한 것은 좋았지만 바로 아래에 있는 Ins, Del 을 삽입, 삭제로 한 것은 넣기, 빼 기 ( 또는 지우기 ) 로 해야 짝이 맞을 것이다. 한글 키보드 얘기는 그만하고 글쇠하나에 붙은 이름을 얘기하자.

가장 많이 쓰는 글쇠는 아마 스페이스 바 ( space bar ) 일 것이다. 많이 쓰이는 만큼 차지하는 면적도 일등이다. 하지만 아이 비엠 ( IBM ) 에서 나온 키보드중에는 이 스페이스 바를 다섯쪽으로 쪼개서 쓰기 곤란하게 만들어 놓았다. 자기들 딴에는 잘한다 고 한 일인데 막상 쓰려고하면 정내미가 뚝 떨어진다. 한글 키보에에서도 스페이스 바 옆에 한/영, 한자 글쇠를 넣어서 Alt, Ctr l 글쇠의 위치가 양쪽으로 밀려나가서 쓰기가 아주 성가신데 도데체 누가 키보드 갖고 장난치냐 ? 욕은 그만하고 스페이스 바의 이름에 대해 생각해보자. 빈칸 ( space ) 을 입력하는 막대 ( bar ) 라는 뜻이다. 이 글쇠를 문화부의 [전산기 용어 순화자료]에 서는 사이띄개라고 고쳐놓고 있다. 참 고운 말이다.
스페이스 바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글쇠는 엔터 ( Enter ) 글쇠다. 한때는 리턴키 ( return key ) 라고 불렀는데 이는 타자기에 있는 롤러를 캐리지라고 부르는데 이 캐리지를 처음 위치로 되돌리는 기능을 하는 글쇠라는 뜻에서 캐리지 리턴키 ( carriege r eturn key ) 라고 부르던 것이 줄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엔터'라고 부르는 사람들과 '리턴키'라고 부르는 사람 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보통 글자를 입력하는 글쇠부분에서 가장 윗줄은 숫자와 몇가지 기호를 입력하는데 쓰인다. 그중 맨 왼쪽에 있는 것은 ( 내가 지금 쓰고 있는 키보드를 기준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약간씩 다를 수 있습니다. ) 물결표시 ( ~ ) 와 역따옴표 ( ` ) 가 그려진 글쇠이다. 영어로는 각각 틸드 ( tilde ), 백쿼우트 ( back quote ) 라고 부른다. 그 다음에는 숫자 1과 느낌표 ( ! ) 를 입력하 는 글쇠이다.

그 다음은 숫자 2와 단가표시 ( @ ) 를 입력하는 글쇠이다. 단가표시 ( @ ) 에는 다른 이름이 많다. 우선 영어로는 앳 사인 ( a t sign ) 이라고 부른다. 많은 사용자는 이 표시를 '골뱅이'라고 부른다. 아마 배배꼬인 모양때문일 것이다. 내 친구중에는 이를 '염소대가리'라고 부르는 친구도 있다. 가운데 작은 동그라미는 얼굴이고 그 바깥에 있는 곡선은 뿔인 모양이다. 그런데 얼마전 에 이영식 교수님은 [한겨레21]에 기고한 글에서 이 표시를 '달팽이 표시'라고 한 적이 있다. 당신은 이 표시에 어떤 이름을 붙 여볼 수 있을까 ?

숫자 3과 같이 있는 기호는 사프 ( # sharp ) 표시이다. 학교 다닐때 음악시간에 배운게 여기에 나오다니. 그 다음은 숫자 4와 같이 있는 미국돈표시 ( $ ) 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달러' 라고 부르지 않고 '딸러' 또는 '딸라' 라고 부른다. 아마 각 박해진 세상덕분에 모든 말이 된소리로 변하는 현상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딸라'라는 말에는 문제가 있다. 자꾸 듣다보면 '딸 낳아'라고 들린다. 그래서 컴퓨터하는 사람들이 딸만 낳나 ? 내가 딸 쌍동이를 낳은 것도 '딸라' 표시 덕분인 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은 퍼센트 표시이고 그 다음은 삿갓 표시 ( ^ ) 이다. 물론 유식한 사람들은 탈자표시 ( 글자가 빠졌다는 것을 나타내는 편집 기호 ) 라고 한다. 영어로는 캐럿 ( caret, 당근 carrot 과 발음이 같다 ) 이라고 부른다. 그 다음에 있는 앰퍼샌드 기호 ( & ) 는 의외로 정확한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다. 그냥 '그거' 또는 '시프트7' 이라고 부르기 쉽다. 이 기호는 영어문화권 에서 '그리고' 즉 앤드 ( and ) 를 상징하는 기호로 사용한다. 이 기호에서 한가지 주의할 사항은 필기체 대문자 에스 ( S ) 와 는 돌아가는 방향이 반대라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고 있다.

그 다음은 별표 ( * ) 다. 영어로는 애스터리스크 ( asterisk ) 라고 부른다. 그런데 '*' 표시를 과연 별표라고 부르는 것이 맞 는가 라는게 나의 의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별을 다리가 다섯개 달린 모양 (☆) 으로 표시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어떤 사람 은 '눈표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눈의 결정모양이 이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이를 발전시켜 '백설표'라고 부르기도 하는 데 이는 특정회사를 선전해주는 꼴이라서 왠지 마음에 걸린다. 더 좋은 이름이 나오기 바란다.

그 다음에는 왼쪽 괄호, 오른쪽 괄호가 나오고 그 다음에는 빼기표시 (-) 와 밑줄표시 (_) 가 나온다. 밑줄표시를 영어로는 언 더라인 ( underline ) 또는 언더스코어 ( underscore ) 라고 부른다. 그 다음에는 등호 (=) 와 덧셈기호 (+) 가 나온다.

그 다음에 있는 글쇠에는 놀랍게도 세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위에는 수직선 ( | vertical bar ) 가 있고 그 아래로는 백슬래 시 ( \ backslash ) 와 돈표시 ( ₩ ) 가 그려져 있다. 그래서 이 글쇠를 누르면 어떤 경우에는 백슬래시가 나오고 어떤 경우에 는 돈표시가 나와서 상당히 혼동스럽다. 우리나라에 컴퓨터가 들어올 때 우리 돈표시를 어디에다 할 까 고민하다가 아마 그 자리 에 넣은 모양인데 /* (저자 주) 다시 생각해보니 일본에서도 같은 키에 엔화 표시를 넣고 있는 것으로보아 일본에서 가져온 것이 아닌가 싶네요 */ 지금와서 보면 골치아프게 되었다. 도스에서는 디렉토리를 구분하는 표시로 백슬래시를 사용하기 때문에 무척 보기 싫은 모양이 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들어, C:\USER\SCRIPT\HEI9.HWP 라고 해야될 것을 C:₩USER₩SCRIPT₩HEI9.HWP 라고 하 니 여간 흉한 것이 아니다.

그 아래로 보이는 글쇠에는 대괄호 ( [ ] ) 와 중괄호 ( { } ) 가 있다. 중괄호를 어떤 사람들은 집합기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아래로는 콜론( : colon ) 과 세미콜론( ; semicolon ) 이 있는데 의외로 정확한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알더라도 적당히 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 옆으로는 따옴표 ( ' ) 와 겹따옴표 ( " ) 가 있다.

밑으로 더 내려오면 물음표 ( ? ) 와 슬래시 ( / slash ) 가 그려진 글쇠가 있다. 슬래시를 슬러시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있는데 슬러시 ( slush ) 는 24시간 편의점에서 파는 얼음과자의 이름이다. 원래 슬러시의 뜻은 '녹기 시작한 눈'이다. 막간을 활용해 서 한마디만 하자. 24시간 편의점에서 이런 과자를 팔 때는 꼭 16온스, 24온스 이런 식으로 꼭 온스 단위의 종이컵에 담아 파는 데 여간 불만이 아니다. 도대체 1온스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꼭 온스 단위로 팔아야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 다. 우리가 척관법을 버리고 미터법을 쓰기로 한 지도 꽤 오래지나서 이제 몇군데를 제외하고는 거의 미터법이 통용되고 있는 이 마당에 웬 온스 ?

어쨌든 다시 키보드로 돌아와서 옆으로 가보면 작다(<), 크다(>), 쉼표(,), 마침표(.)가 그려진 글쇠가 있다. 작다/크다 기호를 각괄호 ( 각진 괄호 ) 라고 부르기도 한다. 왜냐하면 '작다'고 하면 앞엣것이 뒤엣것보다 작다는 얘기인지 뒤엣것이 앞엣 것보다 작다는 얘기인지 얼른 모르기 때문이다.

그외 키보드에 붙어있는 글쇠중에 캡스락 ( Caps Lock ) 글쇠가 있다. 이 글쇠를 누르면 오른편에 있는 캡스락이라고 씌어있는 곳에 불이 들어온다. 이는 타자기로 영어를 입력할 때 대문자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시프트 ( shift ) 글쇠를 누른채 영문자 글쇠 를 눌러야하는데 대문자 여러개를 연속으로 입력하는 경우에는 시프트 글쇠를 계속 누르고 있는 다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시프트를 누른 것처럼 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타자기와는 달리 컴퓨터용 키보드는 워낙 부드럽기 때 문에 굳이 캡스락을 써야할 이유가 없다. 물론 두손을 사용할 수 없는 신체부자유자나 한손에 뭔가를 들고 자판을 쳐야하는 경우 에는 필요하긴 하다. 그런데 여기서 심리적인 문제가 생긴다. 캡스락이 눌린 상태에서 한글을 입력하면 시프트가 눌린 것 처럼 처리해야하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이다. 즉, 캡스락을 누른 상태에서 '뱃'자를 입력하면 '뺐'이라고 입력된다. 캡스락은 대문자 ( capitals ) 로 고정하는 ( lock ) 글쇠이기 때문에 한글입력에는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고 따라서 캡스락 상태에 무관하게 한글 입력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캡스락은 시프트를 누르고 다른 글쇠를 치는 불편을 덜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한글입 력에도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것이 옳은 주장일까 ? 여러분의 판단에 맡겨본다. ( 참고로 나는 앞 의 주장 '캡스락은 영문대문자 고정 글쇠일 뿐이다'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아래아한글도 그렇게 되어있다. /* (저자 주) 지금 확인해보니 아래아한글 2002 버전과 엠에스 워드 2003 버전에서도 이런 관행은 유지되는 것으로 보아 1994년의 나의 생각은 옳았다는 얘기네요. 흠흠 */ )

오늘 얘기에 마지막으로 도마에 오를 글쇠는 Alt 글쇠이다. 이 글쇠 만큼 다양한 발음으로 불리는 글쇠도 없을 것이다. '올트키 '라고 부르는 사람이 제일 많다. 그외에도 '알트키', '알터키', '앨트키', '올터키' 등 다양하다. 영문표기인 Alt는 아마 '번갈 아'의 뜻을 가진 alternate ( 올터니트 또는 앨터니트 라고 읽는다 ) 를 줄인 듯하다. 줄인 단어이니 어떻게 읽던 사실 관계없기 도 하다. 언젠가 미국사람 만나면 물어봐야겠다. 어쨌든 미국사람들이 어떻게 읽던 우리는 우리식의 이름을 붙여야 할 것인데 글 쎄 이른바 '한글'키보드에 붙어있는 '변경'이라는 이름은 왠지 정이 안간다. 더 좋은 이름 없을까요 ?

posted by 신묘군
책을 얘기한다 2007.02.01 12:53
/* (저자 주) 몇년 전에 개인 홈 페이지에 썼던 글을 다시 블로그로 옮깁니다 */

정치적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언론에 대한 도발적 문제제기

서시

      강한 자에겐 무릎 굽히고
      약한 자에겐 고개를 세우고
      그걸 공정하다고 하지
      어제는 악인을 만들고
      오늘은 영웅이라하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잘도 얘기를 하지
      모든 것을 비판해버리곤
      그걸 자유라 부르지
      녹슬어진 펜을 놓고서
      이젠 모든 말에 책임을 져
      방향잃고 헤매는 가엾은 무관의 제왕
      약속을 어긴 무책임뒤엔 차가운 비웃음 뿐

      - 015B [第四府]

기사 한편

그러나 그의 국가관과 불굴의 의지, 비리를 보고선 참지 못하는 불같은 성품과 책임감, 그러면서도 아랫사 람에겐 한없이 자상한 오늘의 '지도자적 자질'은 수도생활보다도 엄격하고 규칙적인 육군사관학교 4년 생활에서 갈고 닦아 더욱 살찌운 것인 듯하다. … 그는 모든 사람의 판단 기준을 이처럼 정의의 대국에 놓을 뿐 세세한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다. … 이처럼 밑을 거쳐간 부하장교는 그의 통솔 방법을 3분의 1만 흉내내면 모범적 지휘관이란 평을 얻을 수 있다는 게 군내의 통설로 되어 있다.

( 1980년 8월 23일자 조선일보 3면 톱기사 )

강준만 - 람보

강준만 교수가 내놓은 다소 과격한 제목의 [김대중 죽이기]라는 책은 '김대중 죽이기'라는 현대 한국 정치 사의 줄기찬 흐름에 주역으로 등장한 언론과 지식인에 대하여 비판의 포화를 퍼붓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언론과 지식인 의 주장에 동감하며 정치적 혐오증을 방패로 삼고 있는 많은 시민들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로 총알을 퍼붓는다. 그의 글을 매우 거 칠다. 비록 여러권의 책을 이미 출판한 바 있지만 전문 글쟁이가 아니니 거친 것은 참아야 한다. 참고 볼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 이다. 그리고 람보가 거칠지 않으면 람보인가.

이런 시원스런 글을 대할때마다 생각나는 것은 김지하의 [오적]이나 박노해의 [시사시]와 같은 문학성과 비판성을 겸비한 작가 나 글이 요즘에는 왜 없나 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얼음물 속에 있는 것이 오히려 따뜻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가운 바람이 쌩 쌩 불던 겨울공화국의 한가운데에 지펴진 [오적]의 장작불을 기억하는가 ?

언론이 왜 문제인가 ?

저자는 언론이 '김대중을 먹고 자라났다'고 주장한다. 어떤 경우에는 수퍼연예인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혐 오의 대상으로 만들어서 독자들의 눈을 계속 자극하는 것이다. 김대중이 정계를 떠나겠다고 선언했을때 언론이 쏟아낸 그에 대한 찬사는 민망할 정도였다. 그 신문들이 불과 조금전까지만 해도 '대통령병 환자'라고 하며 김대중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스워 죽을 지경이다. 정치가 국민들에게 혐오의 대상이 된 것에 신문의 책임이 크다고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 독자들이 보기에 재미있어 하겠다 싶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보도한다. 그것도 사실만 보도하는 게 아니라 아예 소설을 쓴 다. 그래서 악순환이 빚어지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언론이 크게 보도해 줄 것이라고 생각되는 정치적 행동을 골라서 하게 된다. 그런데 언론 보도를 염두에 둔 그런 정치적 행동이 바람직할 리 만무다. 언론은 스스로 그렇게 판을 벌여놓고 나서는 정치가 형 편없다고 개탄을 한다. 이만저만한 적반하장이 아니다.
    국민들이 정치를 혐오한다고 해서 정치기사마저 외면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정치를 혐오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기사를 열심히 읽는다. 따라서 평소의 정치보도는 결코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언론이 가지고 있는 기회주의에 대한 비판은 한결 신랄하다. 언론재벌 - 재벌언론간에 벌어진 싸움에서도 드러났듯이 언론사들 은 우리 사회의 어느 집단보다 이기적인 성향이 강하고 그들의 힘도 [제4부]라는 애칭에 걸맞게 강하다. 그런데 이때까지 정부권 력은 언론사를 '채찍'과 '당근'으로 통제해왔다. 올해 초에 {서울신문}에 대한 세무조사로 항복을 받아내면서 모든 신문사에게 강한 경고를 던진 사례는 김영삼 정부의 언론통제 방식을 잘 드러내었다. 이런 관행은 물론 훨씬 이전 일제시대로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언론사는 기득권 세력과 정신적, 물질적으로 탄탄한 연대를 구축하면서 극우보수주의를 찬양하는 동시에 돈이 되는 기사를 만들어내는데 열중하고 있다.
    대중의 공포감과 이기심을 자극하는 '극우'는 중도적 입장이나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적 입장마저도 붉은 색으로 슬쩍 덧칠시켜 시장에서 내쫓아버리는 신통력을 발휘한다. 지금 {조선일보}가 하는 짓이 바로 그것이다. 이건희 회장의 특명을 받고 '신문혁명' 을 선언하념서 {조선일보}를 따라잡겠다고 나선 {중앙일보}가 {조선일보}를 흉내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들 자신 과 그들이 지지하는 수구기득권 세력의 입지를 강화하면서 돈도 버니 그야말로 도랑치고 가재잡는 격 아닌가.
지식인은 왜 문제인가 ?

저자의 지식인 비판은 한결 통렬하다. 그의 지식인에 대한 비판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첫번째 로 기존의 정치평론들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 또는 혐오를 부추키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파괴'라는 손쉬운 정치에 대한 비판을 통해서 자기의 무소신이나 무책임을 손쉽게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진보적인 지식인들 마저도 손쉬운 양비론이나 지나친 현실론을 얽매여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진보를 자처하는 지식인 중에서도 호남차별의 이데올로기에 젖어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진보지식인의 편견이 언론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런 지식인의 사고방식이 진보운동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세번째 비판은 지식인들이 '낭만적 지도자론'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많은 지식인들이 현실 정치의 역학관계를 무시하고 인물과 민중이라는 막연한 도식을 상정하고 지도자와 민중과의 올바른 관계를 포착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대중같은 지 도자는 현실 정치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2선에 앉아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같은 고상한 얘기나 해야 하는 걸로 만들고 있다. 즉, 어떤 개인을 그의 실제 모습과는 무관한 상징적인 위인으로 간주하다가 그가 정치판에 뛰어들려고 하면 곧바 로 '인물혐오증'이 발동하여 그를 질시하고 배척하려고 하는 것이다. 혼자 짝사랑하던 사람이 결혼했다고 배신당했다고 대성통곡 하고 다니는 꼴이다. 그러니 똑똑한 사람들은 그저 민중의 지도자로만 남아있고 정치는 머리를 남에게 빌리는 그래서 지식인들이 자기들 맘드로 떠들 수 있고 재수좋으면 기득권의 핵심부에 접근할 수도 있는 그런 정치인들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이다.

    '양심의 마스터베이션'이란 무엇인가 ? 그건 양심의 실천을 무책임하거나 미련하게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민중을 아끼고 사랑 하는 양심은 있는데, 그걸 더러운 세상 현실에 접목시켜 실천하기엔 어려움이 너무 많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그 어려움에 대 해선 전혀 고민하지 않고 그저 현실은 무시한 채 양심만을 떠들어댄다.
하지만 이런 류의 비판은 현실론자와 이상론자를 양비론으로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는 위험성이 있기는 하다. 마지막으로 많은 지식인들이 전혀 근거없는 전라도 혐오증에 빠져 있거나 또는 꼭 혐오증은 아니더라도 전라도의 문제 - 지역감정의 문제 - 를 터 놓고로 말할 수 없는 비겁함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장면에서 저자의 비판은 거의 비난의 수준으로 드러나고 있다.

전 총리 김상협은 참회록을 써도 모자랄 판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전두환은 "권력의 공백기에 핀치 히터로 등장, 위기 관리와 경제 재도약으로 멋진 안타를 때린 훌륭한 대통령"이라는 궤변이나 늘어놓고 다니질 않나. 그건 마치 강간을 당해서 애기를 낳았는데 그 애기가 참 똑똑하더라면서, 강간을 한 놈이 문제는 있었지만 종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것 과 무엇이 다른가.

어떻게 정치적 허무주의를 극복할 것인가 ?

저자는 글을 맺으며 언론과 정치평론가들에게 더이상 정치의 해설은 집어치우고 정치의 심판관이 되어달라 고 주문하고 있다. 한국정치의 추악한 모습과 논리를 바로 보고 그걸 바로 잡도록 노력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라고 주장하고 있 다.

다른 한편으로 국민들에게는 정치가 '김대중이 복귀할 것인가 ?' 따위의 가십거리에 관심을 쏟기 보다는 정치평론의 쓰레기더미 에서 탈출하여 올바로 정치를 볼 수 있는 가치관을 회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는 심심풀이 땅콩이 이라하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주사위는 우리에게 주어졌다. 생활의 주변을 돌아보면 시민들의 참여를 요구하는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더구나 지방자치 의 시대에는 지역주민의 정치참여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그리고 각 지역의 이슈는 다른 지역과는 각기 다른 고유의 특성을 갖게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에 대한 나름의 비판의식을 가질 수 있는 참여하는 시민들의 역할은 더욱 크다.

하지만 감히 시민들에게 참여를 요구하는 소리는 높지 않다. 그 이유 중에는 사회발전의 목표 부재와 정치혐오도 큰 부분을 차 지할 것이다. 목표의 부재라는 문제에서도 현재까지의 정치행태, 정치비평의 행태에 큰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저자도 지적하듯이 그런 쓰레기 더미를 뒤져서 버릴 건 버리고 재활용할 건 재활용하고 하면서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가는 것도 시민의 과제가 아니 던가 ?

/* 덧붙이는 글 */
몇 년이 지났는데도 하나도 발전이 없는 것 같은 이 갑갑함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냐?

posted by 신묘군
책을 얘기한다 2007.02.01 12:09
/* (저자 주) 6년쯤 전에 썼던 독후감을 블로그로 옮겨왔습니다. */

'삼국지를 세 번 읽지 않은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 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삼국지는 동양인들에게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귀한 책으로 여겨 졌습니다. 소설은 물론이고 비디오, 만화, 만화영화 심지어 게임으로까지 삼국지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실로 다양합니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삼국지로는 일본작가 吉川英治 ( 한자 표기가 맞나요 ? ) 가 번역한 것을 우리나라에서 재번역한 것이 있고 ( 이게 제가 제일 처음 완독한 삼국지입니다. ) 월탄 박종화가 번역한 일명 '월탄 삼국지', 김홍신의 번역판 그리고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 등 소설류로 된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고 만화로는 단연 고우영의 삼국지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저자 주) 이건 몇년 전 얘기이고. 현재로서 가장 추천할 만한 판으로는 황석영의 삼국지와 장정일의 삼국지를 꼽고 싶습니다. 특히 장정일의 삼국지는 삽화를 제가 좋아하는 김태권 선생님이 그려서 무척 눈이 즐겁습니다. 만화로 된 삼국지로는 이문열의 삼국지를 이희재 선생님이 그린 것이 그림이 좋습니다. 이희재 선생님의 그림체야 워낙 발군이라... */ 아직 제가 김홍신의 번역판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공평한 비교를 하기는 힘들지만 나름대로 평을 해보고자 합니다.

이문열의 평역 삼국지는 일단 원전의 충실한 번역이라는 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작가의 것을 재번역한 것과는 확실한 수준의 차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게다가 이문열 나름의 시적 감각으로 번역된 시구들은 이문열의 화려한 필치와 잘 어울립니다.

굳이 흠을 잡는다면 그의 삼국지가 '번역'이 아니라 '평역'이라는데 있습니다. '이문열'이라는 개인을 놓고 평할 때 흔히들 하는 것 처럼 '고시 공부하듯 책읽기를 한' 사람이라는 것을 곳곳에서 발견합니다. 시정잡배들조차 책은 '가슴'으로 읽는 다는 것을 다 알건만 그는 '머리'로만 책을 읽은 사람인 듯 합니다. 그래서 항상 현실에 대한 표피적이고 도식적인 이해만 존재할 뿐 현실을 이끌어가고 현실에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래서 이문열의 삼국지를 읽다보면 원전을 번역한 부분에서는 잘 넘어가다가 평을 한 부분에서는 웬지 눈에 거슬리는 구절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가 평을 좀 자제하기만 하였더라도 저의 등급판정에서 더 좋은 등급을 받았을 텐데...

/* 덧붙이는 글 */
요즘은 이문열씨가 그 때보다 훨씬 더 (*&(**^&^&*%&^%^라서 지금 썼다면 훨씬 더 시니컬한 서평이 되었겠네요. ^^

posted by 신묘군
책을 얘기한다 2007.02.01 12:00
/* (저자 주) 6년쯤 전에 썼던 짧막한 독후감입니다 */

이 책을 어떻게 읽게 되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신문 광고를 보고 이 책을 알게 되어서 그냥 샀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만큼 또렷한 기억을 남긴 책도 많지 않을 것이다. 도정일 교수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강단에서 영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하지만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것은 영문학이 아니라 그가 이 세계에 대하여 갖고 있는 식견때문이 아닐까 ?

아마 잡지 '대화'의 창간호 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가 대담한 내용을 읽으면서 그가 갖고 있는 날카로운 식견과 폭넓은 지식 그리고 달변에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의 책은 한 권도 읽지 않았고 그의 강의조차 한 번 들어본 적이 없지만 그의 팬이 되었고 그래서 그가 쓴 책이 민음사에서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조금의 주저도 없이 책을 사고 말았을 것이다.

이 책은 물론 문학평론서이다. 여러 개의 문학작품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평을 해놓았다. 그렇다고 해서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작품을 다 읽을 순 없다. 그래도 좋다. 그래도 그 평을 통하여 작품을 보는 눈, 세상을 보는 눈을 배울 수 있으니깐 말이다. 나는 이 책에 물고기 다섯마리 /* (저자 주) 최고의 평점이라는 뜻입니다 */ 를 주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이제 공은 당신에게 넘어갔다. 읽던 말던 그건 당신의 자유다. 하지만 헛된 지식으로 부터 진정코 자유로와지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덧붙이는 글 */
도정일 선생님의 글 중에서 비교적 최근에 읽은 것은 최재선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것을 정리한 "대담" 이라는 책입니다. 물론 이 역시도 강추입니다. 최고의 지성이라 할 수 있는 두 분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즉, 인문학자와 자연을 연구한 과학자) 어떻게 서로를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 흥미롭습니다.

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