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을 얘기한다 2007.02.02 13:12

/* (저자 주) 1994년 12월에 모 잡지에 기고하여 1995년 신년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10여년 전과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

온갖 끔찍한 사고와 공무원들의 비리로 떡 칠이 된 1994년은 그렇게 가고 세월은 어김없이 흘러 흘러 1995년의 아침이 밝았다. 올해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깊은 해다. 21세기를 앞둔 마지막 10년의 딱 절반이 지난 해다. 21세기가 오기 전에 이 일은 꼭 하자 고 다짐한 많은 사람들, 많은 모임에서는 이제 중간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올해는 해방된지 딱 50년이 되는 해이다. 그 지긋지긋한 일제치하에서 벗어나 해방의 기쁨을 맞은 지 백년의 절반이 지났다. 그 뿐인가 ? 외세에 의해 우리의 기대와는 어 긋나게 분단이 된 지도 50년이 되었다. 그리고 국제연합 ( UN ) 이 만들어진지도 50년이 되는 해이다. 올해를 국제연합에서는 ' 관용의 해'로 정했단다. '관용'이라... 늘 당하고만 살아온 우리 민족에게 관용이란 어떤 것일까 ? 우리 민족사를 짓밟아 온 그 수많은 고난을 가시 면류관처럼 쓰고 골고다의 언덕을 오르는 예수처럼 모두 용서하라는 것인가 ?

컴퓨터와 관련해서 올해는 어떤 일이 있을까를 쓰는 것이 새해 첫 호에 글을 쓰는 이의 도리이겠지만 글쎄 그런 식의 얘기를 더 쓰기는 힘들어 진 것 같다. 너무나도 빨리 변하는 컴퓨터계의 생리를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이 예상이나 하리요 ? 그저 올해도 컴 퓨터는 더 많이 팔릴 것이고, 컴퓨터 값은 계속 떨어질 것이고, 조잡한 멀티미디어 관련 상품이 판을 칠 것이고, 그에 따라 미국 의 저질 폭력·섹스물이 우리 소프트웨어 시장을 어지럽힐 것이고, 높은 사람들은 초고속 통신망을 누가 얼마의 예산을 따 가지 고 추진할 것인지 골머리를 썩히고 로비 하느라고 바쁠 것이고, 대기업들이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컴퓨터 통신 서비스 사 업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어서 기존의 업체들을 위협할 것이고 뻔한 얘기 아닌가 ?

올해에도 마이크로 프로세서 시장은 혼전을 할 것이다. 바보 같은 인텔사가 펜티엄 칩의 치명적인 결함을 제때에 고치지 못해서 아이비엠사가 펜티엄 컴퓨터의 생산을 중단한 것은 지난 12월 중순의 일인데 이 글이 출판될 때쯤이면 어떻게 상황이 바뀌어 있 을까 ? 아이비엠은 그렇게 돈을 들여 파워칩을 만들어 놓고도 계속 펜티엄 피씨나 만들더니 쯧쯧... 그래도 파워칩을 채택하는 컴퓨터는 계속 나올 것이고 인텔 진영도 전열을 가다듬어 왕좌를 뺏기지 않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할 것이다.
올해를 목표로 만들어진 소프트웨어가 있다. 바로 윈도우즈 95 다. 일명 시카고라는 코드 네임으로 추진되던 것이 올해에는 상 품화되어 나온단다. 한글판은 어떻게 나올지 ? 조합형 한글을 채택한다는 소식이 있었는데 정말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아직 한글 판이 나오지 않은 윈도우즈 엔티 도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궁금하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하우스의 신데렐라인 [한글과 컴퓨터]에서는 윈도우즈 95 를 목표로 아래아 한글 3.0 을 발표한다는데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그나마 남은 한글 워드프로세서의 자존심을 지켜낼 것인지 아니면 외산 소프트웨어의 위력에 밀려서 사라질 것인지 .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은 어떤 판정을 내릴지 궁금하다.

이런 저런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는 내가 새해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 우선 새해에는 근사한 컴퓨터를 한 대 마련해야겠다. 486SX이상의 중앙처리장치에 8 메가 바이트의 주기억장치, 하드 디스크는 한 500 메가 바이트쯤이면 되겠지. 거기에다가 팩스모 뎀을 달고, 16비트 사운드카드도 달아야겠다. 비디오 카드는 기억장치를 2 메가 바이트를 내장한 강력한 브이지에이면 되겠고 마 우스에 컬러 모니터는 물론 기본이지. 앗 빼먹을 뻔했다. 2배속 씨디롬 드라이브도 사야된다. 물론 음악 씨디는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쓸 수 있는 기종이면 금상첨화다. 이런 시스템만 일단 갖추면 오성식 생활영어도 보고 ( 듣고가 맞나 ? ) 샌디에고 동물 원도 가볼 수 있다. 어쩌면 집사람 몰래 찐한 그림을 잔뜩 모아놓은 씨디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히히히. :-) ( 왼쪽 그림은 책 을 반시계방향으로 90°돌려서 보세요 )
그리고, 노트북에 붙일 포켓 모뎀을 하나 사야겠다. 노트북은 있는데 모뎀이 없어서 이만 저만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올해는 아 르바이트를 해서라도 꼭 하나 사야겠다. 포켓 모뎀은 팩스기능은 당연히 되어야 하고 또 작을 수록 좋고 어댑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사야지. 노트북 가방에 가뜩이나 넣을 것도 많은데 모뎀용 어댑터까지 넣어 갖고 다니는 사람들 보면 물에 빠진 인 디애나 존스 마냥 한편 용맹스럽고 지혜로와 보이면서도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하하하.

올해에는 전화요금이 왕창 내렸으면 좋겠다. 모뎀을 통해 하이텔이나 천리안이나 나우콤 같은 통신망을 사용하고 싶어도 통신 속도가 워낙 느려 터져서 가뜩이나 속까지 터지는데 요금까지 비싸니 원... 음성 통신과 컴퓨터 통신의 요금을 별도로 매겨서 정 보사회로의 진입에 이바지하겠다는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들이 한국통신에 많이 입사해야 되는 건데. 그리고 컴퓨터 통신과 관련해서는 하나 더. 올해에는 인터넷 서비스가 더 풍부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월드 와이드 웹 ( WWW : World W ide Web ) 같이 화려한 서비스를 많은 우리나라 컴퓨터 사용자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게 되길 기대해 본다.

올해에는 레이저 프린터도 하나 샀으면 좋겠다. 요즘 레이저 프린터 가격이 워낙 떨어지고 있으니까 잘만하면 하나쯤 어떻게 장 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긴 하다. 레이저 프린터는 그 자체가 워낙 전기를 많이 소모하고, 안에 있는 토너 통이 상당히 유독한 폐기물이 된다는데 환경을 생각하는 21세기적 인간인 내가 레이저 프린터를 산다는 건 왠지 마음 에 걸린다. 그냥 친구 집에 있는 걸로 만족해야하나 ? 대신 잉크젯을 사볼까 ? 요즈음 컬러 잉크젯이 잘나온다는데. 그런데 컬러 로 인쇄할 일이 얼마나 있을까 ? 모르겠다. 다음에 생각해야지.

그리고 요즘 관심을 끄는 것은 정보공개법이다. 미국이나 일본에는 이미 이런 법이 잘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미국의 예를 들면 , 스페이스 셔틀에 플루토늄을 싣고 우주공간에 가서 실험하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시민들이 정보공개법을 통하여 우연히 그 사실 을 알고 반대해서 실험을 못하게 한 적이 있다. 만약 그 계획이 그대로 추진되고 챌린저호처럼 발사 중에 사고가 난다면 그 피해 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끔찍했을 것이다. 우리 생활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정보 중에서 정부가 갖고 있는 정보를 공 개 받을 수만 있다면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만약 정보공개법이 제정되면 당장에 지리산 꼭대기까지 아스팔트를 놓도록 한 작자가 누구인지와 덕유산에 아름드리 나무를 잘라내고 스키장을 만들도록 허가한 주범이 누구인지를 찾아내서 혼내줘 야 겠다. 그뿐이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서울의 그린 벨트 구역이 XXX연구소 따위의 이름을 가진 각종 공공기관에 의해 몇십 퍼센 트가 잠식당했다고 한다. 그렇게 공사를 허가해준 놈도 찾아야 한다. 일반 서민들은 그린 벨트 때문에 화장실에 비가 새도 수리 도 못하는데 건물을 짓다니. 올해는 이렇게 속썩이는 놈들이 싹없어 졌으면 좋겠다. 소박한 시민들이 흥겹게 어울려 사는 세상은 언제나 오려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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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