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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14 :: 쟈베르 vs. 아아론
세상을 얘기한다 2013.01.14 20:34

#1 자베르 

지난 토요일에는 영화 "레 미제라블"을 보았다. 오래전 런던에서 뮤지컬로 보았을 때 비록 대사는 극히 일부만 알아들었지만 감동이 적지 않았는데 이번에 영화로 보니 자막 덕분인지 역시나 감동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내 눈물을 쏙 뺀 장면은 이것이다.

봉기가 진압된 후 자베르는 혁명군의 시신을 하나 훑어본다. 아마 평생을 쫓아다녔던 장발장을 찾으려했던 것일 것이다. 하지만 거기서 본 것은 자신을 죽을 위험에 빠뜨렸던 꼬마 가브로쉬의 시신이다. 자베르는 자기 가슴에 달린 훈장을 떼내어 가브로쉬의 가슴에 놓는다.

정태춘은 노래했다. 

오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그날 장군들의 금빛 훈장은 

하나도 회수되지 않았네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소년들의 무덤 앞에 

그 훈장을 묻기 전까지 -- [아! 5.18]

오직 법이라는 이름으로 정의라는 이름으로 일체의 탈법을 처단하는데 앞장섰던 자베르의 신념에 갈등의 크레바스가 생겨나는 결정적인 장면이다. 

빅토르 위고는 지독한 작가다. 어지간한 작가였다면 굳이 자베르를 투신시키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모습을 한 법이라는 어중간한 타협도 있을 텐데 말이다. 하긴, 인간의 모습을 한 법, 인간의 모습을 한 자유주의, 인간의 모습을 한 자본이란 도무지 어떠한 필력으로도 그려낼 수 없는 허깨비라는 것을 위고가 너무나도 잘 알았기 때문일게다.

#2 아아론 

(모르는 분들을 위한 상황 요약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클릭] - 아아론은 젊은 천재 해커로서 자유로운 정보 유통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활동을 했다. 그러던 중 많은 양의 학술 논문을 공개해버린 일로 고소되어 수조원의 배상금과 최장 50년형의 위협을 받던 중 자살했다.)

그들: 아아론의 행동이 합법인가? 

나: 아니다. 

그들: 그럼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지.

나: 뭘 위해서?

우리는 종종 이 질문을 잊는다. 뭘 위해서? 그래 아아론을 수십년간 감옥에 처넣고 농성하는 쌍용차 노조원들을 토끼 사냥 하듯 토벌하고 굳이 철거가 급하지도 않으면서 남일당의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아서 우리에게 보여주려는게 뭔데?

우리는 이렇게 법을 잘 지키는 나라라는 걸 보여줄려구?

법 좋아한다. 

수십 수백조 재산을 세금 빼먹고 상속해도 편법이지 불법은 아니라는 그 법? 수 십조의 돈을 강바닥에 퍼 부어도 아무런 제재도 항거도 할 수 없는 그 법? 내부 고발자가 철저히 외면 당하고 차별을 당해도 해고 무효 소송을 이겨도 막상 복직은 안시켜도 그만인 그 법?

도대체 뭘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법들은 지키자는 것이냐?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3 허깨비

그래 원래 그런거다. 제대로 된 법, 사랑을 담은 법 그런 건 없는 거다. 위고가 어슬픈 타협책을 자베르에게 주지 않은 것은 그가 냉혈한이어서가 아니라 냉철한 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법에게 인간의 심장을 바라지 마라. 법대로 해서 정의를 세우리라 헛소리 하지 마라. 그런 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오직 권력만이 정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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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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