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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1 :: 신천지 교회 -- 사이비 혹은 사이동 (20)
세상을 얘기한다 2007.05.11 11:49

과격한 한줄 요약 "나는 기성 교회와 신천지 교회의 차이점을 모르겠다."

며칠전 방영된 PD수첩을 보고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비록 출석 교인은 아니지만 기독교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종교의 이름으로 가족이 찢겨나가는 현실을 보면서 종교라는게 뭔지 교회라는게 뭔지 구원이라는게 뭔지 하는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최대로 손꼽히는 교회를 여럿 가지고 있어 명실 상부한 기독교의 메카라할 만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희한한 현상들은 도데체 뭐란 말인가? 어디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건가? (내 탓이요?)

내가 무슨 종교학자도 아니고 사회학자도 아니니 (심지어 교양으로 종교학이나 사회학 조차 들은 적 없는 공돌이니) 학술적으로 그 원인을 따질 수는 없지만 세상 살아온 경험에 비춰 나름대로 원인을 뒤져보고자 한다. 특히, 신천지 교회가 "기성 교회를 다니는 젊은이를" 주요 전도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보자.

모두가 지적하듯이 한국에서의 기독교 (특히 개신교) 의 급속한 성장은 70년대를 전후로 한 급속한 산업화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도시로 밀려든 젊은이들은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간다는" 각박한 도시 환경에서 적잖이 당황하였을 것이다. 피곤한 몸 편히 뉘어 쉴 곳도 마땅찮고 가까운 일가 친척도 없고 이웃 사촌의 정도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교회는 잃어버린 공동체를 되찾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런 경험은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한국에 머무르는 외국인들이 그들의 종교와 무관하게 교회로 몰려드는 것이나 재외 한국인들이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꾸려나간다는 얘기는 아주 흔하다.)

이런 상황에서의 교회는 교리보다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줄 수 있는 공동체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해방 전후로 집중적으로 한국에 기독교를 전파한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은 교리 문제에 있어 다양성과 깊이를 추구하기 보다는 "일단 믿으라니깐요 -- 예수 천당 불신 지옥" 이라는 식의 퇴행을 가져왔다. 그 결과로서 우리 교회들은 과도한 기복주의 경항을 띠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솔직히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을 보고 있으면 교회가 점집이나 당산나무 또는 삼신각과 뭐가 다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그 분들에게 교회가 뭔가 믿고 빌 수 있는 그 무엇이 되고 그래서 편안히 쉴 수 있는 그 무엇이 된다고 하면 그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솔직히 나는 "어린 아이 같은 순수한" 믿음을 좋아하며 평생 그렇게 살수 있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러한 믿음을 유지하기에는 잡생각이 너무 많다. 나 같은 사람들에게 교회가 무엇을 해줘야 하는가에 대하여도 할 말이 많지만 초점을 흐리므로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하고 다시 순수한 사람들로 돌아가보자.)

순수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야 말로 교회의 보배같은 존재이며 많은 교인들에게 감화와 감동을 준다. 그들은 믿음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이유없이 믿고 있으며 그렇게 믿음으로써 구원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믿음의 근본에 대하여 질문을 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거부해버린다. 믿음에 대하여 어떤 감성적 논리적 설명도 거부한다. 다른 종교에 대한 글을 읽거나 절에가서 금으로 코팅한 아저씨를 보거나 조상의 이름을 적은 종이에 절하는 것이 그들의 믿음을 감염시킨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멸균된 환경에서 살고 있다고나 할까...

문제는 그들의 믿음이 너무나도 순수하기 때문에 - 하지만 그 믿음은 멸균 환경에서만 지킬 수 있기 때문에 - 조금만 방향을 틀어주면 전혀 다른 것도 마찬가지로 순수하게 믿게 된다는 것이다. 예수의 자리에 뭔가 다른 것을 끼워넣는데만 성공하면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완벽한 사이비교 광신도가 된다. 그 다른 것은 어떤 교주일 수도 있고 피라미드 마케팅일 수도 있고 돈이나 출세일 수도 있다. (좀 다른 얘기가 되기도 하지만,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그 자리에 "꾸란(코란)의 절대성"을 끼워넣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대하여는 아담 커티스가 제작하고 BBC에서 방영한 "악몽의 힘(The Power of Nightmares)"을 추천하고 싶다. 관련 자료는 --> http://en.wikipedia.org/wiki/The_Power_of_Nightmares)

이상으로서 너무나도 순수한 사람들이 곧 가장 과격한 사이비교 광신도가 될 소질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은 설명이 되는데 무엇이 변하게 하는 힘이 되는가 라는 점은 아직 설명되지 않는다. 이번 PD수첩은 그 부분을 아주 잘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라 심리전이다. 그 사람이 뭘 원하는지, 그 사람이 뭘 두려워 하는지 알면 게임 끝이다.

한국 최고의 범죄 영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범죄의 재구성"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뒤돌아서 생각해보면 절대로 속을 수 없을 것 같은 얘기에 사람들은 홀딱 넘어간다. 왜? "욕망"과 "두려움" 때문이다. 부자가 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권세를 누리고 싶은 욕망이 머리를 지배하는 순간 이성적인 판단이 설 자리는 좁아지고 사기에 넘어가게 된다.

이번에 방영된 PD 수첩에서 한 신천지 신도인 젊은이가 한 얘기가 맘을 후벼판다. "지금은 이해하지 못하시겠지만 내가 제사장이 되어 우리 집을 크게 일으키게 되면 부모님도 나를 이해하실 것이다." (기억에 의존한 것이므로 정확하지 않음.) 그렇다. 알고보면 그 젊은이는 대단한 효자다. 부모가 아무리 말리더라도 집에 아무리 가고 싶더라도 참고 전도해서 14만 4천명의 신도가 모이는 날을 앞당겨서 부모님께 효도를 하고 싶은 것이다. 소박하게는 출세욕이라고도 할 수 있고 다르게 말하자면 효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이 한마디가 내 맘을 아프게 하는 것은 그것이 방영된 날이 깜빡잊고 어머니한테 전화도 못드린 어버이 날이었고 늘 멀리 있어 뭔가 해드리지 못하는 불효자라는 자책을 더욱 무겁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욱 더 내 맘을 무겁게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에게 다른 길을 열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것이 사실이건 꿈이건 젊은이들에게는 추구하고 달성해야 할 그 무엇이 있어야 하는데 날로 늘어가는 청년 실업에 무고용 성장과 과도한 비정규직의 양산 여기에 양극화의 심화를 보태고 나면 젊은이들이 꿈을 갖는다는게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다. 꿈을 잃었던 한 청년이 신천지 교회에서 집안을 다시 일으킬 기회를 발견하게 되어 심취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닌가?

짧은 글을 선호하는 세태를 생각해서 여기서 일단 마무리를 짓자. (할 얘기가 다 떨어져서 마무리 하는 것 절대로 아니다. ^^) 제목을 다시 생각한다. 사이비 -- 비슷하나 다르다. 사이비 종교는 기성 종교와 비슷하지만 다르다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기성 교회와 신천지 교회의 차이점을 모르겠다. 공동체를 잃고 꿈을 잃고 힘들어 하는 젊은이들의 때묻지 않은 영혼을 교묘히 부추겨서 끌어들여 광신도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최소한 어떤 차이점도 찾을 수 없다. (교리 관점에서도 나는 큰 차이점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신천지 교리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내가 갖고 있지도 않고 그걸 비교해야할 만큼 가치가 있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인이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맞나...) 현실에서 기독교계는 (특히 개신교는) 그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면서 자기 교회의 가장 모범적인 신도가 곧 끊임없이 생겨나는 사이비 광신교 집단의 원천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제발 순수한 믿음의 신화에서 벗어나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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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