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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9 :: 조급증을 경계함
잡스럽게 얘기한다 2008.06.19 10:58
필자 주: 딴 곳 게시판에서 현 정국을 놓고 오가는 갑론을박을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댓글로 썼던 글인데 여기에 옮깁니다. 옮기는 과정에 일부 오타 수정을 하였습니다.

서로들 너무 조급하게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대학교를 다니던 85~86년에는 정말로 암울 했습니다. 아무리 군부독재타도를 외쳐도, 아무리 민주화를 외쳐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정말로 안될 것 같은데, 아무리 애써도 기층민중들은 꿈쩍도 안할 것 같은데 무엇때문에 우리는 동맹 휴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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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거리 진출을 꾀하는가? 이런 좌절감을 매일 매일 등에 지고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참으로 불가사의하게 87년이 다가왔습니다. 6월 종로에서 시작된 시민들의 항쟁으로부터 7~9월에 산업현장에서 들불처럼 퍼져나가던 노동 해방의 함성들... 저의 짧은 식견과 상상력으로는 감히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군부독재타도의 함성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향한 대안을 내놓는 시민운동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그리고 20여년 ...

군부 출신 아닌 사람이 대통령을 해서 군인이 아니라도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우고 간첩이라 하여 사형 언도를 받았던 사람이 대통령이 됨으로써 좌익 / 빨갱이에 대한 극단적인 거부감도 사라지기 시작하고 고졸 대통령, 권위를 스스로 박탈한 대통령의 시대를 거치며 대통령이 더 이상 군림하는 자가 아니고 우리는 공화국에 살고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고... 세상은 그렇게 차근차근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어느덧 모든 음반에 으례히 껴있던 건전가요가 없어지고 민족주의에 내재된 극우적 국수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되고 미국이나 북한에 대해 거리낌 없이 얘기할 수 있게 되고 학생들도 심지어는 인권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개발을 할 때에는 생태계도 봐 가면서 해야 된다는 생각도 가끔씩 가끔씩 해보고... 아... 흐드러진 자유여 민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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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역사는 단선적으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고 빨리 발전하는 것도 아닙니다. 역사의 수레바퀴에 올라탄 사람은 역사가 그저 쳇바퀴를 돌고만 있다고 느껴질 뿐입니다. 언젠가 그 바퀴에서 뛰어내려 거리를 두고 다시 본다면 수레가 지나온 궤적을 떠올리며 그 궤적 한 뼘 한 뼘에 뿌려진 눈물과 탄식과 토론과 언쟁을 추억하게 될 것입니다.

요즘은 드물지만 제가 어렸을 때에는 콩나물을 항아리에 키워서 먹곤 했습니다. 컴컴하게 보자기 같은 걸로 씌워 놓고는 가끔 물을 한바가지씩 부어주지요. 그럼 얼른 보기에는 물이 몽땅 밑으로 빠져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콩나물은 잘만 자랍니다. 역사도 그렇습니다. 물이 다 밑으로 새 나간다고 물 주는 것을 실없다고 할 필요 없습니다.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 죽습니다. 물이 다 밑으로 빠져버린다고 불평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나물은 자라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시의 마지막 구절로 조악한 글을 맺습니다. 혹시나 여유가 되신다면 이 시인의 삶을 한번 돌이켜보시고 그의 시들을 (나의 칼 나의 피, 사랑의 무기, 조국은 하나다) 읽어보십시요.

그가 흘린 피 한 방울 한 방울은
어머니인 조국의 대지에 스며들어
언젠가 어느 날엔가는
자유의 나무는 열매를 맺게 될 것이며
해방된 미래의 자식들은 그 열매를 따먹으면서
그가 흘린 피에 대해서 눈물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쑥스럽게 부끄럽게 이야기 할 것이다

                                                                        [ 김남주 / 전사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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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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