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얘기한다 2008.11.18 10:52
(퍼온 사람의 주1: 이 글은 서울대학교 이준구 교수님이 쓰신 글로서 허락을 받고 전재한 것입니다. 홈 페이지에는 PDF 파일 형태로 되어 있어 더욱 널리 보급하기 위하여 텍스트로 변환하였습니다. 변환하는 프로그램의 한계로 일부 띄어 쓰기 틀린 곳이 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원문을 보시려면 이준구 교수님의 홈 페이지를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퍼온 사람의 주2: 이 글은 종부세의 일부 위헌 판결이 나기 전에 쓰인 글입니다. 이미 판결이 낫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종부세의 개편 방안은 정치권의 주요 이슈이고 세금과 민생의 관계를 생각하는 좋은 글이므로 여전히 읽을 가치는 크다고 할 것입니다. 종부세 판결 이후 작성한 이준구 교수님의 최근 글도 교수님의 홈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 링크는 이전의 제 블로그 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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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종부세

1. 머리말

2007년도 우리나라 조세수입은 205조원이었고, 그 중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수입은 2조 4천억원이었다. 그 비중이 총 조세수입의 1% 남짓밖에 안되는 이 세금이 지금 우리 사회를 온통 들끓게 만들고 있다. 정부는 이 세금을 내는 2%의 납세자가 마치 좌파정책의 순교자 라도 되는 양 사회정의가 온통 무너져 내린 것처럼 야단을 쳐대고 있다. 이보다 몇 배나 더 되는 사람들이 그날그날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이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나 보 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를 새삼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 동안 ‘강부자 정부’라는 말만은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 왔다. 이 정부가 하 는 일을 보면 그런 말을 들어 싸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전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출 범한 정부라는 점만은 인정해 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의 포괄적인 감세조치, 그리고 종부세 무력화 시도를 보면서 이제는 이 말을 마음대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정부가 ‘부자들의, 부자들을 위한 정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이 명백하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임기 안에 종부세를 완전히 폐지하겠다는 말까지 서슴지 않는 모습을 보면 정체 모를 불 안감이 엄습해 오는 것을 느낀다. 앞으로 4년 반 동안 우리 사회, 경제가 얼마나 크게 뒷걸 음질 치게 될지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선거에 이겼다고 모든 것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 는 것으로 착각하는 오만한 태도가 또 어떤 어처구니없는 일을 하게 만들지 모른다. 이 정부가 지금과 같은 태도를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그들의 임기가 끝나는 날 우리는 역사의 시계가 최소한 20년 이상 뒤로 돌려졌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큰 흐름에서 볼 때 우리 현대사는 끊임없는 발전과 진보의 역 사였다. 사람 목숨이 파리만도 못한 시절도 있었지만, 지금은 선진국 못지않게 인권이 보장 된 사회로 바뀌었다. 혹독한 독재정치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남부끄럽지 않은 민주 국가가 되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안하무인격으로 설쳐댈 수 있던 시절도 모두 지나 갔다. 바로 이런 발전이 있었기에 우리 국민은 어려운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10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보수적 정부가 집권해 왔지만, 진보의 도도한 흐름은 끊임 없이 계속되어 왔다. 흥미로운 점은 주요한 진보적 개혁이 거의 모두 보수적 정부하에서 이 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제도 등의 사회복지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 이 전두환 정부 때였으며, 토지공개념이란 급진적 성격의 개혁안이 나온 것은 노태우 정부 때였다. 또한 김영삼 정부 때는 금융실명제와 공직자 재산등록이라는 굵직한 개혁이 이루어 진 바 있다. 지금 이런 개혁안이 나왔다면 보수진영은 좌파의 책동을 막아야 한다고 난리를 쳐댔을 것임에 틀림없다.

가장 역설적인 것은 좌파정책의 표상처럼 되어 있는 평준화교육을 도입한 사람이 바로 보 수진영의 영웅 박정희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이다. 이 평준화의 틀은 그 뒤를 이은 보수적 정부하에서도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져 왔다. 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 실정 중 하나로 들먹여지는 대학입시 ‘삼불정책’의 기본골격도 실제로는 보수적 정부하에서 만들 어진 것이다. 진보적 정부가 평준화로 우리 교육을 망쳐 놓았다고 성토하는 것은 보수진영 스스로의 얼굴에 침을 뱉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여튼 중요한 점은 진보적 개혁이 우리 현 대사의 대세였으며, 보수적 정부들도 이와 같은 대세를 거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이와 같은 진보적 개혁의 도도한 흐름을 거꾸로 돌려놓는 데 열중하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에 일어난 민심의 일시적 보수화를 등에 업고 마치 역사의 시 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것이 자신의 사명인 양 밀어붙이고 있다. 그 동안 어떤 정부도 지금 처럼 대놓고 힘 있고 부유한 사람들만을 위한 정책을 추진한 바 없다. 정부는 보수진영의 염원을 실천에 옮기려 한다고 말하겠지만, 힘 있고 부유한 사람만을 위한 정책이 진정한 보 수는 아닐 터이다. 만약 이것이 진정한 보수라고 강변한다면 국민의 지지는 한 순간에 물거 품처럼 사라지고 말 것이다.

종부세 폐지 시도는 이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역사 거꾸로 돌리기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내가 이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종부세 폐지의 부정적 효과가 엄청 나게 클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본다면 현재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 역사 거 꾸로 돌리기 프로그램의 그 어느 것보다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 글을 통해 종부세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정부의 논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밝혀 보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조세, 그리고 그 부담의 공평한 분배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오해 도 바로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 세금 그리고 종부세에 대한 오해와 진실

프랑스 루이 14세 때 재상이었던 꼴베르(J-B. Colbert)는 세금에 관해 다음과 같은 유명 한 말을 남겼다. “조세 징수의 기술은 가장 적은 비명을 지르게 만들면서 가능한 한 많은 깃털을 얻는 방식으로 거위의 깃털을 뜯어내는 것과 같다.” 정부가 세금을 걷는 행위를 멀 쩡한 거위에서 깃털을 뽑아내는 행위에 비유한 것은 세금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나쁜 인식 을 반영하고 있다. 사실 이 세상에서 세금 내기를 즐겨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외적의 침 입에 대해 의병으로 맞서 싸울 용의가 있는 사람조차 평시에 세금을 내라 하면 그리 기쁜 마음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좋든 싫든 민주국가의 국민이면 누구나 납세의 의무를 기꺼이 져야 마땅한 일이 다. 세금을 걷는 정부가 부당하게 국민의 재산을 강탈해 가는 것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 바로 이와 같은 잘못된 인식에서 세금과 관련한 첫 번째 오해가 발생한다. 세금은 적게 낼 수록 더 좋은 것이라는 오해가 바로 그것이다. 국민이 모두 세금을 덜 내게 되면 정부가 제 공하는 서비스를 그만큼 줄이던가 아니면 정부의 빚을 늘려야 한다. 또한 내가 세금을 덜 내면 남이 정확하게 그만큼 더 내야만 한다. 세금을 적게 낼수록 더 좋다는 생각은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에서 나온 오해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의 감세정책과 종부세 폐지론은 이런 오해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세금을 깎아주 면서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양 생색을 낸다. 그러나 세금을 깎아주면 깎아준 만큼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느 사람이 되었든 세금 덜 내게 되는 만큼의 대가를 반 드시 치러야 한다는 것이 세금과 관련된 진실이다. 예컨대 종부세를 폐지해 세금을 깎아주 는 경우에는 종부세를 내지 않는 98% 국민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이야말로 모든 사람이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것만큼 자명한 진실이다. 정부는 국민이 이런 진실 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을 다행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어느 때든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마련이다.

세금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는 소득에만 부과되어야 하고 재산에 대해서는 부과되지 말아 야 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재산에 대해 부과되는 조세가 현금흐름(cash flow)의 문제를 일 으킬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재산은 많지만 현금이 없어 세금을 내 기가 어려운 딱한 처지의 사람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이 재산과세를 부 당한 것으로 몰기에 충분한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현금흐름에 문제가 있다 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재산과세가 소득과세보다 더 바람직한 세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측면 도 있다. 뿐만 아니라 현금흐름의 문제도 해결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고 창의적으로 대응한 다면 얼마든지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조세부담의 공평성이란 관점에서 볼 때 재산과세는 소득과세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공평한 과세의 원칙은 각자의 경제적 능력에 걸맞은 납세의무를 지우는 것을 요구 한다. 모두들 잘 알고 있듯, 어떤 사람의 경제적 능력은 소득뿐 아니라 재산에 의해서도 결 정된다. 따라서 소득과세를 재산과세로 보완해야 비로소 진정한 경제적 능력에 따른 조세부 담의 분배가 가능해진다. 현재 징수되고 있는 지방세로서의 재산세는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과세의 원칙을 충실하게 구현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현행 재산세제하에서 전국 각지에 여 러 채의 주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중과세를 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 하나만 생각해 보아도 잘 알 수 있는 일이다.

우리의 현실에서는 공평한 과세라는 측면에서 종부세 같은 재산과세가 갖는 장점이 특히 두드러진다. 최근 다시 문제가 된 바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고소득층의 탈세가 유달리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소득의 정확한 파악이 힘들다는 사실을 악용하기 때문인데, 종부세 는 이와 같은 소득세의 문제점을 훌륭하게 보완해줄 수 있다. 소득을 감추기는 쉬워도 부동 산을 갖고 있는 것을 감추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각종 편법을 동원할 수 있지만 아무 래도 소득의 경우보다는 감추기가 어렵게 되어 있다.

또한 재산과 관련된 세금은 지방세여야 하기 때문에 국세인 종부세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어불성설이다. 많은 나라들이 재산세를 지방세로 운영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되어야 할 이론적 근거는 단 하나도 없다. 다시 말해 단지 편의상 그런 체제를 취하고 있을 뿐이지 그래야 할 당위가 전혀 없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지역간의 경제력 격차가 극심한 경우에는 재산과세 중 일부를 국세의 형태로 돌리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기까지 하다. 종부세 도입 후 지역간 경제력 격차로 인한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것이 그 좋은 예다. 재산과세를 국세의 형태로 징수하면 큰일이나 날듯 떠드는 사람 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은 종부세가 재산에 대한 이중과세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폐지되어야 마땅 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이 또한 조세에 대한 무지에서 나오는 근거 없는 주장이다. 정 부는 필요에 따라 이미 걷고 있는 세금에 가산세(surtax)를 부과하기도 한다. 이와 같은 가 산세를 이중과세의 성격을 갖는다고 위법으로 규정할 수 없듯, 일정한 범위 안에서 똑같은 과세대상에 두 번 세금이 부과된다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조세이론 어디를 뒤져 봐도 하나의 과세대상에 단 한 번만 과세해야 된다는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종부세가 부자들에 대한 약탈적 성격을 갖고 있는 주장 역시 명확한 근거를 결여하고 있 기는 마찬가지다. 정의조차 어려운 ‘약탈적’이란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선동적인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보수진영과 정부는 늘 집 한 채만 있는 은퇴자의 딱한 처지를 들먹거리지만, 그 범주에 속하는 사람의 비율이 과연 얼마나 될까? 종부세 부과 대상자의 60%가 다주택 보유자라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의 비율이 실제로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만약 정말로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구제하면 된다. 예 를 들어 주택 역모기지와 비슷한 방법으로 종부세를 부채로 모아 두었다가 나중에 주택을 팔 때 청산하면 현금흐름의 문제는 없어지게 된다. 누가 보아도 명백하게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아예 종부세를 대폭 깎아주는 방법도 있다. 지금 정부가 제 안하고 있는 고령자에 대한 종부세 감면조치가 그런 성격을 갖는 구제책이 될 수 있다. 이 처럼 종부세의 문제점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탈적 세금이기 때문에 폐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와 같은 주장에는 부자들의 세금을 한 푼 이라도 깎아주려는 의도 이외의 다른 합당한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소득세조차도 도입 초기에는 약탈적 세금이니 사회주의적 세금이 니 하는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소득세가 완전하게 정착된 지금은 어느 누구도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종전에는 내지 않던 세금을 갑자기 내게 되었을 때의 부담감이 매우 크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기존의 조세제도를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 없는 일이 고 보면, 새 조세의 도입으로 인한 일시적 혼란은 참고 견뎌낼 수밖에 없다. 객관적으로 사 고해야 할 지식인까지 가세해 ‘약탈적 세금’, ‘세금폭탄’ 같은 선동적인 표현으로 종부세를 깎아내리는 데 동참하는 것은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종부세를 주택관련 규제의 일종으로 오해하는 사 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규제(regulation)라는 것은 정부가 시장기구를 통하>지 않 고 민간부문의 행위를 직접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러나 종부세는 주택담보대출 규제라든가 전매금지 규제와 달리 시장기구 혹은 가격유인을 통해 민간부문의 행위를 일정 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정책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규제가 갖는 일반적 문제점, 즉 시 장의 왜곡 같은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주택관련 규제 완화 얘기가 나올 때 종부세도 함 께 엮어 완화 혹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 주택관련 규 제가 완화될수록 종부세가 수행해야 될 역할은 오히려 더욱 커져야만 한다.

종부세는 기본적으로 교정과세(corrective taxation)의 성격을 갖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교정과세란 민간부문의 행위를 정부가 보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사용되는 조 세를 말한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석유류 제품에 세금을 부과하던가 환경보호를 위해 오염 물질 배출행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그 대표적 예다. 교정과세 역시 민간부문의 자 유로운 선택행위를 교란한다는 문제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선택행위를 바람직 한 방향으로 교정하는 데서 나오는 이득이 교란에서 나오는 손실을 상쇄하고 남는다는 점에 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종부세가 갖는 문제점만 지적하고 교정과세로 서 갖는 순기능을 무시하는 것은 균형 있는 평가가 될 수 없다.

3. 종부세 폐지는 결코 정답이 될 수 없다

지금 종부세가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시점에서 뿌리부터 흔들리는 모습을 보는 심정 은 서글프기 짝이 없다. 선거에 이겼으니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좀더 신중하게 접근할 수는 없을까? 종부세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나 역시 이의가 없다. 이 세상에 문제점 없는 완벽한 세금은 없을 테고, 그렇다면 종부세에도 당연 히 문제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거론하는 종부세 개정안은 단순히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거의 무력화시키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임기 중에 종부세를 완전 폐지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을 보면 무력화의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종부세가 폐지된다고 할 때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으로 예상 한다. 무엇보다도 우선 주택가격 폭등을 막는 안전핀이 제거됨으로 인한 주택시장 불안정성 증대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등장할 것이다. 종부세 반대진영에서는 굳이 부정하고 있지만, 종부세의 주택가격 안정효과는 분명하게 발휘되고 있다. 최근의 주택 가격 하락추세가 전반 적인 경기침체와 각종 규제 때문에 빚어졌다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부세의 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만약 종부세 효과가 전혀 없었다면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이 소형 아파트의 가격과 거의 같은 비율로 떨어져야 한다. 종부세 과세대상인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이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종부세의 가격안정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는 것을 웅변으로 입증하고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종부세의 가격안정 효과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는 여건이었다. 현 정부가 기회 있을 때마다 종부세를 흔들어왔기 때문에 과세대상자들이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는 자세로 유인에 반응하기를 거부해온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종부세가 원래의 계획대 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것이 분명했다면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하락은 훨씬 더 빨리, 그리고 큰 폭으로 이루어졌으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투기적 목적으로 주택을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처분에 나섰을 것도 분명하다. 현행 종부세제도하에서 최고세율이 3%인데,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해 이 세율의 적용을 받는 사람은 10억짜리 주 택 하나에 매년 3천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아무리 집값 오르기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도 이 정도의 세금을 내고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짐작한다.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너무 급격한 주택가격 폭락 역시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 지다. 그와 같은 거품 붕괴가 우리 경제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그리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주택가격 폭등을 막는 안전장치들을 너무나 빨리, 그리고 너무나 과격 하게 제거해 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렇다 할 부양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데 초조해진 정부가 더욱 과격한 부양정책을 쓸 가능성이 크다. 모든 정책이 일정한 시차를 두고 그 효과가 발 휘된다는 것은 경제학의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지금 쓰고 있는 부양정책의 효과가 어느 시 점에서 화산이 분출하듯 한꺼번에 터져 나올 때 우리 주택시장은 또 한 번의 큰 혼란을 피 할 수 없게 된다.

지금 당장 거품을 꺼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거품을 더 키우 지는 말아야 한다. 자신의 임기 동안의 일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긴 미래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당장 먹기에는 곶감이 달다고, 주택가격 폭등을 막는 최후의 안전핀 까지 뽑아놓으면 우리 경제는 주택시장발 폭풍에 주기적으로 시달리는 신세를 면치 못할 것 이다. 전혀 걱정하는 기색 없이 이런저런 부양정책을 쏟아놓는 정부를 보면 폭약을 갖고 노 는 어린애를 보는 것 같은 불안한 심정이 된다.

종부세 폐지가 가져올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부자들에게서 덜어낸 조세부담을 중산층 과 저소득층에 떠넘기게 된다는 것이다. 이 문제점이 지적되자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손사래를 치지만,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그 말을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종부세 폐지가 중산 층과 저소득층의 부담 증가를 가져온다는 것은 내일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고 하는 것만큼 이나 분명한 일이다.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 대폭 감면안과 관련되어 이 부담 전가의 문제점 이 지적되자 정부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사람 말이 다르고 저 사람 말이 달라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그 누구의 말도 이 문제에 대한 만족스런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한 고위층은 종부세 감면으로 인해 줄어든 조세수입을 재산세를 더 걷어 메우겠다고 말했다. 재산세는 주택을 가진 사람은 모두가 내는 세금이니, 그렇다면 2%가 내던 세금을 나머지 98%의 사람에게 나누어서 지게 만드는 셈이다. 재산세로 부족한 조세수입을 메 울 경우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부담이 전가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에 대한 비판 여론 이 들끓자 정부의 다른 사람은 종부세 납부자의 재산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메우겠다는 말로 진화를 시도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닐뿐더러, 그럴 것이라면 왜 종부세를 감면해 주는지 모를 일이다. 종부세 내던 것을 재산세로 이름만 바꿔서 내면 기분이 더 좋아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또 다른 정부의 고위층은 재산세를 더 걷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것은 더 웃기는 말이다. 왜냐하면 그 말에서 국민을 속이려는 의도가 너무나도 뻔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재산세를 더 걷지 않는다고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더 커지지 않는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 말이다. 종부세 감면으로 인해 줄어든 조세수입은 어떤 방법으로든 메워져야 한다. 재산세 를 더 걷지 않는다면 소득세든, 부가가치세든 어떤 세금의 형태로든 다 걷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도 98%의 사람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것은 전혀 다를 바 없다. 한 가지 남은 가능성 은 조세수입이 줄어든 만큼 정부지출을 줄이는 방법인데, 나머지 98%의 사람이 정부지출 감소로 인한 손해를 보게 되니 앞서의 경우와 아무 차이가 없다.

종부세 감면 혹은 폐지가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은 너무나 명확 한 사실이다. 정부가 어떤 말을 한다 해도 이 명백한 사실을 뒤엎을 수는 없다. 정부로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 부유층이 과도한 조세부담을 지고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납득시키는 것이다. 아니면 부담이 중산층과 저소득층으로 전가된다 하더라도 문제>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만약 이 두 가지 중 하나라도 자신이 없다면 종부 세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서슴없이 포기해야 한다.

4. 현 종부세 감면안의 문제점

앞에서 말한 것처럼 종부세가 약탈적 성격을 가진 세금이라는 데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 다. 그러나 종부세를 납부하기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는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부정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의 부담을 경감시켜 주는 방향으로 종부세를 보완 해야 한다는 데 100% 동의하고 있다. 정부가 이런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종부세를 보완 하려고 하는 것이라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것이 아니라, 종부세를 무력화함으로써 부자들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고 나아가 주택시장의 안정성을 해치려 하고 있기 때문에 문 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종부세를 내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구제해 준다는 점에서 볼 때, 과세대상 기준을 공시지가 ‘6억원 이상’에서 ‘9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 다. 그렇게 되면 과세대상자 중 58.8%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들어 이에 반대 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여당 내부에서도 현재의 정부안과 관련해 이 부분에 대한 우려가 특히 많은 것으로 보도되고 같다. 그러나 내 판단으로는 현재의 정부안 중 가장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과세대상자 수가 대폭 줄어든다는 사실 하나만 보고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종부세를 내는 사람의 비율이 비록 2%에 지나지 않지만, 그 중에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 이 소수라도 섞여 있으면 종부세를 반대할 좋은 명분이 생긴다. 정부와 보수진영은 바로 그 전략으로 종부세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반대의 명분을 제거하고 종부세의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는 과세대상자의 범위를 대폭 줄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 그렇지 현재의 정부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세율을 대폭 인하한 부분이다. 집 부자에게 집중적인 혜택을 몰아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세율의 대폭 인 하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세율은 과세표준이 3억원까지 1%, 14억원까지 1.5%, 94억원까지 2%, 그리고 94 억원 초과시 3%로 되어 있다. 현 감면안에 따르면 6억원까지 0.5%, 27억원까지 0.75%, 그리고 29억원 이상은 1%로 대폭 낮춰지게 되어 있다. 따지고 보면 바로 이 대폭적 세율 인 하가 종부세 무력화 작업의 핵심 중 핵심인 것이다. 주택을 몇 채씩 갖고 있는 부자의 >입장 에서 보면 앞에서 말한 과세대상 기준 상향조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들이 알토란같은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세율 인하 부분 때문이다.

세율 인하는 주택투기 억제와 이를 통한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종부세의 중요한 기능을 무 력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온다. 다주택 보유자에게 무거운 세금 부담을 지우는 것이 주택투기 억제의 핵심임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솔직히 말해 주택을 다섯 채, 열 채씩 보 유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세금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렇게 하지 않으 면 그 많은 주택을 계속 끌어안고 가격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 최고 세율 3%는 상당히 부담스러울 테지만, 1%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느낌일 것 이 분명하다.

현 종부세 감면안에 대한 비판이 과세대상 기준의 상향조정에만 그 초점이 맞춰져 있고 세율의 대폭 인하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의아스러울 따름이다. 간단한 계산만 해 봐도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다름 아닌 세율 인하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여당이 여론에 부응한답시고 과세대상 기준은 올리지 않고 세율만 인 하하는 방식으로 감면안의 틀을 다시 짠다면 그것은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 된다. 세금을 내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의 문제는 그대로 둔 채 집 부자들에게만 막대한 이득을 가져 다주는 결과를 빚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헌재의 위헌결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사안이지만, 세대별 합산방식을 개인별 과세 방식으로 바꾸는 것 역시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누진세율 구조하에서 과세대>상 부동산을 반으로 나누어 부과대상으로 삼는 것은 집 부자들에게 생각 밖으로 큰 이득을 가 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간단한 조치 하나로 집 부자의 세금 부담이 거의 절반 수준 으로 떨어질 수 있다. 여당 일부에서 개인별 부과방식으로의 전환을 집요하게 밀어붙이는 세력이 있는데, 그들의 저의가 어디 있는지 짐작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말해 나는 법률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위헌결정이 어떤 쪽으로 내려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위헌결정 결과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학자로서 내가 보는 상식은 이렇다. 종부세의 과세대상이 세 대여야 하느냐 아니면 개인이어야 하느냐의 여부는 부동산을 취득하고 처분할 때의 의사결 정이 누구에 의해서 내려지느냐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예컨대 부부가 함께 의논해 의 사결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세대별 합산과세가 타당성을 갖는다. 이와 반대로 각 개 인이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라면 개인별 과세방식이 타당하다고 말할 수 있다.

세대별 합산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양성평등이란 관점에서 볼 때 개인별 과세 방식이 옳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런 주장이 양성평등의 근본정신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본다. 양성평등이라는 것을 단지 세금 깎는 도구정도로나 사용하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양성평 등은 영원히 실현될 수 없다. 부동산 취득과 처분에 관련된 결정을 배우자와 상의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어느 쪽이 적절한 과세대상이냐에 대한 해답은 이미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우리 사회가 상식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는 않으리라고 믿는다.

다시 한 번 정리해 말한다면, 현재 제시된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세율을 대폭 인하하겠다는 부분이다. 최고세율을 현행의 1/3수준으로 대폭 낮 추겠다는 것은 종부세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조치는 정부가 늘 부르짖어 오던 딱한 처지의 종부세 납부자 문제와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오직 집 부자 에게 막대한 혜택을 가져다주는 효과만 낼 뿐이다.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세대별 합산 방식을 개인별 과세방식으로 바꾸는 것도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실질적인 개선효과를 기대 할 수 있는 것은 과세대상 기준의 상향조정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5. 맺음말

종부세 폐지를 부르짖는 사람은 그것이 정치논리의 소산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한다. 또한 이 세금에는 부자에 대한 분노와 증오가 녹아 있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나는 종부세를 도입한 사람의 속마음에 어떤 생각이 도사리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아 가 그것의 도입이 경제논리는 배제된 채 정치논리에 의해서만 결정된 것인지의 여부도 잘 모른다. 이런 것들을 잘 모르기도 하려니와 알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왜냐하면 지금 이 시점에서 종부세가 바람직한지의 여부를 평가할 때 아무 상관도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조세라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평가는 오직 그것이 공평하며 효율적인 조세인지의 여부에 의해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종부세는 부모를 잘못 만난 탓에 태어난 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아 안락사의 위협에 직면 해 있다. 내가 보기에 종부세 그 자체에는 바람직한 측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단지 참여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온갖 수모를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종부세의 본 질, 즉 이것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어떤 동기에서 도입되었는지 같은 애매하고 지엽말단적인 논의만 판치고 있다. 특히 종부세가 부자들을 괴 롭히려는 동기에서 도입된 세금이라는 이념적인 색칠로 본질을 가려 버렸기 때문에 생산적 인 논의가 더욱 어려운 형편이다.

경제적 효과 그 자체만 놓고 볼 때 종부세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우선 주택가격 안정이란 측면에서 볼 때 그 어떤 주택관련 규제보다 더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평 가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시장기구에 의해 투기억제 효과를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대적 으로 적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뿐 아 니라 줄곧 폐지 논쟁에 시달려 왔기 때문에 종부세의 효과가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발휘되 지 못한 상황이다. 만약 현재의 기본골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정착된다면 괄목할 만한 주택 가격 안정효과를 가져올 것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있다.

또한 조세부담의 공평한 분배라는 측면에서도 다른 어떤 조세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 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 조세제도는 간접세의 비중이 높아 납세자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과세가 기본적으로 어렵게 되어 있다. 고작 기대할 수 있는 것이 누진적 소득세 정도인데, 이것 역시 고소득자의 탈세 때문에 기대만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봉급생활자의 유리 지갑’이라는 말이 있듯, 중산층이 상대적으로 무거운 조세부담을 지는 불공평한 기본 구도가 계속 유지되어온 것이다. 최근 들어 고소득자의 탈세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 지만, 아직도 공평한 조세부담의 분배와는 거리가 먼 형편이다.

이와 같은 불공평성을 획기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이 바로 종부세다. 종 부세는 최상위 2%에 집중적인 과세를 함으로써 소득세의 허점을 훌륭하게 메워줄 수 있다. 만약 총 조세수입의 상당 부분을 이런 방식으로 부과한다면 ‘부자 괴롭히기’라는 불평이 당 연히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중이 고작 1%에 지나지 않는 세금을 최상위 2%가 낸다고 해서 특별히 불공평하다고 말해야 할 이유는 없다. 최상위 계층이 고작 이 정도의 조세부담 을 지는 것을 두고 약탈적 세금이니 세금폭탄이니 하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 고 생각한다.

공평과세라는 관점에서 종부세가 갖는 최대의 강점은 아무리 세무사를 동원해 보았자 납 세액을 한 푼도 줄일 수 없다는 데 있다. 고소득층이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나 상속세는 세무사가 얼마나 재주를 피우느냐에 따라 납세액이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할 수 있다. 반면에 종부세는 보유 부동산을 처분하기 전에는 납세액을 줄일 수 없다. 역설적인 점 은 종부세가 갖는 바로 이 장점이 이를 한사코 반대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종부세 부담을 쉽게 회피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면 집 부자들이 그렇게 열렬한 반대투쟁에 나서지 않았을지 모른다.

종부세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지방자치단체들 사이의 재정능력 격차를 메워주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는 데 있다. 현행 재산세제도하에서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아는 사실이다. 종부세 수입 전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는 현 체제는 이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해 주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 폐지 후 발생할 문제에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은 말하는 본인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돈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득권을 선뜻 포기하려 들지 않을 것이 너무나도 뻔하기 때문이다.

나는 종부세를 궁극적으로 재산세와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과연 어떤 근거에서 그런 말을 하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알고 있는 경제이론 그 어디를 찾아보아도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하등의 근거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목적이 부자들의 조세부담을 가볍게 만들어 주는 데 있다면 모를까, 그 이외의 합리적 이유를 하나 라도 생각해 보려 해도 도대체 생각이 나지 않는다. 부유층의 조세부담을 중산층과 저소득 층으로 전가시키지 않는 한, 재산세로 통합한다 해도 그들이 지적하고 있는 종부세의 문제 점은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재산세로 통합하는 것 그 자체는 결코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장점을 많이 갖고 있음에도 왜곡된 여론 때문에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하는 종부세의 슬 픈 운명이 가엽기만 하다. 나는 지금 당장 정부가 종부세 무력화의 시도를 접어야 한다고 부르짖고 싶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종부세를 폐지하고 나면 우리 조세제도의 효율성과 공 평성에 심각한 후퇴가 일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나 역시 종부세제도의 보완이 필 요하다는 데는 흔쾌히 동의한다. 그러나 보완한다는 핑계로 이것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려 는 저의가 엿보이기 때문에 걱정을 금치 못하는 것이다. 비록 종부세 폐지라는 발판을 딛고 정권을 잡았다 하더라도 이제는 좀더 냉정하고 사려 깊은 자세로 종부세의 앞날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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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잡스럽게 얘기한다 2008.11.17 14:34
서울대 이준구 교수님이 종부세 관련 글을 최근에 두 편 썼는데 무척 읽을만하다.

슬픈 종부세 (위헌 판결 나기 전에 쓰신 글이며 상세한 이론적 배경이 나옵니다.)
교과서를 바꿔쓰라는 말인가? (위헌 판결 이후에 쓰신 글입니다.)

사족: 그런데 글을 일다가 이 장면에서 턱 걸렸다. (왜 걸렸는지는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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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세상을 얘기한다 2008.11.12 12:01
1부: 종부세와 소득세 논란

종부세를 놓고 헌재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하지만 합헌, 위헌을 떠나 종부세가 가지는 의미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가 이중과세 또는 징벌적 과세의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 세금은 소득에 부과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을 한다.

맞는 얘기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 라는 말은 옳은 얘기다. 하지만. 그건 소득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에만 그렇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종부세를 내는 사람들을 살펴본 결과를 잠시 인용해보자.
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는 평균 3.4채의 주택을 보유했다.

그러나 일부 샘플을 분석한 결과, 주택 24채를 보유한 A씨는 연간 소득을 달랑 ‘7’원으로 신고했다. 주택 12채를 보유한 B씨는 연간 소득이 1048원, 주택 5채를 신고한 C씨는 연간 소득이 ‘0원’이었다.

또 주택 40채를 보유한 D씨는 연간 소득 147만원, 39채를 보유한 E씨는 85만8000원을 연간 소득으로 신고했다.
우리 집 부자들 경제 교육부터 시켜야 겠다. 집이 40채가 있는데 연 150만원을 벌고 있으면 한달에 10여만원. 전화 요금 전기 요금 내면 쌀 사먹을 돈도 없다. 차라리 집 몇 채를 팔아서 은행 이자 소득이라도 올려야 하지 않을까? 아지면 그 집들을 놀리지 말고 하다 못해 사글세라도 받으면 어떤가?

집이 몇 십채씩 있으면서 소득이 거의 없어서 소득세를 낼 수 없고 종부세를 낼 수 없다는 말을 정말로 믿으라는 건가? 누가 믿는가? 아무도 안 믿는 것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이런 이명박 정부의 엉터리 통계가 종부세는 위헌이라는 증거로 헌법재판소에 일방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꼴입니다. 그것도 강만수 장관이 밝힌 대로 재정부의 세제 실장과 담당국장이 주심재판관이든지, 헌법연구관이든지 열심히 접촉하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게 뭐하는 코메디냐? 우리 나라에서 월급쟁이를 제외하고는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은 저녁 뉴스의 단골 메뉴가 된 지 수십년이 지났다. 월 수입이 수십만원도 안된다는 의사, 변호사, '사' 자 달린 사람들 얘기는 지겹다.

고소득 자영업자들 그리고 집부자 땅부자들의 소득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한 종부세 대신 소득세가 더 제대로 된 세제라는 주장은 공염불이요 그야말로 비현실적이고 반사회적인 주장일 뿐이다.

2부: 대학 자율과 3불 정책

고려대학교가 특목고를 우대하는 전형을 한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이는 명백히 교육과학부의 3불정책에 반하는 것이며 대학교의 전형을 관리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헛점을 드러내고 있다. 고려대의 이기수 총장은 한 술 더떠서 "대입자율화, 그에 응당하는 권리줘야"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렇다. 맞는 얘기다. 언제까지 정부가 대학의 입시에 세세한 부분까지 쥐고 흔들수는 없다. 대학은 그 대학의 특성에 맞는 학생을 뽑는 권리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고려대 또는 그 외 일부 대학에서 시도하였다고 알려진 바와 같이 특목고 우대, 본고사형 문제 출제를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미치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특목고 열풍은 특목고를 가기 위한 사교육 열풍을 일으키고 심지어는 국제중도 결국은 특목고를 가기 위한 포석이며 이는 초등학교부터 심지어는 유치원에서부터 사교육의 광풍 속으로 아이들을 몰아넣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 우리 아이들이 세계에서 제일 똑똑한 아이들이 되고 세계적으로 학술을 주도하게 된다면 할 말 없다. 그런가? 과연 열두시 한시까지 아이들을 학원에 몰아 넣고 문제 풀이 훈련을 시킨 결과 그렇게 되었는가? 왜 고등학교때까지 세계 최강의 학업 성취를 보이는 아이들이 입학한 우리의 대학교들은 세계 100위권 주변에서 빌빌거리는가?

대학의 자율이라는 명분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실질 즉, 과도한 사교육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아지지 않는 학술적 성취라는 것을 고려하여 발휘되어야 하는 것이다. 세계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고등학생을 받아들여서 취업 준비나 시키는 대학이 무슨 낯으로 자율을 얘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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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세상을 얘기한다 2008.09.24 10:42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스스로 부자를 위한 정당임을 숨기지 않는다. 가끔 이런 저런 정책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자가 아닌 사람도 배려하는 듯한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그건 아니까지나 수사에 지나지 않음을 결과로서 보여준다.

종부세를 깎아준단다. 기준도 6억이상에서 9억이상으로 하고 세대별 합산에서 인별 합산으로 바꾸고 적용되는 세율도 적용되는 가액도 다 바꾼단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종부세를 대폭 깎아줌으로써 생기는 세수부족을 재산세를 높여서 메꾼댄다. 즉, 전 국민이 골고루 세금을 더 내란 말씀. 부자들이 좀 더 내면 안되나? 했더니 강만수 장관님 말씀하시길

"고소득층에 대못 박는 건 괜찮나?"

어. 그래? 정말? 인별 합산으로 9억이상이라면 부부 공동 소유인 경우 18억을 넘는 주택이라는 얘기다. 작은 평형이라도 지역에 따라서는 6억을 넘기도 하지만 18억을 넘는 주택은 명백히 호화 대형 주택이다. 그런 정도의 집에 사는 사람이 정말 세금 낼 돈이 없을까봐 또는 세금내고 남은 돈이 없어서 소비가 위축될까봐 그래서 세금을 깎아준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사람의 머리카락은 계속 조금씩 빠지고 또 나고 그러지만 대부분 그에 둔감하다. 하지만, 머리 숱이 많지 않은 사람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 빠지는 것이 눈에 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 세금이란 그저 삥뜯겨서 속상한 것이지만 없는 사람에게 세금이란 생활비의 일부를 갉아먹는 치명적 고통이다. 똑같은 금액의 돈이라도 그 무게는 확연히 다르다.

그저 누진세율 조금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결코 공평한 것이 아니다.

우울하다.

괴짜 사기꾼들 언제까지 봐야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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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세상을 얘기한다 2008.09.19 11:45
주택 정책 관련 글에 달린 댓글을 읽다보면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는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이게 참 재미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린 벨트를 풀고 신도시를 개발하고 재개발 재건축을 쉽게 해서라도 공급을 늘이겠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서민들도 다들 집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준댄다. 할렐루야...

물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미 주택 공급률이 100%를 넘어섰고 역전세대란이 보여주듯 더 이상의 공급 위주 정책은 곤란하다고 주장한다. (왜 정부는 전문가들과 반대의 결론에 도달했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그렇다면 집없는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여기 저기 달린 댓글을 읽다보면 (그들이 모두 알바가 아니라면) 주택 공급 정책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은 주택 공급을 통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져야 나도 집 마련 할거 아니냐 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런가?

주택 공급이 주택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자. 아무리 저축을 해봐도 예금 잔고가 늘어가는 속도보다 집 값이 더 빠르게 올라가서 좌절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공급에 의한 가격 하락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주택의 가격이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것 처럼 이쁜 수요 공급의 곡선을 이루는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요와 공급의 상대적 크기에 의하여 가격이 시장에서 저절로 조절되기에는 시장 외적인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예를 들어, 강남 집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대학 입시 정책이다. 아파트 부녀회에서 가격을 담합하는 반시장적 행위는 일상화 되어 있다. 수 십만채의 미분양 아파트가 있어도 평당 분양가는 올라기기만 할 뿐 내리지는 않는다. 주택이 아무리 늘어도 여웃돈 많은 부자들이 더 많은 집을 소유하게 되고 정부는 정책적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 저러한 이유로 인하여 그동안 꾸준히 주택 공급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즉, 가난한 서민들이 집 마련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 하락은 없었다.

그렇다면 정녕 공급을 통하여 가격을 내릴 방안은 없다는 말인가? 없기야 하겠는가. 공급을 계속 늘여 나가다 보면 언젠가 내리긴 할 거다. 그것도 아주 아주 폭발적으로. 즉, 부동산 거품의 붕괴라는 극적인 사건을 통해서 말이다.

까짓거 나는 집도 없는데 부동산 거품 붕괴되어도 나는 상관없고 그 참에 나도 싼 값에 집 살 수 있는거 아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하지만, 부동산 거품의 붕괴가 단지 집값이 떨어져서 집 가진 사람들이 실의에 빠지는 수준에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현재 진행형인 전지구적인 금융위기가 미국의 주택 담보 대출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 그리고 국내에서도 소위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한 주택 개발이 분양 실패로 이어지며 상당수의 제2금융권 기관들이 위험에 빠진 점 등을 볼 때 경제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은 엄청날 수 밖에 없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결국 가난한 사람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입는다.

그래도 가격이 내리긴 내릴 거 아냐?

글쎄... 뭐 변두리는 내리겠지. 하지만 강남은 내리기 힘들다. 내리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을만큼 내리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부동산에 진짜로 거품이 끼어 있는 곳은 비강남이기 때문이다. 대학 간판이 인생을 결정하고 사교육이 대학입시를 결정하고 좋은 학원이 강남에 몰려있는 현재의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는 이상 강남의 부동산은 아무리 비싸도 거품이 크게 끼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국 부동산 거품의 붕괴로 타격을 입는 사람들은 평생 저축해서 변두리에 집을 산 사람들이 될 것이다. 설령 강남의 부자들이 타격을 입을 만한 사유가 있더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정책적으로 막아줄거다. 자기 손해날 짓은 안하거든.

결론적으로 주택의 과잉 공급과 이를 통한 부동산 거품의 붕괴를 통해서 보통 사람들이 얻을 수 있는 기회의 최대치는 (혹시 인플레이션이 안 생긴다면) 저축을 열심히 해두었다면 변두리에 지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집을 살 수 있을것이다. 물론, 이미 경제는 파탄나 있고 직장에서 잘렸겠지만 집을 사는게 중요하다면 사야지 어쩌겠어.

그러면 어떻게 하는게 더 좋겠나?

나도 모르겠다. 공돌이가 뭘 알겠나. 소박하게 생각하기로는,

첫째로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해야 된다. 솔직히 지금도 조금만 지방으로 내려가면 어지간한 돈벌이만 있으면 집 마련하는게 너무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내가 태어난 고향집은 결국 계속 빈 집으로 있어 흙벽이 다 무너지고 공터만 남았다.) 문제는 지방으로 내려가서는 그런 어지간한 돈벌이가 없다는데 있다. 과감한 지방 균형 개발 정책이 실은 집 값을 잡는 최고의 처방이다. (그런데 오히려 수도권 규제를 푼다니... 도대체가 그렇게 뻔뻔하게 자기 집 값을 올리고 싶은건가?)

둘째로 공급의 양이 아니라 공급의 내용이 중요하다. 집을 무한정 많이 지으면 뭐하냐 진짜 서민들은 아무리 집이 싸도 들어갈 돈이 없다. 서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집(예컨대 임대 주택)을 많이 공급하고 그런 주거지역의 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된다. 서민 임대 주택 지역을 슬럼으로 만드는 것은 그곳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서민들에 대한 무례이며 서민 임대 주택을 기피 시설로 만드는 원인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땅이나 주택의 소유와 이를 통한 불로 소득의 원천으로 보는 시각을 잡아야 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종부세 등을 완화할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하고 사실상 사문화 되어버린 주택 공개념 등을 전면에 끌어내야 한다.

한줄 요약: 주택 공급 정책으로 서민들 집 마련한다는 건 뻥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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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
세상을 얘기한다 2008.04.10 15:58
오늘 아침 엠비시에서 방송하는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상속세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가 너무 재미있어서 소개한다. (결과는 손에 잡히는 경제 홈 페이지에서 무단으로 캡쳐했다.)

여러 결과가 있었지만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상속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누군지 살펴본 부분이다. 다음 그림에 나오듯이 상속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영업자 그리고 소득이 제일 높은 사람들이고 역으로 상속세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학생 그리고 소득이 가장 낮은 사람들이다. 일반적인 상식에 정확히 반대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림이 옆으로 길어서 잘 안보이네요. 클릭해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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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다음 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번에는 얼마나 상속을 받으면 상속세를 내는지 물었다. (정답은 5억이상 또는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10억이상이다.) 70% ~ 90% 의 사람들이 상속세를 "아무나 내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상속세는 상속된 재산 중에서 빚 등 뺄거 다 빼고 5억 (또는 배우자가 있으면 10억) 을 뺀 나머지에 대해서 매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빚하나 없이 10억을 물려줘도 상속세는 안낸다. 실제 상속세를 내는 사람들은 전체의 0.7% 밖에 안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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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들은 재산도 별로 없는데 상속세까지 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폐지를 주장하는 것이다. 역으로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어느 정도 상속세에 대해서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10억 이상을 상속 받기도 쉽지 않으므로 (그렇게 돈 많이 버는 사람들이 경품 탈려고 이런 설문에 참여하지도 않을거고... ^^) 오히려 상속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총선 끝나기가 무섭게 정부는 부자들, 대기업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 정책들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국민들이 원한다고 하면서... 쪽방 살면서 종부세 걱정한다더니 월 백만원도 못 벌면서 상속세 걱정하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의 세금 관련 정책은 점점 더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 되고 있는건 아닐까?

괜스레 더욱 짜증이 나는 비내리는 봄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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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묘군